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40화 (40/79)

〈 40화 〉 4명의 전학생(3)

* * *

아카데미 교양 교육 시간.

마성은 차를 우아하게 마시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귀여운 여자애가 어른스러운 척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마성은 자신이 아주 기품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자신의 신분은 마성의 양녀였으나, 실제로는 마성이 위장한 것이었다.

마성의 이름 루시 루돌핑거, 위장 신분의 이름 루나 루돌핑거. 판박이인 이름이었지만 누구도 마성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어려지게 하는 동시에 존재감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린아이의 몸. 영 못 써먹을 것은 아니네.'

차의 맛을 음미하면서 마법 술식으로 유다를 감시한다.

루시는 2년 전 어느 술집에서 유다를 보았다. 사실 그날은 '은둔 고수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의 분위기가 살벌한 날이었다.

원래라면 가볍게 홀짝거리고 갔을 그곳에서 오싹오싹한 분위기에 취해 맥주를 들이켰다.

각자 실력에 자신 있는 이들이 모인 술집이었기에 긴장감을 안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유지될 때 한 남자가 나섰다. 그 남자는 성인과 소년의 경계에 선 모습이 있었고 누구보다 당당했다.

그는 루시도 아는 사람이었다. 잘 나가는 벨라레 가문의 후계자 유다 벨라레.

작은 술집 단상에 올라선 그는 마치 자신에게 덤빌 자가 없느냐는 듯이 기운을 마구잡이로 내뿜었다.

강자의 기세는 실체를 갖고 물리적인 파괴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만큼 유다의 기세가 강맹했다.

루시도 그런 유다의 기세에 한순간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으니 거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루시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때의 루시는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더한 충격은 오지도 않았다.

모두를 압도시킨 남자는 술집 작은 단상에서 모두에게 연설하기 시작했다. 그 연설은 사람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술집 내부의 사람들은 유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유다의 말에 공감했다.

"그러기에 모두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유다 벨라레도 분위기에 취했는지 말을 약간 흐리게 했지만, 술집 내부의 사람들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유다의 말은 제국에 대한 반역이나 다름없었지만….

'알 게 뭐야….'

당장 루시 자신만 해도 중앙마탑에 수장이지만 제국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쥐뿔만큼도 없었다.

술집 분위기는 유다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루시 그녀는 유다의 말에는 공감하지만, 딱히 상관없다는 부류였다.

'오랜만에 예전 술집을 왔다가 무슨 봉변이람.'

그녀가 중앙마탑주가 되기도 전에 수습생일 시절에 울면서 감정을 식히기 위해 많이 들렸던 곳이었다.

강자의 말에는 힘이 있다. 유다 벨라레도 잘 알기에 그것을 잘 이용하였다. 자신의 존재감을 흩뿌리면서 압박하다니. 안 넘어갈 수가 없잖아?

유다가 말한 세상에 루시는 두려움과 희열을 느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부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

루시 루돌핑거는 귀족 출신이 아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다.

"그래도 도와주지는 않을 거라고. 하지만 방해하지도 않을게 한번 힘내보라고."

마성은 그저 관찰자일 뿐이다. 마음속으로는 유다를 응원하지만, 그녀는 중립을 지킬 뿐이다.

그녀의 그러한 태도는 아카데미의 유다를 지켜보면서도 바뀌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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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정보국 엘리트 요원 헨리 어거스트.

'쳇…. 하필 어려 보인다고 잠입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다니….'

위험도는 높지 않지만, 선배들이 짬처리한 것을 기뻐할 수 없었다.

"에휴…. 이 나이 먹고 다시 공부라니…."

"왜 그래?"

"으악!"

헨리는 갑자기 옆에서 나온 레이시를 보고 기겁했다.

'어떻게 기척을 숨기고 내 앞에?'

황실 정보국의 요원들은 기척을 탐색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것은 그들의 독자적인 수련 방식 때문이었는데….

'레이시 나자이드는 평범한 학생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게다가 이곳은 외진 곳으로 매우 조용했기에 그녀가 움직이는 것쯤은….

펴억­!

"아악…. 왜 때려!"

레이시가 주먹으로 헨리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저 녀석이….'

화가 난다. 감히 엘리트 요원인 나에게?

국장님이 조용하게 처리하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어둡고 외진 장소. 레이시 하나쯤은 증거도 안 남게 처리할 수 있었다.

'붙잡아서 모든 정보를 불게 해주지.‘

'엉엉 울어도 안 봐…. 줄…….'

헨리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기분을 들었다.

’이거 설마‘

"수며연어으야웨아….“

털썩….

"오예 퀘스트 완료했다."

헨리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퀘스트를 완료했다고 신나하는 레이시의 목소리였다.

.

.

.

*헨리 어거스트가 첩자라는 증거를 획득하자.

­추가 미션: 헨리 어거스트 심문하기

­추가 미션: 헨리 어거스트 도발하기

­추가 미션: 헨리 어거스트가 공격하게 만들어서 역관광시키기.

