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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74화 (74/86)

〈 74화 〉 드디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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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야 해요.

찾아야 해요!

“아키스 히에로……이사벨라 메르쿠리…….”

「사랑과 운명 ~아스토리아~」의 마지막 공략 대상과 그 라이벌 영애를 찾아야 한다고요!

우선, 그 두 사람을 찾기 전에, 두 사람이 원작에서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관해 설명해야겠죠.

히에로 자작 가문의 4남 중 막내인 아키스 히에로 자작 영식과 메르쿠리 남작 가문의 외동딸인 이사벨라 메르쿠리 남작 영애에 관해서요.

우선, 아키스 히에로와 이사벨라 메르쿠리는 소꿉친구 관계입니다.

히에로 자작 가문과 메르쿠리 남작 가문은 공통으로 앙겔로풀로스와 오래전부터 교류해 온 가문이라는 특징이 있었고, 에리나와 에리자의 본가인 솔론 남작 가문을 포함해서 세 가문끼리의 교류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히에로 자작 가문의 아키스 히에로와 메르쿠리 남작 가문 이사벨라 메르쿠리는, 어려서부터 눈이 맞아 긴밀한 관계가 됩니다.

두 가문의 부모님들의 의견 또한 맞아, 아주 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약혼자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아키스 히에로의 일곱 번째 탄생일을 맞아, 성대한 탄생일 잔치 대신 히에로 가문의 가족들은 메르쿠리 가문의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메르쿠리 가문의 사람들도 동의하였고, 특히 이사벨라 메르쿠리가 굉장히 들떴습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주방에 들어가, 아키스에게 먹여주기 위한 요리를 만들다가…….

“꺄아아아아악!”

비명에 놀란 그녀의 부모님이 주방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얼굴 왼쪽 절반에 큰 화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녀의 얼굴 절반과 목 일부에는 감출 수 없는 끔찍한 흉터가 생겼고, 그녀는 흉측해진 자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괴로워하며, 자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녀를 구원한 것은, 약혼자인 아키스 히에로입니다.

아키스 히에로는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흉터가 남은 그녀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말하며, 만약 그녀의 외모를 모욕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의 약혼자인 이사벨라를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렉산드로스 왕국에서 높은 지위를 얻겠다고 말하면서요.

그 말을 꺼낸 직후부터, 아키스 히에로는 끊임없는 노력을 합니다.

하루 5시간씩 검술과 승마를 배우고, 밤에는 잠도 줄여가면서 지식과 교양을 탐독합니다.

여덟 살 때부터, 죽을 때까지요.

그의 노력은 빛을 발해, 왕립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재무성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도 잠을 거의 자지 않으면서 일 처리를 하고 업무를 배우다 보니, 결국 서른 살 만에 최연소 재상에 오른다는 초고속 승진을 합니다.

당연히 이 위치까지 도달했으니, 이제는 아키스 히에로 재상의 아내인 이사벨라 메르쿠리를 모욕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 사람은 위기를 극복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엔딩을 맞이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도 역시 ~아스토리아~의 공략 대상인 만큼, 라이벌 영애에 대한 단죄 엔딩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아키스 히에로가 분명 노력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의 약혼자인 이사벨라 메르쿠리를 위해서였지만,

지위와 권력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진 나머지, 오히려 이사벨라가 자신의 약혼자인 것이 방해라고 느껴집니다.

약혼 파기까지는 흘러가지 않았지만, 아키스는 이사벨라의 외모가 창피하다는 이유로 결혼식조차 올리지 않고 그저 서류상의 결혼을 마칩니다.

그리고 결혼 이후에도,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만이 이어집니다.

아키스는 이사벨라를 거의 가둬놓다시피 취급하며, 대외 활동에 얼굴을 못 내밀게 합니다.

자신이 잠을 청하는 침실이 아닌, 다른 방에 유배를 보내듯이 취급하고는 잠자리도 따로 정해 놓습니다.

