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가 흑막이라고요-24화 (24/79)

〈 24화 〉 수상한 그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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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지시한 임무를 끝내니 역시 클랜이 엄청난 이득을 보았군요."

"역시 제가 믿고 따르는 분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다시 정석적으로 힘을 키우는 겁니까?"

"그분의 명령이 있기까지 잠시 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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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오스틴 바타치스.

아카데미는 난리가 났다. 아카데미의 학장이 직접 밝힌 진실로는 오스틴이 아카데미의 침입에 협조했다는 결론이었다.

그 사실을 안 학장은 오스틴과 격돌 그리고 도망가는 오스틴을 잡으려고 했지만 침입해온 엘프들과 충돌. 그렇기에 아카데미를 신경 쓰지 못했다.

오히려 그 사실이 밝혀지자 아카데미 학장의 명예가 높아졌고 학장의 뛰어난 실력에 많은 사람이 찬사를 보냈다.

"제국 최강이라 불리는 검성을 막아내고도 엘프들을 막아내다니!“

하지만….

"진짜 그 말을 믿니?"

황녀 클레아 프론티아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황녀는 황궁에 항의하고 황제에게 직접 간청했지만, 사건은 그렇게 흐지부지하게 넘어가고 말았다.

황녀의 파벌인 대신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아카데미의 근위대를 파견하는 것을 지연시킨 죄로 좌천당했다. 사실 그들이 황녀의 파벌로써 오스틴과의 친분이 있었기에 그렇게 좌천당한 것도 합당한 일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게다가 황녀의 정보 수집을 담당하던 자들은 이번 아카데미 사건을 계기로 대다수가 실종되었다. 남은 이들은 소수의 인원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클레아. 자신은 진짜로 오스틴 경이 배신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황궁에 이의를 제기할 시간은 끝나갔다.

자신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한통속인 느낌에 속이 쓰렸다.

자신을 지지하던 바타치스 가문도 요즘 기세가 좋지 않았고 이번에 오스틴 경의 사건까지 터졌으니 자신의 세력의 절반이 날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보 클랜세력도 잃어버렸으니….'

자신의 눈과 귀는 막힌 셈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자신은 언젠가. 제국의 통치자가 되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나는 할 수 있어."

결국, 황녀는 자신의 맨땅에 헤딩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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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경은 배신자가 아니야."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배신한 동기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게다가 오스틴 경은 팔이 날아갔다. 하지만 학장은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오스틴 경의 팔이라는 진실은.'

바로 황녀가 뛰어난 혈마법의 대가한테 의뢰한 사실이었다.

물론 오스틴 경의 팔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황녀가 증거를 얻기 위해서 창문이 깨지면서 팔이 날아온 교실에 찾아갔을 때는 누군가 가져간 듯싶었지만 결국, 교실에 있는 핏자국에 피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 팔의 주인이 오스틴 경임을 알 수 있었다.

'오스틴 경의 팔을 날려버리고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지 않은 학장이라….'

학장이 수상했다.

학장과 자신의 세력을 깎아 먹은 미지의 누군가와 관련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학장이 협박당해서 그런 일을 했든 아니면 원래 누군가에게 협력했던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학장이 진짜 배신자라는 소리지.'

게다가 황실에 내는 그녀의 의견이 묵살되는 것을 보면 황실 고위 관리 중 최소한 한 명은 관여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최소 검성을 억제할 무력이 필요해.'

그런 힘을 가진 것은 아마 단체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있던가요?"

학장을 포섭하고 고위관리를 포섭하고 검성을 억제할 힘을 가졌으며 그 와중에 황녀의 정보세력을 깎을 수 있는 단체.

아무리 봐도 한 곳밖에 없었다.

"황실?"

제국이라면 그럴 힘이 있기는 했다.

"하하…. 너무…. 비약이겠지요…?"

그런 짓을 할 단체가 과연 황실 말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황녀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사실 황실이 범인이라는 소리보다는 검성이 배신자라는 소리가 더욱 타당하기 때문에 황녀의 의문만 더욱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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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큰 사고 있고 난 후로 아카데미는 1주일 동안 잠시 쉬게 되었다. 덕분에 등교한지 2일이 지난 학생들은 붕 뜨게 되었다.

물론 아카데미의 건물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레이시, 그래서 책을 보는 건 즐거워?“

유다가 책장에 비스듬히 걸쳐 앉으며 책상에서 책을 읽고 있던 레이시를 바라보았다.

레이시는 자신의 목에 걸린 부드럽지만, 심리적으로 구속된 초커의 감각을 느끼며 말했다.

"이건 일일퀘스트 때문에 읽는 거야."

"그런 것 치고는 꽤 즐거워 보이던데?"

레이시가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일일퀘스트였지만 나중에는 유다의 말처럼 책의 뒷부분이 궁금해져서 계속 읽게 되었다.

