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2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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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타리아에 가서 아리아나의 탄생일을 축하해준 날로부터, 2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2년이라는 세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라서, 저는 물론이고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저,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는 열 살이 되었고, 곧 열한 살 생일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열네 살 생일이 지난 다음 해 봄에는 아스토리아 왕립학교에 입학해야 하므로, 본격적으로 게임 『사랑과 운명 ~아스토리아~』의 줄거리가 시작되어버리고 말겠죠.
아그네스의 단죄 결말을 피하려고 최근 2년간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생각만큼 잘되지 않고 있네요.
일단 니콜라스 왕자. 니콜라스 왕자에 대해서는 아리아나와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일부러 일정을 잘못 짠 척을 하며 두 사람이 만나도록 유도하거나, 니콜라스 왕자가 초대한 무도회의 일정 등을 아리아나에게 전달해 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어떻게든 두 사람을 마주치게 하면 어째선지 항상 싸움이 붙고, 그걸 말리기 위해 두 사람의 시종인 잭과 앨리스가 결국 지쳐서 ‘두 분을 일부러 계속 마주치게 하시는 것이라면, 제발 그만두어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바람에, 더는 그런 자리를 만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대신 니콜라스 왕자에게 넌지시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언질을 드려보기도 했지만,
“니콜라스 왕자, 매일 저 같은 재미없는 여자만 만나는 건 질리지 않으세요? 가끔은 다른 영애한테 눈길을 주셔도 눈감아드릴게요.”
“아그네스 영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아리아나 영애를 포함해서 저를 자꾸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분산시키게끔 유도하고, 제가 방심한 사이 떠나가려고 하신다면,저는 아그네스 영애를 왕궁에서 생활하시게 만든 뒤 24시간 감시역을 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 알겠어요. 미안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테니, 그렇게 손을 너무 세게 쥐지 말아 주세요.”
한 번만 더 실수했다가는 니콜라스 왕자의 단죄 연출의 실행 게이지가 차버릴 것 같아서, 그 뒤로는 발언을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아리아나는 프레타리아의 영토 내에, 중앙 귀족들의 거리에 있는 저택 말고도 새로운 별장을 하나 더 지었네요.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이지만, 인프라도 나름 갖춰져 있고 농장이 있어 자급자족 생활까지도 가능할 정도의 별장입니다.
몇 개월 전 아리아나의 생일로 프레타리아에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방문해 보았는데, 그렇게 큰 집은 아니지만 아늑한 곳이었지요. 왜 새로 집을 지은 건지 아리아나에게 물어보았더니,
“원래 저택의 위치를 파노스 왕자에게 들켰으니까요. 모처럼 니콜라스 왕자의 눈을 피해 아그네스 님을 데리고 빠져나와도, 원래 저택이라면 파노스 왕자의 밀고로 인해 다시 끌려갈 위험이 있잖아요. 이곳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장소니, 적어도 몇 년 정도는 몸을 숨길 수 있겠죠.……그 정도 시간이면 기정사실을 만들기 충분하니까요.”
역시 제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은 아리아나밖에 없네요. 몇 년 정도 신분을 숨기고 프레타리아의 다른 남성과 가정을 꾸리면, 그때 와서는 니콜라스 왕자에게 발각되더라도 저를 끌고 가지 못할 테니까요.
제이스의 경우에는, 얼마 전에 열 살 생일이 지나고 정식으로 혼자 연구할 때도 불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기세대로라면, 제이스가 아스토리아 학원에 입학할 때쯤에는 니콜라스 왕자를 공략하기 위한 물약이 개발되겠죠.
벌써 화상 치료의 물약 이후로도 두 가지나 물약을 개발했을 정도니까요. 어째선지 제가 생각하고 있던 지혜의 영약이나 믿음의 선약이 아니라, 상처의 회복을 빠르게 하는 물약과 지방을 연소시켜서 살을 빼는 물약이었지만요.
제이스의 물약 덕에 승마 연습 중에 난 상처도 빨리 낫고, 간식 때문에 걱정하던 뱃살도 줄어들었지만, 어째서 화상 치료의 물약도 그렇고게임에서 본 적 없는 물약만 개발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대로 개발되어 가는 게 맞겠죠?
