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제안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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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모두의 앞에서 울어버린 후, 진정된 가슴을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죄, 죄송해요, 여러분. 이런 추태를 보여드려서…….”
“추태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이 어떻게 추한 모습일 수 있겠습니까.”
“맞아요. 그리고 평소에 못 뵀던 희귀한 아그네스 님의 모습도 뵀으니…….”
희귀한 제 모습이라니, 아리아나의 바보 같은 이야기에 무심코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쨌든, 이야기가 길어졌으니 서둘러서 다음 얘기를 해야겠네요.”
이대로 가면 오늘 하루가 다 지나도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영애님께서는 사과하실 게 두 가지 있다고 말씀하셨죠.”
“네, 맞아요.”
“잠깐만요! 언니가 할 사과라라는 거, 또 이런 내용인 거 아니에요?!”
“만약 그러시다면, 주인님께서 굳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그네스 언니가 저희에게 한 행동 중에 사과할만한 행동은 전혀 없으니까요.”
“아, 아니에요. 이건 제가 지금까지 여러분에게 저지른 행동 같은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지금부터 저지를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죠.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서 직접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본인 입으로 전하는 편이 더 진정성이 있으니까요.
“니콜라스 알렉산드로스, 파노스 알렉산드로스, 아리아나 세이타리디스, 제이스 앙겔로풀로스, 에리나 솔론, 에리자 솔론, 그리고 엘렉트라 멜리나까지.
저는 여기 계신 일곱 분을, 모두 제 배우자로 삼으려고 해요.”
“아그네스?”
“영애님……?”
“아, 아, 아그네스 님?”
“아그네스 누나…….”
“언니?!”
“그 말씀은…….”
“…….”
다들 너무 황당한 이야기라서, 제대로 놀라지도 못하고 계신 모습이네요.
“저는 여러분 일곱 명이 모두 소중해서, 한 분을 선택한다거나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내릴 수 없어요. 그렇다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방법은,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방법이니까요. 그래서 고민 끝에, 반대로 일곱 분 모두를 선택하기로 했어요.
일주일의 일곱 요일에 맞춰서, 여러분을 한 명 한 명 진짜 제 남편이고 아내고 배우자처럼 여기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드릴게요. 다른 요일에는, 지금까지와 같이 평범하게 대할 거고요.”
“““““““…….”””””””
여, 역시 이런 반응일 줄 알았어요. 다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잖아요.
자신의 감정이 편해지고 싶다고 모두를 이용하는 이기적인 여자라고 생각하시겠죠. 마리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일단은…….”
파노스가 가장 먼저,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저희 일곱 명이 동의한다고 해도,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일단 호적상에서 영애님은 일곱 명 중 당연히 니콜라스 형님의 아내로 올라갈 테고, 왕비는 애인이나 첩을 들일 수 없지 않습니까?”
“그것의 해결책에 관해서는,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파노스의 당연하게 떠오른 의문에, 마리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아그네스 님과 니콜라스 왕자님이 결혼하고 정식으로 부부가 됩니다.”
“그렇지.”
“그리고 니콜라스 왕자님께서 영애분들을 후처로 들입니다. 후작 영애이신 아리아나 님은 후궁으로, 남작 영애이신 에리나 님과 에리자 님은 첩으로요.”
“뭐라고요?!”
“싫어요!”
“저도 조금 거부감이 드네요…….”
아리아나와 에리나, 에리자가 동시에 거부 의사를 내뱉었습니다.
“……나라고 뭐 좋은 줄 알아?”
니콜라스도 별로 내켜 하는 분위기는 아니네요.
“어디까지나 서류상으로 후궁과 첩이 될 뿐이지, 실제로 그 역할을 하시라는 것은 아닙니다. 후궁과 첩이 되면 어쨌든 왕궁 내에 침소가 있으니, 아그네스 님을 만나시는 에 발생하는 장애물이 사라지니까요.”
“아, 그렇네요!”
“언니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리 나쁜 건 아닐지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네요.”
세 사람이 마리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니콜라스 왕자님의 아내이므로 니콜라스 왕자님께서 마음먹으시면 세 분께서는 침소를 거부할 수 없으시겠지만, 방금 아그네스 님 외에 다른 아내를 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씀하신 니콜라스 왕자님께서는 그러지 않으시겠죠?”
“당연하지. 애초에 저런 어딘가 하나씩 모자란 지뢰 같은 여자들을 안고 싶을 정도로 사랑에 목마르지는 않았어.”
“뭐라고요, 이 건방진 자만심 덩어리가!”
“니콜라스 오빠야말로 외모랑 성적 빼고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알렉산드로스 왕국의 장래가 어둡네요.”
“너희들, 차기 국왕에게 너무 말을 거치지 않고 내뱉는 거 아냐?”
갑자기 자기들끼리 다투기 시작한 네 사람은 내버려 두고, 마리가 이어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파노스 왕자님은 니콜라스 왕자님께서 혼인 이후 왕위에 오르시면, 왕제가 되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왕제가 되시면 니콜라스 국왕님을 보좌한다는 명목으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핑계를 대실 수 있으시겠죠.”
“확실히 역사적으로 그런 인물이 적지는 않았으니,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은 없겠군요. 그리고 제 권력이 나오는 위치를 생각해 보면, 결혼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테고요.”
