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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고 싶은 악역 영애님-59화 (59/120)

〈 59화 〉 중간고사 (3)

* * *

엘리사의 목걸이를 걸고 그다음 날.

나는 소니아와 같이 공원에 앉아 있었다.

원래 만날 약속 같은 것은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나와 소니아는 같이 다니게 되었다.

오늘 스케줄을 보아하니 대부분 같이 시험을 쳤기에 나는 소니아와 같이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시험은 평소보다는 늦게 시작했기에 전에 같았으면 나는 늦잠을 잤을 것이다.

하지만 할 것이 없는 심심한 이 세계에서 나는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보통 아카데미를 가기 가장 적당한 시간에 말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좀 더 방 안에서 게으름을 피울까 싶었지만, 나는 금세 옷을 갈아입고 아카데미로 길을 걸었다.

별 이유는 없었다.

엘리사가 이날따라 불편했던 것도 아닌고, 집 안에서만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했던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일찍 나와서 아침 공기를 맡고 싶었다.

그렇게 등굣길을 밟던 도중. 오른편에 보이는 공원이 어째서인지 끌렸다.

평소에 몇 번 가 보았지만, 풍경이 그렇게 예쁜 것도, 내부가 깔끔한 것도 아니어서 많이 가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발걸음은 나를 공원으로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소니아가 벤치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아 자는 건가 싶었지만, 흐트러짐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소니아……?”

“.....자스민?”

어쩐지 소니아와는 정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았다.

“......그 목걸이는 뭐야.”

소니아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내가 차고 있던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가 무언가를 차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실제로 전까지만 해도 내가 차고 있는 액세서리는 엘리사가 주었던 반지뿐이었으니 말이다.

“아…. 이거 엘리사가 선물해 준 거야.”

“.....그 새끼가?”

“어. 저번에 미스티 거리에 놀러 갔을 때 엘리사가 주문을 넣더라고.”

“허……”

소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딱히 반응하지는 않았다.

엘리사와 소니아가 서로 좋은 감정이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듯이 찡그린 눈가, 살짝 튀어나온 입술. 소니와의 얼굴을 보면 살짝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지?

엘리사가 나에게 먼저 뭔가 주었다는 게 불편한 걸까.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섣불리 추측하지는 않았다. 그녀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사탕을 꺼냈다.

옥탑방 책상 위에 있는 바구니에 있었던 것 중 몇 개를 가져온 것이었다. 여러 맛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 가장 맛있는 맛을 소니아에게 건넸다.

“소니아. 먹을래?”

“...뭐야 이건.”

“사탕.”

“....................그래.”

소니아는 내가 내밀었던 사탕을 집어서 입에 집어넣었다.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 것을 보니까 내가 고른 맛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한동안 나와 소니아는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죽였다.

그러고 있다가 나는 한 가지의 의문이 떠올랐다.

“소니아.”

“왜.”

“너도 실기시험이 조별로 진행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

전날에 노엘이 조별로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노엘이 알고 있었다면 소니아가 알고 있지 않았을까. 라는 궁금증에 나는 소니아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있었지.”

“아하…….”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노엘이 아는 것이라면 소니아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내가 누구랑 조가 될지 알아?”

사실 진짜 궁금한 점은 이거였다.

나와 조가 될 사람은 누굴까?

사실 마음 같아서는 소니아와 노엘 같았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아 보였다.

“..........그것까지는 모르지.”

소니아는 내 말에 모른다며 대답을 피했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나는 깊게 물어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고.”

“그러면 왜 조별로 바뀌었는지는 알아?”

“아……. 그거.”

이것은 대답해줄 의향이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의 입 모양을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표면상으로는 중간중간 있었던 조별 과제를 대신해서라는 하는데…….”

“하는데?”

“원래는 그냥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마르셀린이 강력하게 주장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더라고.”

“......마르셀린 교수님이?”

소니아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평소에는 이런 시험에는 관심도 없는 애가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사탕을 씹으면서 찝찝함을 들어내었다.

찝찝함을 받은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어쩐지 모르게 계속해서 불안감이 들었다. 조별 과제로 정해졌다고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의견을 낸 것이 마르셀린 이라는 말을 듣자 가슴속에서 불안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카데미의 교수인데 설마 이상한 일을 저지르지는 않겠지.

나는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털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험의 끝을 알리는 교수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엎드려 있던 머리를 들었다.

마지막 필기시험.

내 오른쪽에는 소니아, 왼쪽에는 노엘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공통 과목에다가 시험장까지 모두 같아서 우리는 같이 앉게 되었다.

처음 쳤던 시험처럼 오늘은 시험을 끝나고 안내할 것이 있다고 했다.

나는 마음을 졸이면서 교수의 말에 경청했다.

“아시다시피 여러분은 직접 마물의 서식지로 찾아가 마물에 관해 탐구하게 되실 겁니다.”

마물.

마물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에서의 야생동물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나를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마물들은 제각각 마나를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근력을 강화하거나, 자신들만의 특기를 만들거나, 자신이 살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지형을 바꾸거나.

마물이라고 해서 꼭 인류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마물은 인간에게 이로운 혜택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마물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살고 있으나 예외가 몇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가 테오도르였다.

어째서인지 테오도르의 주변에는 많은 마물이 무리를 짓고 살았다. 상당히 강력한 마물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기에 아무도 섣불리 마물들을 건들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인간이 먼저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그들도 상관하지 않기에 테오도르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해 주고 공존을 택했다.

테오도르에 들어가는 방법은 테오도르 사람들이 지어놓은 하얀색의 긴 도로를 따라가는 것 뿐이었다. 그 외의 길로 가는 것은 중범죄로 다스렸다.

테오도르 주변에 사는 마물들은 테오도르가 중립국으로서 인정을 받는 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테오도르를 치게 되면 마물들도 같이 상대를 하게 돼버리니 테오도르로서도 좋은 현상이었다.

이번에 시험으로 가게 되는 마물은 테오도르에서 유일하게 잡아도 된다고 인정한 자벨리나라는 마물이었다.

특정 시기만 되면 개체수나 늘어나서 도로를 지나는 마차를 습격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아카데미에서 겸사겸사 사냥해서 개체수를 줄였다.

멧돼지와 그렇게 다른 것은 없기에 마물 중에는 비교적 약한 편에 속했다. 물론 방심하면 훅 가는 것은 한순간이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럼 조 인원을 발표하겠습니다.”

교수의 말에 나는 다시금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교수는 각 조 인원을 차례차례 부르기 시작했다.

“......36조 자스민, 다니아, 칼 엘.”

안타깝게도 나는 소니아나 노엘과 같은 조가 되지는 못했다. 살짝 기대하고는 있었는데 어쩔 수 없나.

대부분 무작위라는데 내가 소니아나 노엘하고 같은 조가 된다는 게 더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움을 삼키고 있는데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소니아와 노엘 모두 불쾌한 것을 들은 것 마냥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 왜 그래?”

내가 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답해주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들은 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딘가로 가 버렸다.

“이따 저녁에 만나자.”

나에게는 저녁에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

내 책상에서 가만히 있을 때 나에게 누군가 찾아오는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네가 벨리타 자스민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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