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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75화 (75/86)

〈 75화 〉 예정일이 다가옵니다

* * *

어떡하죠. 어떡하죠.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의 어느 날.

저는 굉장히 초조해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출산 예정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아직……아직 안 되는데…….”

제이스의 물약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완성되었다고 해서 100% 효능이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만약 효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주 작은 희망에라도 걸어보고 싶은 것이, 제 심정이니까요.

앞으로 한 달. 빠르면 열흘 정도.

초읽기를 하듯이 다가오는 어머니의 출산 예정일에, 점점 더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니콜라스 왕자님이 오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여도,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엘렉트라의 부름에, 저는 방문 밖으로 나섰습니다.

째깍째깍째깍.

머릿속에서는 기계식 시계의 시곗바늘이 끊임없이 흘러가는 기분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래.

제가 만들어버린, 예측 불가능한 미래.

전생의 경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미래가 다가올 거란 생각에, 심장이 깎여나가는 느낌입니다.

어머니의 배가 점점 불러올 때마다, 식욕이 사라집니다.

어머니께서 힘들게 걸어 다니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커져, 24시간 내내 침대에서 생활하시기 시작한 이후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매일 아침과 저녁 어머니에게 힘내라고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는 이 모든 걱정이, 모두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네스.”

요즘에는 에리나와 에리자까지 앙겔로풀로스에서 생활하면서, 제이스의 물약 연구를 돕고 있습니다.

식사도 조금씩 거르고, 잠도 조금씩 줄여가면서요.

원래대로라면 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연장자인 제가 단호하게 막아야 하지만,

불안하고 초조해져서, 차마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한시바삐,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러운 물약이 완성되기를 비는…….

“아그네스!”

“아, 네엣!”

니콜라스의 부름에, 어느새 나가버린 정신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괜찮아, 아그네스? 얼굴이 너무 창백한데.”

요즘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나 아리아나가 방문해서 응접해야 하는데도, 제 걱정이나 다른 생각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적인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괜찮아요. 니콜라스 말에 집중하지 않아서 미안해요.”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

니콜라스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습니다.

“어머님 때문에 그래?”

“……네.”

거짓말을 할 이유도, 적당한 핑곗거리도 떠오르지 않아서, 니콜라스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으실 거야.”

“……그래야만 해요.”

만약 괜찮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건 전부 제 잘못이니까요.

니콜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옆으로 와 앉았습니다.

“무릎에 누워. 그러고 푹 자.”

“배려해주실 필요 없어요.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그러지 말고, 빨리 무릎에 누워.”

“걱정하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이제부터 다른 생각하지 않을게요.”

“하아…….”

제 완고한 거절에 한숨을 내쉰 니콜라스는, 상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제게 주었습니다.

“이걸 쓰면, 하루 동안은 뭐든지 들어주는 것 맞지?”

니콜라스 왕자가 제게 보여준 것은,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1일 사용권」

“그건 맞지만, 지금 사용하시려고요?”

“그래.”

제 손에 인장이 찍힌 종이를 쥐여준 니콜라스는, 제 몸을 끌어 무릎에 눕혔습니다.

“이제 아그네스는 내 말에 따라야 하는 거 맞지?”

“……사용인들을 물러가게 할까요?”

“그럴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한 니콜라스는, 제 머리를 찬찬히 쓰다듬었습니다.

“지금부터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아주 천천히 열을 세. 들어줄 거지?”

“네…….”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이었지만, 니콜라스의 말대로 열부터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습니다.

열……아홉……여덟…….

숫자를 천천히 세어 가는 와중에, 니콜라스가 제 호흡에 맞춰 머리를 쓰다듬으니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긴장이 풀린 저는, 결국 셋까지 세고 난 뒤에는 잠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제 방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한 장에 조금 구겨진 종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니콜라스가 조금 허무하게 사용한,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1일 사용권」입니다.

“흐음…….”

솔직히 무슨 생각으로 이걸 제게 주셨는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저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 저를 왕궁으로 데려가고, 몸과 마음이 약해진 상태의 저를 굴복시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겠죠.

니콜라스가 그 정도의 계산도 하지 못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니콜라스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스트레스 때문에 잠들지 못한 저를 억지로 재우고, 시간이 남았는데도 평소처럼 돌아가셨죠.

……왜 그랬을까요.

설마 마리가 말한 것처럼, 니콜라스는 실제로 저를…….

“주인님, 아리아나 님께서 오셨습니다.”

