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제나 테낙스(1)
* * *
제국 7성 중 한 명이 레이저를 맞고 순식간에 훅 가버렸다.
생각보다 아주 허망한 끝이었지만 그래도 살 수 있었으니 상관없었다.
"하아…."
유다는 안심했고 곧바로 제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공포 2단계]
"나…. 쓸모없어? 유다? 진짜 버릴 거야?"
제나는 아주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 그래도 유다를 잃지 않아도 된다는 공포는 사라진 것 같았다.
유다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있는 제나한테 다가갔다.
"제나. 아까 한 말은 전부 농담이었어."
"흑…. 흑…."
하지만 제나는 유다의 말을 들어도 계속 울고 있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뭐든 들어줄게."
유다는 목 뒤에서 싸늘한 느낌을 받았지만 금세 사라졌다. 유다의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말에도 제나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왜 그러는 거야?"
"흑…. 그냥 유다에게 소원을 말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되니까…."
"...."
사실 유다도 어느 정도 추측하고 있었다. 제나의 입가에 보이는 선명한 출혈의 자국. 이건 절대로 인위적으로 난 상처가 아니었다. 안에서부터 곪아 썩어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제나는 안색이 나빠진 유다에게 말했다.
"있잖아…. 유다 나를 위한다면 나를…. 죽여줘…."
"뭐? 그건 절대 안 돼."
아무리 부탁이라도 소원이라도 가족이나 다름없는 제나를 내 손으로 죽이라고?
"유다. 너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나를 영원히 기억해주기를 바래…."
"제나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죽어야만 해? 치료할 방법은 없는 거야?"
유다의 말에 제나가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말했다.
"거의 치료가 불가능해 구하기 힘든 재료에 공간을 분리하는 공정과 강력한 신성력이 있어야 치료할 수 있으니까."
"재료? 신성력은 아자젤 누나가 있어. 그리고 공간을 분리하는 능력이라면 캐시가 가능할지도 몰라! 재료는 뭔데!?"
유다는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찼다. 제나는 유다의 어떤 모습도 사랑했지만, 그 재료는 구하기가 불가능했다. 이론상 전해지는 별이 떨어질 때 생기는 그것.
아무리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한다.
아마 제나 자신의 말 한마디면 유다의 얼굴이 슬픔으로 바뀔 것이다. 괜한 희망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유다의 슬픈 얼굴을 보기 싫어 이 거대한 판을 준비한 것 아닌가. 어떤 게임에서도 유다의 슬픈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완고한 유다의 얼굴을 보니 자신도 모르는 작은 희망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괜스레 유다에게 기대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재료의 이름을 말한 것인가.
"스타 더스트…. 내가 찾는 재료는 스타더스트야."
이 정도면 유다가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다의 슬픔의 잠기는 얼굴을 본다고 하니 울적해졌고 자신 때문에 슬픔에 빠졌기에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제나의 예상이 틀렸다. 유다의 얼굴을 보았을 때 비췬 감정은 환희였다.
'환희?'
유다는 자신의 손을 아공간 주머니에 가져다 대더니.
쓰윽.
스타더스트를 꺼냈다.
"흥? 앗 잇!?"
제나는 알 수 없는 의문의 소리를 내었다.
스타더스트를 보자마자 욕심이 생겼다.
살고 싶다는 희망. 유다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약속.
째깍…. 째깍….
자정이 지났다. 자정이 지나기 전에 계약을 완수하지 않은 대가로 모든 마력이 소멸되었다.
하지만 마력을 잃은 고통과 슬픔에 빠지는 게 아니라 자신은 환희로 가득 찼다.
희망이 생겼다. 비록 공간 분리 공정이 실패해도 유다가 자신을 위해 이토록 노력했다는 증거도 생겼다.
'그러니 이 순간을 잊기 싫어.'
"유다 나 소원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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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흉조가 나타났다. 캐시는 지켜보았다.
"이왕 이 김에 죽어버렸으면 좋겠네요."
주인님의 명령에는 따라오지 말라는 명령은 없었으니 몰래 주인님의 뒤에서 대기했다.
공간을 왜곡하는 술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나저나 제나 테낙스 명줄이 기네요? 시한부면 빨리 뒤지기나 할 것이지."
빠드득….
이빨이 갈리지만 곧바로 유다의 체취가 스며든 셔츠의 냄새를 맡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 주인님…."
강렬한 쾌감이 등을 타고 내려온다.
제나는 쓰러졌고 그런 제나에게 말했다.
"제나 너는 쓸모 없었어. 내 친구라 생각하기도 아까워."
"뭐…?"
'그래 그겁니다! 주인님의 본심! 그런 여자는 가만히 두고! 오로지 진실한 사랑을 저만!'
유다에게 검은색 날개가 치솟아 오르는 것은 보기 아주 좋았다.
"예뻐요. 주인님…."
유다와 흉조가 충돌하자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게 준비해두었다.
'그래봤자 주인님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겠지.'
