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또다른 동생이 생겼습니다
* * *
낸시 선생님께서 어머니를 보필하시기 시작한 지 약 2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어머니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고 싶으면서도, 또 제가 너무 들락거리면 어머니가 제대로 쉬지 못하실 것 같아 낸시 선생님에게 상태를 여쭤보고 있습니다.
“어, 어머니께서는 어떠신가요?”
낸시 선생님은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의사라는 본업 때문에 막역한 거짓말을 말씀드리기는 힘드네요.”
“소,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어머니의 자궁 입구가 너무 좁으셔서, 아이를 낳으시다가 잘못되실 수도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런, 가요…….”
어렴풋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역시 위험한 상태이신 것 같습니다.
“아이가 너무 자라기 전에 조기 분만을 유도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네요.”
이 세계에는 제왕절개를 할 기술이 없을 테니까요. 낸시 선생님께서는 실행할 수 있는 지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계시겠죠.
“조금 이르더라도, 사흘 내로 출산하지 못하시면 많이 위험해질거에요.”
“제대로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를 반드시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
다음 날, 무언가에 홀린 듯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어제도 결국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늦잠을 자버렸으니까요.
낮과 밤이 바뀐 것도 아닌, 뒤섞인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똑똑똑.
방문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노크 패턴을 보니 마리나 엘렉트라는 아닌 것 같은데요.
“들어오세요.”
침대에서 서둘러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카락 정만 정리하고,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지금 앙겔로풀로스에서 지내며 제이스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에리자였습니다.
“아그네스……언니…….”
“에리자? 괜찮아요?”
에리자는 지친 몸을 기대듯이 쓰러지며 말했습니다.
“물약……만들었어요…….”
피곤해 쓰러진 에리자를 제 방 침대에 눕히고, 엘렉트라와 함께 서둘러 제이스의 연구실로 올라갔습니다.
“제이스! 에리나!”
에리나는 이미 시원스러운 표정으로 연구대에 엎어져 자는 중이었고, 제이스만 제게 인사했습니다.
“아그네스 누나, 오셨습니까.”
굉장히 피곤할 터인데도, 거의 티를 내지 않고 있네요.
“제이스, 피곤하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걸 어머니에게 전달하러 가야 합니다.”
제이스는 한 병에 담긴 물약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조금 위험한 물약이지만, 낸시 선생님에게 어머니의 증상을 듣고 완성해도 좋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조금 위험한……물약이요?”
“약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엘렉트라, 에리나를 제 방으로 옮겨서 재워주세요.”
“네, 주인님.”
엘렉트라가 에리나를 안고 제 방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제이스와 함께 어머니의 요양실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머니가 누워 계신 방, 제이스가 물약을 들고 어머니의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이 물약의 성능은, 분만 유도입니다.”
그런 도입부로 시작한 제이스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자궁을 수축시켜서 밀어내고, 빠른 출산을 유도하는 물약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물약에는, 아직 세 가지 문제점이 남아있습니다.
첫째는, 자연적인 임신 시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서, 조산으로 인한 미숙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생명까지는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둘째는, 어머니의 분만을 빠르게 유도하는 것뿐이지, 분만의 고통 자체는 줄일 수 없습니다. 그쪽은 제 분야가 아니라서 죄송하다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물약이 아직 임상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성능상으로는 효과가 틀림없지만, 실제 사람의 몸에 적용했을 때 제가 모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를 대상으로 첫 임상 시험이 되어버리기에 굉장히 죄송스럽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성능만으로는 충분히 훌륭한 물약이지만, 제이스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만약 성능이 의심스럽거나, 어머니께서 필요하지 않으시다고 생각하시면 드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만든 물약이기는 하지만, 어머니의 결심이 더 중요하니까요.”
“제이스.”
어머니는 제이스의 손에서 제이스와 솔론 자매의 노력의 결실을 건네받았습니다.
“저는 제 아들의 성의를 거절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씀하신 어머니는, 천천히 병 안의 내용물을 마셨습니다.
제이스의 물약의 효과는, 아주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어머니가 물약을 드신 지 5분 만에, 진통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으으윽……!”
제이스는 며칠간의 철야로 쌓인 피로로 인해 쉬러 간 상황이고, 방에는 저와 낸시 선생님, 그리고 마리를 포함한 몇 명의 여자 시종만이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
괴로운 표정을 짓는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어머니의 왼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그네스…….”
