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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흑막이라고요-25화 (25/79)

〈 25화 〉 수상한 그대(2)

* * *

유다와 레이시가 식당에 가는 도중에 황녀를 마주칠 수 있었다.

클레아 황녀는 유다의 공손한 인사에도 반응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유다는 클레아 황녀가 너무 정신이 없어 진흙을 밟을 수도 있다 생각했기에.

황녀를 보고 강하게 말했다.

"황녀님 그 앞은 진창입니다."

조심하라는 말과 정신 차리라는 말이 담겨있었다.

'황녀님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네.'

유다의 말에도 황녀는 영혼이 없는 것처럼 멍하게 있었다.

"레이시 그냥 가자."

귀족의 예의는 황녀가 먼저 무시했으니까 상관없겠지.

레이시와 유다는 식사를 하는 도중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양치기 소년이랑 이리 파수꾼이랑 내용이 비슷하네?"

레이시의 궁금증 넘치는 말은 유다를 편안하게 했다.

"그럼. 그래서 제국 농담 중에 이리 떼를 조심하라는 말도 있어. 장난 겸 위험하다는 충고인 거지."

"확실히 재미있는 드립이 많네."

그렇게 식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물론 그 장면을 제나는 이를 갈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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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유다아아아아! 유다아아아아!'

자신의 방안에서 난리 치고 있는 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는 내방에 어떻게 들어온 거야.'

"쫓아낼까요? 주인님?"

옆에서 무시무시한 캐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유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나나 캐시는 자신의 가족 같은 자들이었다.

'가족만큼이나 소중한 이들이지.'

유다는 그렇게 생각하며 난리 치고 있는 제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유다의 포옹이 시작되자 곧바로 풀어지는 제나였다.

"흐음…. 좋아…."

제나는 유다의 품 안쪽에 파고들며 냄새를 킁킁거리면서 맡기 시작했다.

"앗! 이게 아닌데?"

그렇게 몇 분 동안 있자. 제나는 화들짝 놀란 듯 유다를 밀쳐냈다.

"왜 그래 제나?"

"하마터면 당할 뻔했어. 유다 나한테 접근하지마."

그렇게 붉어진 얼굴로 유다를 보며 유다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는 제나였다. 그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유다! 나랑 데이트 가자!"

"좋아."

"엥…. 엣…. 힝?"

유다가 망설임 없이 수락하자 제나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가자 데이트."

"이렇게 쉽게…?"

유다의 입장에서는 나가는 김에 업무를 몇 가지 처리하려는 생각이었지만 제나는 그마저도 기쁜지 방방 뛰었다.

'뭐…. 오늘은 굳이 레이시 감시 따위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유다. 이것봐 이것봐! 여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야!"

제나와의 데이트는 썩 즐거웠다. 하지만 제나의 사랑은 받아줄 수 없었다. 제나가 말하기를 사랑이란 그 존재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짐을 말한다.

하지만 자신은 제나를 소유하기보다는 아껴주고 싶었다. 그러므로 자신은 제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제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제나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줄 수 없었다.

유다는 제나에게 죄책감이 들어 좋은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었다. 물론 제나도 테낙스가이기 때문에 무슨 의미가 있지 싶겠냐마는 그래도 선물이라는게 상당한 죄책감을 지워 줄 수 있었다.

데이트가 끝나고 유다는 남은 업무를 처리하러 빈민가로 떠났다.

정확히는 자신이 거둔 빈민가의 아이가 헤이스트 상단의 잡심부름꾼에서 회계의 자질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역시 기회가 주면 올라가는 사람들은 많구나."

유다는 버려진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런 이들일 경우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다.

유다는 빈민가의 사는 자신의 거둔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거처를 옮길 거니?"

"하지만…. 제 동생은….“

"물론 가족들도 같이 올 수 있단다."

"그러면 당연히 갈게요!'

본래는 저런 사람의 의사를 확인하는 일 따위 유다가 할 필요 없었지만, 유다가 강력히 자신이 하기를 희망했다. 이유는 자신이 뿌린 씨앗이 얼마나 커가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미묘하군.'

전생에 자신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이라는 감상과 자신이 이제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는 미묘한 감상이 뒤틀린다.

유다는 형형색색한 노을을 바라본다. 옆에서 캐시가 대마법사가 만든 쓸데없는 마법의 효과로 가끔씩 수도에서 이런 노을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유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름답지만….'

마음이 울적했다.

그리고 그런 유다의 옆에 황녀가 나타났다.

"유다 벨라레 변경백님?"

황녀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황녀님 안녕하십니까?"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유다는 순순히 답했다.

"여러 가지의 일을 처리하고 노을이 예쁘길래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하지만 곧 통금시간이에요. 빨리 가야 할 거예요."

"그나저나 황녀님은 이곳에 무슨 볼일이십니까?"

황녀와 유다가 있는 장소는 빈민가 쪽. 결코, 치안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무슨 일일까?

"저도 일이 있어서요. 호호."

어물쩡. 넘어가는 황녀에게 다시 물을 정도로 유다는 뻔뻔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 주제는 쉽게 넘어갔다.

