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해충박멸(1)
* * *
피가 범벅으로 점칠 된 집무실 문에 유다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유다의 눈앞에는 처참히 살해당한 부모님의 시체가 있었다. 특히 복부는 심하게 훼손되었는지 손상된 장기가 보였다.
유다의 뒤를 따라온 아자젤은 끔찍한 광경에 헛구역질했지만, 유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런 것은 예전에 많이 보았기에 괜찮았다.
괜찮아야만 했다.
유다는 문득 자신의 표정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졌다. 귀족의 예법을 교육받은 이후에 유다는 웃는 얼굴을 바꿔본 적이 없었다. 아니 이제는 표정을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유다는 오늘만큼은 자신의 표정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유다는 자신의 손으로 얼굴에서 입꼬리를 만져보았다.
구불구불.
자신의 표정은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은 기묘한 표정이었다.
'슬픈 표정이 아니니까. 나는 슬프지 않은 게 틀림없어.'
'근데 왜 이렇게…. 아프지?'
몸의 상처는 없지만 엄청난 쓰림과 격통이 느껴졌다. 유다는 부모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 웅덩이에 손가락을 콕 하고 찍었다. 피는 아직 굳지 않았다.
기사들이 몇 분간 방심했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아니. 내가 더 빨리 왔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이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따뜻함을 가르쳐준 부모님이었다. 전생보다 수백 배는 행복했다.
'그런데. 내 행복을 왜 빼앗아 간 거야?'
유다는 부모님의 시체를 다시 한번 올려다보았다. 죽기 전에 억울하셨는지 아직 눈을 감지 못했다.
전생에서 같은 조직의 사람들이 죽으면 어떻게 했지?
유다는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선혈이 낭자한 그들은 동료들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들의 쓸데없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다는 부모님의 피를 만지다가 부모님의 눈을 손으로 감겨 주었다. 유다의 손에 묻은 피 때문에 얼굴에도 묻게 된 시체의 얼굴을 유다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핏자국을 닦아주었다.
'여기도 다를 바 없는 위험한 세상이야.'
자신이 얼마나 행복에 취하고 있었는지 드디어 자각할 수 있었다.
유다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자신에게 남은 것들을 지켜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얕보이지 않도록 발톱을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유다는….
.
.
.
며칠이 흘렀다. 저택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유다의 작위 승계는 원래라면 부모님과 총괄 집사 클리프가 도와주어야 할 테지만
모조리 죽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집사들과 사용인들이 잠깐동안의 저택 학살에 휘말려서 인력이 매우 부족했다. 결국 집사 후보였던 데인을 임시총괄 집사로 임명 그리고 황실에 부고 사실을 알린 후 작위 승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유다는 여태까지 영지의 일을 전부 가주 대리로 수행하고 있었기에 유다의 일 처리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최종 확인을 맡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업무의 속도는 조금이나마 빨라졌다.
'쓸모없으신 아버지. 하지만 돌아오셨으면….'
"후작님! 후작님!"
저기 작위를 부르면서 뛰어오는 사용인은 임시로 일을 수행하게 된 기사였다. 알다시피 사용인이 매우 부족하고 기사들이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그들이 임시로 사용인들의 역할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후작님이 주문하셨던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주문했던 물건이라….
'이사벨을 위한 고급 지팡이를 주문했지.'
유다는 곧바로 이사벨을 호출했다.
"오빠…."
이사벨은 예전과는 다르게 활발한 모습에서 주눅 든 모습으로 유다에게 다가왔다.
"이사벨. 네가 원했던 지팡이란다."
유다는 손수 지팡이를 꺼내어 이사벨에게 쥐여주었다. 그런 유다의 모습에 이사벨이 쭈뼛쭈뼛하면서 말했다.
"오빠 나 이런 거 필요 없어. 그냥 예전처럼…."
이사벨의 말에 유다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유다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지 않고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떨리는 여동생의 애처로운 몸짓이 느껴졌다. 능력은 숙달되면 숙달될수록 강해진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은 최근에 대폭적으로 강화되었다. 이러나저러나 부모님의 죽음이 자신에게 큰 사건이었다는 뜻이었다.
유다는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았다.
그럼에도 이사벨의 어깨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사벨 괜찮아?"
"나 지팡이 필요 없으니까…. 예전처럼 돌아와 줘…."
뭐가 문제인 거지….
유다는 자신의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웃고 있었다.
유다는 그런 의문을 계속 자신에게 던지고 이사벨을 전력으로 위로했다.
결국, 이사벨의 울음은 멈췄고 이사벨은 그렁그렁한 눈동자와 손에는 지팡이를 꽉 쥔 채로 나갈 수 있었다.
똑똑똑
"유다님 아자젤입니다."
"들어와 누나."
문을 두드린 사람은 아자젤이었고 아자젤은 유다가 허락하자마자 잽싸게 방문을 열고 문 안으로 들어왔다.