캐시는 가끔 튀기는 돌 부스러기를 공간 왜곡을 사용해서 쓰러진 제나한테 튀기는 일 말고는 유다의 말에 따라 개입하지 않았다.
유다가 벼락을 맞은 순간. 캐시의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친 유다님의 모습도…. 예뻐요…."
전투는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고, 유다의 등 뒤로 번개 다발이 쏘아졌다. 그리고 캐시가 만들어둔 인챈트가 부여된 부적에 막혔다.
목숨이 위험한 공격을 왜곡시켜주는 부적으로 만들 때마다 주인님 몰래 옷 안쪽에 숨겨놓고 있었다.
으드득….
"38장 중에서 1장이나 소모되다니…."
생각만 해도 더욱 괘씸한 여자다. 하지만 제나가 피를 쏟는 것을 보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래 그렇게 뒈져버려.'
주인님을 위험하게 만든 여자는 죽어야 한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주인님이 환상적인 무력으로 제국 7성을 끝장내다니! 역시 주인님이야…."
유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에 홍조가 서리고 흥분되었다.
하지만 유다가 사건이 마무리된 후 제나한테 다가가자 몸이 팍 식고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제나가 유다한테 말했다.
"나…. 쓸모없어? 유다? 진짜 버릴 거야?"
'제발 저년한테 쓸모없다고 말해주세요. 말해주세요. 말해주세요.'
도둑년이 울고 있는 모습은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제나. 아까 한 말은 전부 농담이었어."
하지만 유다의 말 한마디가 캐시의 기분을 배신했다.
'하지만 괜찮아. 언제나 주인님의 마음속 최고는 나야.'
"뭐든 들어줄게."
유다의 말에 캐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도 받지 못했던 처우를 저년이 받는다고?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약간의 기운이 들어났지만 금세 은폐했다.
캐시가 느끼는 유다의 음성은 부드럽고 환상적이고 감미로웠지만, 제나의 음성은 지질하고 쓸데없이 갈라진 목소리 톤에 듣기조차 싫었다.
"왜 그러는 거야?"
"흑…. 그냥 유다에게 소원을 말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다시는 못 본다고 생각되니까…."
"...."
캐시는 그냥 제나가 빨리 죽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유다. 너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나를 영원히 기억해주기를 바래…."
'지랄한다.'
죽을 거면 빨리 죽지 이게 웬 민폐람?
"제나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죽어야만 해? 치료할 방법은 없는 거야?"
"거의 치료가 불가능해 구하기 힘든 재료에 공간을 분리하는 공정과 강력한 신성력이 있어야 치료할 수 있으니까."
"재료? 신성력은 아자젤 누나가 있어. 그리고 공간을 분리하는 능력이라면 캐시가 가능할지도 몰라! 재료는 뭔데!?"
'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버려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죽어뒈져버려죽어버려뒈져서죽어죽어버려죽어버려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버려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죽어뒈져버려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버려뒈져버려죽어죽어져버려뒈져버려죽어버려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죽어뒈져버려뒈져버려죽어버려 그냥 빨리 죽어버리지 그래?'
"스타 더스트…. 내가 찾는 재료는 스타더스트야."
스타더스트라는 이름을 듣고 캐시는 좋아했다.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시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다는 자신의 손을 아공간 주머니에 가져다 대더니.
쓰윽 스타더스트를 꺼냈다.
"흥? 앗 잇!?"
"아…."
순간적으로 캐시도 입에서 허탈한 소리가 나왔다.
분명 자신은 주인님이 부탁하면 또 멍청하게 얼굴이나 붉히면서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멍청한 년 주제에. 이제는 마력도 잃어버린 주제에…. 감히 주인님을 탐내?'
언젠가는 꼭 자신의 손으로 저년을 찢어버리고 주인님이 약속하신 모두가 평등하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주인님에게 수줍은 얼굴로 고백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주는 주인님….
'하악…. 하악….'
캐시의 망상 회로가 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망상 회로는 옷을 한 겹씩 벗는 제나의 의해 찬물이 끼얹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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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의 치료재료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었다.
'어렸을 때 주운 스타더스트. 아르티아한테 주고 남은 게 아직 남아있었지.‘
안도했다. 가족을 잃는 기분은 다시는 느끼기 싫었다.
제나도 기뻐하는 표정으로 유다에게 다가왔다.
"유다 나 소원이 있어."
제나가 한거풀 한거풀 옷자락을 벗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떨렸다.
"제나…."
"유다…."
"제나…. 이제 너는 죽음으로 도망갈 생각하지마."
"유다…. 하지만."
"제나 나를 받아들이면 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야."
"흐응…. 그런 강압적인 태도 좋아해. 그리고 언제나 난 네 것이었어."
유다는 드디어 제나가 말한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만의 제나.
유다의 이가 제나의 목덜미를 꽉 물었다.
"다시는 죽여달라는 말 따위 하기만 해봐."
"아…. 알았어…."
제나의 목에 상처를 낸 뒤에 제나와 유다의 몸은 허물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