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60화 (60/86)

〈 60화 〉 시종으로 삼았습니다

* * *

아스토리아 기초학교의 여름 방학식이 끝나고, 여느 주말처럼 니콜라스 왕자와 파노스 왕자, 아리아나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앙겔로풀로스 행 마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평소 주말마다 앙겔로풀로스에 돌아갈 때보다, 한 사람이 더 많지만요.

“아그네스 님, 정말로 제가 아그네스 님의 시중을 들어도 괜찮을까요?”

돌아가는 마차에, 마리와 저 말고도 한 명의 손님이 더 타고 있습니다. 바로 여름방학 동안 제 시종으로 고용한 엘렉트라입니다.

“제가 말했죠? 당신의 그 엉망진창인 시골 교양을 바로잡아 드리겠다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아함과 교양의 결정체인 저,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를 곁에서 모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보고 익히는 게 가장 쉬운 게 당연하잖아요?”

엘렉트라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본의는 따로 있습니다.

하나는, 정당하게 시종으로 고용한 엘렉트라를 제 마음껏 부리고 귀찮게 만들어서 저에 대한 악의를 쌓아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평소 엘렉트라는 수업시간에서밖에 저를 만나지 않으니까요. 뭐……최대한 제가 끌고 다니기 때문에 원작에 비하면 많은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니까요.

시종으로 고용하면 좋든 싫든 하루의 최소 절반 이상은 저와 생활을 공유해야 합니다. 접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엘렉트라를 괴롭힐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요.

또 하나는, 마리를 안심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범한 시종이라면 그 서비스에 제가 만족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엘렉트라는 굉장히 우수한 영애니까요. 엘렉트라가 제 무리한 요구에도 완벽하게 시종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 마리도 엘렉트라에게 뒤를 맡기고 자신의 결혼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되면 엘렉트라의 결혼이 조금 걱정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저는 7년 후에 지위를 잃고 국외 추방이 될 예정이니까요. 그때가 되면 제 시종에서 엘렉트라도 자연스럽게 벗어날 거고, 엘렉트라의 매력이라면 누구 와든 이어지겠죠. 역하렘 루트를 탈까 봐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요.

마지막 이유는 당연히 재정적 지원입니다. 엘렉트라를 시종으로 고용하면, 엘렉트라가 저희 사용인이 되니, 학비를 지원할 명분이 생기니까요.

저번에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 무작정 멜리나 가문 영지에 들어가서 금화를 던져 놓고 나와버렸지만, 정식으로 고용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돈을 줄 구실은 많습니다.

비록 시종이지만 앙겔로풀로스의 사용인으로서 교양과 인맥을 넓혀야 한다, 미래 왕비의 사용인이니 시종도 최고 수준의 사용인이어야 한다, 원래 공작 가문의 사용인은 이 정도의 월급은 받는 게 당연하다 등……지속해서 현실 감각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죠.

이걸 이용해서 은근슬쩍 여름방학이 지나도 시종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 것도 좋겠네요. 저의 괴롭힘 때문에 여름방학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엘렉트라에게 있어서, 이런 막무가내 제안은 저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기에 더욱 효과적일 테니까요.

“하, 하지만 저는 겨우 자작 영애이고, 아직 교양도 한참 부족하고, 아그네스 님에게 민폐를 끼칠지도…….”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세요.”

“네?”

일부러 까칠하게 말해서, 호감도를 낮추고 엘렉트라를 자극했습니다.

“못 들으셨어요? 지금이라도 그만두시라고요. 뭐, 그 정도 의지도 없는 이름 없는 가문의 자작 영애는, 제가 두 달이나 얼굴을 못 보면 하찮아서 기억을 못 할지도 모르지만요. 그래도 마지막 인연으로, 특별히 집으로 돌아가는 마차 정도는 수배해 드릴게요.”

“……!”

제가 던진 말에, 엘렉트라의 표정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게 굳었습니다.

“아니에요, 아그네스 님! 열심히 할게요!”

“그리고, 또 한가지.”

“네?”

“마리를 포함해서 앙겔로풀로스의 모든 사용인은 당신의 선배예요. 귀족 영애라는 신분은 전부 잊고, 제 가족들은 물론 모든 사용인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하세요.”

추가로, 일부러 심술궂은 말까지 해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네, 명심하겠어요!”

그렇게, 여름방학 내내 엘렉트라에게 비호감 쌓기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언제나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님에게 신세를 지는 엘렉트라 멜리나입니다! 두 달간 앙겔로풀로스에서 아그네스 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환영한다, 엘렉트라 양.”

“잠깐의 인연이지만, 많은 것을 얻고 가도록 하세요.”

아버지와 어머니도 엘렉트라를 시종으로 고용한 것을 반기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짝짝짝, 짝짝짝.

