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109화 (109/116)

〈 109화 〉 전설의 스승, 릴리 선생님

* * *

미친 듯이 밀려오는 학생들의 파도.

동경과 신뢰, 꿈이 담긴 눈빛들.

꼬깃꼬깃한 A4용지 몇 장과 초라하기 그지없는 덜 만든 장난감 같은 물건에 담긴 1주일 치의 모든 노력.

답지 않게 손을 앞으로 모으고 긴장 반 기대 반으로 교수실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릴리는 도저히 거부할 수도, 거부할 명분도 없었다.

엄연히 릴리와의 면담은 릴리 본인이 제시한 것이었으니.

릴리에게는 학생들을 상대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

심지어 이마저도 이전 약속했던 세미나는 계획조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도리어 학생들 쪽에서 ‘배려’해주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릴리는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며 통곡을 쏟아냈다.

“이게 사람할 짓이냐?!!”

“언빠가 초래한 결과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닥쳐!! 이건 아니냐.....이건 아니라고....시발, 노동법 어디갔냐?! 나에게 하루 8시간 근무 수칙을 보장하라!!”

참고로 말하지만 데지르, 바네사, 그리시아를 방파제로 삼으려는 시도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이유?

학생들이 원한 건 ‘뛰어난 선생’이 아닌 ‘릴리’였으니까.

세 사람이 면담을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무슨 꼬투리라도 잡아서 릴리와 새로운 면담을 잡았다.

덕분에 하루가 멀다하고 학생들의 과제 완성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이에 심지어 교수들마저도 눈독을 들이는 프로젝트도 몇몇 나타났을 정도이니.

릴리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라 학교 내에서 릴리를 모르는 학생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졌다.

여기에 본인이 마력 정도는 다룬답시고, 수강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들은 땅을 치며 통곡.

학교에 문의를 넣어 어떻게든 다시 수강을 들으려는 시도를 넣거나, 개중에는 부모님 빽을 통해 뒷돈까지 넣어 내게 딱 몇몇만 더 받을 수 없겠냐며 말을 전해왔다.

하물며 그나마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지.

데지르 피셜, 입만 처 닫고 있으면 절로 눈이 돌아갈 정도의 얼굴 빨이 릴리 아니겠는가?

그나마 평소에는 ‘관리’라는 것과 담을 쌓고, 그저 깔끔하게 씻고만 다니는 릴리지만, 나름 엘리트에 퀄리티까지 좋은 대학교에 교수라는 직함을 단 이상.

릴리도 최소한의 ‘관리’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그래봐야 복장에 좀 더 신경을 쓰고 현관문을 나서기 전 소라에게 간단한 검사를 받는 수준에 불과했지만......그거면 충분했다.

아니, 사실을 따지면 평소 항상 쓰고다니는 얼굴을 반쯤 가리는 마녀모자가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만큼이나 릴리의 얼굴은 아름다움과 함께 마성적인 이질감이 맴도는 미.

선남선녀가 넘치는 세상에서도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사.....살려줘.......”

이젠 학교 무대를 넘어서 외부까지 날개를 달고 퍼져나가는 유명세.

릴리를 찾는 사람들은 릴리를 하루하루 미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기에는 정계의 간섭으로 최대한 한국이능대의 주목을 막던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이능대에 다루기 시작했던 탓이 컸는데.

처음에는 소라의 존재의 편승한 개인 튜버들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학교가 아닌 그저 ‘릴리’라는 교수에 대해 취제할 뿐이라겨 말하는 방송사들로 이어져.

서서히 릴리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 그녀와 함께 일하는 동료 교수에서 학교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그에 따라 웃음 짓는 사람들을 모 학교의 이사장과 기업들.

“움하하하!! 이게 바로 릴리 코인 떡상의 힘이다!”

“뭔가 저희가 기대하던 거랑은 쯤 백만광년 떨어진 방식이긴 한데. 결과는 좋네요.”

