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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46화 (46/86)

〈 46화 〉 경마 경기에 참여합니다

* * *

그렇게 제 제안이 받아들여지고, 저와 아리아나, 파노스 왕자까지 세 사람이 함께 프레타리아의 거리를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기는 하지만, 사실 여럿이 있을수록 즐거운 것이 또 여행이니까요. 파노스 왕자의 아리아나에 대한 집착은 제가 최대한 중간에서 방어해보도록 하죠.

“아그네스, 이게 프레타리아의 명물인데, 먹어볼래?”

“아그네스, 저번에 왔을 때 이걸 너한테도 먹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아그네스, 이건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맛있는 거니까, 오늘 반드시 먹어봐야 해!”

“아그네스, 이걸 먹지 않으면 프레타리아에 오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야.”

“아그네스!”

“아그네스.”

“아그네스?”

“아그네스…….”

“……저, 저기서, 잠깐만 쉬게 해줘…….”

세 사람이 함께하는 관광이 시작되자마자, 두 사람은 햄스터 볼때기에 음식을 넣듯 무차별적으로 제게 간식을 먹였습니다. 거의 목까지 음식이 차오를 지경이라,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공원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약간이라도 음식이 더 들어가면 두 사람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말 거에요…….

“아그네스 미안……모처럼 프레타리아에 온 김에 좋아하는 간식을 많이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나도, 아그네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 보니 조금 과했던 것 같다.”

“괜찮아, 두 사람 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니까…….”

이 상태라면 오늘 저녁 식사는 무조건 생략해야겠네요.

가득 차버린 위장을 쉬게 하려고, 공원 벤치에 기대서 숨을 돌렸습니다. 벤치에 앉은 채로 공원을 둘러보니, 아직도 여러 사람이 내일 있을 행사를 위해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님도 아직 계시네요. 식사는 하셨을까요?

무대를 설치하고, 바닥에 트랙을 긋고……무엇을 만들고 있는 건지 호기심이 생겨서, 실례가 되지 않게 에드워드 님에게 살짝 물어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에드워드 님? 잠시 괜찮으신가요?”

“네, 아그네스 님……이 아니라 아그네스 양.”

평민 옷차림을 한 제 모습을 보고 에드워드 님이 바로 호칭을 바꾸시네요. 아마 아리아나도 평소에 프레타리아에서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녔을 테니 익숙하시겠죠.

“바쁜 와중에 실례지만,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경기장을 만들고 있단다.”

“경기장이라면 육상 경기인가요?”

“경마 경기장이란다. 프레타리아에서 경마는 최고 인기 스포츠니까. 한 해의 마지막 날 최고의 승마 선수와 최고의 말을 뽑는 의미 있는 대회이기도 하고.”

가축을 많이 기르는 나라라서 가축 관련 스포츠도 인기가 많은가 보네요. 경마 경기라면, 말을 타고 트랙을 달리는 시합이죠?

“…….”

“아그네스도 참가할래요?”

“네, 저, 저요?”

고민하는 제 모습을 보고 마리가 물었습니다.

“아그네스 양도 말을 탈 줄 알면, 참가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솔직히 참가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제가 쟁쟁한 프레타리아의 선수들 사이에서 제대로 달릴 수 있을까요? 다른 말들에 치여서 넘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요.

“참고로 경마 경기에는 10세 이하 선수들을 위한 유소년 부문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있어요?”

“물론, 선수 풀 자체는 적어서 참가자는 항상 미달이지만, 그래도 매년 다섯 명 정도는 꾸준하게 참가하는 사람이 있는 부문이란다. 국적이나 성별의 제한도 없고, 말을 탈 줄만 안다면 좋은 경험일 거라 생각되는데, 어때?”

아무리 유소년 부문이라도 자신은 없지만……경쟁자의 풀이 줄어든다면 조금 재밌을 것 같긴 하네요.

“나도 아그네스가 경마하는 게 보고 싶어!”

“아그네스는 말을 타는 모습도 예쁠 것 같네.”

아리아나와 파노스 왕자 두 사람도 제가 참가하기를 바라는 것 같고…….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참가해 보겠어요.”

그렇게 내일 있을 경마 대회의 참여 신청을 하고, 그 뒤로도 아리아나와 파노스 왕자에게 이끌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아리아나의 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의 여행도 대부분은 식도락이었지만요. 그렇게 먹었는데도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었네요. 당연히 저녁 식사는 생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드워드 님께서는 밤늦은 시간에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후작……아니, 여기선 백작인가요? 아무튼, 인사를 드리려고 기다리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아리아나와 같이 먼저 잠자리에 들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경마 대회가 있으니 몸 상태의 조절도 중요하니까요.

아리아나의 제안으로 프레타리아에 있는 동안은, 조금 넓은 침대가 있는 방에서 두 사람이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잠옷 파티 같아서 조금 설레네요.