"재미있긴 하네."

하지만 뒷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에 히로인이 없었고 주인공이 마왕을 처치하러 가는 내용만 있었는데.

하필 주인공과 마왕이 같이 동반자살해서 PTSD가 올 것 같았다.

"으으…. 철혈의 검신같은 쓰레기 소설…."

유다가 흥미롭다는 듯이 레이시를 관찰했다. 그런 유다의 손에는 언제 있던 건지 모를 종이와 펜이 들려있었다.

"재미없나?"

"유다 너 같으면 재미있겠냐. 주인공과 마왕이 동반 자살했는데?"

"그 정도면 행복한 결말이 아닌가?"

유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뱉었다.

"미쳤냐? 이게 왜 행복한 결말인데?"

"그야 세상에 자신을 의미 있게 새겼으니까?"

"씨발. 너는 진짜 말이 안 통한다."

”나는 그저 솔직한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유다의 안색이 변하자 레이시는 약간 겁을 먹은 듯 목소리를 떨었다.

"그…. 그러면 너도 여기 오기 전에 원작 내용 알 거 아니야. 히로인 분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데."

"히로인 분양?"

레이시는 그 내용을 유다에게 설명해줘야 했다.

"그러니까 보통 소설에는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있는데 그 남성향 소설의 여주인공을 히로인이라고 부르거든? 근데 아무리 주인공이 죽었다고 해도 애꿎은 딴 놈한테 가냐고."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

"뭐?"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예전 사람과의 관계를 잊는데 도움이 되지. 그렇다면 너의 뜻은 여주인공이 죽은 남주인공을 그리워하며 영원히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은 건가?"

"아니….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레이시의 말문이 콱하고 막혔다.

"하아…. 모르겠다. 너 전생에 뭐 하던 놈이었냐? 나는 그냥 백수로써 웹소만 보고 다니던 사람인데."

레이시의 말에 유다의 웃는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완전히 감겨 있던 눈을 아주 살짝 뜨면서 말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

유다의 가늘게 뜬 눈에서 붉은 기운에 위축된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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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미안했어. 내가 과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어…. 어…. 나는 별로 신경 안 써."

레이시는 유다의 사과를 받아드렸고 유다는 박수를 두 번 치며 캐시를 불렀다.

"캐시."

"부르셨습니까?"

"옴마야!"

갑자기 나타난 캐시에 놀라는 레이시였다. 그리고 농담조로 말했다.

"어째 너한테는 평범한게 하나도 없냐. 최강의 메이드라도 되냐?"

하지만 레이시는 몰랐다. 캐시가 진짜 최강의 메이드일줄은.

"캐시. 이 근처에 좋은 식당이 있으면 안내해줘 가격은 상관 쓰지 않아도 좋아. 그리고 레이시? 이건 내 사죄의 표시야."

"미안하면…. 이 목걸이 좀 풀어주던가."

레이시의 목에 걸려있는 초커는 아티펙트로 다양한 기능이 첨부되어있었다. 하지만 레이시의 의지로는 벗을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돼 너는 통제해야 할 변수거든."

"쳇."

"여기입니다. 유다님."

하지만 캐시가 안내한 곳으로 가자 그 길은 진흙탕 범벅이 되어있었다.

"갈 수는 있지만 진흙을 묻히겠지. 캐시 다른 곳으로 안내해줘."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최대한 빨리 다른 곳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봄인데 저런 진흙탕이 생기다니 신기히네."

유다와 레이시는 그렇게 캐시의 안내를 받으며 다른 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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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는 목적지 없이 마구잡이로 걷고 있었다.

클레아 황녀는 이번 아카데미 사태로 인해 몰락했다.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이 1황자에게 비교되지도 못할뿐더러 이제는 거의 2황자와 동급 수준에 위치했다.

아마 그녀가 제국의 통치자가 될 확률은 이제 매우 낮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 시집이라도 가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몰락시킨 세력을 특정한다면 황실이 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황실이 범인이라는 생각을 도출한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황녀는 그렇게 물 흐르듯 길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길을 걷는 유다 벨라레를 만나게 되었다.

유다가 황녀에게 건네는 단 한마디의 말.

"황녀님 그 앞은 진창입니다."

마치 황녀가 하려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충고하는 듯 말하지만, 실체는 황녀의 불안한 마음을 질책하는 말이었다.

황녀는 그 말을 듣고 잠시동안 멈춰 섰다. 황녀에게는 황실이 범인이라는 확실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클레아는 유다가 떠나고 난 후에야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그 말이 황녀에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확신을 주었다.

"설령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아무리 강한 적이 내 앞을 막아서더라도 나는 꺾이지 않을 거야."

'유다 벨라레 역시 대단해.'

아마 유다는 진상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다음 목표는 유다를 통한 정보 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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