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학교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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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토리아 기초학교, 3학년의 어느 날.
언제나처럼의 학생회 업무. 총무 보고서에 적힌 내용을 정리하는 중, 학교 축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견했습니다.
“이건 뭐죠? 아스토리아 기초학교에도 축제가 있었나요?”
분명 작년과 재작년에는 없었던 것 같은 행사 보고서를 보고, 의문이 들어 물었습니다.
“학년이 세 개가 되었으니까요. 올해부터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왕립학교와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기에 서로 협력하는 행사도 일부 있을 예정입니다.”
기초학교에 다닌 학생은 거의 다 왕립학교까지 그대로 진학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니, 사실상 하나의 학교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 같네요. 그에 따른 행사의 규모도 더욱 커진 것 같고요.
“그래서 회계 보고서 양이 이렇게 많았네요.”
축제 준비라는 것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물품의 구매나 대여, 축제에 필요한 외부 인력의 고용 등으로 각각 동아리마다 비용 신청에 관한 보고서가 잔뜩 들어오겠죠.
에리나도 평소의 배 이상 많아진 업무 때문에 에리자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밀린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주인님. 평소라면 시중을 들어드리는 시간인데…….”
“괜찮아요. 일이 많은 게 엘렉트라 잘못은 아니니까요.”
서무도 마찬가지로 바쁜 것 같네요. 평소라면 진작에 업무를 끝내고 제 옆에서 차를 따르고 있었을 엘렉트라가,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마 장소 대여에 관한 업무나 시간표 조정 때문에 마찬가지로 할 일이 많은 것이겠죠.
학교 축제라……조금 기대되네요. 전생에서는 축제 때 뭘 했었죠?
제 기억상으로는, 전시회나, 유령의 집 같은 걸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캠프 파이어랑, 공연을 몇 가지 하고……아!
“왕립학교랑 연계해서 하는 행사면, 저희 연극도 하나요?”
아스토리아 왕립학교의 축제에서는 학생회 임원들이 연극이나 공연을 하는 게 전통이니까요. 기초학교에서도 전통을 따른다면, 아마 그렇게 되겠죠?
“흠…….”
“아…….”
“어…….”
어째선지, 다들 반응이 미묘하네요.
‘어, 어떡해요! 아그네스 님을 데리고 공연 같은 걸 하면 단번에 팬이 늘어나 버릴 거 아니에요!’
‘영애님이 눈에 띄지 않게 하려면, 연극 같은 건 당연히 생략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그네스 언니와 같은 무대에 선다거나 하면, 심장이 떨려서 제대로 연기를 못 할 것 같아요.’
뭐죠, 또 저만 버려두고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요즘 미묘하게 절 따돌리는 느낌이 드는데요.
아, 혹시 게임의 본편 스토리가 가까워지니까 자연스럽게 메인 캐릭터들과 아그네스와의 갈등이 알아서 늘어난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조금 이해가 가네요.
“주인님. 아쉽게도 공연장에 일정이 가득 차있어서 저희 학생회는 연극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저를 왕따시키는 이유에 대해 추리를 하고 있었는데, 엘렉트라가 제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네? 하지만 아까 보고서에서는 아직 공연장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걸로…….”
“아그네스 누나, 그건 제가 실수로 공연장 일정 서류를 분실해서 임시로 빈 문서를 넣어 놓은 것입니다. 공연장 일정에 관한 서류는 엘렉트라 씨가 다시 작성하고 계십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 아니에요, 불찰이랄 것까지야…….”
제이스가 지나치게 자책하는 것 같으니, 서류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는 편이 좋겠네요.
“조금 아쉽네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왕립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본편 스토리를 위해 제가 학생회에서 빠져야 하니까요.
이 멤버들과 마지막으로 쌓을 만한 추억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좌절된 기분이네요.
게다가 게임 시스템 때문에 요즘 다들 저만 두고 점점 거리를 두시는 것 같고…….
다들 너무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앞으로 왕립학교에 입학한 후 3년 동안 제가 외로운 상태로 견딜 수 있을까요.
“하아…….”
니콜라스 왕자와의 파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막막해지네요.
‘잠깐. 아그네스가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이 나오기 전 징조인 것 같은데.’
‘아, 아그네스 언니의 ‘그 모습’이라면, 저번 파노스 오빠 생일에 봤던 ‘엄청 예쁜 아그네스 언니’ 말이에요?!’
‘위험합니다. 저 모습의 주인님은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된 상태라서, 적절히 풀어주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마리 선배가 말씀하셨습니다.’
‘설마 아그네스 누나께서 축제 당일에 해방되시기라도 하신다면…….’
‘전교생의 절반 정도는 영애님을 노리는 경쟁자가 될 겁니다.’
‘어, 어떡해요! 그럼 연극 하는 것으로 다시 바꿔요?!’
