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흉조 떨구기(2)
* * *
제나는 까맣게 타서 추락하고 있는 도중에 생각했다.
'순수 마법 종류.'
머릿속에 전투에 흐름을 생각한다. 자신의 시뮬레이션대로 구축한 세계를 구현화 시키고 발현한다.
<흙 마법="" 모래="" 폭풍=""/>
작은 먼짓 더미의 폭풍을 날린다. 적의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아군의 시야도 같이 방해하는 마법이다.
번쩍!
번개가 치고.
꽈르릉!
그 뒤에 소리가 들린다.
악의로 가득 찬 번갯뭉치는 제나를 서서히 조여오고 있었다.
'이게 제국 7성.'
아버지를 조종할 때도 느꼈지만 역시 제국 7성은 강력했다.
아버지는 아자젤과의 전투로 리타이어. 아자젤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신이 해내야만 했다.
번쩍!
순간적인 고통에 눈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다리에 번개가 튀었어.'
다행히 시야를 가려 놓은 탓에 소리만 내지 않으면 적은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한 손에는 모래 폭풍 한 손에는 마력을 꼬아 적의 심장을 꿰뚫을 창을 제작한다.
마력을 모아 준비하고 있던 도중.
"제나!"
유다가 제나의 곁으로 뛰어 올라왔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떻게? 였다. 모래 폭풍으로 위치를 특정하게 힘들게 만들었지만 바로 찾아오다니.
'역시 유다야.'
그나저나 오랜만에 눈을 뜬 상태의 유다를 보니 사랑스러웠다.
'모래 먼지가 눈에 들어가서 아프지는 않을까?'
'그리고 유다라면 혹시….‘
자신이 실패했던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작가 비밀병기인 광증폭 상자. 관 모양 상자지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마력만 충전해 놓은 비밀병기였다.
"유다. 저기 보이는 지하에서 계속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사슬이 걸린 방이 있을 거야. 거기서 관 모양 상자인 비밀병기를 가져와서 사용해줘."
사실 유다가 상자를 사용하는 데 실패해도 괜찮았다. 어차피 자신은 저 흉조를 죽일 것이고 실패한다 해도 지신의 모든 것을 폭파시켜 죽일 것이다.
'하지만 무사히 저 흉조가 처리된다면….'
유다에게 마지막 말 정도는 전할 수 있겠지.
.
.
.
흉성이 거대한 까마귀로 변한 뒤로 미친 듯이 번개를 흩뿌리고 있었다.
제나가 벼락에 맞아 추락했고 그다음 모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자신의 눈은 마력 흐름을 읽어 제나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제나!"
제나는 깜짝 놀란듯싶었지만 곧바로 침착해졌고 유다에게 부탁했다.
"유다. 저기 보이는 지하에서 계속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사슬이 걸린 방이 있을 거야. 거기서 관 모양 상자인 비밀병기를 가져와서 사용해줘."
'비밀병기? 역시 테낙스 가문에도 있었나.'
유다는 제나가 알려준 대로 곧바로 뛰어갔다. 지하를 열고 돌계단을 타고 내려갔고 또다시 거대한 지하를 보고 돌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이럴 때 누나가 있었어야 했는데.'
누나와 제나의 조합이라면 저 흉조 따위는 쉽게 떨어트렸을 것이다.
유다가 전력으로 뛰어서 내려가고 나서야 드디어 사슬로 잠긴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젠장 사슬로 잠겼잖아!'
품 안에서 단검은 꺼내 들고 내구성은 신경 쓰지 않은 뒤 오로지 절삭력만 일시적으로 강화했다.
서걱!
강화된 단검은 사슬을 뭉뚝하게 잘라냈다.
'빨리빨리. 시간이 없어.'
제나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위험했다.
방 안에 들어가서 보게 된 것은 제나가 말한테도 특이하게 생긴 관 모양 상자였다.
유다가 관 모양 상자에 손을 댄 순간
고대인의 권한이 작동했다.