파노스의 권력은 크게 두 가지 세력에서 나오니까요. 잦은 교류를 통한 외국 귀족들과의 인연, 그리고 파노스를 아이돌처럼 떠받드는 여성분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만약 공식적으로 약혼이나 결혼을 한다면, 파노스의 힘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줄어들겠죠.
“영제가 되시면 여전히 왕궁에서 생활하실 수 있으실 테니까, 마찬가지로 아그네스 님을 만나는 데도 장애물이 없을 테고요.”
“확실히 그렇게 되겠네요.”
파노스도 자신의 이후 입지에 대해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이스 님은, 아그네스 님의 남동생이죠.”
“네.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저는 틀림없는 아그네스 누나의 남동생입니다.”
“게다가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벌써 다섯 가지나 되는 혁명적인 물약을 개발하셨죠. 물론 한 개의 저작권은 아그네스 님에게 양도하셨고, 또 한 개의 저작권은 솔론 가문의 아가씨들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계시지만요.”
“그렇습니다. 가족에게 빼앗겼던 두근거림의 물약의 권리까지 얼마 전 되찾아왔으니, 적어도 세 개는 제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 자격이면, 왕실 직속 연구원의 자리도 충분히 가질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왕실 직속 연구원. 원작 게임에서도 언급이 되는 지위이기는 합니다.
아무런 견제나 제약 없이 왕실의 모든 지원을 받으며 마음껏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제이스에 있어서는 꿈과도 같은 지위겠지요.
실제로 엘렉트라가 제이스를 공략하면, 제이스는 왕실 직속 연구원 지위를 받아들입니다.
다만, 제이스가 에리나, 에리자와 결혼하는 엔딩에서는 왕실 직속 연구원 지위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왕실 직속 연구원이 되어 왕실 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에리나와 에리자 두 사람의 비밀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에리나와 에리자의 비밀은 이미 제가 제이스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고, 게다가…….
“다행히 제이스 님께서 왕실 직속 연구원이 되어 앙겔로풀로스 가문의 당주 지위에 소홀해져도, 이제는 문제가 없으니까요.”
“패트릭이……있으니까…….”
이제 곧 두 살이 되는 앙겔로풀로스의 막냇동생, 패트릭 앙겔로풀로스가 있습니다.
즉, 제이스는 에리나와 에리자라는 지켜야 할 사람도, 앙겔로풀로스 공작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의무도 없으니, 연구에 진심인 제이스에게는 꿈과도 같은 왕실 직속 연구원 자리를 거절할 이유가 없겠죠.
“왕실 직속 연구원이니 당연히 왕궁에는 손쉽게 드나드실 수 있고, 아그네스 님의 남동생이니 두 사람이 만나는 것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으시겠죠.”
“그렇습니다.”
제이스는 처음 앙겔로풀로스에 온 날, 자신의 연구실이 지어진 것을 확인한 것처럼 기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 저는……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직 이름이 불리지 않은 엘렉트라가, 불안해하며 물었습니다.
“저도……니콜라스 님의 첩이 되어서 주인님과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이것 또한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했었지만, 엘렉트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엘렉트라는, 니콜라스의 첩으로 들이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 그러면…….”
엘렉트라의 눈빛이 떨리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자신만이 혼자 떨어질까 봐 불안한 것이겠죠.
더 불안해하기 전에, 서둘러서 알려줘야겠네요.
“엘렉트라는, 제 전속 사용인으로 왕궁에 들어갈 거예요.”
“저, 전속 사용인이요?!”
지금도 엘렉트라는 저를 모시고 있기는 하지만, 전속 사용인의 자리는 여전히 마리의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전속 사용인과 하는 것은 다를 바 없기는 해도, 실제 칭호는 제 시종일 뿐이죠.
“평생 모시게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인님!”
엘렉트라의 우렁찬 감사 인사에, 이렇게 하기로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니콜라스…….”
하지만 이 계획에는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제 약혼자인 니콜라스의 협조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리아나와 솔론 자매를 후궁과 첩으로 들이는 것도,
파노스가 영제로서 계속하여 결혼하지 않는 것도,
제이스가 왕실 직속 연구원으로 등용되는 것도,
엘렉트라를 제 전속 사용인으로 들이는 것도 모두 니콜라스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흠…….”
니콜라스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 앞으로도 함께 있을 수 있다고는 해도, 결국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을 준다는 것은 참기 힘든 일이니까요.
언제나 그 사람의 온리원이 되고 싶은 게, 모두의 솔직한 심정이겠죠.
“여러분이 고민하실 것 같아서, 또 하나 준비해 온 제안이 있어요.”
역시 상황이 잘 풀리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두 번째 제안을 꺼냈습니다.
“내일부터 일주일간, 돌아가면서 여러분 한 명 한 명과 실제로 제가 말한 제안처럼 시간을 보내도록 할게요. 실제로 겪어보면, 여러분도 판단하기가 편해지겠죠.”
“일주일간…….”
“한 명 한 명…….”
지금까지는 단둘이 있는 일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제가 나선 적은 없고 항상 사랑을 받기만 하는 태도였으니까요.
“다들 저와의 하루를 지내고 난 뒤, 이렇게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때 동의해 주세요. 만약 한 분이라도 동의하지 않으시면, 이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고 제대로 여러분 일곱 명 중에 한 사람을 배우자로 고르도록 할게요.”
그렇게, 저를 선택해 준 일곱 분과의 일일 데이트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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