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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고 싶은 악역 영애님-71화 (71/120)

〈 71화 〉 죄책감

* * *

테오도르의 지하감옥은 외각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치안이 좋은 테오도르의 감옥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테오도르가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주변에 그럴듯한 마을 하나 없이 고립된 테오도르의 특성상 외부에서 범죄자가 유입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규모가 작다고 감옥이 허술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삼엄할 정도였다.

마법의 도시라고 불리는 만큼 방비는 철저하게 준비돼 있었다. 지하감옥 내부에는 탈옥을 방지하게 위한 수많은 마법이 준비되어있었다.

그 수준은 웬만한 마법사들도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당할 정도였다.

비록 감옥의 규모는 작지만, 죄수들을 위한 마법의 수준은 높았기에 테오도르의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하감옥 안에서 소니아는 담배를 피우며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니아는 이곳을 몇 번이나 와 봤기 때문일까 그녀는 미로 같은 길을 빠르게 나아갔다.

주변에 갇혀있는 죄수들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곳으로 전진했다.

평소에 소니아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스민과 있을 때에는 자스민의 건강이 걱정되어서 피지를 못했고, 아카데미에 있을 때에는 아카데미의 교칙 때문에 쉽게 필 수가 없었다.

소니아라는 인간이 아카데미의 학생 신분인 이상 아카데미의 교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카데미의 이사장이 간곡히 부탁한 일이었기에 더더욱.

그녀가 마음을 놓고 담배를 입에 물 수 있을 때는 그녀의 집에 있을 때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감옥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간은 그녀에게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니아 주변에서 그녀를 죽일 듯이 쏘아보는 죄수들은 알 바가 아니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이 감옥 최하층에 갇혀있는 죄수의 정체와 자스민의 안위뿐이었다.

이런 마음을 자스민에게는 죽어도 말할 수는 없는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어느새 소니아의 마음속에는 자스민의 안위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분명 저번 주 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소니아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자스민을 생각했다.

자스민이 엎어진 채로 숨을 헐떡이는 그 모습을 본 이후로 소니아는 마법에 걸린 듯이 자스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도대체 그녀가 뭐라고.

소니아 자신도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소니아는 자스민을 죽이려 했다는 검은 존재를 만나기 위해 지하로 향했다.

지하감옥의 최하층으로 내려오자 복도에서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마르셀린이었다.

“.........”

마르셀린은 소니아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철창을 바라보았다. 마르셀린은 소니아가 올 줄 짐작한 듯 자신의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소니아는 마르셀린이 가리킨 의자에 앉아 철창을 바라보았다.

철창 안에는 마르셀린이 잡았다는 검은존재가 묶여있었다. 검은 존재는 소니아를 보고 몸을 버둥거렸지만, 팔다리에 묶인 사슬에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었다.

소니아는 마르셀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땠어.”

“그럭저럭.”

마르셀린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지금 수준에는 괜찮다고 해야 할까. 소재는 좋았지만 투자한 시간이 너무 짧았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왜 너 앞에 존재를 드러냈을까.”

“뭐, 내가 진짜로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마르셀린은 무표정한 눈으로 검은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기쁨도 슬픔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검은 존재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짜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다 죽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 죽였기에 이 정도인 거지. 우리가 이 잡듯 뒤지지 않았더라면 이것보다는 훨씬 뛰어났겠지.”

마르셀린과 소니아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건조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이 정도의 거리를 가졌었지만, 이번에는 변수가 존재했다.

벨리타 자스민의 존재 말이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히 이 세계뿐만이 아니라 소니아와 다른 모든 사람의 존재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다른 사람들은 자스민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소니아과 노엘은 그 의견에 반대했다.

중립의 의견을 표한 레오나드 월터를 제외하면 모두 자스민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소니아와 노엘은 자스민과 같이 지내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마르셀린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주장한다고 해도 소니아는 자기의 의견을 굽힐 여자가 아니었다.

전에는 소니아의 그런 강인함이 믿음직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거슬렸다.

소니아의 옆에 붙어있는 노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와 동의어였던 노엘은 소니아와 같이 자스민을 지키고 있었다.

마르셀린의 입장에서는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왜 그랬어.”

“.........”

마르셀린은 소니아가 무엇을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스민을 왜 위험에 노출했는지 묻고 있는 거겠지.

마르셀린은 소니아의 물음이 어처구니없었다.

전장의 앞에 서서 누구보다 악마이기를 자처했던 이가 지금은 죄인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벨리타 자스민이니까.”

“...........”

마르셀린의 대답은 간결했다.

알맹이가 바뀌었다고 한들 자스민은 자스민이었다. 자신을 그렇게나 괴롭힌 단체의 수장이었다.

마르셀린의 분노는 정당했다. 소니아는 그것을 알기에 그녀를 쉽사리 막을 수가 없었다. 어떤 자격으로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 또한 어찌 보면 자스민의 유산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사실은 모두 인정했으나, 소니아와 노엘만 인정하지 않았다.

마르셀린은 그런 소니아와 노엘이 너무나 역겨웠다.

주위의 안위 따위는 상관하지도 않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소중한 게 생겼다는 듯이 구는 것이 역겹기 그지없었다.

“그 시발련은 죽어도 상관없어. 내게는 유용한 미끼,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마르셀린은 철창을 바라본 채로 소니아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이 세계를 위해 그년을 포기할 수 있어?”

간단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소니아는 그 간단한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새 그녀의 안에서 자스민이란 존재는 너무나 커져 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소니아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말이다.

이 세계를 목숨 받쳐 지켜내었던 그녀의 입장에서 이 세계와 한 소녀를 저울질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니아는 철창을 바라보며 연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이었다.

그녀의 의견을 본 마르셀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하던 데로 니 좆대로 하고 살아.”

그 말을 끝으로 마르셀린은 감옥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가 향하는 목적지는 불 보듯 뻔했지만 잡을 수도 없었다.

마르셀린의 말은 소니아의 심장에 깊은 못을 박았다. 마르셀린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담배만 피웠다.

최고의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담배여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소니아는 천장을 향해 연기를 뿜었다.

귀찮았다.

그녀에게 이 세계란 그저 귀찮아질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한 인물 덕분에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소니아는 철창 안의 검은 존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니아와 노엘이 오고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오른 다리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오랜만에 땅에 두 발을 딛고 걷는 것은 엄청나게 감동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화장실에 가는 것도 엘리사의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내 마음대로 화장실을 갈 수가 있었다.

굉장히 사소한 일이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 사소한 일 하나조차도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엘리사는 내가 걸을 수 있게 되자 뛸 듯이 기뻐했다.

집 앞의 루프탑까지는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노엘의 포션과 약초에 감사를 표했다. 노엘의 포션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을 게 분명했다.

엘리사는 요즈음 어딘가로 나가는 일이 잦았다.

내 앞에서는 시장에 들른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거짓말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상하게 엘리사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잘하지 못했다.

그녀 스스로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았지만, 나는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서투른 거짓말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랐다.

엘리사가 대체 어디를 나가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검은 존재를 추적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그저 검은 존재 라는 것에 엘리사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고, 어딘가를 갔다 오면 몸에 먼지가 묻은 채로 왔기 때문이었다.

그냥 감일 뿐이었지만, 그 감을 놓을 수도 없었다.

엘리사가 자리를 비울 때 불안하다고 생각했더니 강간 미수범이 나타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아가씨. 안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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