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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43화 (43/86)

〈 43화 〉 아리아나의 생일이 다가옵니다

* * *

평소와 같은 두 번째 요일의 오후, 평소처럼 아리아나가 가져온 간식을 함께 먹으며 프레타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어떤 간식이라도 홍차나 허브 티와 함께 먹곤 했지만, 오늘의 메뉴를 본 저는 결국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마리, 따뜻한 우유를 가져와 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마리를 번거롭게 만든 것은 미안하지만, 이것 앞에서는 저도 참을 수가 없네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오늘의 간식을 앞에 두고 마리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마리가 따뜻한 우유를 들고 다시 돌아왔을 때, 비로소 눈앞에 놓인 ‘호빵’을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찐 반죽 안에, 그 특유의 식감을 가진 팥 앙금의 단맛이 혓바닥 위에 착륙했습니다. 이대로 꼭꼭 씹어서 목구멍 너머로 넘겨버려도 좋았겠지만, 결국 저는 입안에 호빵을 머금은 채로 따뜻한 우유를 마신다는, ‘금기’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

우유가 들어가자마자 빵 부분은 순식간에 솜사탕처럼 녹아 부드럽게 퍼지고, 팥 앙금의 단맛은 제 혓바닥의 수용량을 초과해 버렸습니다. 이건 거의 마약이에요! 게다가 서양식 간식밖에 없는 줄 알았던 이 세계에서 호빵이라니! 제가 어렸을 때 이산가족을 만나셨던 증조할머니의 심정이 이런 느낌이었을까요.

입안에 음식물을 머금은 채로 다른 음식을 입안에 넣는 공작 영애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느 누군가에게 보였다가는 100이면 99는 약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테이블 매너이지만, 아리아나의 앞이니까 마음 놓고 살인적인 행복을 즐겼습니다.

“아그네스 님은 언제나 간식을 행복하게 드시네요.”

제가 호빵과의 눈물의 상봉을 즐기고 나니, 아리아나가 말했습니다.

“제, 제가 그렇게 행복해 보였나요?”

“네. 가능하다면 아그네스 님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만들어서, 평생 간식을 먹여주면서 기르고 싶을 정도예요.”

“아, 아하하…….”

확실히 저도 이번 건은 조금 과하긴 했네요. 그런데도 아리아나는 언제나 사랑이 가득한 미소만 보여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아리아나의 탄생일이네요.”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이 세계에서는 아리아나가 스스로 말한 적이 없었네요.

“제 소중한 친구의 생일인데, 당연히 알고 있죠.”

사실은 전생에 게임에서 나왔기 때문에 아는 것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둘러댔습니다.

저는 세세한 설정까지는 찾아보지 않고 플레이를 했기에. 모든 등장인물의 생일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메인 등장인물의 생일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다만, 파노스 왕자의 생일은 저와 니콜라스 왕자의 탄생일에 묻혀 선물 정도만 보내드렸고, 제이스는 앙겔로풀로스에 입양되기 전 이미 일곱 살 생일이 지나 있었습니다. 에리나와 에리자의 생일도 제가 솔론 가문에 처음 방문하기 며칠 전에 아슬아슬하게 넘어가 버렸고요.

게다가 아리아나의 생일 날짜는 특별하니까요. 무려 마지막 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하루라도 늦게 태어났으면 저와 나이가 달라졌을 테니 이렇게까지 가까운 사이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아스토리아의 줄거리에서도 학년이 달라져 버렸겠죠.

“아그네스 님…….”

아리아나가 제가 둘러댄 이야기에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실은, 생일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버린 순간, 알려주지도 않은 생일을 어떻게 알고 있냐면서 질린 표정을 짓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요. 역시 아리아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죠.

“탄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선물로 드리도록 할게요.”

“아, 아그네스 님이 주실 수 있는 것이라면, 무, 무엇이든 이라고요?”

요즘 화상 치료의 물약의 로열티 때문에 용돈이 많이 생겼으니까요. 정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겼는데 사용할 일은 없어서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물론, 자금이 많아졌다고 해서 낭비는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리아나의 생일 선물에 사용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니까요.

“가, 갖고 싶은 것이라면, 저는 아그네스 님을…….”

“네?”

“아, 그, 그게 아니라요! 아그네스 님이 제 탄생일 잔치에 참석해 주시면 조, 좋겠어요!”

“그건 당연한 이야기죠. 왜 그렇게 고민을 하고 그래요.”

“저, 그, 그게……제 탄생일 당일에 제가 프레타리아에 있을 예정이라서요……. 제 탄생일 잔치도 그곳에 있는 별장에서 조촐하게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바쁘신 아그네스 님을 초대하면 폐가 아닐까 싶어서…….”

어쩐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는다 싶어서 조금 불안했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네요.

“그거라면 좋아요. 아리아나를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보도록 할게요. 저도 이번 기회에 열심히 배워 온 프레타리아어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겠네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그네스 님!”