“내가 그랬지? 무지성 릴리 투하면 뭐든지 다 된다고!”

우리 성녀님, 예지는 검토하고 있던 서류까지 하늘로 던져버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에 후다닥 서류들을 낚아채며 이게 이렇게 되냐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비서, 연희.

그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면서 예지에게 물었다.

“아니, 방송사들이 이럴 리가 없지 않나요? 그 사람들이 괜히 입 닫고 있던 게 아니잖아요?”

애초에 한국이능대의 시작은 기업들과 정계의 충돌에 있다.

보다 개방적인 환경과 플레이어들의 족쇄를 풀고, 돈을 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기업들.

어떻게든 체계를 회복하여 자리를 온전하려는 정계의 싸움에서 기업들이 보란 듯이 던진 견계구가 한국이능대라는 거지.

그렇기에 정계는 절대 한국이능대의 존재를 정식 대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주목이 모이는 것도 막기 위에 언론에 상당한 압력을 가했고.

기업들조차도 이에 치를 떨며 공식 언론을 포기, 대놓고 튜브와 같은 개인 방송을 통한 광고를 뿌려대며 이능대의 존재를 어필했지.

그런데 이제와서 방송사들 전부가 돌아섰다니?

연희는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전말을 아는 예지는 키득키득 웃으며 이게 바로 릴리 코인의 힘이라고 말하니.

그녀는 지금 정계가 언론에 간섭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 이게 처음 싸운 게 아니잖아? 전에는 기업들이 중립을 지키고, 플레이어들이랑 정부랑 한 판 했었지.”

“아, 플레이어 제안법인가 뭔가하는 그거요?”

“그래, 대격변에서 침략자를 물리치자마자, 토사구팽이라도 하는 것마냥 우리 무기들 다 뺏어가겠다고 했던 그거.”

물론 간단히 격퇴하고 지금의 환경을 조성한 게 발할라다.

단지, 상당히 귀찮았던 건 사실.

그때 예지는 딱 한 번 릴리의 얼굴빨을 빌리기 위해 마지막 단판의 날, 그녀를 이끌고 국회로 향했는데.

릴리는 그날의 골 때리는 광경을 보고, 예지가 생각하지 않았던 수를 썼었다.

“뭐라고 했지? 뒷방 늙으니가 좋냐, 하수구 변사체가 좋냐고 했다던가?”

“헐........겁나 무섭네요.”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지, 독재 국가라도 세울 게 아닌 이상, 힘으로 협박하는 정치를 무조건 뒷탈을 남기니까.”

그 뒤로도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예지가 릴리를 부르지 않은 이유였다.

조금 과할 정도의 공격적인 성향.

짜증나면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 또 사고를 일으킬까 봐.

아무튼 그 여파가 지금 오히려 홍복으로 다가온 것이다.

“훗, 사자는 하품을 해도, 토끼는 어흥으로 받아들인다는 거지.”

매스컴에 나와 떠들기 시작하는 주체가 릴리여서, 정부는 언론을 압박하길 꺼려하는게 이 현상의 진짜 이유였다.

혹여 괜히 불똥이 튈까 봐.

뭐든 하고 싶어도 살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니,

릴리의 과감한 행동과 예지의 절제가 적절한 균형을 이뤄, 이상적인 ‘위협’을 만들어 낸 게 작금의 상황.

연희는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듣고서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본래라면 릴리의 면담에서 압박을 걸었어야 하는데, 대상이 릴리 씨라서 아무 말도 못 했던 거군요.”

“이제와서 뭐라고 해봐야, 물살을 탄 언론은 더는 막을 수 없지.”

덕분에 한국이능대는 한국이라는 나라 전역에 그 이름을.

그리고 작게나마 공개되고 있는 성과의 흔적은 외국조차도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기업들이 학교를 건립한 목적을 반쯤은 완벽하게 이뤄낸 셈.