유다는 일단 상관 쓰지 않고 관을 맨 다음 다시 지상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부르르르….
천장에서 충격에 돌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빨리빨리. 더럽게 무겁네!"
유다는 그렇게 계단을 필사적으로 올랐다.
.
.
.
위이이이이잉!
제나의 손에서 마력이 응축되는 소리에 끔찍한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모래 폭풍은 쓸모가 없어.'
제나가 모래 폭풍 마법을 취소하자 뿌옇게 된 세상이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번쩍!
번개가 튀고 제나의 몸을 관통해서 지나갔다.
"으윽…."
두근두근….
심장박동이 거세게 빨라졌다.
'진정해…. 지금은 실수해서는 안 돼…. 조금만 버텨줘….'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최후의 공격을 날렸다.
제나의 마력을 꼬고 압축시킨 붉은 창이 흉성을 향해 날아갔다.
붉은 창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지만, 까마귀의 날개에 박혔다.
"끼아아아아악!"
흉성이 내뱉는 고통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제나가 노린 것은 즉사. 제나의 작전은 실패했다.
'어쩔 수 없나….'
펄럭…. 펄럭….
제나가 아픈 심장에 가슴을 부여잡고 있자. 거대한 까마귀는 제나를 비웃듯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반항은 이제 끝이니…?"
한쪽 날개가 부서진 까마귀가 제나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닥쳐…."
"너무나 많은 힘을 사용했구나."
"내가 너 많은 데려갈 테니…."
"참고로 기대하고 있는 게 알량한 제물 마법이라면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다."
아리아나의 말에 제나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막는다는……."
하지만 제나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아리아나의 손에는 자신의 테낙스 가의 성에 구축해 두었던 핵이 들려있었다.
제나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아…. 아……."
"이제야 어떤 상황인지 알겠니?"
제나는 자신의 하나뿐인 보험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상관없어도…. 유다만은…. 유다만은 이곳에서 죽으면 안 돼….'
제나는 거대한 까마귀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제발 저는 괜찮으니…. 유다만은 살려주세요…."
제나의 모습은 아까의 모습과 비교해서 비굴해 보였다.
"그 유다 벨라레란 아이가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아이니?"
"제발요…. 예전에 명령도 잘 따랐잖아요. 살려만 주시면 뭐든 할게요…."
제나는 비참할 정도로 바짝 엎드렸다.
"그만두렴. 아이야. 나랑 목숨을 걸고 싸우던 적이 비참하게 있으면 나 또한 기분이 좋지는 않단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던 도중 드디어 유다가 도착했다.
"헉…. 헉…. 도착했어! 제나!"
"호오…. 네 눈앞에서 저 녀석을 죽인다면 참으로 재미있겠구나."
까마귀가 움직이려는 기세가 보이자 제나는 멈춰 세웠다.
"안돼…. 유다만은 안돼….“
제나는 까마귀의 발목을 질질 잡아끌었다.
"이것 놓으려무나."
까마귀는 제나의 손을 밟아 뭉갰다.
.
.
.
유다가 도착하고 나서야 본 장면은 쓰러진 제나와 제나의 옆에 서 있는 까마귀의 모습이었다.
'결국, 졌구나.'
유다는 결전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결국, 싸워야 했다.
아공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점검하고 능력을 발동시킨다.
유다의 앞으로 다가온 까마귀가 괸 흉성은 신음을 흘렸다.
"뭐냐…. 너는 여태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냐?"
까마귀는 유다의 압도적인 기세에 멈칫했다.
[공포 1단계]
까마귀의 머리 위에는 공포 1단계라고 쓰여 있었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제나의 머리 위에는 [공포 4단계]
'제나….'
보통 사람이 자살하고 싶어지는 단계가 3단계. 그렇다면 제나는.
'나를 걱정해서….'
정확히는 유다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용할 것은 전부 이용해야 해.'
그렇기에 제나의 감정을 자극하기로 했다.