어머니께서는 식은땀을 흘리시며, 제 손을 힘겹게 잡으셨습니다.
“끄으으으으윽……!”
“힘내십시오, 로렌나 님.”
“아아아아악!”
마리의 위로에 어머니는 힘겨운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며 힘을 주셨습니다.
“양수가 터졌어요.”
드디어, 시작입니다.
“엘렉트라! 빨리 아버님……렌드로 앙겔로풀로스 공작을 모셔오세요!”
“알겠습니다, 주인님!”
에리나를 재우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엘렉트라에게, 서둘러 아버님을 모셔오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쉴 틈도 없이, 1, 2분 간격으로 진통에 몸부림치셨습니다.
“하아, 하아, 하아악!”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왼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기도만을 드렸습니다.
제발 어머니께서 마지막까지 무사하게 해주세요.
“렌드로 님을 모셔왔습니다!”
엘렉트라가 문을 열고 아버지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로렌나!”
“렌드로 씨…….”
아버지는 제 반대편으로 가셔서, 어머니의 오른팔을 잡아주셨습니다.
“로렌나, 힘을 내.”
“레, 렌드로……으윽!”
어머니의 괴로운 신음이 이어지는 와중, 낸시 선생님에게서 한 가지 호외가 도착했습니다.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이지만, 양수가 터지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가 보인다는 것은 엄청난 소식입니다.
과거 저를 낳으실 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던 일이니까요.
제이스의 물약이,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평소 절대 볼 수 없었던 어머니의 처절한 비명에, 맞잡은 손에 가해지는 압력도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손톱이 제 손등을 찌르듯이 파고들었지만, 이 정도 고통은 어머니가 느끼시는 것의 백만 분의 일도 안 되겠죠.
제 동생이 아닌……저를 낳으셨을 때는 더더욱…….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아름다운 순간이지만, 가까이서 본 어머니의 표정을 지옥을 겪고 계셨습니다.
……아! 맞아요!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어요!
“어머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참을 수 있는 한 참으면서 힘을 주세요!”
라마즈 호흡법입니다. 이 간단한 지식을 왜 지금까지 잊고 있었을까요.
이미 고통 속에서 헤엄치고 계신 어머니에게 제 말이 들렸을지 의심하는 중, 어머니께서 가능한 한 크게 숨을 들이마셔서 가슴을 부풀렸습니다.
“~~~~~~~~!!!!!”
숨을 참고 힘을 주시느라 귀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뱉지는 못하셨지만, 손에 가해지는 더 강한 압력과 잔뜩 찡그린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확실히 아까보다는 주는 힘의 강도가 올라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아아아아……흐으으으윽……!”
하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는 동생에,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는 진통으로 인해 어머니는 참았던 숨을 토해내고 다시 신음을 내셨습니다.
“효과가 있어요. 방금처럼 해 주세요.”
라마즈 호흡법이 효과가 있다는 낸시 선생님의 말에, 어머니는 다시 한번 흉부를 아까와 같이 크게 부풀리셨습니다.
“으읍~~~~~~!!! 읍~~~~~~~~~~~!!!!!”
터져나오는 신음과 날숨을 억지로 참으시면서, 어머니께서는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쏟아내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과 고통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머리가 나왔어요! 앞으로 조금이에요!”
제 동생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로렌나, 조금 쉴래?”
“싫어요……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요…….”
아버지가 걱정하듯이 휴식을 물어보았지만, 어머니는 탈진하기 직전의 표정을 지으며 거절하시고는,
“흐으으으그으으으윽!!”
마지막 힘을 쏟아내기 시작하셨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요!”
“아아아아아아악! 아파아아아아!”
결국, 공작 부인의 체면까지 내려놓으신 어머니는 모든 힘과 정신을 출산에만 집중하셨고,
무사히 제 동생을 몸 밖으로 내보내시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내아이예요.”
낸시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의 팔에 안긴 제 동생이 힘차게 울었습니다.
“으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앙!”
처음 접하는 세상의 빛에 놀라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울음을 내뱉던 동생은, 어머니의 품에 안기자마자 귀신같이 울음을 그쳤습니다.
어머니를 고생시킨 동생에게 잠시 원망도 했지만, 이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고생 많았어, 로렌나.”
“정말……정말, 무사해서 다행이에요……어머니…….”
고생하신 건 어머니였지만, 어째선지 제 눈에서 어머니보다도 더 많은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제 몇 개월간의 고민은, 어머니의 출산과 함께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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