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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용사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64화 (64/92)

〈 64화 〉 계약의 부작용?

* * *

미호는 눈을 뜨자마자 몸에 일어난 이변을 눈치챌 수 있었다. 덮고 있던 이불을 들어내고 눈살을 찌푸렸다.

"..."

오줌이라도 지린 것처럼 팬티가 축축했다. 덮고 잤던 이불과 침대에도 번지면서 얼룩을 만들어낼 정도로.

"둘이 했나 보군."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고는 마법으로 축축하게 젖은 것들을 말렸다.

어째 몸이 달아오른 채로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것 같지만, 내버려 두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

"미호 님, 일어나셨나요."

"일찍 일어났구나."

아침 일찍부터 마법 공부를 하고 있는 도로시와 인사를 하고 방안을 둘러봤다.

원래라면 가장 먼저 일어나있을 카펠라가 보이지 않았다. 뭐, 밤새도록 실컷 했나 보지. 그렇게 생각하며 푹신한 의자에 몸을 빠뜨렸는데.

"...?!"

아랫배가 꾹꾹 울리면서 왜인지 흥분이 되었다. 얼굴에도 열이 올라오는 것 같고, 기껏 말려놨던 팬티가 다시 젖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런 아침부터 하고 있단 말이냐…"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아직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자고 일어나서 또 하는 건가? 어느 쪽이든 자신과 계약한 애런이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미호 님, 갑자기 얼굴을 붉히시고 다리를 배배 꼬는데… 어디 아프신가요? 열나시는 건가요?"

"아니아니아니아니. 괜찮다. 오지 않아도 된다."

열이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가오는 도로시에게 손을 휘휙 저으면서 다가오지 말라고 했다.

앞에 도로시도 있는데 오줌을 지린 것처럼 의자를 젖게 만들면 대마법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나.

아무튼 계약 때문에 감정이 공유되는 것이 곤란하게 작용하여버렸다. 미호는 한숨을 쉬고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

그럴 것도 없었다.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흥분은 금세 가라앉았다. 가라앉기는 했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다.

재채기가 나오려다가 만 듯한 그런 찝찝한 기분이었다.

"미치겠군."

둘이 뭐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것 같았다… 갑자기 올라오는 흥분과 그 뒤에 이어지는 현자 타임. 그것이 뜻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곧 문이 덜컥 열리면서 카펠라와 애런이 나왔다.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

카펠라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업무를 하기 시작했는데, 손가락에 낀 무언가가 햇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을 반사했다.

"허, 반지."

그것도 사랑의 상징인 왼손 약지에 낀 반지였다. 분명 어제 애런과 같이 구해왔던 반지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그것만 봤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겠는데, 애런의 왼손 약지에도 똑같은 반지가 있는 것이었다.

'허… 설마, 저렇게 둘이서 끼려고 구해오라고 한 것이냐.'

미호는 평소와는 다르게 귀여운 짓을 했네 생각했지만, 도로시는 다르게 볼 것 같았다.

"..."

도로시도 둘을 보다가 어제와 달라진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왼손 약지에 있는 똑같은 반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미호는 괜히 이런저런 사이에 끼인 것 같아서 불편함을 느끼며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애런, 괜찮아졌느냐."

"아, 응. 이제 괜찮아."

"그러냐. 카펠라에게 맡기길 잘한 것 같군."

도로시가 너무 신경 쓰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고개를 홱홱 젓더니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언니를 구할 때까지는 신경 쓰지 말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눈이 가기는 했지만, 고개를 아예 처박고 카펠라가 준 책을 읽으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이자벨라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을지 모르는데, 다른 곳에 한눈을 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집중만 했다.

"애런, 정령들이 대수림을 다시 되돌리려면 얼마나 걸린다고 했지?"

"1년 정도였던 것 같은데."

"그럼 그동안 우리도 수련이나 하고 있자꾸나."

미호는 애런의 손을 잡고 나선형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데려갔다. 사실 둘 사이에 수련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마법사로서 완성된 미호가 애런이 공급해주는 마나로 적재적소하게 마법을 사용하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괜히 수련이라고 하며 데리고 온 이유는 그냥 쓸데없는 호기심과 장난기 때문이었다.

카펠라와 도로시가 있는 곳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기가 눈치가 보이니, 수련이라 말하고 둘이서만 빠져나온 것이었다.

