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흉조 떨구기(1)
* * *
"거짓말."
"뭐?"
"거짓말이라고, 내가 거짓말 하나를 못 알아볼 것 같아?"
유다는 제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제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오…. 불쌍한 유다. 내가 진실을 말해줬는데도 거짓으로 인식할 정도로 현실을 부정하다니."
"그것도 거짓말."
제나는 유다의 말에 주먹을 꽉 쥐면서 말했다.
"유다. 나는 너를 정말 싫어해. 이기적이고 모순적이지. 네 옆에 있는 것은 구역질이나."
"이것도 거짓말. 계속할 거야?"
제나의 말은 계속되었다.
"유다."
"왜 그래 제나."
"나는 잘생긴 너를 죽일 거야."
"음…. 애매하네…. 잘생겼다는 것에는 평소에 제나인데 뒤에는 음…."
유다가 한 발짝 제나에게 다가가자 제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다가오지마!"
"이건 거짓말이 아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다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다. 제나는 점점 물러섰다. 제나가 초조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했다.
"유다! 더 다가오면 공격할 거야!"
제나의 멈추라는 말에 유다는 잠시 우뚝 섰다. 그리고 제나의 떨리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잘 들어봐. 내가 아는 제나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거야."
"..."
"만약 내가 제나였다면 이런 일을 벌이는 시간을 성인이 지나고 실행시켰겠지. 아무리 공작부부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지금 벌인 일은 무리수였어."
유다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렇기에 한 가지 가정을 할 수 있었어. 만약 제나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무리하게 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면?"
"제나. 나에게 진실을 알려줘. 너의 피 그리고 나의 부모님을 죽인 것은 네가 아니지만,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어."
"유다…."
"제나 모든 진실을 알려줘. 나는 너의 친구잖아.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 도와줄 수 있어."
제나는 유다의 친구라는 말에 유독 흔들렸다. 유다는 다시금 제나에게 한 발자국 다가간다. 마찬가지로 제나는 한 발자국 물러선다.
"다가오지마!"
제나가 손을 들어 허공에 검은색 창을 마력으로 만들어냈다.
"다가오면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마지막까지 거짓말이네."
유다는 다시 제나에게 걸음을 옮겼다.
휙!
창이 날아오며 유다를 빗겨 지나갔다.
"이것 봐 너는 나를 해치지 못해."
"아니야! 그건 경고의 목적이야! 더 다가오기만 해봐!"
제나가 앙칼지게 맞받아쳤지만, 유다는 제나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다가 제나에게 접근하기 시작하자 여러 가지의 마법들은 유다를 빗겨나갔다. 위험한 마력이 던져지는 것은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상황이었지만 가만히 있는 유다를 전부 빗겨나갔다.
급기야 제나는 초조해졌는지 자신의 뒤에 있던 흑기사를 사용했다.
"막아!"
흑기사들이 유다를 향해 위협적으로 검을 휘두르지만, 유다가 가까이 가자 검이 딱하고 멈춰 섰다.
유다가 걸어가자 기어코 제나가 벽에 막혔다.
"아…. 아…."
벽에 막히자 제나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제나에게 유다가 근접했다.
"울지만 제나."
눈물을 흘리는 제나는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망연자실하게 있는 제나가 유다에게 말을 걸었다.
"죽여줘. 유다."
"내가 왜?"
"진실을 알고 싶다며. 내가 죽은 뒤에 남겨 놓은 편지가 있을 거야. 그걸 보면 돼."
"그렇다고 그게 너를 죽일 이유는 되지 않아. 제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유…. 유다…. 사실 나"
유다의 말에 한참 동안 침묵하던 제나가 입을 열려던 순간.
짝짝짝짝.
멀리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신파극이 참 재미있구나."
짖은 까마귀 코트 칙칙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제국 7성의 흉성이었다.
"너어…. 여기에 어떻게?"
아리아나의 등장에 당황하는 제나.
제나의 손짓에 흑기사들이 아리아나를 포위했다.
"제나, 내 영지에 재미난 짓거리를 했더구나."
제나와 흉성의 가운데에서 흐르는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흉성…. 당장 꺼져! 죽기 싫으면!"
"네가 지지른 일을 처리하고 내 영지를 살펴보니 제물용 마법진이 있더구나. 혹시 아는 게 있니?"
아리아나의 말에 제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이야. 너를 제물로 바쳐 마법진을 발동시키려 했구나. 발동되었다면 내 영지는 수백년간 복구하기 힘든 피해를 받았겠지."
아리아나는 검은색 돌덩이를 집어 들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아리아나가 돌덩이를 보여주자 제나의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진짜 모를 거라 생각했니? 배신을 하려더건 조심스럽게 하려무나."
"애초에 나는 너희랑 뭣도 아니라고!"
제나가 소리 질렀다. 그리고 위험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차라리 잘됐어. 여기서 너를 죽이면 되는 일이야."
