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주인공과 빙의자와 흑막(4)
* * *
유다는 아침에 등교한 후 매우 바빴다.
"캐시. 협상은?"
유다의 빙의자를 가려내기 위한 계획은 우선 아카데미 학장 측의 허가가 필요했다.
물론 아카데미 학장이 시크릿 클랜의 소속이지만 유다는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캐시에게 한 번 더 물어보았다.
"협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잘 챙겨준다는 말에 바로 수락하던데요?"
"그런가. 잘 (뇌물을) 챙겨주도록."
"알겠습니다. (실적을)"
어찌 되었든 협상은 잘 끝났다.
유다가 업무처리 동안 바쁠 무렵에 안드레아가 유다의 옆자리에 앉았다.
"안녕유다벨라레나는안드레아달카스야혹시친구하지않을래?"
안드레아의 말은 마치 준비해두었던 대본을 읽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런 안드레아의 말에 유다는 별 고민 없이 수락했다.
"좋아."
안드레아가 왜 자신에게 가깝게 다가오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일은 좋은 일일 거다.
유다가 안드레아의 친구가 되자는 말을 수락하고 아무런 이야기도 오고 가지 않아 애가 탔던 안드레아는 유다에게 말했다.
"크흠. 혹시 제가 존댓말을 안 써서 불편하신가요? 벨라레 변경백님?"
"아니야.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을 안 했던 것뿐이야. 괜한 존대보다 나도 이편이 편해."
"그래? 다행이다."
역시 주인공인가 붙임성은 좋군. 약간 너무 좋아서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지.
안드레아와 일상적인 잡담을 하니 금방 수업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락부락한 험상궂은 교관이 들어왔다.
유다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제국 북부지역 핌불하임요새에서 근무한 친황파중 한 명이었다.
'쯧. 어린 귀족들에게 최대한 황실을 우호적으로 만들려고 난리가 났군.'
유다는 몇 년 전부터 아카데미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년부터는 지원을 뚝 끊었다. 왜냐고?
이미 재미는 볼 때로 다 보았으니까. 원래 아카데미물의 특성상. 주인공이 입학할 때 아카데미의 주가는 최정상을 달리는 법이다. 하지만 항상 누군가의 침입을 허용해서 아카데미의 평판이 떨어지는 것은 클리셰다.
'그러니까 공매도다.'
*공매도: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식은 가치가 올라가면서 돈을 벌지만, 공매도는 떨어진 차익만큼 돈을 번다. (실제 공매도는 이것보다 복잡해요.)
어쨌든 교관이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기소개였다.
"반갑다. 제군들 내 이름은 한덴이다. 부디 제군들이 교육을 무사히 이수 받아 제국의 방패로 거듭났으면 좋겠군."
'한덴이란 이름이라..'
유다는 고민에 빠졌다. 벨라레 가문은 친황파. 유다의 행보에 따라 황궁에 보내는 메시지가 달라질 것이다.
'책에서는 황녀가 황제가 되는 일이 발생하지.'
사실 무능한 황자 보다는 유능한 황녀가 되는 일이 올바른 일일 것이다.
마침 유다의 A반에 황녀가 앉아있었다.
일단은 친황파인 벨라레. 황녀를 지원하면서 중립을 표하는 길을 찾아봐야겠지.
유다가 황녀를 보고 생각에 빠진동안 황녀도 유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가 유다인가.'
유다 벨라레의 가치를 측정한다. 비록 공작가는 아니지만, 곧 공작가와 벨라레 변경백의 가문의 힘이 역전될 것이다.
'역사에도 몇 번 기록된 변경백가문이 공작가가 되는 일이 일어날 거야.'
비록 유다를 보기 전에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저 위험한 유다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황녀는 벨라레 가문이 곧 공작가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
'자 과연 너는 누구의 편이니.'
황녀인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내칠 뿐이다. 하지만 황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유다 벨라레를 삼킬 생각이었지만 그는 삼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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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덴의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어차피 한덴의 말 중 90%는 황실에 충성심을 고양시키기 위한 말일 테니까.
그런 루즈한 분위기를 한덴이 눈치챈 건가. 한덴이 강하게 교탁을 내리치며 말했다.
"지금부터 서로 간의 실력을 한번 봐야겠지? 모두 체육관으로 따라오도록!"
'오. 이건 재미있겠네.'
물론 유다가 싸울 필요는 없다. 유다는 귀족들의 자제중 제대로 무술을 익힌 이를 쓰러트릴 수 없을 것이다.
'뭐. 무기의 힘을 빌린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건 비장의 수이다. 결코, 여기에서 보여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유다는 누가 나오든 항복할 생각 만반이었다.
"자. 그럼 서로 간의 실력을 보기 위해 대련을 해보겠다. 서로 간의 공정한 대련을 위해 내가 제비뽑기를 준비해두었으니 뽑고 가도록!"
유다는 한덴교관이 준비해둔 통에서 쪽지를 뽑았다.
"어이쿠 1번이네."
이러면 아이들한테 미안해지는데 말이야.
처음으로 대련하기로 한 상대가 바로 항복을 외치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은 자명했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유다는 자신의 상대를 알기 전에 자신의 손에 있는 1번이라 적힌 종이를 흔들었다.
"어? 유다? 네가 1번이야?"
'하필 상대가 안드레아라니….'
안드레아의 실력을 보고 싶었지만, 나중으로 밀어야지 되지 않을까 싶다.