"수련? 너랑 나랑 수련할만한 게 있나?"

"너는 눈치가 있는 것 같다가도 없는 것 같구나. 내가 진짜 수련이나 하자고 너를 데리고 올라왔겠느냐."

마탑의 옥상에 올라온 미호는 애런을 보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

"흐흐… 어제는 둘이서 실컷 몸을 맞댄 모양이더구나. 아니, 어제만은 아니려나."

"뭐야, 그런 거 말하려고 부른 거였어?"

"그런 거? 네놈 알고 있느냐?! 네 흥분이 나한테까지 전해져서 이 나이를 먹고도 팬티를 축축하게 만들었단 말이다! 오줌을 지린 것처럼 말이지!"

그런 거라니. 미호는 애런이 한 행동 때문에 자신이 어떠한 곤혹을 느꼈는지 알아주었으면 했다. 안 그러면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까지 알아버린 애런은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의 책임도 있기는 했지만, 저런 세세한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다. 내가 자고 있는 밤에는 하더라도 깨어있을 때는 웬만하면 하지 말거라. 오늘 아침에도 도로시 앞에서 흥분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그건 미안하네.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카펠라한테도 말해놓을게."

"그래, 그래서 카펠라를 안으니 좋더냐?"

미호는 히죽히죽 웃으며 깝죽거리듯이 애런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물었다. 뭐 이런 것까지 물어보냐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려다, 어제 일을 생각해서 참았다.

"..."

애런은 조용히 미호를 내려다보았다. 입만 안 열면 괜찮은 녀석인데… 왜 저 문제인 입을 자꾸 열어서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또 나를 그 특유의 사람 비굴하게 만드는 눈빛으로 쳐다보는구나!"

"미호, 너는 진짜 그 입이 문제야. 정상적인 소리를 할 때도 있기는 한데, 그것보다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해. 그냥 밥 먹을 때 빼고는 밧줄로 묶어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쓸데없는 소리라니…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자신이 악마는 아닐까 무서워하고 있는 너를 아주 잘 달래주지 않았더냐."

"그건 맞는 말이고 고맙기는 한데, 일단 다물어."

애런이 재잘거리는 미호의 입을 손으로 잡아버리며 대화는 끝이 났다.

*

미호는 화가 났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애런, 이 빌어먹을 자식…"

오늘도 열심히 축축해진 팬티를 마법으로 말린 미호는 쿵쿵 발을 구르며 의자에 몸을 던졌다.

"개자식… 나오기만 해봐라."

"미호 님, 왜 그렇게 화가 나셨나요?'

마법 공부를 하고 있던 도로시가 책을 탁 덮으며 물었다. 미호가 화를 내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왜 그러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별거 아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말해줄 수가 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을 맞대고 있는 카펠라와 애런 때문에 몸이 달아올랐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젖어버린 팬티를 말린다고… 아랫배가 쿵쿵거리며, 이 작은 몸이 떨린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달아오른 몸을 진정시키려고도 해봤다. 다만, 달아오른 후에 묘하게 가라앉는 현자 타임이 오면 그럴 생각도 싹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차곡차곡 흥분이 쌓이는 것이 몸을 더 민감하게 만들어서 신경을 아주 많이 거슬리게 했다.

"읏…"

결국 쌓인 흥분 때문에 의자에 살짝만 닿았을 뿐인데 신음을 흘려버렸다. 미호는 얼굴을 붉히고 입을 손으로 턱 막았다.

혹여 도로시가 눈치를 챘을까봐 잠깐 흘겨보았지만, 다행히 듣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애런을 욕했다.

'애런… 이 발정 난 개 같은 놈아. 내가 될 수 있으면 잘 때 해달라고 했더니, 보란 듯이 깨어있을 때마다 해?'

미호는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도로시 옆에 있다가는 실수를 할 것만 같아서 방 안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몸이 안 좋은 걸까요?"

도로시는 얼굴을 붉히고 땀을 흘리고 있던 미호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응…? 물?"

그리고 미호가 앉아있던 의자가 흥건하게 젖어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

"아흐…"

미호는 입으로 손가락을 꽉 물고 흘러나오는 신음을 막았다. 두 다리를 비빌수록 느껴지는 자극과 흥분은 입을 막아도 신음을 흘리게 만들었다.

