〈 41화 〉 4명의 전학생(4)
* * *
"읍읍읍읍!" (제발…. 전부 말할게)
레이시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우선 사용해보고 설명서를 읽는 타입이었다.
"고대인이 만든 최고의 쾌락 자극 인공생명체, 대신에 자극 변환기가 없으면 오로지 온몸을 계속 세탁기에 돌리는 느낌만 받으므로 고문에도 사용되었음."
레이시가 고통받고 있는 헨리를 보고 자신이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재갈을 안 풀어줬구나?"
'어쩐지 읍읍 소리만 내더니….‘
"자 빨리 말하지 않으면"
레이시가 무시무시한 어조로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내뱉으라고 말하려는 순간.
"저는황실정보부의첩자입니다받은명령은벨라레가문을견제하기위한증거와아카데미습격사건의진실검성의대한목표파악등을명령받았습니다. 저…. 전부 말할 테니 제발 이것 좀! 우우우우웨에엑…."
결국, 말을 하는 도중 거하게 바닥에 토사물을 내뱉었다.
급기야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비굴하게 빌기까지 하는 헨리였다.
"제발…. 풀어주세요…."
헨리는 자신의 모든 감각이 느껴지지 않은 고통에 휩싸였다. 어느 순간 별이 반짝할 때쯤이면 위안에 모든 것들이 끓는 느낌이었다.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는데 뇌를 빙빙 돌리는 느낌도 들었다.
레이시는 그런 헨리의 상태를 보고 풀어주려고 했지만….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안 떨어져?"
아무리 낑낑거리고 노력해도 헨리의 몸에 딱 붙은 촉수 다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설명서를 보자."
*주의: 한번 작동하면 작동이 멈출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느긋한 티타임을 권장해 드립니다.
"어…. 음…."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어으웨아으아아으으아아…."
헨리는 급기야 정신이 미쳤는지 허공에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고 알지 못하는 괴성을 내뱉었다.
"저기…. 헨리?"
"아으웨아으으으으…."
아무래도 헨리는 대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고문 기구를 구매할 것 그랬나…."
약간씩 드는 후회와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이 짜증을 일으켰다.
"하. 앞으로는.이건 사용하지 말자."
효과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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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퍽!
철퇴가 휘둘러지고 끈적이는 피가 철퇴에 묻었다.
"오직…. 구제의 이름으로…."
"노바 사도, 준비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주님. 아직 17명의 회개가 필요합니다."
마을을 억압하는 세력에서 사람들을 구해준 노바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로지 진리구제회만이 진실을 알고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
노바는 피가 묻은 철퇴를 마른걸레로 정성스레 닦았다.
"노바 사도. 아직 진리를 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만, 아주 급한 사항입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대업이 미뤄질 수도 있고요."
끄덕.
"그렇군요. 그럼 어쩔 수 없지요. 저 대신 교주님이 저들을 정화해 주십시오."
"당연히 행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제서야 노바는 자리를 일어섰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옷차림을 정갈하게 했다.
드디어 대업의 시작이었다.
"그럼 아카데미란 지옥을 정화하러 떠나겠습니다."
"노바 사도! 노바 사도! 이번 일은 진리를 밝혀내는 일입니다! 절대로 경거망동하게 행동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교주님. 죄인들의 품에서 그들의 행동 원리를 알아내겠습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는 우리교의 조력자도 있습니다!"
교주가 다 말하기 전에 노바는 쌩하고 사라졌다. 노바가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조력자뿐이었다.
혼자 남게 된 교주는 푹 한숨을 쉬었다.
"아직 조력자가 누구인지도 안 알려줬는데….“
노바는 철퇴를 몸 안에 쓱 숨기고 아카데미로 떠났다.
"여기가 아카데미…. 구원받지 못하는 죄인들의 모임."
그들을 구제해야만 했다. 진실을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모든 것은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니….'
"조사 대상은…. 죄인들의 수장 유다 벨라레와 제나 테낙스."
그들을 회개시키기 전에 그들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이번 핵심이었다.
노바는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유다와 제나를 보았다.
노바의 감이 맹렬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뭐지….'
유다에게서 흘러나오는 꺼림칙한 느낌.
'마음에 들었어.'
꼭 유다 벨라레를 회개시키고 말 것이다.
딩~동
종이 울렸다. 아카데미가 끝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간이 닥쳐왔다.
며칠이 흘렀지만 특이한 사실은 없었다.
"흐음…. 아직은 별다른 특이사항 없음."
노바는 매일 같이 하던 대로 성실하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자신이 밥 먹는 일과부터 시작해서 수업의 내용 유다의 행동 전부 다 적고 나니 시간이 꽤 흘러가 있었다.
"6000자 정도면 충분하겠지요."
어제보다 500자 줄어서 조금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보고서를 쓰고 난 뒤에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워져서 총총거리며 달려나갔다. 보고서를 우체국에다가 첨부한 후 노바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려는 도중.
띠링!
그녀의 머리 위에 솟아있던 바보 털이 반응했다.
"이 느낌은…. 회개를 시작하는 느낌?"