­보상 무작위 하급 고유능력 티켓×1 추가 미션 수행 시 포인트 추가지급

"고유능력 티켓? 아…. 이건 못 참지."

얼른 헨리의 정보를 알아낸 다음에…. 빨리 에픽 퀘스트 아카데미 탐정 놀이를 수행해야 했다.

'에픽 퀘스트는 무려 상당한 고유능력 티켓이라고!'

퀘스트의 보상 목록을 보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는 레이시였다.

"일단 상점에서 1회용 추적기하고…. 사일런스 필드까지 구입하고…."

마침 헨리가 아카데미에서 아직 쓰이지 않는 공간에 으슥하게 있는 것이 위치로 표시되었다.

"수면제도 하나 사두고…. 혹시 모르니 끈끈이 폭탄하고…."

정면승부는 레이시라도 질 수 있으니 만약을 위해 대비를 많이 해두는 레이시였다.

"그래도 명색이 황실 정보부 요원인데. 수면제 정도는 버티겠지?"

1계획부터 3계획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추가 임무를 위해 도발 토템도 구입했다.

헨리 어거스트가 몰래 쉬고 있는 곳으로 [은밀한 발걸음]과 [사회적거리두기]를 발동시킨 후에 다가갔다.

"에휴…. 이 나이 먹고 다시 공부라니…."

"왜 그래?"

"으악!

헨리가 당황하는 동안에 깜짝 놀라게 한 레이시는 빠르게 물건을 주변에 설치했다.

헨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레이시를 의심조차 하지 않은 채 궁금증을 자신의 얼굴 위로 드러냈다.

'도발 토템도 설치되어있으니까….'

도발 토템을 설치하면 사용자 주위 5m까지 적에게 공격시 광란 효과를 일으킨다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레이시는 그런 토템의 효과를 믿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헨리의 머리통을 쥐어 박아주었다.

펴억­!

"아악…. 왜 때려!“

레이시가 주먹으로 헨리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레이시의 주먹을 맞고 난 헨리는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더니 눈동자에서 분노의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우…. 도발 토템 무섭네….'

역시 포인트가 비싼 만큼 사람의 감정까지 조종하는 능력을 갖췄다.

헨리가 달려드는 순간 레이시는 준비했던 청정한 공기 방울을 자신에게 사용한 채로 수면 가스를 발동시켰다.

'물론 황실 정보국 요원이니 이것만으로는 끝나지­'

"수며연어으야웨아….”

털썩….

"끝났네?"

레이시는 자신에게 주어진 추가 목표가 달성된 것을 보고 환호했다.

"오예 퀘스트 완료했다."

"이제 남은 것은 증거 찾기하고…. 심문하기인가…."

"둘 다 하면 되겠지!"

레이시는 먼지가 덮여있는 안 쓰는 교실 안으로 들어가 헨리의 몸을 의자에 묶었다.

짝…. 짝….

레이시는 잠들어있는 헨리를 깨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볼을 때렸다.

"야…. 야…. 일어나봐."

"읍…. 읍..?"

잠에서 일어난 헨리는 처음에는 상황파악을 못 했지만, 곧바로 레이시에 대한 분노에 가득찼다.

"그거 밧줄이랑 재갈 사느라고 포인트 엄청나게 썼잖아!"

짝…. 짝….

"읍! 읍!(그게 어쩌라고!)"

레이시는 일단 헨리의 입마개를 풀어주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했다.

"야 이 개씨발련아!"

"아 그냥 물고 있어."

재갈을 물린 레이시는 어떻게 저 녀석의 입을 열게 할까 고민했다.

"역시…. 만능 상점을 사용해야 하나."

사실 이번에는 포인트를 아끼면서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고문하는 방법을 모르는걸.'

"일회용 고문 도구?"

상점 창에 보이는 미리 보기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되어있었다.

"이게 뭐길래?"

100% 효과 보장이길래 일단 사봤다. 그리고 후회했다.

찔꺽….

"끄아아악!"

깜짝 놀라 구매한 아이템을 떨어트리고 말았지만, 그 핑크색깔 촉수 다발은 꿈틀거렸다.

레이시는 일단 포인트를 사용한 김에 써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손끝으로 그 이상한 분홍색 물체를 집어 들었다.

"으으으…. 진짜 싫다…."

레이시는 자신의 분홍 머리 색깔과 더 비슷해서 기분이 나빠졌다.

레이시가 헨리한테 손끝으로 들어 올린 분홍색 물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일단은 이걸로 고문할 건데…. 역시 안 말하겠지?"

"읍읍읍! 읍읍읍! 읍읍읍!(하지 마! 말할 테니 재갈부터 풀라고!)"

역시 충성심이 대단한 황실 정보국 요원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정보를 풀지도 않겠지.

"음…. 너의 충성심을 높게 사서…. 일단 한번 써볼게…."

분홍색 촉수 다발이 찔꺽 하고 움직였다.

"으으. 극혐."

"읍읍! 읍! 읍!(말한다고 개새끼야!)"

분홍색 촉수 다발이 헨리의 몸에 붙었고 오로지 헨리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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