오늘따라 공유되는 흥분이 더 컸는지, 원래는 자다가 깬 적은 없었는데 깨어나 버렸다.

팬티를 몇 번이나 말리고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쿵쿵 대며 뛰는 심장이, 아랫배가 그걸 방해했다.

그래서 혼자서 달아오른 몸을 해결하고 잠을 청하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어째선지 그러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진정되었다.

마치 네가 흥분한 몸을 진정시키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애런, 이 개자식."

몸에 쌓여가는 흥분이 점점 이성을 잃게 했다. 빨리 이 달아오른 몸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애런이 처리할 수 있도록 협력을 해줘야 한다...

"잠깐, 설마 이걸 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쌓이는 흥분, 몸을 달아오르게 해놓고 해결하려고 하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어딘가로 이끄는 것 같았다.

"아니겠지…"

미호를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런 가능성을 배제했다.

애런이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을 거라며.

"어쨌든… 오늘은 그만해달라고 말해야겠다."

미호는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애런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순간.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쿵쾅 뛰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는 것이지?

"진정… 진정하자. 지금 흥분 때문에 이상한 생각까지 하려고 하지 않나."

미호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심장은 여전히 쿵쿵대며 뛰었다.

"나는…"

그만두는 것을 바라는 것인가? 왜? 흥분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서?

"..."

미호는 팬티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이게 애런이 흥분한 것이 공유되어서 그런 것인지, 자신이 느낀 흥분인지는 모르겠다.

과연 지금 애런을 멈추게 한다고 해도 몸에 쌓인 흥분들이 사라질까?

지금 이 방문을 지나가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아니… 나는 그냥 오늘은 그만하라고 말하러 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몇 번 자기 자신에게 알려주듯이 말하고는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감과 흥분을 감춘 채 문을 열었다.

끼익…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리듯이 문은 소리를 냈다.

방 안에서 느껴지는 습한 공기와 비릿하지만 왠지 하반신을 욱신거리게 만드는 야릇한 냄새. 그것 때문인지 얼굴에 열이 화끈거리며 올라왔다.

끈적한 분위기는 마치 미호를 옭아매서 집어삼키려는 식충식물처럼 느껴졌다.

미호는 뭔가 잘못이라도 한 듯이 귀를 머리에 딱 갖다 붙이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

방 안 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애런과 카펠라가 몸을 움츠리고 들어오는 미호를 보고 피식 웃었다.

"것 봐. 이러면 내가 온다고 했지?"

카펠라는 풀어헤쳐 진 옷을 다시 입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한 뒤에 침대에서 일어나 미호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흥미가 있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내가 잠깐 빌려주지도 않을 정도로 깐깐해 보였어?"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시치미 떼기는…"

카펠라는 미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왜? 왜 나간 거지?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너희들을 말리려고 온 것인데… 미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으흠… 어, 끝났다면 내 볼일도 다 봤다… 그럼 나는 다시 자러 가보마."

미호는 황급히 뒤돌아서 종종걸음으로 방을 나서려고 했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 서둘러 나가지 않으면 붙잡히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그때 애런이 입을 열었고, 미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문 앞에 섰다.

"진짜 볼일 다 봤어?"

"당연히 다 봤지 않겠느냐… 나는 하루종일 몸을 맞대는 너희들 때문에 잠을 못 이뤄서 그만해달라고 말하려고 온 것이다…"

"그래? 그러면 여기서 자고 갈래?"

애런은 자신의 옆에 빈자리를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미호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고개를 저었다.

"괘, 괜찮다… 다른 방도 비었으니 거기서 잘 거다."

"왜? 신체 접촉을 해야지 마나 회복이 된다며?"

"..."

마나 회복… 미호는 그 말을 몇 번이고 입 밖으로 내며 되뇌었다. 저기에 가면 안 된다… 하지만 마나 회복을…

애런의 옆에 있을 그럴싸한 이유가 조금씩 미호의 의지에 금이 가게 했다.

"같이 자면 안 되는 문제라도 있어?"

"어, 음… 없기는 하다만…"

"그럼 이리로 와."

"아…"

미호는 살짝 입을 벌린 채 몸을 휙 돌렸다. 벌린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마나 회복을 하려는 것뿐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조금 벌린 입으로 자신을 세뇌하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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