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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고 싶은 악역 영애님-61화 (61/120)

〈 61화 〉 중간고사 (5)

* * *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온 노엘에게 강의실 안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녀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모두가 영향을 받은 듯 움찔거렸다.

목소리를 그다지 크게 낸 것도 아니었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존재감.

다른 이들과 노엘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숨이 막힐듯한 존재감에 다들 힘겨워 하는 것이 보였다. 그 현상의 원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행동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노엘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그녀의 미소는 든든하고 구원과 같을 정도로 기뻤다.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소니아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예상이 살짝이나마 갔지만, 노엘이 이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노엘은 내 옆으로 다가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다니아는 죄인처럼 노엘의 눈을 피해서 눈을 내리고 있었다. 왜 저렇게 노엘을 무서워 하는 거지?

아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이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과 다니아는 노엘을 이상하리만큼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머리를 굴려 생각해 보았지만 노엘이 무언가 사건을 일으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 생각해 보면 내가 아카데미의 소문을 듣는 경로는 소니아와 노엘,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뿐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내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 일 뿐이었다.

단순한 추측을 하고 남을 멋대로 재단하려 드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지나지 않는 일이니까 너무 심각해질 필요도 없는 것 하지만…

나중에 노엘하고 따로 대화해 보면 알게 되겠지.

눈을 피하는 다니아하고 다르게 엘은 고개를 올려 노엘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노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엘의 눈에 비친 감정은 약간의 분노와 의문 그리고 호승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칼 가문 사람들은 전투와 강함에 집착한다고 읽은 것이 기억이 났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호승심이라니.

그녀가 지금 시점에서 소니아도 아니라 연금술사인 노엘에게 호승심을 느낄 줄을 몰랐다. 보통 연금술사는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엘은 노엘에게 이상하리만큼 경계하며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진짜 사고를 친 거는 아니겠지.

“니 이름이…… 칼 엘 이었지?”

노엘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표정하게 엘을 내려다보는 노엘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친구야.”

그러더니 노엘은 오른쪽 손을 엘의 어깨에 올렸다.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분명 고등학교 때 일진들이 저렇게 말했었던 것 같은데….

“일단 여기서는 깔끔하게 사과하고 끝내자. 어때?”

노엘의 말은 언뜻 보면 온화하게 중재를 하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노엘의 말은 사실상 협박이었다.

서늘한 말투, 감정이 없는 눈, 꽉 쥐고 있는 엘의 어깨를 보면 대부분 눈치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 숨 막히는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심한 말을 했던 이에게 강제로 협박해서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노엘. 이제 그만?”

“싫어.”

나는 그만하라고 노엘을 말리려고 할 때, 엘이 노엘의 팔을 쳐내며 입을 열었다.

“허.”

노엘은 엘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 입은 축 늘어졌지만 말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말리면 노엘은 그만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왜 그래야 해? 강자에게 빌붙는 기생충 같은 존재에게 내가 왜 사과해야 하지?”

그녀의 말을 코앞에서 들었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니아와 노엘과 다니면서 그런 생각은 몇 번이나 해 왔기에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노엘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니아는 그래도 상대에 따라 힘을 조절할 줄은 알았다. 나를 자스민으로 오해할 때에도 어깨를 세게 잡은 것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다행히도 말이다.

하지만 노엘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알 수 없었다.

너무 심하게만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 내가 이래서 애새끼랑 대화하는걸 안 좋아 하는데.”

“뭐?”

노엘은 혼잣말하며 머리를 긁었다. 그 말의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엘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엘은 자기 귀를 의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잘 못 듣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나를 애새끼라고 한 건가.”

“그래 십새끼야.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게 애새끼지 그럼 뭐냐?”

“당장 그 말—”

콰앙!

하지만 엘은 자기 말을 끝마치지도 못했다. 노엘의 마법으로 저 멀리 밀쳐졌기 때문이다.

엘은 그대로 날아가 교탁에 처박히게 되었다. 교탁이 튼튼한 원목으로 되어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칠판까지 날아갈 수도 있었다.

노엘의 마법은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그녀가 어떤 마법을 사용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아직 내 수준에서는 알아볼 수도 없는 마법일 수도 있겠지.

“커 헉…!”

교탁에 처박힌 엘은 다행히도 살아있었다. 너무 빠르게 날아가서 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지만 그 정도 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이…. 새끼가…”

엘은 피를 토하면서 팔로 몸을 지탱했다. 딱 봐도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에 서린 독기를 보아하니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노엘에게 서둘러 말을 걸었다.

“노엘.”

나는 노엘의 옷깃을 잡아서 그녀가 나를 보게 만들었다

“왜 친구야.”

다행히도 노엘은 고개를 돌려 나를 봐주었다. 평소와 똑같은 표정이라는 게 살짝 무서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이쯤 하면 됐잖아. 이제 나가자.”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에게 엘에게 마법을 쓴 것을 사과하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노엘이 그 말을 도저히 들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말을 해 봐야’ 너를 괴롭히는 애한테 복수해 줬는데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소리만 하겠지.

“벌써? 이 정도로 괜찮아?”

내 예상은 적중했었다. 노엘은 어딘가 찜찜하다는 듯이 말했다.

“벌써는 무슨. 내 기준에서는 이미 충분히 했어. 이만하고 가자.”

나는 이들의 싸움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중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녀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땅을 밟고 일어섰다.

나 같으면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아직……. 내가 살아있잖아…….”

아……. 위험해 보이는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오른쪽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이어서 그녀의 마법진에서는 검이 뽑혀 나왔다. 아마 저게 말로만 듣던 마법의 검인가.

마법의 검은 말 그대로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평범한 검에 비하면 내구성과 위력이 약하기는 했지만 다른 장점이 있었다.

바로 검에 속성을 부여하기 쉽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마나로 이루어져 있는 검이었기에 다른 원소의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지금 엘이 뽑은 검에도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보아 전기원소를 부여한 것 같아 보였다.

청록색의 마법진에서 뽑힌 청록색의 검은 마치 눈 같다는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마법진의 색깔은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파란색의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 다른 색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유명한 가문의 자제였다. 그리고 칼 가문의 여식인 엘 또한 남들과는 다른 밝은 청록색의 마나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의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나는 지금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노엘. 빨리 나가면 안 돼?”

“.....안될걸.”

노엘은 머리를 긁적이며 엘 쪽을 가르쳤다.

“친구야. 저 새끼 얼굴을 봐봐. 정신이 나갔는데 우리가 나간다고 가만히 있을까? 잘됐구나 하고 우리 뒤통수나 후려버릴걸.”

노엘의 말은 정론이었다.

내가 보아도 엘의 상태는 도저히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다니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라면 엘의 폭주를 막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는 다니아의 모습을 보니 그런 기대를 확 사라졌다.

“.......그럼 어떡하지?”

나는 침울해하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로서는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었으나 평화를 추구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노엘이 걸어올 때부터 말렸어야 했는데.

“걱정하지 마 친구야.”

내 걱정을 알기는 하는 건지 노엘은 가볍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죽이지는 않을게.”

“하아…….”

그렇게 말하는 노엘의 눈은 어딘가 붉어 보였다. 아름답던 그녀의 청록색의 눈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내가 그 현상에 물어보기도 전에 엘 쪽에서 움직여 버렸다.

화악—

내가 미처 눈치채기도 전에 그녀는 노엘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나로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공격이었지만 노엘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러고는 엘의 얼굴을 손으로 쥐더니…….

콰앙….!

그대로 땅에다가 꽂아 버렸다.

…...죽인 것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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