“아리아나 님, 아그네스 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와 아리아나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 아리아나의 시종이 불을 끄고 나갔습니다. 은은한 불빛이 비치고 있던 방은 단번에 잠들기 좋을 정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아그네스 님, 내일 경마 대회 힘내세요.”

“알겠어요, 아리아나. 응원해 줘서 고마워요.”

아리아나가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조금은 의미 있는 성적을 내야겠죠. 듣기로는 참가자는 저를 포함해서 6명이라고 하니까, 어떻게든 절반만 넘길 수 있으면 순위권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아그네스 님, 안녕히 주무세요.”

“아리아나도 잘 자요.”

그렇게 같은 침대에서, 아리아나와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들기 시작한 뒤 몇 시간이 지났을까요. 무언가 불편한 기색이 느껴져서 잠에서 깨버렸습니다. 밖이 어두운 것을 보면 아직 한밤중인 것 같고, 잠자리가 바뀌어서 깊게 잠들지 못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려는데, 무언가가 제 몸을 속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묘하게 덥다 느껴졌는데, 아리아나가 잠든 상태로 제 몸을 껴안고 있었네요. 안고 자는 베개가 된 기분이네요.

“아리아나?”

“…….”

“아리아나, 자고 있나요?”

“쿠, 쿨…….”

정말 깊게 잠든 모양이네요. 살짝 불편해진 제가 벗어나려고 했지만, 너무 꽉 붙잡고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설마 아리아나의 잠버릇이 이런 것일 줄이야……억지로라도 불편한 상태에서 다시 잠드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리아나는, 에리나보다도 잠버릇이 심한 것 같네요.”

“……아그네스 님, 에리나가 누구예요?”

잠들어 있는 줄 알았던 아리아나의 중얼거림에 순간 놀라버렸습니다.

“아, 아리아나? 깨어있었나요?”

“에리나가 누구예요? 아그네스 님과 같이 잔 적이 있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어느 가문 사람이에요? 저보다 아그네스 님과 친해요? 저보다 아그네스 님을 먼저 만났어요? 저보다 아그네스 님을 잘 알아요?”

“자, 잠깐 아리아나? 조금만 진정해 줄래요?”

아리아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지금까지의 아리아나와는 너무 다른 느낌에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아, 아그네스 님……훌쩍…….”

조금 진정된 듯하더니 이번에는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리아나, 눈물을 그치고 천천히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뭔가 아리아나를 슬프게 할만한 행동을 했나요?”

“아그네스 님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둠 속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서 아리아나의 눈가를 손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아주었습니다.

“어째서 아리아나가 슬퍼진 건지 말해주세요.”

“제, 제가……언제나 아그네스 님의 첫 번째가 되고 싶었는데……아그네스 님이 이미 제가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잔 적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아아, 그런 이유였나요. 가끔 그런 성격의 아이들이 있죠. 처음으로 사귄 친구에게 과하게 의미부여를 해서, 친구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신과 함께해 주길 바라는 아이들이요.

아리아나가 나쁜 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성격을 갖고 있으면 인간관계가 넓어지기 힘들어지죠.

“아리아나, 아리아나는 제 가장 소중한 친구예요. 그렇죠?”

“네……아그네스 님…….”

“아리아나는, 제가 에리나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던 게, 제가 에리나를 아리아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요.”

“제 가장 소중한 친구는 물론 아리아나지만, 그것이 모든 행동을 아리아나와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리고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요.

예를 들어, 아리아나는 아버지가 자주 외국에 나가서 일하시느라 집을 비운다고, 아버지가 소중하지 않다고 여기나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죠?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소중히 여긴다거나 하는 것은, 원래 있던 사람과의 관계가 싫증이 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아무리 친한 사이이더라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공유할 수도 없고요.”

“네……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아그네스 님.”

아리아나가 금방 이해해 줘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아리아나는 둘도 없는 제 첫 번째 친구잖아요. 이건 앞으로도 평생 변하지 않을 사실이고요. ……이 정도로는 부족할까요?”

“아니에요! 저도 아그네스 님의 처, 첫 번째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아리아나의 기분도 완전히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에리나는 제가 화상 치료의 물약 제조를 맡긴 솔론 남작 가문의 영애예요. 에리자와 함께 저를 도와주고 있어요. 아직 일곱 살인데도 제이스만큼 똑똑해서 제가 믿고 맡긴 거예요. 아리아나도 몇 개월 내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때는 친하게 지내줬으면 좋겠어요.”

“네……아그네스 님. 이상한 질문을 해서 죄송했어요.”

기분이 풀린 듯한 아리아나를 두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빨리 잠들어야 내일 승마시합도 기운을 낼 수 있죠.

“……그런데, 에리자는 누구예요?

오늘 빨리 잠들기는 힘들 것 같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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