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아카데미 공매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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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는 성인이 되기 전에 귀족들이 의무적으로 가는 장소이자 기회의 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카데미가 신학기가 시작된지 2일 만에 개판이 나기 시작했다.
유다의 반에 창문을 깨고 날아온 오스틴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팔 한쪽에 아이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날아온 팔 한쪽이 오스틴 경의 것이든 아니든, 아이들에게 끔찍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지금 당장은 아카데미가 무너져서 안 돼.'
비록 유다가 많은 나비효과를 일으켰고 아카데미 투자 건에서 손을 뗐다 할지언정 바로 무너지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유다가 나서서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했다. 그래서 상황을 지켜보고 자신의 사람들만 챙기려던 유다가 먼저 나섰다.
유다는 자신의 품에서 마법 스크롤 한 장을 꺼냈다. 전투 때에 아무 쓸모도 없는 연설용 마법이 적혀있었다. 효과는 자신에게 관심이 모이도록 주변의 분위기를 바꾸는 마법이었다.
"모두 집중."
유다의 낮은 목소리가 주변의 대기를 통해 반 아이들의 귀로 들어갔다. 유다의 말이 통했을까 어수선한 분위기의 반은 곧바로 소음이 멈추고 청자의 상태로 돌아갔다.
"지금은 위기상황이야 모두 침착하고 내 말을 잘 들어주면 좋을 거야."
유다는 자신의 능력인 [위압감]을 들어냈다. 능력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쌓였다. 그리고 유다의 위압감은 자신보다 훨씬 강한 강자를 많이 굴복시켰기에 막대한 경험치가 쌓여 원래의 [위압감]의 범주를 초월한지 오래였다.
유다의 능력이 발동되자 아이들은 숨이 가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안드레아나 레이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시 유다 벨라레. 강하다. 저 남자의 강함에 닿고 싶어.‘
'크윽. 환생자 녀석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저렇게 강해진 거야.'
그 상태에서 유다는 똑바로 말했다.
"모두 진정하고 줄 맞춰서 대피소로 조심히 가라는 말이야."
유다는 할 말을 끝내자 자신의 능력을 취소시켰다.
"허억…. 허억…."
주변에서는 부족한 숨을 채우는지 지친 숨소리가 들렸다.
유다의 말대로 뻐팅기던 황녀도 꼬리를 내렸는지 얌전히 안드레아가 아는 대피소로 대피하기로 했다.
교관은 어디 있냐고?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쓸모없구나..'
유다도 교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탁탁.
멀리서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흉흉한 살기. 그리고 처음 보는 옷차림.'
뛰어오는 그는 침입자임이 틀림없었다. 유다는 자신의 모노클을 사용했다.
남자의 수축되고 실핏줄이 보이는 동공 입가에서 약간 흐르는 침을 통해 그 남자가 마약 종류에 손을 대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침입자가 마약을 했다라….'
침입을 지시한 자는 악취미임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남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봤을 때 필시 유다가 최근 빈민가를 털어 얻은 마약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빈민가도 관련이 있다는 건가?'
하지만 유다의 상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약에 절은 침입자가 검을 비효율적으로 휘두르며 아이들을 향해 뛰어왔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남자의 검은 비효율적이지만 마력이 담겨있었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는 상대가 될 수 없다. 게다가 그런 약쟁이들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곤란하게 되었군.'
유다의 모노클은 짧은 분석을 통한 저들이 사용한 마약의 종류를 표시했다.
"엑스틴이라니…."
엑스틴이라는 마약은 신체 능력과 마력 적응력을 극대화 시키고 압도적인 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세뇌 효과도 가지고 있기에 꽤 무서운 약물이었다. 대신 시야각이 좁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아냐고?
'예전에 고문할 때 사용했으니까.'
유다는 자신의 품 안에서 3개밖에 없는 환영 주문서를 찢었다.
안드레아가 정면에서 그들과 맞서 싸우며 고생하고 있지만, 유다는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그들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유다는 슬쩍 소매에 들어있는 단검을 꺼냈다. 물론 몸에 아티펙트를 돈으로 처바르는 입장인 유다에게는 당연히 단검도 아티펙트였다.
단검에 부여된 효과는 가속, 가속, 가속이다. 원래는 도망갈 때 사용하고자 했는데.
'지금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
환영 주문서에 캐시가 특별히 만든 공간 부조화 주문서도 찢었다.
예전에 유다가 공간 부조화 주문서에 대해 캐시에게 물어보았는데, 캐시가 사람들이 자신이 있는 공간을 인식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해주었다.
그게 은신이나 환영 아니야? 라고 물었을 때 유다는 처음으로 캐시의 화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캐시는 공간 부조화는 환영이나 은신의 궤를 달리하는 상위마법이라 말했다.
'환영과 은신과 다르다는 뜻은 중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이정도까지 했으면 가뜩이나 시야가 좁아진 녀석들은 유다의 움직임조차 읽지 못할 것이다.
유다는 단검의 가속을 사용했다. 몸에 부담이 가는 느낌이었다.