안드레아가 유다가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너에게 미치지는 못해도 그래도 한 수 배워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게."
'아 귀찮아라.'
저런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은 만족시켜주기가 힘들었다.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유다에게는 귀찮을 뿐이었다.
안드레아는 임시로 만들어진 대련장에 유다가 아무런 무기도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유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나를 무시한 처지야."
안드레아의 눈이 타오르는 것을 보니 항복으로는 애를 멈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고 어디 보자…. 보호 마법진이…. 잘 작동하고 있군.'
'항복한 뒤에 안드레아의 공격에 몇 번 버티면 교관이 알아서 도움을 주겠지.'
삐익!
대련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울리고 유다는 팔짱을 낀 상태로 안드레아는 착검자세로 대련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련이 시작하자마자 안드레아가 털썩! 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안드레아는 쓰러져서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으윽…."
그런 안드레아의 모습에 교관이 다급하게 신호를 보냈다.
"중지! 중지!"
그렇게 아이들 간의 대결은 흐지부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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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학생 모두는 기숙사를 안내받았다.
유다의 기숙사는 최상급 호텔에 비견될 만큼 좋았다.
물론 제일 좋은 방은 황녀가 차지했겠지만 말이다. 유다를 포함한 최상급 방들이 있는 별관은 다이아몬드관이라고 불렸다.
하나의 5층짜리 별관에 단 15개의 방만 있으니 얼마나 호화로운지를 알려주는 방이었다.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빙의자 찾기를 시작해야지."
핵심은 겨우 구한 스펠워드가 핵심이었다. 스펠 워드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울 때 주문을 생략하는 일회용 마법 도구였다.
바로 자신이 써놓은 글자를 보기만 해도 발동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법사들이 자신만 알 수 있도록 자신만 아는 글자로 적기 마련이지만.
'빙의자와 나의 공통점은 한글을 안다는 뜻이지.‘
그를 이용하여 빙의자를 찾아낸다. 물론 스펠워드가 유다의 기준에서도 매우 매우 비싸고 생각보다 쓸모가 없기에 찾아내려는 집단의 수를 줄인 다음에 찾아내는 게 맞았다.
'우선 이 녀석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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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거름망을 통과한 이들이 한 명도 없으니 섭섭하네."
캐시가 그런 유다의 불평에 말했다.
"애초에 그런 방법을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을 겁니다."
다음은 레이시 나자이드의 차례였다.
딩동댕동~!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미리 준비해두었던 안내방송이 울렸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사일런스 필드의 효과로 아예 들리지조차 않았다.
"레이시 나자이드 학생은 학장실에 방문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합니다……."
레이시 나자이드는 예측했던 대로 손전등을 꺼냈다. 이 손전등의 방식에는 2가지 작동법이 있는데 하나는 마력을 집어넣는 것이고 하나는 찾기 힘든 버튼을 찾아 누르는 것이었다.
레이시는 근데 왜 당연히 마력을 부여하지 않고 버튼을 찾아 눌렀을까?
레이시는 1차 거름망을 통과했다.
고요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긴 복도를 지나가는 일은 사람에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게다가 누가 따라오는 느낌까지 든다면 어떨까?
뚜벅.
뚜벅.
레이시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있을 리가 없지.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은 유다였다. 레이시의 수준에서는 절대로 투명 마법을 감지하지는 못할 터였다.
레이시는 무서웠는지 자꾸만 혼자 중얼중얼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본관이야…. 거기는 좀 밝겠지…."
'드디어 마주한다.'
빨간색으로 쓰여 있는 글자를 레이시는 마주했다.
열린문
열린문이라고 쓰여 있는 글자가 마력 작용을 일으키더냐고 옆에 문을 열어버렸다.
'옳지 찾았구나.'
유다는 빙의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뭐지…?“
레이시가 의문을 가지고 걸음을 하던 도중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빙의자."
"끼요욧!"
'저건 무슨 비명소리람.'
유다는 레이시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 빙의자."
승자는 유다였다. 애초에 들키지 않고 힘을 길러야 하는 빙의자와 빙의자를 찾아내기만 하면 승리하는 유다의 입장에서는 이미 빙의자가 아카데미에 들어온 순간 끝났다고 봐야 했다.
유다는 몸을 떨고 있는 레이시에게 다가갔다.
'아. 눈이 떠졌군.'
유다의 눈은 평소에 실눈 상태였지만(그래도 잘 보임)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되었을 때는 눈이 떠지는 경향이 있었다.
유다의 붉은 눈이 레이시를 빤하게 바라보았다.
덜덜덜덜….
레이시의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저…. 저를 어떻게 하실 새…. 생각…."
"아무것도."
유다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말이야…. 뱀파이어라면 뱀파이어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않겠니?"
유다는 직접 손을 들어 레이시에게 목에 직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초커를 달아주었다. 다른 뱀파이어들이 끼는 개목걸이보다는 더 고급이고 티가 나지 않는 초커였다.
유다는 레이시에게 목줄을 달아주었다.
"끄르륵…."
물론 레이시는 겁에 질려 기절했다.
"이래도. 공포가 2단계 언저리라니…. 역시 이 능력 쓸모없다니까."
그래도 재미있었으니 됐나.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었다. 빙의자라는 변수를 발견하고 통제 속에 넣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마침 환한 달빛이 유다를 밝혀주었다. 유다는 언제나 그랬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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