"유다님. 저택을 습격한 조직을 찾았습니다."
"어딘데."
"블러드문이라는 클랜입니다."
'드디어…. 찾았구나.'
"유다님 지금 유다님의 상태는 불안정합니다."
"나? 나는 멀쩡해."
"아닙니다. 그런 말을 하실 거라면 표정부터 풀고 말하시죠."
유다는 아자젤의 말에 자신의 입가를 만져보았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멀쩡한데?"
그런 유다의 말에 아자젤은 작은 손거울을 꺼내 유다의 얼굴을 비춰주었다. 유다의 얼굴은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다님. 유다님은 저의 기둥이자 가문의 기둥입니다. 저희에 버팀목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그래. 알고 있어."
"그러면 좀만 차분해지시는 게 어떨까요."
"나는 충분히 차분하고 이성적이야."
유다는 아자젤이 준 보고서를 미친 듯이 읽고 있었다. 그 보고서 안에는 블러드문 클랜의 행적과 소속되어있는 자들의 인적사항이 적혀있었다.
"망할 뱀파이어 놈들…."
놀랍게도 블러드문 클랜은 뱀파이어라는 이종족이 만든 클랜이었다.
"은혜를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본디 제국에 이종족 차별 금지법이 있지만, 차별은 항상 존재해왔다. 하지만 그런 이종족들에게 우호적이고 적응을 도와주는 상단이 헤이스트 상단이었다.
유다는 그런 이종족들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자젤이 끓는 소리를 내는 유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그들에게 복수는 무리입니다. 블러드문이라는 클랜을 이용한 배후도 아직 모르고 현재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면전을 벌이다가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물론 초대형 암살 클랜이라고 해서 지지는 않겠지만 이라는 말을 굳이 덧붙이지는 않는 아자젤이었다.
"그래…. 지금 당장은 무리겠지…. 헤이스트 상단에 흡혈귀 놈들을 따로 모아 달라고 지시해줘."
그렇기에 유다는 그날을 위해 준비하기로 하였다.
이건 단지 너희에게 주었던 것을 다시 가져가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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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요! 호외!"
어린 소년들이 신문을 마구잡이로 뿌리기 시작했다. 신문은 수도와 발전된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 중 하나였다.
"끄응…. 오늘치 신문 좀 볼까."
빵모자를 쓰고 두꺼운 돋보기를 쓴 노인은 신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에구구…. 세상이 말세다. 말세여. 어떻게 괴물 놈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다니냐."
신문에 실린 내용은 뱀파이어들의 습격에 시민들이 사망했다는 내용과 두려움에 떨고 집을 잃은 고아들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쯧쯧…. 그러게 그 괴물놈들은 받아드려서는 안 됐다니까?"
최근 들어 뱀파이어 범죄가 신문을 통해 엄청나게 실리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들을 추방해라! 추방해라!""
급기야 수도 광장에서 시위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병사들도 뱀파이어가 싫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일단 상부의 지시로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아이고…. 진정하세요. 곧 답이 나올 거에요."
물론 말로만 말고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뱀파이어는 그런 시민들의 무리를 후드를 써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혈액팩의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어요?"
상인은 인공 혈액팩의 가격을 묻는 뱀파이어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헤이스트 상단에서 혈액팩 공장이 마비되었다는데 내가 어떻게 해?"
"저희 사정 좀 봐주세요…."
뱀파이어 한명이 손을 모아 부탁하지만, 상인은 새끼손가락으로 코를 후벼 파면서 무시했다.
"모기 새끼들이 어딜 불쌍한 척이야! 안 살 거면 꺼져!"
상인은 훠이훠이 손을 저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 뱀파이어는 작은 혈액팩 하나를 구매한 후 떠났다.
"이 가격이면…. 전에는 40개를 살 수 있었는데…."
예전에 비해 갑자기 가격이 수십 배나 상승한 혈액팩이었다.
최근 들어 뱀파이어의 이미지가 갑작스럽게 안 좋아졌다. 물론 이종족들의 이미지는 좋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뱀파이어의 이미지만 진흙탕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왜 이러는 거냐…. 헤이스트 상단은 뱀파이어에게 우호적인 상단이 아니었나? 갑자기?"
그들의 의문은 헤이스트의 상단주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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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님. 지하에 모기 78마리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당장 가지."
유다에게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끼이익….
지하의 녹슨 경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택 지하에 증축 공사를 완료한 지하 감옥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모기들이 어디에서 고통을 느낄까 무엇을 하면 공포스러워할까…. 지옥 같은 감정을 느낄까?"
"궁금하지 않아?"
유다의 손에는 고문용 집게가 들려있었다.
"안 그래? 모기 1호?"
강철 의자에 묶인 뱀파이어는 몸부림쳤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네가 모기라서."
유다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