'간다.‘
학생들은 겨우겨우 약쟁이들의 검을 버텨내고 있었지만 언제 뚫릴지 몰랐다. 하지만
유다의 단검이 그들 중 한 명의 목을 찔렀다.
한 명의 목이 반쯤 달아났다.
'아차 경동맥만 끊고 싶었는데.'
너무나도 빠르고 단검의 절삭력이 좋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은 그런가 상관 쓸 일이 아니긴 한데. 아쉽네.'
확실히 자신은 무기에 재능이 없었다. 그나마 기초적인 것은 땐 게 다행이랄까?
유다의 단검이 또 재빠르게 움직여서 또 한 명의 목을 달아나게 했다. 유다도 가속으로 인한 신체의 혹사가 크나큰 대가로 다가왔지만, 곧바로 유다의 목에 걸려있은 목걸이와 반지 하나가 유다의 몸을 안정화시켰다.
'역시 돈이 최고긴 하네.'
남들은 하나 쓰기도 힘든 아티펙트를 처바르니까 나온 결과였다.
'게다가 고대인의 유물인 장갑과 모노클까지.'
유다가 상념을 이어갈 동안 유다는 기계적으로 남은 약쟁이 다섯의 목도 베었다.
모든 적을 처리하고 나서야 유다는 자신의 단검에 가속을 취소했다.
유다는 심장이 터질 듯이 아파왔다. 만약 가속을 푸는데 시간을 몇 초 정도 더 낭비했다면 쓰러졌음이 틀림없었다.
'윽. 심장 아프네.'
속으로는 엄청 아팠지만, 귀족은 항상 웃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유다의 표정 변화는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유다의 무력에 놀라 모두가 합죽이가 된 상태에서 유다가 말했다.
"이제 다시 대피소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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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는 아카데미의 문제가 터지자마자 어제 우연히 보았던 대피소로 가는 지도를 떠올렸다.
그래서 자신의 반 친구들을 대피소로 안내하려고 했지만 반 친구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자신의 통제를 잘 듣지 않았다.
하지만 유다 벨라레가 말하자 상황은 바뀌었다. 유다가 자신이 통제하고 있던 힘을 풀자 아이들은 곧바로 순한 양처럼 통제를 아주 손쉽게 받아드렸다.
물론 순한 양이 된 것은 안드레아도 마찬가지였다. 그 압도적인 힘. 그 힘만 해도 안드레아는 상대도 안 될 정도였지만….
안드레아는 알고 있었다. 숱한 강자들에게 무술을 청한 안드레아의 입장에서는 아직 유다가 숨기고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드레아는 질투심이 들었지만, 그것은 곧바로 사라졌다.
이것은 전율이었고 경외였다. 자신의 나이대에서 숱하게 천재라 불리던 자신을 가볍게 뛰어넘는 인재가 있다니. 이것은 신의 기적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유다가 모든 실력을 꽁꽁 감추고 있는 상태에서도 자신이 고전하던 침입자들을 상대로 아주 손쉽게 목을 날렸음이 틀림없었다
유다는 항상 여유로웠다. 그것은 어떤 것도 자신을 해할 수 없다는 강자의 여유였다.
안드레아는 그런 유다를 동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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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와 아이들은 아카데미의 안쪽에 위치한 대피소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 난 뒤에 보니 그곳에는 도움이 쥐뿔만큼도 되지 않은 교관들이 있더라.
어떤 학생이 참다못해 교관에게 다른 학생들을 구하러 가야 하지 않냐고 묻자. 그 교관은 아직 적 파악이 안 되었다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그리고 제국이 오랫동안 평화를 맞이했다고 하지만 교관들의 싸우기 싫어하는 태도는 정말로 최악이었다.
물론 모든 교관이 그런 것은 아니다. 용감하게 나선 교관도 있었지만….
"판데믹을 위하여!"
적의 자폭공격에 휘말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좀만 버텨라! 조금만 버티면 황실의 근위대가 온다!"
앞장서서 교관들을 지휘하는 아카데미의 학장이자 청마탑주.
그의 활약은 엄청나게 대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정황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전투하고 있는 교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젠장. 황실 놈들. 도대체 뭘 하는 거냐. 빨리 지원이나 보내지!"
지금쯤이면 근위대가 도착해야만 했건만. 근위대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교관들 사이의 분위기는 절망적이 되어갔지만….
"지원병력이 도착했습니다!"
"모두 걱정하지 말게나! 이 알베르트 피아스트가 왔으니!"
참고로 그는 시크릿 클랜의 특무부서장이었다.
아카데미를 습격하는 사람. 아카데미를 방어하는 사람. 아카데미를 지원하는 사람. 모두가 시크릿 클랜의 판 위에서 춤추고 있으니. 아무도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아카데미 습격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알베르트의 숙적들은 아카데미의 지원을 늦췄다는 빌미로 숙청당하고 아카데미의 학장은 검성제거와 동시에 다른 마탑의 신임을 얻고 마지막으로 벨라레 가문의 적대세력은 잘못된 투자로 큰 피해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