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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영애는 왕자님을 양보하겠습니다-7화 (7/86)

〈 7화 〉 파노스 알렉산드로스 :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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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파노스 알렉산드로스, 알렉산드로스 왕국의 제2 왕자입니다. 제2 왕자라는 직함이기는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후궁이라서 실질적으로는 왕위 경쟁과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게다가 제1 왕자인 형님, 니콜라스 알렉산드로스는 이미 여러 방면에서 우수함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완벽한 예법과 교양, 외국 사신을 상대로도 거리낌 없는 외국어 실력, 심지어 모르는 것은 한밤중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찾아보는 모습까지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혈통으로도 능력적으로도 우수한 형님이 계시기에, 어디를 가도 비교되는 기분만 듭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아직 사교댄스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국왕님인 아버지께서는 형과 비교되는 저는 내놓은 자식일 테고. 어차피 후계는 형님이 계시니까, 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 문제가 없겠죠.

그날은 왕궁에서 개국 기념일 무도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무도회의 기본인 사교댄스는커녕, 다른 귀족분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시종들이 저를 찾기 전에 몰래 빠져나왔습니다. 어차피 저 하나쯤 없다고 무도회에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에, 정원 벤치에 앉아서 조용히 무도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선객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와, 왓!”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낯선 영애가 말을 걸었기에 그만 놀라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저, 저야말로, 죄, 죄, 죄송…….”

사과하는 영애에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낯선 사람을 상대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영애분이랑 대화라니. 서둘러 자리를 비우려고 했으나, 낯선 영애가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왕가의 정원인가요? 붉은 장미가 아름답네요.”

“그, 그렇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왜 혼자 계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왜 그런 것을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대답하지 못하면 영애분에게 창피를 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애의 가문 쪽에서 왕가에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고, 제가 무도회에 참석하지 않고 도망쳤다는 것도 추궁받게 되므로, 필사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저, 저는 형이 있는데, 저, 정말로 대단하고 멋진 형입니다. 그, 그에 비해 전 보, 보잘것없고 하, 하찮아서……여, 여성분이 말을 거, 걸어도 대답할 자신이 어, 어, 없으니까……이곳이라면 누,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아서…….”

긴장감과 불안함 때문에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렸습니다. 부끄러움에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도망치려고 했으나,

“기, 기분 나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이 장소는 비, 비워드릴 테니…….”

“잠시만요.”

영애가 다시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뭔가 제가 실례를 저질렀나요? 혹시 보상을 요구하거나 하면 집안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왜, 왜 그러십니까? 호, 혹시 부, 불쾌하게 만든 것이 있다면…….”

“그런 게 아니에요. 그저 잠시, 여성을 대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던 영애는 갑자기 제 두 손을 잡았습니다.

“허, 허억!”

“긴장하시지 마세요. 천천히 호흡하세요. 제가 하는 말에 맞춰서.”

“놔, 놔주세요! 소, 소, 손이!”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제 말을 듣고 천천히 숨을 쉬어주세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영애가 하는 말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놀랍게도 영애의 말을 듣고 따라 하니 놀랍게도 두근대던 심장이 조금은 안정됐습니다.

“진정되셨나요?”

“네, 네에…….”

“그렇다면 이번엔 저와 눈을 마주쳐주세요.”

이번에는 영애분이 눈을 마주치라고 요구했습니다. 거기까지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 그건 부, 부담스러워서…….”

“괜찮으니까 저와 눈을 마주치세요.”

용기를 내어 눈을 마주쳤지만, 영애의 에메랄드빛 눈이 너무 맑아서 금방 피해버렸습니다.

“다시 눈을 마주치세요. 적어도 10초는 마주하고 있어야죠.”

“하, 하지만 그건 너, 너무 부끄러우니…….”

“부끄러워하실 건 전혀 없어요. 아마 당신과 눈을 마주치는 영애가 당신보다 수십 배는 부끄러울 거니까요.”

“네? 그, 그렇습니까?”

“당연하죠. 당신처럼 잘생기고 귀여운 외모의 남자를 상대로는 대부분 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예법을 차리고 있는 거예요. 그 기대를 저버리시는 것이 더 부끄럽지 않을까요?”