엘렉트라의 부름에, 생각을 멈추고 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아리아나가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로 내려가던 중, 저택의 입구에 쌓여 있는 무언가가 잔뜩 있었습니다.

“이건 햇볕이 안 드는 곳에 보관해주시고, 이건 냉장으로 보관해주세요.”

아리아나는 다량의 짐 앞에서, 저희 사용인들에게 가져온 물건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겨달라고 말하는 중이었습니다.

“아리아나?”

“아그네스 님, 오셨어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져서 아리아나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다 뭐에요?”

“출산 전후에 먹으면 좋은 음식들이에요. 프레타리아에서 생산한 렌틸콩이랑, 스타렌스에서 구한 해산물이랑, 아, 견과류는 조금 먼 엘 마니아에서 가져왔어요.”

“와…….”

정말로 엄청나게 많은 양입니다. 이 정도의 물건을 구하려고 했으면 정말로 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많이……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지 않았나요?”

“아그네스 님이 기운을 차리셨으면 해서요.”

“제가요?”

“요즘 아그네스 님은, 어머니 걱정 때문에 매번 뵐 때마다 힘들어 보이셔서요. 아, 그건 실온보관하셔야 해요.”

“…….”

감격스럽네요. 제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이렇게까지 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요.

“별 건 아니지만, 아그네스 님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렸으면 해서요.”

“……고마워요, 아리아나. 덕분에 많은 기운이 났어요.”

그날 저녁, 미역과 전복이 들어간 죽을 맛있게 드시는 어머니를 보고,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제 아리아나는 정말 엄청났었죠.

그렇게 많은 식재료를 제가 기운이 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여기저기서 구해오다니요.

종류와 양도 상당하고, 세계 각지에서 구한 물건들인 것을 보면 확실히 엄청나게 고생을 했을 거예요.

만약 제가 아리아나였다면 그 정도로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요.

저를 그만큼 소중한 친구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리의 말대로, 아리아나는 친구로서의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을 제게 품고 있다던가…….

“주인님, 파노스 님께서 오셨습니다.”

“네? 파노스 왕자가요?”

니콜라스가 아닌 파노스 왕자가 왔다는 소식에, 의문을 가지며내려갔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응접실로 내려가니, 세 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파노스 왕자와 그 사용인은 뵌 적이 있지만,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시는 여성분도 한 분 계셨습니다.

“영애님의 저택에서 개인적으로 찾아뵙는 것은 처음이네요.”

파노스 왕자가 따로 찾아오는 일은 처음이라서 저도 놀랐네요. 게다가 오늘은 세 번째 요일이므로 원래는…….

“니콜라스 대신에 파노스 왕자가 오신 이유가 있나요?”

“영애님에게 반드시 소개해드려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 형님께 양보받았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옆에 계신 여성분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소개하겠습니다. 알렉산드로스에서 가장 저명한 산부인과 의사인 낸시 에반젤리나 선생님입니다.”

“처음 뵙겠어요,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양.”

“처음 뵙겠습니다, 낸시 에반젤리나 선생님.”

파노스 왕자가 소개한 낸시 에반젤리나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낸시 선생님께서는 오늘부터 출산일까지, 아그네스 영애님의 어머니이신 로렌나 앙겔로풀로스 공작부인의 몸 관리와 출산을 도와주실 예정입니다.”

“네?!”

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을 듣고 어머니의 상태를 좀 봐주시러 오신 정도로 생각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출산일까지 도와주시겠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잘 부탁할게요.”

“정말로 감사하신 말씀이지만, 굉장히 바쁘신 분 아니신가요? 길어지면 한 달 가까이 저희 가문에서 시간을 소모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신가요?”

“이전부터 은혜를 많이 입은 파노스 왕자님의 부탁이니까요.”

파노스 왕자는 정말 인맥이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이번 일이 끝나면,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도 있네요.”

“아, 네.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화상 치료의 물약과 상처 치유의 물약의 개발자이신……제이스 앙겔로풀로스 님과 깊이 있는 지식의 교류를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제이스는 벌써 이쪽 방면으로는 상당히 유명 인사가 된 모양이네요.

“알겠어요, 제이스에게 말해 놓을게요. 아마 제이스도 낸시 선생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기뻐할 테니까요.”

“고마워요, 아그네스 양.”

낸시 선생님이라는 믿음직한 의사가 어머니를 보필해주신다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

파노스 왕자의 인맥이 넓은 것뿐이 아닌, 아주 깊다는 것도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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