덕분에 예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의 안부를 물으러 오는 기업의 인사들에 없던 어깨에 뽕도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당연히 발할라의 위상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중.

“하하! 이제 내가 세상에 주인공이다!!”

“아, 그러고 보니, 릴리 씨한데 문자 왔는데요?”

“응? 우리 천사 마녀님이 뭐라고 하시는데? 지금이라면 릴리 모습으로 동상도 세워줄 수 있다구!”

그야말로 눈동자가 달러로 변한 예지.

허나, 연희는 그런 예지에게 스마트폰을 켜며 잔혹한 선고를 내렸다.

“에.....샌드백 1시간, 강냉이 10개, 전신 복합 골절, 스파링 20번.”

“자...잠깐만 연희야. 지...지금 뭘....”

“아, 아직 리스트 한참이나 더 남았어요. 여기서 원하는 걸로 10개만 고르라고 하시네요.”

“..........”

“그래도 마지막에 살려는 드린데요.”

예지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된다.

여튼 이리하여 기업들도 발할라도 완벽하게 목적을 이루게 되었으니.

기업들은 그에 따라 ‘진짜’ 본격적인 투자를 학교에 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설립된 목적

인재 양성과 연구 및 기술 개발이라는 학교 본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이에 따라 학교 내에서의 릴리의 힘도 강해지기 시작했는데.

정작 릴리는 이딴 힘 따위는 필요 없으니, 이 무간지옥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도 그럴 게, 극성들인 더더욱 위험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

“교수님, 전 이 과제를 교수님과 제가 함께 낳은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

“설령 강의가 끝나더라도 전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완성시켜보이겠어요. 교수님 부디 힘을 빌려주실 수 있나요?”

“이번 과제를 진행한 과정을 논문으로 써봤습니다. 미국의 한 전문 저널에서 인터뷰가 왔는데, 교수님이야 말로 진짜 주역 아니시겠습니까?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교수님!! 드디어!! 드디어!! 저도 마녀의 도시에 입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저도 교수님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네? 학교요? 그만두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제 회사에서 뵙겠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전 새로운 길을 찾은 거 같습니다. 마나 크래프트 분들의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리사가 되려구요. 교수님처럼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담아 만든 작품들. 전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직, 제가 부족하여 많은 조언을 구해야 하는데, 귀찮은 제자가 자주 찾아뵙더라도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지랄의 지랄을 거듭하며 어렵사리 시간을 쪼개 특히나 귀찮은 과제를 들고다니는 것들을 처리했는데.

그들의 대다수는 오히려 더 미쳐서 고작 과제에 불과할 이것에 모든 건 내던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몇몇은 아예 가르침을 받으면서 재능을 개화.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면 보다 먼 미래를 이야기하며 떠나가니, 그들 모두가 릴리의 손을 맞잡으며 교수님도 아닌, 스승님, 선생님이라는 말을 남겼다.

하물며 이 과제로 진짜 사업까지 구상해 회사를 차리는 사람들도 다수 생겨났는데.

그들은 이런 부분까지 릴리를 찾으니, 참다 못해, 아는 지인들에게 일을 넘겨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릴리의 배려에 더 감격하며 몰래, 회사 설립자의 명단에 릴리를 기입.

모 위키에서는 릴리라는 단어가 신원불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뜻한다는 내용까지 올라오는 일까지 일어났다.

뭐, 물론 이건 금방 말도 안되는 내용이라며 삭제 처리되긴 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또다시 위키에 박제.

릴리는 진정한 의미의 고유명사로 거듭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언빠! 언빠! 정신 차려! 포기하면 안 돼!!”

“인생 씨X”

결국 남는 건 수많은 일거리가 쌓인 릴리의 교수실.

이를 공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릴리와 그런 언빠를 흔는 소라 뿐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야기하면 이 무간지옥에서 릴리가 빠져나오는데는 조금.....으음. 조금이 맞겠지?

여튼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로 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