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제가 악덕상인이라고요?(2)
* * *
"하아…. 이걸 어떻게 처리한담…."
유다의 눈앞에 심판자 에스투스 라고 불리는 2m짜리 기체가 있었다.
베아티에서 겨우겨우 적재 창고에 욱여넣어 몰래 가져와서 벨라레 영지 비밀창고에 넣은 심판자 에스투스는 그야말로 무쓸모였다.
왜냐고? 작동할 에너지가 전혀 없으니까. 전생의 지식에 비유하자면 충전기는 저기 위성에 있는데 에스투스가 에너지가 없어서 위성까지 가지를 못한다.
"어휴.. 이 애물단지…."
'역시 그 방법밖에는 없나.'
심판자 에스투스는 고대인이 만는 물건 기체답게 정체를 알 수 없는 합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 합금을 뜯어서 무기나 갑옷으로 만들면 전설의 장비가 탄생 되는 것이었다.
'뭐…. 아쉽기는 한데. 사용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일단 장인들을 불러서 견적부터 재 볼까….'
"오라버니 여기서 뭐해?"
"이사벳!?"
너무 깜짝 놀라 혀가 꼬여 잘못 말한 유다였다.
"바보 오라버니! 어떻게 내 이름을 잘못 말할 수 있어!"
"미안 이사벨, 근데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어?"
"오라버니를 몰래 따라왔지!"
이사벨의 말에 한숨부터 나오는 유다였다.
"여기는 영지 기밀이 있는 장소니까 다음부터는 꼭 허락 맡아야 한다.?"
"알았어!"
이사벨을 혼자 놀라고 놔둔 뒤에야 유다는 경매장에서 샀던 물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응? 이런 것도 샀었나?"
유다가 든 것은 은색의 가면이었다.
"어디 보자…. 설명서에는 인식 저해하고…. 은밀한 기능…. 청결 기능하고."
은색의 가면은 꽤 효과가 좋았다.
"블랙리스트 당할 만했네."
"오라버니! 오라버니!"
유다는 물건을 살펴보다 자신을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불이 깜빡거리는 심판자 에스투스가 있었다.
"이사벨? 도대체 무슨 짓을…."
"몰라…. 나는 그냥 마나만 주입해보았을 뿐인데…."
[ 0.00003% 충전]
"어어?"
유다의 머릿속에서 행복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사벨! 마력 더 주입해봐!"
[ 0.000032% 충전]
"대박."
유다의 예상이 적중했다. 심판자 에스투스는 마력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전설의 무구들 양산 또는 미래의 첨단로봇사용?
'이건 닥후지.'
참고로 심판자 에스투스를 일반모드로 1분 사용 시 5%의 전력이 소모된다..
.
.
.
"으흥흥흥~"
"유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럼~"
"그럼 나랑 결혼할래?"
소꿉친구 제나의 말에 유다는 딱 잘라 말했다.
"그건 아닌데."
"왜? 난 너를 사랑하는데…."
"난 너에게 딱히 그 이상의 감정이 없는데."
"괜찮아. 아빠가 그러는데 상대방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댔어."
'뭐…. 그럴지도 모르지. 제나가 말하는 사랑이란 어렵구나.'
"나랑 결혼하자!"
"안돼. 아직 할 일이 많아서 힘들어."
"그럼 전부 끝나고 하자!"
"글쎄…."
유다는 제나가 말한 사랑이란 감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 사랑이라…. 이제 가족의 사랑은 알겠는데….'
유다는 슬쩍 자신의 소꿉친구인 제나를 훑어보았다.
'모든 일이 평화롭게 마무리된다면야…. 결혼할지도 모르지….'
'뭐. 아직 14살에게는 먼 이야기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최근에는 중2병의 감정이 줄어들었는지 집에 장식된 검을 보고 휘두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긴 했었다.
"유다!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아무래도 제나가 화났나보다 제나의 눈이 비정상적으로 반들거리고 있는 게 증거였다.
"유다! 승낙이야 거절이야!"
제나가 벌떡 일어서고 유다가 거절을 말하면 유다를 기절시킬 기세였지만 유다는 여유로웠다. 유다는 [위압감]을 발동시킨 채로 제나에게 말했다.
"앉아 있어 제나 테낙스."
"으읏.. 헤엣…."
풀썩.
제나는 다리의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앉아버렸다.
"찍어누르는 목소리 너무 좋아…."
"그래…. 그래…."
유다는 자신에게 기대오는 제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러기를 잠시. 유다와 제나가 있던 방안에 노크했다.
"유다 소가주님. 총괄 집사 클리프입니다."
"무슨 일이야?"
"마님께서 부르십니다."
유다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일생에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것을 3번 이하로 들은 것 같은데..
'무슨 큰일이 난 거지?'
"제나, 오늘은 돌아가도록 해. 아마 큰일이 있을 것 같거든."
"으…. 응…."
유다의 강경한 말투에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제나였다.
.
.
.
"어머니? 부르셨어요?"
"어머. 유다 어머니라니? 그냥 편하게 엄마라고 부르라니까?"
캐서린은 웃으면서 말했다. 사적일 때는 누구보다 유하지만 공적일 때는 누구보다 깐깐한 그의 어머니였다.
"괜찮아요. 저는 이렇게 부르는 게 편해서요."
"에휴…. 우리 아들은 예전에 귀여운 맛이 사라졌다니까."
유다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왜 불렀지? 라는 의문을 품었다.
"왜 부르셨어요?"