그리고 연구실의 사용에 관해서도 이제 더는 제 감시가 필요 없으므로, 얼마 전 네 번째 요일에 제이스에게 물어보았지만,
“제이스, 이제 열 살인데 제 도움이 없어도 괜찮은 것 아닌가요?”
“아그네스 누나, 아그네스 누나가 생각하시는 것보다도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아그네스 누나에게는 굉장히 죄송하지만. 계속해서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아그네스 누나께서 제게 지혜를 나누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누나에게 하는 부탁인데 죄송할 게 어딨어요. 지혜라고 할 만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남동생의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게요.”
“남동생이라서……입니까.”
그런 연유로 매주 네 번째 요일마다 있는 제이스의 연구를 도와주는 일은, 제이스가 열 살이 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있으면 제이스의 연구에 방해가 될 줄 알았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에리나와 에리자의 공방은 점점 규모가 커졌습니다. 세이타리디스 상회와 계약한 이후로 감당해야 할 물량도 엄청나게 많이 늘었고, 생산하는 물약의 종류도 많아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원래의 그 작은 공방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방을 증축하기 위한 초기 비용을 세이타리디스 상회에서 투자받고, 작업의 세분화를 한 뒤 핵심 기술을 제외한 대부분 작업은 직원을 고용해서 진행한다고 하네요. 생산하는 물약의 종류도 늘어나서 일주일에 90개 제한은 진작에 해제했습니다. 단, 두 사람의 근무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요. 성장기인 에리나와 에리자의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은 지켜져야 하니까요.
생산도 안정기에 들어가서 매주 왕복하는 에리나와 에리자가 피곤하지 않을까 싶어, 정산 회의도 없애도 괜찮다고 말했지만, 에리나와 에리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해서 일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아그네스 언니, 아그네스 언니! 오늘도 여기서 자고 가도 돼요?”
“네, 그래요. 얼마 전에 손님용 침실을 만들었으니까, 마리에게 준비해달라고 할게요.”
“저, 저희는……아그네스 언니와 함께 자고 싶은데……언니께서 불편하실까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러면 제 침실에서 다 같이 자도록 하죠.”
““네!””
솔론 가문이 지고 있던 꽤 많은 양의 빚도, 얼마 전 거의 다 갚았다고 하니까요. 이제 제이스도 부담 없이 두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할 수 있겠죠.
다만, 원래대로라면 약혼이 끝났어야 할 두 사람, 아니, 정확히는 세 사람의 약혼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조금 의문이네요. 아마 솔론 가문의 빚이 사라져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 원인이 아닐까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줄거리대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노스 왕자…….
어째선지 파노스 왕자의 소식은, 일 년 가까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외부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항상 우연히 만날 정도로 열심히 사교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작년 니콜라스 왕자의 탄생일을 마지막으로, 이후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네요.
최근에는 매주 한 번씩 오던 편지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고, 내용도 이전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 길게 늘여 쓴 편지가 아닌, 간결하고 정보만 전달하고 있는 듯한 내용의 편지로 바꾸어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편지를 쓸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걸까요.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걸까요.
물론, 아리아나와 니콜라스 왕자를 이어주려고 하는 저로서는, 파노스 왕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주는 것은 생각할 요소가 줄어들어서 다행인 일이죠.
그래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라는 게 있는데, 너무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소식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제가 혹시 모르는 사이에 실례를 저지른 일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바쁜 일이 있는 건지에 관해 물어보아도,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답장으로는 ‘이제 거의 다 끝났습니다. 곧 알려드릴 수 있으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형식적인 대답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왕자에게 파노스 왕자의 소식을 물어봐도.“왜 그것이 궁금하십니까?”라고 말하는 것에 섬뜩해져서 어영부영 넘어가 버리니…….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6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파노스 왕자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영애님께
요즘 많은 일을 준비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소식을 많이 전해드리지 못한 것에 사과드리면서,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일곱 번째 요일에 있을 왕궁 정기 다과회에 가능하면 참석해 주셨으면 해서 연락을 드립니다. 2년 전 내기에서 받은 아그네스 영애님에게 드릴 부탁을 말씀드리려고 하니, 반드시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파노스 알렉산드로스 올림」
편지로 전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문서로 남으면 곤란한 부탁인 걸까요? 어쨌든 약간의 의문은 남았지만, 저도 오랜만에 파노스 왕자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이번에는 참석해야겠죠.
과연 어떤 부탁을 하시려고 일 년이나 준비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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