유일하게 잠자리를 함께하는 순간은,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형식적인 관계만 몇 번 맺을 뿐.

이사벨라는 그런 아키스의 태도에 점점 불안해지면서, 그가 어렸을 때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어느 날 이사벨라는 아키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저도 가끔은 밖에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아키스의 돌아온 말에, 그녀는 절망합니다.

“그 흉측한 몰골로 돌아다니면, 내 명예가 실추된다.”

이사벨라의 마지막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아키스가, 자신을 부정해버리는 말을 해버렸으니까요.

그 말에 이사벨라는 절망하며 울고, 그 모습을 보던 아키스는 혀를 차며 방 밖으로 나가면서 이사벨라의 단죄 엔딩은 끝이 납니다.

파노스 왕자와 아리아나의 엔딩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우울한 엔딩이라서, 전생에 플레이했을 때도 마음 한편이 찜찜했던 기운이 남네요.

그래서 아키스와 이사벨라의 엔딩을 보고 나면 우울한 기분을 떨치려고 회상 장면에 들어가서 니콜라스가 아그네스를 고문하는 장면을 돌려보고는 했었죠.

그 업보로 인해 지금의 저는 아그네스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인제 와서 아키스와 이사벨라를 찾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스토리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입니다.

원작 게임의 배경인 아스토리아 왕립학교에서 학생회 임원은, 아그네스를 제외한 8명의 주요 인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기초학교까지는 어영부영 제가 학생회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본격적인 스토리를 시작하는 왕립학교에서는 저는 퇴장하고 두 사람을 학생회에 포함할 생각입니다.

저로 인해 비틀어진 스토리를 바로잡는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죠.

제 시종인 엘렉트라를 저와 떨어뜨려서 억지로 학생회에 밀어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방법은 조금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죠.

그보다도 빨리 아키스와 이사벨라부터…….

“아얏!”

“꺄악!”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주위를 안 살피고 뛰다가, 그만 복도의 모서리에서 다른 영애와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저, 정말로 죄송합니다!”

해야 할 일이 바쁘기는 하지만, 제대로 사과는 드려야 합니다.

“아, 아니에요. 저도 주위를 살피지 않았어요.”

“이사벨라, 괜찮아?!”

멀리서 넘어지신 분의 약혼자로 보이는듯한 분이 달려오셨습니다.

“괜찮아요, 아키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이사벨라라고 불린 영애분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잠깐, 이사벨라에, 아키스라면…….

“혹시……이사벨라 메르쿠리 영애와 아키스 히에로 영식이신가요?”

“그건 맞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지, 진짜였어요!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이야! 아, 이럴 때가 아니라 어서 제 소개를 해야…….

“실례했습니다. 저는 앙겔로풀로스 공작 가문의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입니다.”

원작 게임과는 몰라보게 달라져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특히 이사벨라 양은 분명히 긴 앞머리로 얼굴에 난 상처를 가리고 다녔을 텐데요…….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이셨군요! 반드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아그네스라는 것을 밝히자마자, 이사벨라 영애는 갑자기 제 손을 잡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네? 저, 저에게요?”

이사벨라의 손을 잡고 당황하는 사이, 아키스 영식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도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왜, 왜들 그러시죠? 제가 두 분에게 무언가 한 일이 있나요?”

예상치 못한 두 사람의 감사 인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직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 두 사람이었으니까요.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의 ‘화상 치료의 물약’ 덕에, 제 약혼자인 이사벨라의 얼굴에 난 상처를 지울 수 있었습니다.”

“제 상처가 지워진 것을 알게 된 날, 아키스가 저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이사벨라, 부끄러운 이야기는 너무 퍼트리지 마.”

“아, 그, 그러셨군요.”