"유다 이걸 좀 보렴."
엄마가 준 편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헤이스트 상단? 압류절차?"
헤이스트 상단. 그러니까 헤이스트 상단은 엄마와 엄마 친구인 벤 아르파다와 같이 만든 상단이었다. 현재는 대륙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어머니가 손을 떼고 어머니를 대신해 유다가 헤이스트에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었지만….
"헤이스트 상단의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람으로 유다. 너를 의심하고 있단다."
"벤 아저씨가요?"
벤이 엄마 친구인 만큼 유다도 안면을 튼 사이였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그래서 벤이 유다 너랑 한번 만나 보자고 연락이 왔어."
그렇다면 만날 위치는 항상 만나던 그곳이려나?
"음…. 알겠어요. 장소는 셀브라이티인가요?"
"그럼."
"그럼 달콤한 아침에서?"
"뻔한 걸 묻는구나."
에휴 역시 벤 아재는 너무나 커피를 사랑한다. 맨날 커피 맛집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은 그의 비정상적인 커피 사랑이 틀림없었다.
.
.
.
시간이 흘러 유다는 헤이스트 상단 총괄지부가 있는 셀브라이티로 향하고 있었다.
유다는 자신의 특이한 얼굴을 지난번 경매장에서의 경험으로 숨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경매장에서 산 은빛 가면으로 말이다….
변경백 대리 신분으로 셀브라이티의 입장을 프리패스 한 뒤 셀브라이티에 유다는 입장했다.
사람이 북적이는 상업 도시 셀브라이티. 역시 헤이스트 상단의 총괄지부가 있는 곳다웠다.
"오랜만에 와도 사람이 북적거리네. 안 그래 누나?"
"그렇네요."
당연히 셀브라이티에는 유다 혼자 말고 호위의 명목으로 누나와 같이 왔다.
"일단 벤 아저씨를 만나는 길이니까…. 꽃이나 사갈까?"
참고로 벤 아저씨는 꽃을 기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유다는 근처의 꽃집에 들렀다.
"죄송합니다. 손님. 현재…. 꽃이 전부 팔려서요…."
꽃집의 주인은 남은 게 검은색 장미밖에 없다고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그거라도 주세요."
유다는 딱히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벤은 모든 꽃을 사랑하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유다가 꽃을 사고 달콤한 아침이라는 여관에 가던 도중에 벤 아저씨의 딸을 만났다.
"엇? 유다 오랜만이다!"
"어? 혹시 셀리아?"
유다와 셀리아 둘은 만남에 아주 많이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아자젤이 현상보존장치(사진기)로 찍었다.
아자젤이 신호를 보내자 정보 3팀에 속하는 사람으로 위장한 엘프가 나타났다.
"이걸 빠르게 달콤한 아침이란 카페에 있는 벤 아르파다라는 사람에게 보내."
아자젤은 유다에게 받은 헤이스트 상단의 약점을 이용해 더 큰 약점이나 실수의 증거를 모집했고 그것을 똑똑히 사용하고 있었다.
'이 정도 했는데도 굽히지 않는다면…. 역시 협박을 하는 수밖에.'
'역시 유다 님이야. 모든 것을 알고 협력해 주시다니.'
아자젤은 검은 장미를 들고 셀리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유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자젤은 헤이스트 상단을 먹어치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
.
.
"이런 젠장!"
벤이라 불리는 대머리 사내는 자신의 집무실의 서류철을 전부 던져버리고 있었다.
"그걸 못 들켜서 안달이야! 너희들은 내가 병신같아 보이나?"
벤 아르파다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벤에게 엄청나게 깨지고 있었다.
"왕국뿐만 아니라! 제국까지 엮였다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은밀하게만 하라 했잖아!"
"감찰관이 움직이면 전부 끝이야…. 어떻게든 장부만은 파기해야 하는데…."
벤은 장부 파기를 명령해 놓고 자신의 약속 장소로 떠났다. 벤은 사실 유다를 의심하지 않았다. 유다가 아무리 대주주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알겠나?
대신 정보 유출을 빌미로 자신의 상단에 감찰관이 들이닥치는 것을 유예해주기를 부탁할 셈이었다.
'젠장…. 젠장…. 시간이 좀만 있었어도….'
그리고 벤이 달콤한 아침에서 자신이 예약한 자리에 앉는 순간 편지가 살랑살랑 떨어졌다.
"흠…. 이게 뭐지?"
벤은 편지를 열어보았다.
편지에는 여태까지 한 행적과 증거들이 담겨있는 서류철이 테이블 밑에 붙여져 있다고 적혀 있었다.
벤이 서류철을 연 순간 벤의 화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유다! 네놈이었냐!"
"내가 비록 이번에 졌지만…. 지더라도 한방 정도는 먹여 줄 수 있다!"
벤의 분노는 유다에게 향했다. 하지만 살랑살랑 사진이 떨어졌다.
그 사진 안에는 자신의 딸과 유다의 모습이 찍혀져 있었다. 검은 장미를 들고서 말이다.
평소에 많은 꽃을 가꾸는 벤은 꽃의 숨겨진 말부터 은어까지 잘 알고 있었다. 검은 장미는 암살자들의 말로 안식을 뜻했다.
"가족까지…. 걸고넘어지는 거냐…. 참으로 악독하군…."
"네가 이겼다. 유다."
.
.
.
유다가 달콤한 아침에 방문했고 유다는 벤 아르파다에게 다가갔지만. 벤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부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