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쿠키를 또 구웠습니다
* * *
“다녀오십시오, 주인님!”
마지막 손님이 계셨던 테이블까지 정리를 마치고, 드디어 장장 7시간에 걸친 집사&메이드 찻집의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완전히지쳤어요…….”
에리나가 가장 먼저 테이블에 앉고, 그대로 앞으로 지쳐서 쓰러졌습니다.
“에리나, 칠칠찮아.”
늘어진 모습의 에리나에게 에리자가 주의를 시키니, 에리나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면서도 자세를 고쳐 앉네요.
아무리 보아도, 에리나의 곁에는 항상 에리자가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 아그네스.”
니콜라스도 빈 테이블에 앉아 어깨에 등을 기대며 제게 말했습니다.
“니콜라스도 수고했어요.”
제가 영업 막바지에 피운 고집 때문에 늦게까지 다들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제 억지 때문에, 다들 늦게까지 고생했어요.”
“아닙니다, 영애님. 저도 즐거웠으니까요.”
“저도 아그네스 님이랑 함께 일해서 행복했어요.”
파노스 왕자와 아리아나도, 제가 신경을 쓰지 않도록 배려해서 말을 해줬습니다.
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 엘렉트라와 둘이서만 준비한 마지막 행사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시각은 오후 5시, 마지막 계획을 실행하기에 너무 늦지는 않겠네요.
“그럼 다들 교복으로 갈아입고 와서 학생회실을 정리하도록 하죠.”
오후 6시.
다른 사람들은 전부 사용인 복장에서 원래의 교복으로 갈아입고, 찻집을 운영하기 위해 바꿨던 학생회실의 구조도 원래대로 돌려놓았습니다.
많은 테이블과 의자로 난잡했던 학생회실은, 정리 이후에는 평소처럼 중앙에 남은 큰 테이블만을 한 개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는, 저와 엘렉트라를 제외한 다른 6명이 앉아 계십니다.
“……아그네스 누나, 어떤 계획입니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제이스가 물었습니다.
“영애님과 엘렉트라 양은, 갈아입지 않으십니까?”
파노스 왕자도 저와 엘렉트라의 의상에 대해 의문을 건넸습니다.
그 말대로, 다른 사람들은 전부 교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저와 엘렉트라는 아직 사용인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으니까요.
그 이유는, 이 축제의 마지막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죠.
“제가 하자고 했던 제안에 따라주시고, 마지막까지 제 고집에 어울려 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그 보답으로, 마지막으로는 제가 여러분의 시중을 들어드리려고요.”
“네?!”
“저, 정말요?”
“정말이죠. 엘렉트라, 준비한 것을 가져와 주시겠어요?”
“네, 주인님.”
엘렉트라가 방금 새로 구운 쿠키와 차를 가지고 오고, 저는 각각의 사람들 앞에 놓인 잔에 차를 한 잔씩 따라드렸습니다.
“고, 고마워, 아그네스.”
니콜라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영애님.”
파노스 왕자.
“고마워요, 아, 아그네스 님.”
아리아나.
“감사합니다, 아그네스 누나.”
제이스.
“자, 잘 마실게요.”
에리나.
“고맙습니다, 아그네스 언니.”
에리자까지 차를 따라준 후,
“엘렉트라도, 앉아주세요.”
“네? 저도 말입니까?”
“엘렉트라도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잖아요. 쿠키를 굽는 것은 제 전문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도움을 받았지만, 차를 따라드리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호의를 받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은 엘렉트라의 앞에 놓인 잔까지 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시종을 부리는 것처럼 말씀하세요.”
그리고 테이블 옆에 서서, 다른 사람들이 다과를 즐기시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고마워, 아그네스. 최고의 선물이다.”
“칭찬 감사합니다, 주인님.”
“주, 주인님…….”
니콜라스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영애님,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주인님.”
“기왕 시중을 받는 거, 엘렉트라 양의 것이 아닌 아그네스 영애님이 만드신 쿠키를 먹고 싶습니다만, 어려우실까요?”
아…….
“죄송하지만, 제 쿠키는 퍼석퍼석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아서 드셔봤자 불쾌하기만 할 거예요.”
“네?! 아그네스 님이 만드신 쿠키가 그럴 리가 없어요!”
아리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가 한 말을 부정했습니다.
“그 ‘퍼석퍼석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그네스 누나 본인의 의견입니까?”
제이스는 쿠키의 구체적인 감사의 출처가 누구인지에 관해 물어보네요.
“제가 느꼈을 때도 그랬지만……믿을 만한 사람의 의견도 있습니다.”