‘그것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리고 손바닥 뒤집듯 말이 바뀌면 아그네스 언니도 의심하시겠죠.’
‘……내가 어떻게든 해 보지.’
다른 사람들이 서운하게 저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을 무시하기 위해서라도, 제 앞에 놓인 업무에 집중을 시작했습니다.
“아그네스, 연극은 못 할 것 같지만, 혹시 아그네스가 하고 싶은 행사 같은 건 있어?”
니콜라스가 제 기분을 살피듯이 말을 걸었습니다.
“글쎄요, 지금 딱히 생각 나는 건……. 아, 찻집 같은 건 어떨까요?”
문득 전생에서 하지 못했던 미련이 생각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아이디어를 제의해 보았습니다.
“찻집이요?”
“네. 마침 저희는 과자를 잘 만드는 엘렉트라와 아리아나가 있으니까요. 차도 비율과 물의 온도만 맞추면 누구든지 만들 수 있고요.”
“괜찮은 것 같네요! 아그네스 님의 말대로 그거 해요! 찻집!”
“저도 아그네스 누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왕자가 둘이나 차를 따라준다고 하면, 흥행도 나쁘진 않겠지.”
다들 찻집 자체를 여는 것은 좋아하는 반응이네요. 아, 이 기세라면 제 원래 목적을 얘기해도 스리슬쩍 통과될 지도…….
“그리고 기왕 하는 거, ‘사용인’ 콘셉트로 하는 찻집은 어때요?”
“사용인 콘셉트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외부 사용인은 학교 내에 들이지 못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파노스 왕자가 제가 한 말에 의문을 갖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가 사용인으로 분장해서, 손님들에게 차를 따라드리고 다과를 서빙하는 거에요. 남성분들은 멋있는 집사 복장으로, 여성분들은 귀엽게 메이드복으로…….”
통칭으로 집사 카페&메이드 카페입니다.
수능 시험만 끝나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과 같이 홍대에 있는 메이드 카페에 한 번 가보자고 이야기했었는데,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니까요.
아쉽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한을…….
“집사가……멋있다고요……?”
“메이드복이, 귀엽다라…….”
다들, 조금 떨떠름한 표정이시네요.
여, 역시 너무 오타쿠 같은 제안이었던 걸까요. 그러고 보니 평소에 집사랑 메이드를 항상 곁에 두는 왕족이랑 귀족들이 집사복이라 메이드복이 신선하다고 느낄 리가 없겠죠.
다들 제 눈치를 살피느라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있잖아요……이 분위기를 어떻게 만회해야 하죠?
“쉽게 말씀드리면, 주인님께서도 평소와는 다른 복장인 메이드복을 입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아, 맞아요, 엘렉트라. 저도 메이드복을 입고, 손님들에게 인사나 서빙 같은 것을 하려고요.”
엘렉트라가 제 말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했네요. 잠시 시범을 보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분명 사용인이 인사를 할 때는, 두 손을 모아서 배에 붙이고…….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
……뭐, 뭔가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듯하네요.
“이, 이런 느낌으로 해 볼 생각이었거든요. 다, 다들 안 내키면 그냥 평범한 찻집으로 해도…….”
“생각해보니 영애님의 의견이 신선해서 좋을 것 같습니다.”
파노스 왕자가 갑자기 제 의견에 지지를 표했습니다.
“정말인가요, 파노스 왕자?”
“저도 아그네스 누나의 메이드 차림, 아니, 제안이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스도 그렇게 생각해주는군요.”
“그래. 아예 차라리 지금 당장 하자. 축제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아니, 그렇게 되면 본제랑 어긋나잖아요, 니콜라스.”
대체 지금 메이드복으로 갈아입는 게 누구한테 좋다는 거예요.
‘아그네스 님의 메이드복…….’
‘메이드복을 입은 아그네스 언니…….’
아리아나와 에리나는 왠지 제 쪽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네요.
“아그네스 언니, 그렇다면 사용인 복장은 누가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음……각자 알아서 챙겨오도록 하죠. 아직 축제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으니, 다들 주말에 한 번 정도는 본가에 다녀올 수 있잖아요?”
그리고 한 사람이 전부 준비하면 개성이 사라지잖아요. 멤버들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옷차림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에리나, 슬슬 정신 차려.”
“에, 에리자? 나 지금 뭐 하고 있었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에리나를 에리자가 깨웠습니다.
“아, 엘렉트라 거는 제가 준비해 줄게요. 본가에 내려갔다가 올 여유가 없을 테니까요. 저희 가문에서 일할 때 쓰는 복장이면 되죠?”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일 시작하죠. 업무가 다들 많이 쌓여 있잖아요. 자, 아리아나도 그만 중얼거리고요.”
“아, 아그네스 님?”
여전히 정신을 놓고 있던 아리아나까지 깨우고, 원래의 업무로 복귀했습니다.
한 달 뒤 있을 축제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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