아아……화상 치료의 물약. 그러고 보니 메르쿠리 남작과 히에로 자작도 제 여덟 번째 탄생일에 참가해 주셨으니, 제이스가 나눠준 화상 치료의 물약을 받았겠네요.

세 명 분량의 화상 치료의 물약이면 이사벨라에게 난 상당히 큰 화상을 치료하는 데도 부족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이후에도 화상 치료의 물약은 꾸준히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잠깐, 화상 치료의 물약은 제이스가 만든 성과잖아요?

“감사 인사는 제가 아닌, 제 남동생 제이스 앙겔로풀로스에게 해주세요. 저는 그저 남동생에게 선물로 ‘화상 치료의 물약’의 권리를 양도받았을 뿐이니까요.”

“제이스 님에게는 이미 감사 인사를 드린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제이스 님께서는, ‘화상 치료의 물약을 만든 계기는 제 누나의 손등에 난 화상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었으니, 감사 인사는 아그네스 누나에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그 화상도 제이스 님을 화재에서 구하다가 입으신 것이라고 들었어요. 결국, 화상 치료의 물약을 만드신 제이스 님을 구하신 것도, 제이스 님께서 화상 치료의 물약을 만들도록 결심하시게 한 것도 아그네스 님이니,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제이스가 그렇게 말했었나요…….”

원작에서 본 적 없는 ‘화상 치료의 물약’을 왜 만들었나 했는데, 설마 제 손등에 난 상처를 치료하려는 것이 계기였다니요…….

심지어 손등에 난 화상이 제이스를 구하다가 입은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니, 제이스에게는 괜히 마음의 짐을 지우게 해버렸었네요.

……생각해 보니, ‘상처 치유의 물약’이나 ‘살 빠지는 물약’ 같은 것을 개발했던 것도, 승마하다가 자주 다치거나 아리아나의 간식 때문에 뱃살이 나온 것을 걱정했던 저를 위해서……?

우연이겠죠. ‘상처 치유의 물약’이나 ‘살 빠지는 물약’ 같은 것은 제가 아니라도 필요한 사람은 많으니까요. 충분히 제이스가 생각하기에도 연구 가치가 있는 물약이라서 그런 거겠죠.

아, 지금 제이스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요! 아키스와 이사벨라를 모처럼 만났는데 어서 해야 할 말을 전달해야죠!

“아키스 히에로 영식, 이사벨라 메르쿠리 영애. 혹시 한 가지 제안을 해도 괜찮을까요?”

“말씀하십시오, 아그네스 님.”

“저희가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요.”

“실은, 얼마 후 있을 학생회의 임원 모집에, 두 사람을 추천하려고 하는 데 어떠신가요?”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두 사람을 학생회에 넣고, 저는 에리나와 함께 슬쩍 빠져나오면…….

“죄송하지만,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저도요. 죄송해요, 아그네스 님?”

“네, 네?”

예상하지 못한 거절 표현에, 순간 당황해 버렸습니다.

“어, 어째서인가요?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야 학생회에 들어가면 바빠지니까…….”

“아키스와 단둘이 있을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

…….

……아!

그러고 보니 아키스가 학생회에 들어왔던 이유는, 자신의 약혼자인 이사벨라의 얼굴을 모욕하는 사람이 없도록 출세하기 위해 들어왔던 거였죠!

그런데 이사벨라가 본래의 아름다운 얼굴을 되찾았으니, 더는 권력욕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 거잖아요!

결국, 원래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니 둘이 있을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건 당연하겠죠.

“그리고 학생회에 들어가서 저희가 자리를 차지하면, 원망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제이스 님의 물약 덕에 구원받았는데, 제이스 님에게 미움받고 싶지는 않아요.”

이건 무슨 말이죠? 왜 두 사람이 학생회에 들어오는 데 제이스의 미움을 받는다는 이야기일까요.

“알겠어요. 이상한 제안을 해서 죄송했어요.”

또 다른 의문만이 남은 채, 저는 두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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