"아이야. 진정으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늙어빠진 주제에 이제 너보다 사령술은 내가 더 잘 쓸걸?"
"그거야 대봐야 알겠지."
그 말을 끝으로 유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력에 대한 지배권 점유를 시도했다.
한순간 아리아나가 물러서고 나서야 보이지 않는 힘은 잠시 휴전 상태를 맞이했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졌구나."
"그때랑 당연히 다르니까."
분명 몰아붙인 것은 제나였지만 어쩐지 제나의 여유가 더 없어 보였다.
"어린 나이의 꽃다운 재능이 아까우니, 제나. 마지막으로 제안하지 유다 벨라레를 죽여라.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아리아나의 말에 제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닥쳐!"
쩡!
순식간에 마력의 충돌이 일어났고 주변의 대기가 흔들렸다.
"앙칼지구나. 하지만 이곳은 너의 영역. 그곳에 내가 근처까지 올 때까지 못 알아보았다는 것은 이미 승패가 결정되었다는 뜻과도 같단다."
아리아나의 손목에서 기이한 어둠이 비추더니 여러 시체를 얽혀 설켜 만든 골렘이 등장했다.
유다는 순간적으로 예전에 책에서 보았던 이름이 떠올랐다.
"블러드 골렘……."
"음? 아직도 아는 존재가 있구나. 뭐 그럼 잘 가려무나."
유다의 눈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떠지는데 유다는 지금 본능적으로 흉성이 자신의 부모를 죽였음을 알 수 있었다.
흉성이 유다에게 날린 핏빛 꼬챙이들은 유다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보인다.'
유다의 떠진 붉은 눈에는 마력의 흐름이 보이는데 이는 상대방의 공격 경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다가 열매를 통해 유일하게 건진 능력이었다.
유다는 옆으로 움직였고 핏빛 꼬챙이들은 유다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음?"
이상함을 느낀 아리아나는 다시 한번 수십 개의 꼬챙이를 날렸다.
꼬챙이 하나하나가 전부 각도가 달랐지만, 유다는 정확하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만 피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유다가 피하는 동안 제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제나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흑색 창이 아리아나의 복부를 관통했다.
"쿨럭…. 유다 벨라레….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놈이구나…."
복부를 관통당한 채로 웃고 있는 아리아나는 기이해 보였다.
유다의 옆에는 제나가 달라붙어 아리아나한테 말했다.
"생각보다 강대한 적일 줄 알았는데 시시하네."
마치 예전의 자신이 왜 당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제나의 말에 아리아나는 씨익 웃으면서 자신의 몸에 꽂힌 창을 쑤욱 빼냈다.
"무슨 짓이야!? 과다 출혈로…."
제나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창을 빼내고도 흘러내리지 않는 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설마 몸 자체를 언데드화 시킨 거야?"
"마음대로 생각하려무나."
아리아나의 손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제나가 위험한데…. 그렇지만 아리아나를 죽여야만 해.'
유다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신의 무장을 점검하고 품 안에서 흑색 권총을 꺼냈다.
'집결탄으로'
탕!
유다의 총구에서 불을 뿜고 뭉뚝한 총알이 아리아나에게 정확히 날아갔다.
뚝.
하지만 총알은 잘 날아가다가 어느 순간에 뚝 하고 멈췄다.
유다는 저런 현상을 알고 있었다. 저것은 절대 영역이라고 일정 경지를 뛰어넘으면 개나 소나 다 쓸 수 있는 기술이었다.
당장 아자젤만 해도 유다의 총알을 가볍게 막을 수 있었다.
아리아나를 타격할 수 있은 방법이 전무했다.
'그러면 결국 제나나 서포팅해야겠어.'
제나의 흑기사들과 아리아나가 소환한 블러드골렘이 맞붙는다.
유다는 블러드 골렘을 타격하고 아리아나의 시선을 잠깐 분산시키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아무리 공격을 가해도 피하는 유다를 보고 짜증 났을까?
아리아나의 목소리 톤이 약간 올라갔다.
"흥미는 있었지만 히는 짓이 꼭 쥐새끼 같구나."
아리아나의 말에 유다는 대꾸하지 않고 착실히 제나를 서포팅해주었다.
"거슬리는구나…. 아주 완벽히 거슬려…."
우두득….
아리아나의 팔 한쪽이 검은색 날개로 바뀌었다.
그리고 검은 날개에서 파란 불꽃이 튀더니.
파지직!
허공에서 마력으로 수 싸움을 하고 있던 제나에게 쏟아져 내렸다.
"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제나.
"아이야. 내가 사령술을 가장 잘 쓴다 해도 내가 다른 마법을 못 쓸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단다."
번쩍!
하늘에서는 무수한 낙뢰가 내리쳤다.
연속된 번갯줄기가 테낙스 성을 관통했다.
우드득….
그리고 새까만 털을 가진 까마귀가 나타났다. 바로 까마귀로 변한 아리아나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