우선 일정을 확인하고 조금 조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아리아나는 프레타리아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체류할 예정인가요?”

“제 탄생일 당일은 2주 뒤 첫 번째 요일이니까요. 하지만 프레타리아까지 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려서……. 아마 전날 오후인 다음 주 일곱 번째 요일에 출발해서, 별장에서 두 번째 요일까지 2박 3일 동안 지낼 예정이에요. 하지만 아그네스 님은 바쁘실 테니까……. 제 탄생일 당일 오후에만 오셔서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돌아가시는 것도…….”

“그렇다면, 혹시 폐가 아니라면 저도 아리아나와 같이 이동해도 될까요?”

“네? 아그네스 님이 저와 같이요?”

“네. 혼자 마차를 타고 멀리 돌아다니는 건 힘들고 지루하잖아요. 아리아나와 같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아리아나의 별장에 신세를 지고, 두 번째 요일에 일정이 끝났을 때 같이 마차를 타고 이야기하면서 돌아오고, 그런 건 어떨까 해서요.”

……아리아나가 갑자기 표정이 굳은 것 같네요. 조금 무리한 요구였을까요.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며칠 동안 같이 붙어 있는 건 피곤하긴 하겠죠.

바로 얼마 전에 에리나와 에리자에게도 비슷하게 무리를 하게 해 놓고 또 이런 실수를…….

“죄송해요, 제가 조금 생각이 짧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리아나도 며칠씩이나 저와 함께 있으면 피곤하…….”

“아니에요!”

“아, 네?!”

아리아나가 실례를 무릅쓰고 거절하기 전에 제가 먼저 철회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리아나가 큰 소리를 내며 제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피곤하지 않아요! 오히려 엄청 좋아요! 아그네스 님, 그렇게 해주세요!”

“저, 정말이에요? 혹시 제가 공작 지위를 이용해서 아리아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라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도 부탁드릴 테니 저와 같이 이동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자, 잠자리에 들어 주세요!”

……괜찮은 거겠죠?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걸 보면 오히려 억지로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과장된 몸짓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요.

“정말이죠? 나중에 안 된다고 하기 없기에요?”

“네! 네! 네! 아그네스 님!”

어쨌든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 주부터의 일정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런 연유로……다다음 주 첫 번째 요일에는 프레타리아에 방문해 있을 예정이라, 니콜라스 왕자의 방문을 상대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니콜라스 왕자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눈에 띄게 안 좋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여자……잘도 이런 귀찮은 짓을…….”

무언가 중얼거리셨지만,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화가 나신 것 같은 기운은 전해지고 있네요.

겨우 하루 저희 저택에 방문하지 못하는 것이 니콜라스 왕자에게는 저렇게까지 기분 나쁠 일인가요? 아, 어쩌면…….

“혹시 니콜라스 왕자도 아리아나의 탄생일을 축하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말입니까?”

저번에 두 사람이 싸우고 화해한 뒤로 관계가 약간은 진전된 것 같았으니까요. 어쩌면 니콜라스 왕자는 아리아나에게 초대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가진 걸지도 모릅니다. 아리아나는 아리아나대로 니콜라스 왕자를 초대할 만한 구실이 없었을 테고요. 게다가 다소 먼 외국까지 니콜라스 왕자를 부르기도 미안했겠죠.

“니콜라스 왕자, 혹시 아리아나의 탄생일에 참가하고 싶으시면, 같이 가지 않으시겠어요?”

“딱히 아리아나 영애의 탄생일에 참석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게 불쾌할 뿐입니다.”

역시 니콜라스 왕자는 아리아나에게 초대받지 못한 것이 언짢은 모양입니다. 이렇게까지 분해하는 모습을 보니 니콜라스 왕자도 분명 아리아나에게 마음을 가진 모양이네요. 단시간에 니콜라스 왕자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다니……역시 아리아나, 대단한 마성이네요.

“정말로 아리아나의 탄생일에 같이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두 사람의 접점을 늘려줘야겠죠!

“말씀은 감사하지만, 프레타리아까지 방문하고 올 정도로 시간이 많이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긴……니콜라스 왕자도 본인의 일정이 있겠죠. 공작 영애인 저보다도 훨씬 바쁜 왕족의 삶을 살고 있을 테니까요.

“아그네스 영애,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일정이라서 제가 참가하지 못하지만……딱 한 가지만 당부드리겠습니다. 아리아나 영애와 지금 이상으로 가까워지지 마십시오.”

“어머, 혹시 저와 아리아나의 관계를 질투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와아……니콜라스 왕자가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말할 줄이야.얼마나 아리아나에게 빠졌으면 약혼자인 제 앞에서 당당하게 아리아나와 친한 저를 질투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이대로만 잘 흘러가 준다면 공략 난이도 최상의 니콜라스 왕자를 아리아나와 이어주는 것도 그리 먼일은 아닐 것 같네요.

아리아나 세이타리디스……무서운 아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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