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68화 (68/86)

〈 68화 〉 찻집을 열었습니다

* * *

그리고, 축제 당일.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저는 메이드복을 입고, 학생회에서 개최한 집사&메이드 찻집의 안내를 했습니다.

찻집이라고는 해도, 메뉴는 거의 다 엘렉트라와 아리아나가 만든 것이지만요.

처음에는 외부 사람을 고용할까도 싶었지만, 기왕 하는 가게니까 온전히 학생 힘으로만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엘렉트라의 과자와 차는 정말 맛있으니까요.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에게 맛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아, 아그네스 님…….”

“항상 다가가기 힘들었던 고귀하신 아그네스 님의 시종 옷차림을 영접하게 되다니…….”

“게다가 아그네스 님에게 시중을 받다니……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죠?”

“칭찬 감사합니다, 주인님들. 드시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다시 불러주세요.”

저를 있는 힘껏 띄워주시는 영애분들의 안내를 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파노스! 저 영애들은 아그네스의 위험군에 있는 학생들이잖아! 왜 아그네스가 시중을 받게 했어!’

‘농담하지 마십시오, 형님. 지금 이 인파 속에서 손님을 가려 받으면 내일 아침까지도 집사복을 못 벗을 거라고요. 어차피 오늘 이후로는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니까 괜찮습니다.’

한창 가게가 바쁜 와중에, 니콜라스와 파노스 왕자가 잡담을 나누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니콜라스! 파노스 왕자! 지금 잡담이나 나눌 때인가요?”

손님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기에, 다가가서 주의를 시켰습니다.

“미, 미안 아그네스. 앞으로는 주의할게.”

“죄송합니다, 영애님.”

“역시 아그네스 님…….”

“왕자가 둘이나 계신데도 저렇게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다니…….”

“모든 여성의 본보기세요!”

“두 사람을 보러 방문하신 분도 많으니까, 주의해주세요.”

“그래, 아그네스.”

“저도 조심하겠습니다.”

제 말대로, 이 많은 인파는 두 사람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니콜라스와 파노스 왕자는 언제나 여성분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파노스 왕자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성분까지 유혹해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전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니콜라스, 물이 없으니 지금 당장 채워주시겠어요?”

“니콜라스 님, 티스푼을 떨어뜨렸으니 새로 가져다주시죠.”

“아그네스 님과의 파혼은 언제 하실 건가요, 니콜라스 님?”

“……제가 아그네스의 약혼자라고, 기회를 틈타 너무 괴롭히시는 것 아닙니까?”

역시 니콜라스는 여기저기서 지명까지 당하실 정도로 인기가 많아, 굉장히 바쁘시네요.

니콜라스는 깔끔하고 무난한 의상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검은색 정장 바지에 흰 와이셔츠, 짙은 회색의 조끼라는 정석적인 집사복이지만, 넥타이 대신 회색 스카프를 메고, 행거치프와 무채색 장갑으로 포인트도 확실히 살리신 모양입니다.

파노스 왕자도 니콜라스 왕자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뭔가 여러 가지로 조금 난잡한 의상입니다.

“바, 방금 파노스 님의 쇄골이 보였어요!”

“파노스 님의 팔 근육……손등 핏줄…….”

“하아……하아…….”

파노스 왕자는 단정한 니콜라스와는 다르게, 와이셔츠는 팔꿈치까지 호쾌하게 걷고, 중앙 단추도 세 개나 풀어서 잘난 몸매를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손님들, 특히 여성분들은 파노스 왕자의 몸을 한 번씩은 주시하는 모양입니다.

……조금 위험한 사람들도 꼬인 것 같고요.

파노스 왕자니까 알아서 잘 하겠죠.

“아그네스 누나, 시간 내에 종료하려면, 앞으로 5팀만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님들의 전체적인 안내와 관리를 맡은 제이스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제게 말했습니다.

제이스의 복장은 남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파란색 나비넥타이를 목에 달았습니다. 제이스의 푸른색 머리카락과 잘 어울리네요.

머리카락은 뒤로 넘기고, 도수가 없는 안경까지 착용해서 지적인 느낌으로 변신한 상태입니다.

저희 앙겔로풀로스 가문의 집사장인 라이언과 꽤 비슷한 분위기인 것을 보아, 분명 조언을 받은 것이겠죠.

“네? 하지만 밖에 손님이 꽤 계시지 않았나요?”

“기다리는 손님은 12팀 정도 계십니다.”

“흠…….”

멀리서 오신 손님 분들도 있을 테고, 벌써 기다린 지 오래된 사람들도 있는데 반절이 넘게 자르다니…….

“……어떻게든 안 될까요, 제이스?”

“설마 오시는 손님을 전부 접대하실 생각입니까?”

“하지만 꽤 오래 기다리신 분들도 있고, 또, 오늘 기회만을 손꼽아 기다리신 분들도 계실 텐데…….”

그야말로 오늘 하루뿐인 이벤트이니까요. 가능하면 많은 분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마, 만약 제이스가 피곤하면 먼저 들어가도 돼요! 시간 내에 끝나지 못할 것 같으면 저랑 엘렉트라가 둘이서 마지막까지 남아 접대할 테니까…….”

