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해적왕보다 많은 동료를!
* * *
우당탕탕! 우리 같이 떠나요! 릴리의 즐거운 무림 여행
우선 그 맴버들부터 소개해 볼까?
무림하면 무검산
그리고 무검산하며 발할라에서 빠질 수 없는 우리 멋쟁이 친구
바로바로......
“성유리! 모선의 주인! 되시겠습니다! 짝짝짝!!”
“에...에에?!! 나..나야?! 성환이가 아니라?!”
“어허! 어딜 감히 미개한 인간 따위와 우주전함을 비교할 수 있을 소냐! 모선이 짱임! 인남캐는 버리셈.”
“그 인남캐 옆에 있는데 잘도 입에서 그따위 말이 나오는구나. 이 망할 년아.”
혹자, 장르의 파괴를 걱정할 순 있겠지만, 시대는 이미 조화의 시대, 미라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SF 판타지라는 말이 버젓이 있는데, SF 무협이 없을 이유가 있겠어?
“뭐, 물론 농담이고. 성환이 너 데리러 온 거 맞지. 근데 어차피 둘 중 한 명만 따라오면 세트로 같이 올 거잖아? 일종의 치킨과 치즈볼 세트? 근데, 치킨은 그냥 후라이드고 치즈볼이 황금 올리브로 튀켜 내고 트러플 소스까지 첨가된 치즈볼일 뿐이지.”
“개 같은 년.”
“우..우리 성환이도 황금 올리브 치킨이야! 내 남편 무시하지마!”
“유리야, 그게 더 사람 마음을 후벼 파는 거란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릴리도, 예지도 이번 원정에서 가장 중요한 맴버로 꼽은 사람은 다름 아닌 성환이이다.
그도 그럴 게 완벽한 무림 스타일의 힘의 소유자라 정체를 숨길 필요도 없거니와.
더불어 사흉에게 가장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는 게 릴리 다음으로 성환이이기 때문.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하겠지만, 모두는 성환이의 노력으로 혼천석에 사흉을 봉인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거기에 더해 그걸 알아내는 과정으로 근 4일 내내 사흉 앞에서 어그로만 잔뜩 끌고 도주하기도 했었고.
필시 성환이가 봉인된 일부를 가지고 돌아다닌다면, 사흉이 무슨 방식으로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터.
그가 이번 원정에 빠지는 건 논외였다.
“좋아, 나도 내가 가야겠다는 건 얼추 이해는 해. 근데, 가도 돼? 그것도 지금? 우리가 조약을 체결하고 왔는데 우리가 그걸 깨면 무슨 소용이야?”
“당연히 몰래 가야지. 가서도 숨어서 활동해야 할 테고, 근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는 것이기도 하거든.”
전쟁.
좀 비겁한 소리이긴 하지만, 이는 릴리 일행에게 형편 좋은 위장막을 제공한다.
무슨 짓을 벌이든 간에, 잘만 하면 전부 테라에서 한 짓으로 꾸밀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크 엘프들이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이번 무림의 원정은 황궁과 무림 세력 모두가 총 출동하는 대원정.
즉, 현 무림은 관과 무림의 불가침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관은 돈으로 주무르기 편하고, 무림은 힘으로 주무르기 편하잖냐? 우리가 무림에서 제일 약한 게 뭔데?”
“정보전. 전쟁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테라인이든 지구인든 이계에서 건너온 자들에게 엄청 배타적이잖아.”
결국, 지금이야 말로 발할라의 장기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찬스이며 동시에 무림에 관까지 한꺼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회인 셈.
사실 테라에 있는 동안, 발할라는 무림에도 이런 저런 전진 기지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전부 무산.
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했었지.
일반인부터 고위 관료, 무림인들, 심지어 흔히 어둠의 조직이라고 불리는 뒷사회의 집단들까지 모두가 정도 이상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게 원인이었는데
하물며 이것도 그나마 무림인들과 일거리를 공유했던 다크 엘프의 중재가 있었음에도 그랬으니.
답도 나오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보다 적절할 수 없었다.
──탕!!
그렇기에 릴리는 탁상을 내려치며 성환과 유리. 두 사람과 시선을 교환한 뒤, 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안 돼? 그럼 안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그만이야. 정확히는 두 개의 집단을 만들 거지. 매커니즘은 테라 때와 동일.”
“깽판러 하나. 그거 치우는 구원러 하나?”
“천마신교는 이미 저작권 낸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까. 본좌는 혈교로 간다! 이제부터 나를 혈천마제! 강릴리라고 부르라!”
“릴리야. 별호는 둘 째치고 이름은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쯧, 딱봐도 강시 컨셉 잡고, 소환수로 개지랄하려는 거구만.”
릴리는 바로 그런 성환의 추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마술을 부리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일단 이를 배제하긴 해도.
릴리의 소환수 중에는 흔히, 무림에서 ‘사술’이라고 불릴 만한 능력을 쓰는 아이들이 몇몇 있다.
이를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거지.
“크크....예지가 사실 쌓인 게 많았던 거 아냐? 무림에 뭘 하고 싶어도 아무 것도 못하니까. 열이 꽤나 받았던 모양이더라고. 사실 걔도 벼르고 있던 거지.”
“님아, 겉모습은요? 그거 무림 스타일 아냐.”
“후훗, 본좌를 뭘로 보고, 스킨 정도야 나한테는 껌값이지!”