활기찬 엘렉트라의 인사와 부모님의 환영 인사 이후, 부모님과 사용인들, 그리고 제 박수 소리까지 이어지는 와중에,

“하아……설마 또, 입니까…….”

어째선지 제이스만 이마를 감싸 쥐고 손뼉을 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엘렉트라가 어제 앙겔로풀로스에 도착하고, 오늘은 앙겔로풀로스의 사용인이 된 지 첫날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눈앞에는 시종의 복장으로 갈아입은 엘렉트라가 서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괴롭힐 시간입니다. 엘렉트라에게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고 억울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겠어요.

역시 시작은 청소죠. 엘렉트라는 오늘 앙겔로풀로스에서 처음 근무하는 날이기에, 청소 같은 걸 할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특히 먼지가 쌓이기 쉬운 장소는 더더욱 알아차리기 힘들었겠죠.

첫날부터 상상하지도 못할 만한 장소에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부당함! 그것을 통해 엘렉트라의 울분을 쌓을 예정입니다.

“엘렉트라!”

“네, 아그네스 님!”

저는 제 방의 창틀에 다가가, 두 번째 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이, 창틀을 좀 보세요! 어떻게 이 창틀에 이렇게 먼지가……먼지가……하나도 없을 수 있죠?”

트집을 잡을 생각으로 두 번째 손가락으로 창틀을 문질렀지만, 어째선지 한 톨의 먼지도 묻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어제 마리 선배님에게 아그네스 님의 방을 안내받은 후, 아그네스 님께서 식사하실 때에 맞춰 청소했습니다! 창틀의 미세한 틈에 있는 먼지를 닦기 위해 걸레를 창틀 모양으로 잘라내서 구석구석 닦았습니다!”

“어, 어느새 그런걸…….”

당연히 어제는 본격적인 근무를 시작하기 전이라, 방심하고 쉬었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어제는 분명히 쉬라고 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일을 하셨죠?”

“아그네스 님께서 주무시는 방이니, 한 톨의 먼지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아그네스 님이 방을 비우는 시간에 청소를 끝마쳤습니다!”

“…….”

그러고 보니, 엘렉트라는 어려서부터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해왔었잖아요. 어머니가 편하실 수 있게 방을 항상 먼지 하나 없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도 익숙했을 테고요. 가사 노동이 완벽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네요.

“……수고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아그네스 님!”

트집을 잡으려고 시작한 말이었는데……이렇게까지 완벽한 일 처리에 대고 화를 낼 수는 없죠. 뭐,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실수를 저지를 테니까, 성급하게 하지 말자고요.

점심 후 오후의 휴식시간, 제 옆에서 차 시중을 드는 엘렉트라가 따라준 차를 받고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책을 세 장 정도 넘기고, 차를 마시기 위해 잔을 가져온 순간, 드디어 기회가 생겼습니다.

“엘렉트라? 이 차는 당신이 끓인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좋아요. 일단 도망칠 구멍은 막아놨습니다.

실수했네요, 엘렉트라. 왜냐하면, 찻잔에서 퍼져오는 향기는, 제가 처음 맡아보는 향기였기 때문이죠!

온갖 지역의 희귀하고 다양한 차를 마셔온 앙겔로풀로스 공작 가문의 영애로서, 맡아본 적이 없는 향기가 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잘못 끓였다고밖에 볼 수 없잖아요!

분명 희귀한 찻잎을 보고 어떻게 끓일지 몰라 실수한 것이겠죠? 한 모금 마시자마자 찻잔을 던져버리고, 다시 끓여오라고 말하도록 하죠. 그런 상상을 하며,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

이건, 뭐죠? 분명 처음 느껴보는 맛인데, 어째선지 익숙한 느낌도 드는데요.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잘못 끓였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맛있었습니다.

“처음 맛보는 맛이네요. 어떤 찻잎을 쓰신 거죠?”

“로즈힙 찻잎과 히비스커스, 루이보스를 각각 3:2:5의 비율로 섞었습니다!”

블렌딩……이었군요.

아, 아직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이번엔 접시에 담긴 쿠키를 집어서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

…….

…….

“……엘렉트라, 이 쿠키도 설마 당신이 직접 구우셨나요?”

“네, 아그네스 님.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으으으!

“엘렉트라,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똑똑히 기억하세요.”

“……아그네스 님?”

“앞으로 매주 두 번째 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다과는 모두 당신이 직접 만들어서 준비하세요! 만약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을 내놓았다가는, 용서치 않겠어요!”

“네, 아그네스 님!”

사실, 입맛이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니, 지금 당장 차와 쿠키를 던져버리고 엘렉트라를 괴롭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런 짓을 해버리면, 다음에 뻔뻔하게 이 차와 쿠키를 만들어 달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

트집을 부리기에는, 너무 맛있는 다과였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