"그나저나 황녀님. 이리 떼를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이자. 충고. 빈민가니까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고마워요. 충고해줘서.”

그렇게 황녀와 유다는 아카데미 기숙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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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야? 이반?"

"그렇습니다. 이번에 황궁에 토벌당한 판데믹이 있던 위치입니다."

클레아 황녀는 직접 뛰기로 했다. 아니 사실 자신의 정보를 모아주는 세력이 실종돼서 이반과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그렇기에 이번에 휴교를 바탕으로 증거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판데믹 클랜은 아카데미의 습격자로 찍혀 황궁의 손에 토벌당했다.

'하지만 이상한게 많아.'

아카데미를 습격할 힘을 가졌지만, 너무 쉽게 황궁의 손에 당해버렸다. 물론 제국 7성…. 아니 지금은 6성이지. 6성 중 2명의 힘을 받아 토벌했다 치더라도 판데믹 클랜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그래서 혹시나 남은 증거를 찾기 위해 황녀가 직접 활동하기로 하였다.

클레아와 이반이 이제는 잿더미가 된 판데믹 클랜 뒤적거리고 있을 무렵

"황녀님!"

이반이 재빠르게 클레아의 입을 막고 무너지지 않은 큰 기둥 뒤로 기척을 감추었다. 이반은 전 황실 정보국 요원 출신으로서 클레아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재빠르게 기둥 뒤에 숨자 어디선가 나타난 남성 둘이 묵직한 검은색 상자를 들고 나왔다.

"이제 라스틴 클랜이 우리 블러드투스 클랜의 대행자가 될 거다."

남자는 그런 말을 하며 검은색 상자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헤헤. 혹시 판데믹 클랜처럼 버리는 건 아니겠죠?"

"버리다니. 무슨 말인가. 우리는 절대 클랜에 속한 자를 버리지 않아 예전 판데믹 클랜의 일원들은 블러드투스 클랜에 일원이 되어있지."

"헤헤. 안심입니다요."

"라스틴 클랜을 중심 클랜으로 만들어주는 대가는 약속대로 지켜야 할 거다."

"네 당연하죠."

그렇게 대화가 끝났다. 두 명의 남자는 서로 다른 길로 향했다. 말하는 도중 계속 공손했던 남자는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헙."

황녀와 이반은 충격적인 진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블러드투스 클랜의 대외적인 정보를 알아와 줘. 이반."

"알겠습니다. 황녀님."

블러드투스 클랜과 판데믹 클랜이 동시에 언급되어 있으니….

'내 감이 맞다면…. 범인은 아마도 황실.'

하지만 설령 범인이 제국의 주인인 황제 그 자체라고 해도 자신은 꺾이지 않고 향할 것이다.

하늘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수도의 노을은 예전에 대마법사가 만든 마법진으로 인해 가끔씩 몽환적인 색을 내뿜기도 하였다.

"아. 어느새 시간이."

황녀는 예전에도 많이 보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황녀는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아카데미 통금시간을 떠올렸다. 비록 아카데미가 1주일간 휴교를 한다고 해도 통금시간은 변하는게 없었다.

아무리 황녀라도 황제가 새운 누구에게나 공평한 아카데미는 예외가 없었다.

황녀가 빨리 발걸음을 옮기려는 도중. 담벼락 위에 올라서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유다를 발견했다.

우수의 찬 눈빛으로 노을을 바라보는 그는,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평소에도 수상하게 생겼어도 잘생기기는 했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으니 확 유혹해봐?

자신의 짝으로 벨라레 정도면 다시 힘의 파워를 역전할 수 있었다.

"유다 벨라레 변경백님?"

"아. 황녀님 안녕하십니까?"

유다는 황녀가 말을 걸자 정신이 들었는지 황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여러 가지의 일을 처리하고 노을이 예쁘길래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하지만 곧 통금시간이에요. 빨리 가야 할 거예요."

"그나저나 황녀님은 이곳에 무슨 볼일이십니까?"

황녀와 유다가 있는 장소는 빈민가 쪽. 결코, 치안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황녀 자신이 이번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직접 조사하러 왔다는 이야기는 비밀인 데다가 자존심이 상해할 수 없었다.

그냥 유다처럼 일이 있었다고 어물쩍 넘어갔다.

"저도 일이 있어서요. 호호."

누가 봐도 어색했지만, 딱히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황녀님. 이리 떼를 조심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이리때…. 이리떼라..'

이리떼를 조심하라는 것은 세인첼리 지방의 농담 겸 충고로 쓰이는 말이었다.

'내가 그렇게 걱정되어 보였나?'

하긴 여기는 빈민가 구역이니 걱정해주어도 이상하지 않지. 역시 수상해 보여도 생각보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고마워요. 충고해줘서."

그리고 나를 위해 걱정해주는 것을 보면…?

혹시…?

‘좋아 유다 너는 내 남편 후보로 올려줄게.’

떡줄 생각도 없는 유다였지만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는 클레아였다.

그렇게 황녀와 유다는 아카데미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황녀가 블러드투스의 이명이 붉은이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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