“……현재 줄을 서고 계신 분들까지입니다.”

“그 말은…….”

“지금까지 줄을 서신 12팀까지만 받고, 그 뒤에 손님은 더는 받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다른 분들도 이해하시겠죠.”

“고마워요, 제이스!”

다행이네요. 기다리기만 하고 돌아가는 분들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 님, 죄송하지만 3번 테이블에 프레타리아에서 오신 분들이 있는데, 주문만 받아주시겠어요? 지금 디저트가 많이 밀려서 조금 바빠서…….”

아리아나가 프레타리아어가 가능한 저를 급하게 찾았습니다. 프레타리아에서 온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는 게 가능한 사람은 네 사람뿐이니까요.

하지만 니콜라스와 파노스 왕자는 영애분들을 상대하느라 숨도 못 쉬게 바쁘니 어쩔 수 없겠죠.

아리아나는 무려 미니스커트 차림의 메이드복을 준비해 왔습니다.

반소매에 미니스커트, 그리고 레깅스까지……정말로 메이드 카페에서 볼법한 메이드복이네요.

제가 염원하던 메이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내주는 것은 좋지만, 저런 옷차림이면 다른 귀족분들의 욕망이 가득한 시선을 많이 받을지도…….

그나마 주방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눈에 덜 띄는 게 다행이겠죠.

“먼 곳의 여행을 다녀오신 주인님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지, 진짜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입니까!”

“설마 메이드 차림의 아그네스 님에게 접대를 받을 줄은…….”

“다음 경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으십니까? 프레타리아 모든 국민이 아그네스 님이 다시 출전하시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 이분들은 프레타리아 경마 대회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 분들이시네요. 유소년 부에서 저와 같이 선수로 출전하셨던 사람들입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성인부에서는 제가 활약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요.”

정중히 거절하고, 블렌딩 티 석 잔과 다과 주문을 받았습니다.

“으아아, 피, 피해요, 아그네스 언니!”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에리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에리나는 빈 그릇을 정리하여 가지고 오다가, 발을 삐끗해 넘어지고 있었습니다.

“에리나!”

서둘러서 에리나에게 달려가, 넘어질 뻔한 에리나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릇이 떨어지는 것까지는 막지 못할 것 같아, 깨지는 것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어라?

“에리나, 내가 앞을 똑바로 보면서 걸어 다니라고 했지.”

다행히 계산대에서 에리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에리자가, 빠르게 달려와 깨질 뻔한 그릇을 잡았습니다.

“미, 미안……에리자……아그네스 언니…….”

에리나와 에리자의 옷차림은 마치 동화에서 나온 것 같은 발랄한 의상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주인공과 비슷한 드레스일까요.

에리나는 분홍색, 에리자는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메이드용 앞치마를 두른 모습입니다.

메이드복인가 하면 조금 의문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 다 귀여우니까 상관없겠죠.

“조심하세요, 에리나. 잘못 넘어졌다가 귀여운 얼굴에 상처가 나면 어떡해요.”

“귀, 귀여운, 헤헤…….”

에리나가 일하다 말고 제 품에 안겨들었습니다.

“아그네스 언니.”

“아, 미안해요. 너무 시간을 끌고 있었죠?”

“저, 저도 귀엽다고 해주세요…….”

“네? 아, 물론 에리자도 정말 귀여워요! 두 사람 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이네요.”

“아그네스 언니…….”

에리자도 에리나와 마찬가지로 제 반대쪽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쩌죠, 빨리 접객을 해야 하는데 두 사람을 떨어뜨리자니 죄책감이…….

“거기까지만 하시죠, 에리나 님, 에리자 님.”

어느새 주방에서 나온 엘렉트라가 저에게서 두 사람을 떼어놓았습니다.

“엘렉트라? 주방에 있었던 게 아닌가요?”

“다과와 차가 준비되었는데, 가지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직접 접객하러 나왔습니다.”

엘렉트라는 평소 저희 가문에서 보던 시종 복장 그대로입니다. 학교에서 보니까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하네요.

“미, 미안해요, 엘렉트라.”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이 많이 밀려 있었습니다.

“에리나 님과 에리나 님도 아그네스 님을 그만 놓아주십시오. 아직도 손님이 한창 계시니까요.”

“네, 네에…….”

“알겠습니다…….”

엘렉트라에게 지적을 받은 두 사람이 의기소침해져서 돌아갔습니다.

“고마워요, 엘렉트라.”

“아닙니다. 접객이 밀리면 그만큼 늦게 끝나니까요. 주인님의 휴식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서 한 행동일 뿐입니다.”

……결국에는 그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일인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

아, 그러고 보니 저도 지금 엘렉트라와 같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네요.

“엘렉트라.”

“네, 주인님.”

“지금 저랑 엘렉트라의 옷차림, 맞춤 의상이라서 자매 같지 않나요?”

“…….”

엘렉트라는 말없이 등을 돌렸습니다.

“워, 원래 위치로 돌아가겠습니다, 주, 주인님.”

그리고 정색을 하며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회심의 농담이었는데, 원래 시종 일을 해오던 엘렉트라로서는 재미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종료 예정 시각보다 두 시간 뒤, 학생회의 집사&메이드 찻집은 성황리에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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