“누구예요! 누가 아그네스 언니에게 그런 심한 말을 했어요!”
“아그네스 언니를 모욕하신 분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누가 감히 주인님의 요리를 드시고 비웃으셨습니까?”
“영애님의 요리를 모욕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어떻게 아그네스 님에게 그런 말을!”
“그 거만한 인간이 누군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그네스 누나.”
다들 제가 만든 요리에 누군가가 불만을 품었다는 사실에 분노해 주었지만,
한 사람만이, 유일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시선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형님. 왜 아그네스 영애님의 요리 실력이 모욕당한 것에 분노하지 않으십니까?”
“그러게요. 니콜라스 왕자, 왜 이렇게 조용하시죠?”
“설마, 아그네스 누나의 과자를 모욕하신 분이…….”
“니콜라스 오빠?”
“니콜라스 왕자님?”
“……니콜라스 님.”
“……그래. 내가 그랬다.”
모두의 시선과 의심을 견디지 못하고, 니콜라스가 결국 실토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십니까! 어떻게 아그네스 영애님의 요리를!”
“나도 모욕할 생각이 아니었어!”
“심지어 아그네스 님에게 대놓고 핀잔을 주셨다고요?!”
“아그네스가 만든 건지 몰랐으니까!”
“자신의 약혼자가 만든 쿠키를 드시고도 무엇인지 모르셨다는 건, 약혼자 실격 아닙니까.”
“실망했어요, 니콜라스 오빠!”
“극악무도하시네요.”
“니콜라스 님께서는, 공감 능력이 모자란 사이코패스이신가요?”
다른 모든 사람의 신랄한 비판이, 니콜라스에게 이어졌습니다.
“그, 그만해주세요, 여러분. 제 요리 실력이 형편없어서 맛없는 쿠키를 만든 것은 사실이니까요. 솔직하게 말씀하신 니콜라스 주인님이 비판받으실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처럼의 기회라도 된 것처럼 열성적으로 니콜라스를 궁지에 몰았습니다.
그런 비난들을 한동안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던 니콜라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그럼 입에 넣는 순간 아그네스의 요리를 구분할 수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죠!”
“물론입니다.”
“네! 네!”
“자신 있습니다.”
“주인님의 심복으로서, 당연하겠죠.”
“아그네스, 잠깐 재미있는 제안을 하나 하지.”
순간, 니콜라스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니콜라스가 갑작스럽게 제안한 이야기 때문에, 저와 엘렉트라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지금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먹일 쿠키를 굽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하는 대로 따라서 하시기만 해도, 절대 실패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럴까요…….”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때도 분명 완벽히 따라 한다고 따라 했는데, 결과물은 영 아니었으니까요…….
“저를 믿어주세요, 아그네스 님.”
“알겠어요. 그럼 엘렉트라만 믿을게요…….”
그리고 엘렉트라의 지도를 받으며, 30분 만에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따라서 쿠키를 만들었습니다.
“으으……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오븐 속에서 돌아온 완성품 앞에서, 저는 다시 한번 상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게는 요리하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요.
“죄송합니다. 제가 더 제대로 가르쳐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제가 요리를 못 하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대로 엘렉트라의 쿠키와 같이 내서 맛을 비교하라고 하면, 분명 망신만 실컷 당하겠죠.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엘렉트라가 만든 쿠키와 겉모습만은 비슷하다는 것일까요.
차라리 잘 만든 엘렉트라의 쿠키와 비교라도 되지 않으면, 그나마 충격이 덜할 것 같은데요. 혹시라도 그런 방법이……아!
“엘렉트라,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일은, 마지막까지 전부 비밀에 부쳐주세요.”
주방에서 나온 아그네스는, 양손으로 든 쟁반 위에 두 개의 쿠키가 담긴 그릇을 올리고 있었다.
하나는 A, 하나는 B라고 적힌 쿠키 그릇을.
“하나는 제가 만든 것이고, 하나는 엘렉트라가 만든 것이에요.”
아그네스가, 두 개의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그렇습니까, 아그네스 누나…….”
“와, 와아……아그네스 언니가 만든 과자…….”
아그네스와 엘렉트라를 제외한 6명은 긴장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단순히 맛있는 쿠키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아그네스가 쿠키를 굽고, 엘렉트라 영애의 쿠키와 비교해서 무엇이 더 맛있는지 골라보면 되겠군. 너희들이라면 당연히 아그네스가 만든 쿠키가 더 맛있다고 말하겠지?”
니콜라스의 제안에서 이어진, 어떻게든 아그네스가 만든 쿠키를 찾아서 칭찬해야만 하는, 작은 시험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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