"제나. 너는 쓸모없었어. 내 친구라 생각하기도 아까워."
"뭐…?"
유다의 말을 듣자마자 제나의 얼굴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공포 5단계] [능력을 복사합니다.]
'어라…?'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이보다 더 심한 말도 준비해두었는데….'
이러면 미안해지지 않는가. 모든 일이 끝나고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제나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줘야겠다.
[공포 5단계의 효과로 저장된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그림자 춤]
[일격필살]
[흑익조]
[거짓 현실]
[차원억압]
[핏빛 광란]
[일편단심]
[사기특화]
일단 제나한테 얻은 [일편단심]과 [사기특화]가 있었다. 하지만 [거짓 현실], [차원억압], [핏빛 광란]은 언제 얻었지?
'분명 마지막으로 능력을 복사한 게 흑익조였는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떨떠름하지만, 일단은 긴급상황이니 넘겼다.
제나의 능력 [일편단심]이나 [사기특화]는 쓸모가 없었다.
'내가 뭐 사령술을 쓸 것도 아니고.'
유다는 우선 [흑익조]로 날개를 펼쳤다.
까마귀는 그런 유다의 모습을 보고 소리 질렀다.
"여…. 역시 힘을 숨기고 있었어!"
까마귀에 말에 대꾸하지도 않고 [그림자 춤]을 사용했다. 다행히 시간은 밤이고 달이 환하게 비추어 주고 있으므로 무수한 그림자들이 있었다.
"붙잡아.
그림자가 까마귀를 구속하지만, 까마귀의 번개에 바로 풀리고 말았다.
'역시 아직 약한가….'
[핏빛 광란]은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거짓 현실]이나 [차원억압]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감도 안 잡혔다.
'우선….‘
번쩍!
"크아…."
번개가 내리쳤고 유다의 몸이 관통당했다.
'저거 사기야….'
마력의 흐름은 볼 수 있었지만, 너무 빨라서 문제였다.
못 피한다. 너무 강력했다.
[그림자 춤] [일격필살]들을 사용해 맞서보지만 무용지물 10초도 버티기 힘들었다.
'역시 제국 7성에는 무리였나….'
그런 제국 7성이랑 맞서 싸웠던 제나는 얼마나 강력했던 것일까?
'공포 5단계 효과도 시간만 끌 뿐 쓸모없어.’
결국, 생각에 끝에 다다른 상념은 제나가 말했던 광증폭 상자에 다다랐다.
광증폭 상자는 저기 입구에 보이지만 시간을 끄는 것을 포기하고 광증폭 상자를 만지는 순간 뒤통수에 번개 다발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힘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별것 없구나!"
까마귀인 흉성이 갑자기 엄청난 번개 다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건 못 막는다.‘
어떤 것을 사용해도 막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유다는 어쩔 수 없이 도박수를 띄었다.
신속 스크롤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단검의 가속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광증폭 상자로 뛴다.
까마귀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번개 다발을 유다한테 조준했다.
번쩍!
'안돼!'
번개가 날아오고 유다의 등 뒤에 적중했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뒤를 돌아보니 금색 부적이 유다를 보호했고 번개의 충격을 대신 받았다.
’이건 캐시가 준….‘
유다는 무사히 광증폭 상자에 도달했고 마구잡이로 누르기 시작했다.
"이거 어떻게 작동하는 거야!“
고대인의 권한도 자꾸 이상한 문자만 출력하고 있었다.
<~%@^~/>
"발악은 다 끝났니?"
까마귀가 그런 유다의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까마귀의 손에 번개가 모이려는 순간.
장치에 불이 들어왔다.
"불이 들어왔네?"
번쩍.
이번에는 번개에서 나는 빛이 아니라 상자에서 나는 빛이었다.
그 레이저는 까마귀를 소멸시켰고 잠시간 세상을 잠깐이나마 밝게 했다.
"씨발. 고대인 원툴 세계관."
왠지 모르게 허무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