영애는 저를 설득하기 위해서 제 외모를 칭찬하고, 자신 또한 부끄럽다는 사실도 말해 주었습니다. 저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살짝 붉게 물든 영애의 얼굴과 자신만만한 목소리 덕에 그 말이 진심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화, 확실히…….”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습니다. 영애가 숫자를 천천히 숫자를 셀 동안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영애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붉고 아름다운 장미 같은 머리카락, 여름 바다처럼 맑은 눈동자, 살짝 붉어진 복숭아 같은 얼굴……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 10초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영애분이 살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말을 더듬지 않도록 해 보죠.”

“그, 그건 힘듭니다. 교, 교육자분들도 애, 애쓰셨지만…….”

이번에는 제 말더듬증을 고치려고 했지만, 벌써 여러 교육자가 포기했던 일입니다. 영애분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거절했습니다.

“괜찮아요. 아주 쉽게 고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한 영애는 말더듬증을 고치는 법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말을 더듬는 것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생각이 많아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입이 따라가기 힘들죠. 이해하시겠나요?”

“그, 그렇, 그렇습니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제대로 말할 수 없어서 답답했던 적이 많으니까요.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말을 하려고 해도 계속 더듬게 됩니다.

“그렇기에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좋아요. 사람의 머리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으니까요. 우선, 말하고 싶은 내용으로 머릿속으로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완성된 편지를 그대로 읽듯이 말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왕가의 정원을 소개하는 말씀을 제게 해주시겠어요? 아주 늦게 말해도 괜찮으니, 말하기 전까지 머릿속에서 천천히 편지를 쓰고, 그것을 읽어주시기만 하면 돼요.”

말하고 싶은 내용으로 편지를 쓴다……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방법입니다. 우선 편지에 어떤 글을 쓸지를 생각했습니다. 붉은 장미 정원, 영애 분의 머리카락처럼 아름답습니다. 얼굴까지 분홍빛이 된 지금의 영애분은, 장미 한 송이와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편지를 쓰고, 그대로 읽어 보았습니다.

“영애 분의 머리카락처럼 붉고 아름다운 장미가 핀 정원입니다. 하지만 정원 안에는 함부로 들어가시지 않길 바랍니다. 장미꽃 사이에서 미아가 되면 찾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말을 더듬지 않고 말하는 저 자신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말을 내뱉자마자, 영애분에게 너무 수치스러운 말을 한 것이 아닌가 무서워졌습니다. 사실 장미꽃 천 송이보다도 훨씬 아름다운데도.

“죄, 죄송합니다. 정원을 소개하면서 영애분과 비교하는 듯한 말을 해버렸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할 영애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영애분이 정말로 아름다웠기에, 겨우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 요동치는 것 같았습니다.

“말을 더듬지 않는 방법은 말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을 많이 하는 거예요. 말을 더듬는 것은 실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늦게 말하는 것과 천천히 말하는 것은 실례가 아니에요. 이것을 염두에 두면 좋으실 것 같네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지혜롭고, 아름답고, 겸손한 영애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지금 처음으로 낯선 여성이지만 함께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도회장에서 은은하게 나오는 음악과 함께, 달빛에 비쳐 빛나는 장미 정원에서 단둘이 발을 맞추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저는 사교댄스를 전혀 출 줄 모릅니다.

“저는 가보도록 하겠어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역시 당신같이 아름다운 분이라면 파트너가 있으시겠죠. 시간을 뺏어서 죄송했습니다. 아,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역시 이렇게 아름다운 영애분에게 파트너가 없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째선지 이 사람을 지금 놓치면 후회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큰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말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편지를 씁니다. 지금까지 부끄럽게도 사교댄스를 배우지 못한 것, 그렇기에 지금 춤을 권하지 못하는 것, 다음에 만났을 때 춤 신청을 받아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편지를 쓰듯이 정리해서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읽듯이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는 여성을 부끄러워했기에 사교댄스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차마 모자란 제 실력으로는 영애분께 춤을 권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춤을 신청하면 받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부담스러운 고백을 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만, 영애 분은 다음을 기약하며 자신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어요. 소개가 늦었지만, 전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공작 영애입니다.”

“파노스 알렉산드로스 제2 왕자입니다.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 날 알게 된 것이지만, 아그네스 앙겔로풀로스 영애는 니콜라스 형님의 약혼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된 순간 피어오르는 감정은 언제나처럼 느꼈던 형님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생겨난 것은, 처음으로 형님에게 이기고 싶은 경쟁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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