특히나 우리 카녹스의 스킨을 기대하라며 릴리는 허리에 손까지 올리고서 뒤로 넘어갈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결국 고개를 가로 젖는 두 사람.
하지만, 같은 매커니즘이라고 해도 상당히 그 효율성이 테라에서 증명된 만큼.
딱히 두 사람도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래도 유리는 약간은 너무 똑같이 가면은 걸리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해왔는데.
그에 대해서도 기본 골자만 같을 뿐, 세부적으로는 한참 다르게 달릴 거라고 릴리는 호언장담하듯 말했다.
“자, 그럼 이제 그 신비 문파를 만나러 가볼까?”
* * *
혈교의 무리로부터 천하를 구원할 신비의 문파.
릴리와 성환, 유리는 그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발할라의 건물, 3층 직원 휴개실을 찾았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감자칩과 TV를 보며 쉬고 있는 무리들.
그 안에서 그들의 대빵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이 분들이야 말로, 신비 문파! 별무문이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사실 여기 올 때부터 예상하긴 했어.”
성환이는 그저 이마를 탁치며 얼굴을 쓸어내리고.
유리는 그저 어색한 미소로 릴리의 탠션에 화답할 뿐이었다.
그에 반에 갑자기 자길 가리키며 구세주라고 하는 릴리와 성환, 유리의 등장에 당황한 민준은 자리에서 먹던 라면을 내려놓고 세 사람에게 다가오니.
그는 대관절 이게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릴리를 향해 물었다.
“릴리 누님에 성환이 형, 유리 누님까지......무슨 바람이 부셨길래 다 같이 여기 오셨어요? 아까 그 예긴 뭐구요?”
“민준아, 잘 지냈어?”
“너희들은 그냥 아주 여기 뿌리를 박았구나. 집은 안 가냐?”
“헤헤, 집보다 여기가 편해서요. 저희 문파원들도 이렇게 같이 노는 거 좋아하기도 하고.”
참고로 말하면 별무문은 현재 발할라의 본사, 경비팀으로 근무 중이다.
아니, 조금 정정하면 별무문 사람들 모두가 발할라의 경비팀 그 자체로 변모한 상황.
처음에는 그저 협력관계로 지냈는데, 치안문제로 발할라와 정부의 협력하는 과정에서 예지가 별무문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게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진 것이다.
“뭐, 연희는 어쩌다보니 예지 누님 비서로 잡혀가 버렸긴 한데. 대우도 잘해주고, 무엇보다 저희도 일단 발할라 가입자잖아요? 이렇게라도 예지 누님에게 힘이 되어드려야죠!”
“전에 보니까, 너희들 TV에도 나오던데.”
“아, 그건 아직도 저희가 경찰 지원 나갈 때가 있어서 그래요! 히히, 그때마다 특별 수당도 나와서 단체로 소고기 회식 달려도 거스름돈이 남습니다!”
유리의 칭찬에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민준.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성환이와 릴리는 그저 쓴웃음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유리가 말하는 뉴스와 민준이가 이야기하는 건 전혀 다른 내용이었으니까.
이전 발할라의 본사에 외국 공안들이 침입한 적이 있는데.
아니, 침입이라기 보다는 테러라고 해야 하나?
여튼, 사라진 용생구자의 잔당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발할라에 들어와 평범하게 근무 중인 사람들을 인질로 잡으면서 동시에 발할라의 비밀을 캐내려는 수작이었다.
그리고 그때 활약한 게 바로 별무문.
신생 발할라의 경비팀이었지.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만 있다가, 죽여도 상관없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자비한 사신으로 변한 그들은 단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침입자들을 도륙냈는데.
상당한 수와 질이었음에도 모든 일이 끝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3분 남짓이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동네 바보 형, 누나들인 줄 알았던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저력을 가졌는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던 셈.
발할라의 위치상 이는 당연히 해외에도 보도되었고, 여전히 현 지구의 무림 집단을 언급할 때면 빠지지 않는 사건 중 하나라.
유리가 TV에서 본 건 이 내용이었다.
“그래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나중에 소고기 먹으면 나도 불러주라.”
“유리 누님이면 언제든 환영이죠!!”
“릴리 누님은 소고기를 무슨 타다끼처럼 흡입해서야 원....”
“야, 니들 뒤질래?”
“문주 저리 치우고 특등석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꼬추들 꺼져! 유리 언니는 우리꺼거든, 당연히 자리는 따로 잡아야지 어딜 넘봐?”
뭐, 결국 어쩌다 보니 잠시 시끌벅적하게 잡담을 나누게 되었지만, 소란이 끝나고 릴리는 헛기침과 함께 별무문 일동을 모으고 이번 무림 원정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너희들이야 말로 무림을 구원할 영웅들이다 알겠느냐?”
“뭐야, 그냥 테라 종교 사기 2탄이네.”
“근데, 결국 그 혈교의 교주가 릴리 씨라는 거잖아? 이거 아까 우리보고 뒤진다고 한 거 합법적으로 조지려는 꼼수가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드는데.....”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 들은 민준은 손을 번쩍 들고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저희가 전부인가요? 누님이랑 성환이 형, 유리 누님, 저희 이렇게?”
“설마, 모 해적왕을 노리는 미친놈은 1000화가 넘어가서도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고 있지 않냐?”
하물며 집단 두 개를 차리는 건데,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다 더 많은 동료가 필요한 상황.
그렇기에 릴리는 바로 민준이만 챙기고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기 위해 다음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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