노바가 생각하기에 죄인들의 소굴에서 자신과 같은 회개자를 만날 수 있다는 느낌에 노바는 회개라는 기분이 느껴지는 곳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은. 분홍 머리의 소녀가 며칠 전 같이 전학 왔던 아이를 고문하는 장면이었다.
고문당하는 아이는 침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빌고 있었다.
"완벽해…."
정말로 완벽한 회개의 고수였다. 그녀가 교주가 말했던 조력자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깜짝했을까? 자신도 모르게 기척을 줄인다는 것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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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는 구석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무릎을 꿇은 채로 기도하고 있는 노바가 있었다.
'씨발…. 좆됐나?'
넌 또 왜 여기 있어?
게임으로 따지자면 자신은 슬라임을 잡고 있는데 갑자기 중간보스가 등장한 격이었다.
'게다가 또라이년 노바라고?'
레이시가 노바를 쳐다보는 것을 눈치챈 노바는 레이시와 눈을 맞췄다.
저년은 사회악이다. 무조건 제거하는 게 옳았다.
'물론 이길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말이지만….'
서로가 눈을 마주하는 어색한 침묵의 분위기 속에서 레이시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노바한테 튈 수 있을까 고민하던 무렵에 노바가 입을 열었다.
"자매님! 대단하십니다!"
"???"
"그렇게 회개 활동을 열심히 해주시다니…."
"???"
'어…. 나를 교인이라고 오해한 건가?'
순간적으로 레이시의 머릿속이 수십 배는 가속되었다.
'어쩌면 이용할 수도….'
"그래요. 저도 진리구제회의 목표를 위해 이곳에 잠입했죠."
"오오…. 역시 자매님이셨구나! 저는 진리구제회의 4사도 노바 크리시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자매님의 성함은?"
'노바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생각하자…. 생각하자….‘
"저는 진리구제회 이단심판관쪽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시 나자이드라고 해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시는 노바한테 쭉 손을 뻗어 악수하자고 움직였다.
'통했나?'
노바는 레이시의 말에 약간의 의심의 눈초리로 레이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이단심판관 쪽을 잘 아는데…. 레이시란 이름은…."
순간적으로 노바는 전투 자세를 취했다.
'원작 지식을 떠올려라! 떠올려라!'
'10번 넘게 정주행한 기억을 떠올리란 말이야!'
노바의 경계에 레이시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저는 극비인 임무만 처리해서 말이죠. 그보다 퍼지 장로님은 정정하십니까?"
퍼지 장로는 원작에서 나온 이단심판관을 총책임해서 맡은 사람이었다.
레이시의 말을 들은 이후 노바는 경계태세를 풀며 레이시의 손을 잡아서 악수했다.
"퍼지 장로님은 아직 정정하십니다. 진짜로 이단심판관쪽이 맞군요. 자매님."
"물론이죠. 하하하."
레이시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다행이다…. 잘못하면 여기서 끔살당하고 뒷산에 묻혔을지도…. 씨발 다음부터는 유다한테 빌붙어서 안전하게 있을 거야.'
레이시와 노바가 그렇게 통성명을 나누고 난 뒤에야 드디어 고문 촉수의 작동이 멈췄다.
"으아으아어으아…."
하지만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영문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노바는 말했다.
"흐음…. 자매님의 회개 실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때로는 자비를 베풀 때도 아는 게 좋겠군요."
’또라이년한테 들을 줄 몰랐는데.‘
노바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뭔가 자존심 상하는 느낌이지만…. 항의하기는 좀 그러니 가만히 있자.
'이…. 일단 정보부터 알아낸 후 노바와 헤어지자….'
그럴 생각에 레이시는 헨리의 어깨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정신 차려!"
짝.
자매품으로 따귀도 포함해 때렸다.
"으헤으아? 여기는 어디지? 나를 납치해서 무슨 짓거리를 하는 속셈이냐!"
헨리는 일어나자마자 주위를 극도로 경계했다.
"헨리야…. 전부 말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 빨리 정보나 불어."
"무슨 소리냐! 나는 그냥 일반적인 학생이다! 나를 풀어줘!"
헨리가 개소리를 지껄이길래 레이시는 특단의 조치로 아까 사용했던 기구를 헨리의 눈앞에 흔들어서 보여줬다.
"저기 헨리야. 한 번 더 당하기 싫으면 제대로 말하자?"
레이시가 말하는 타이밍에 촉수가 찔꺽하고 움직였다.
"오우…. 기분나쁘게시리…."
레이시가 손끝으로 잡고있는 촉수는 헨리의 앞으로 점점 다가갔다.
"잠깐만! 불길한 느낌이 난다! 오지 마라!"
진짜로 아까 상황을 모르는듯한 말에 레이시는 의문을 품었다.
"제 왜 저렇게 됐지?"
그런 레이시의 말에 대답한 것은 노바였다.
"인간은 가끔 엄청난 고통을 받으면 기억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답니다."
스르릉….
노바의 옷 안에서 여러 가지 집게와 고문 도구들이 떨어졌다.
"그런 경우 치료법을 제가 알고 있으니. 저에게 맡겨주지 않으시렵니까? 자매님."
노바의 웃는 표정에 레이시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헨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아…. 불쌍한 헨리….'
레이시는 헨리에게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