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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106화 (106/116)

〈 106화 〉 모든 건 교수님 마음대로

* * *

기대감으로 가득찬 학생들.

어떻게든 날로 먹겠다는 의지로 충만해진 모 교수와 그녀의 조교.

대망의 첫 수업날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릴리교수가 첫 수업에서 내민 건 그야말로 모두의 상상을 깨부수는 엄청난 것이었으니.

“오늘은 출석만 부릅니다. 아, 출석 체크를 하는 건 아니고, 이름만 부르는 거예요. 다음 시간부터 자료실에 올려둔 프린트물 챙겨서 오세요.”

“아, 참고로 프린트물이 안 올라 간 날은 그냥 오시면 됩니다~~~”

아직은 강의 변경이 가능한 시간.

평가에 반영되는 출석 체크는 교수라고 해도 매너 위반이다.

무릇 친절한 교수란 OT정도는 가볍게 출석 체크를 가장한 얼굴 익히기 정도로만 끝내주는 법이지.

거기다 애초에 교수가 입을 턴다고 해봐야, 첫 수업에서는 계획표 읽어주는 거나, 어떤 책으로 수업할지 알려주는 게 전부인데.

우리는 딱히 특정한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계획표야 눈이 달린 학생들도 알아서 읽을 줄 아는데, 굳이 그걸 재차 읽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처음에는 기념적인 수업인 만큼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걸 해볼까도 싶었는데.

괜히 구닥다리 이미지만 생길 거 같고, 귀찮기도 해서 가볍게 생략하기로 했다.

‘훗! 이 무슨 트랜드한 교수란 말인가?’

내가 생각해도 잘한 방법이다.

그도 그럴 게 들어보라.

이 학생들의 열렬한 황호성을.

“교수는 수업을 똑바로 진행하라!!”

“인간적으로 표정 관리는 좀 해주세요!! 대놓고 얼굴에 수업하기 싫다는 티가 팍팍 나잖아요?!”

“우우~~~!! 우우우~~~!!”

“마력기초 급해서 당장 내일부터 죽습니다!! 혼자 예습이라도 하게 그럼 프린트라도 미리 올려주세요!!”

아름다운 학생들의 하모니.

소라는 뭔가 날아올 것 같은 기세에 얼른 마력으로 방패를 쳐둔 다음 나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언빠, 날먹 안 통한 모양이야.”

“칫!”

이런 눈치도 없는 학생들 같으니.

라때는 말이야, 교수님이 어디다 눈치만 딱 보내면 번개같이 미리 움직일 정도로 교수님과 일심동체였는데!

뭐,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 난 다시금 단상 위에 올라서서 볼맨소리를 쏟아내는 학생들을 향해 헛기침을 한 뒤 소리쳤다.

“좋다!! 학구열 넘치는 학생 제군들!! 내 친히 너희들이 그토록 원하는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

“오~~~!!”

“교수님 멋지다!!”

“그렇지 이래야 정상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는 성정에 맞지 않으니, 난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고는 두꺼운 종이뭉치를 소환.

학생들을 향해 소악마 같은 선택지를 던졌다.

“그래서 기초 테스트부터 칠까 하는데, 너희들도 동의하지?”

“안녕히 계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첫 수업은 날먹이지!”

테스트라는 세 글자의 등장과 함께 그야말로 번개같이 강의실 밖으로 사라지는 학생들.

소라는 어쩔 수 없는 학생이라는 미련한 생물의 현실에 씁쓸한 미소를.

난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1교시 날먹..........성공!

그렇게 첫 주차부터 꿀 빠는 나의 교수 생활은 막을 열었다.

* * *

벌써부터 글러 먹은 교수님이라는 별명이 튀어나오기 시작한 듯 하지만.

여튼 그렇게 난 첫 주차의 수업을 무사무탈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

단지,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내가 진짜로 출석만 부른 건 아니었다.

애초에 마력기초, 마력기초실습이라는 강의지 않은가?

고작해야 종이쪼가리로 기초 테스트를 칠 수 있을 리가 없지.

내가 굳이 학생들의 앞에서 얼굴을 비추며 출석 명단과 함께 눈을 마주친 그때 이미 기초 테스트는 시작된 것이었다.

“으음......나름 징징거리는 거 치고는 생각보다 다들 수준이 괜찮은데 말이야.”

“오오~~ 그래? 난 무슨 동네 양아치처럼 껌 씹는 표정이길래, 언빠가 고생길 훤히 열렸구나 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뭐, 고생길은 고생길 맞지. 출석만 대체 몇 명을 부른 거냐? 이걸 다 수업할 걸 상상하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구만.”

출석 명단.

아니, 정확히는 출석 명단 옆에 내가 이름을 부르면서 체크 해놓은 기초 평가 점수지.

소라는 그에 맞춰 학생들을 구분하며 나를 향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반해 난 막막한 듯 책상에 고개를 처 박는 중이었으니.

소리가 구분해놓은 학생 명단을 바라보며 그녀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라야, 이거 공지사항 올리면 안 되는 거겠지?”

“언빠, 미쳤어? 프라이버시 몰라?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성적표를 게시판에 올려? 그러다가 돌 맞아!”

“쯧, 역시 그런가?”

나도 사실 모르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나도 학생이었는데 모를 수가 없지.

성적표는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에게도 숨기는 일급 비밀.

그걸 공지사항에, 하물며 다른 학생들 다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는 건 요즘 통념으로는 용납 받을 수 없을 일이다.

하지만, 그걸 아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바로 학생들에게 있었으니.

평균은 기대 이상이라 만족이지만, 평균만 기대 이상이지, 편차가 너무나 넓었기 때문이다.

“잘난 놈은 솔직히 수업을 왜 들으러 온 건지도 모르겠고, 아직 마력의 감도 못 잡은 애들은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막막하단 말이야.”

“보통 그럴 경우는 하향 평준화가 기본 아냐? 못하는 사람 위주로 수업하면 되지.”

“낸들 그걸 모르겠냐? 문제는 그게 그리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지.”

마력은 감각의 확장이다.

기본적인 틀을 잡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접근 방식부터 다른 분야란 의미지.

그런데 이미 달릴 줄도 아는 사람이 뭣 모르게 일어서는 것부터 하는 수업을 들었다고 생각해보라.

이미 배웠다고 생각하고 잘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배워서 어떻게 알고 있다기 보다는, 하다보니, 어쩌다 보니 할 수 있게 된 게 지금 상태일 진데.

자칫 잘못하면 일어서는 게 올바른 방식이라고 착각하고 헛 짓거리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다.

뭐, 그냥 낭비라면 나도 그러련히 하겠지만, 문제는 이게 낭비가 아닌 괴상한 버릇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

“달리기도 전에 앉았다 일어나기로 무릎 작살나면 답도 없어. 가뜩이나 이미 일어났다 할 줄 아는 얘들은 더 열심히 해서 문제지”

“핏! 뭐야? 대충대충 날먹 노래를 부르더니, 상당히 진심이잖아? 히히! 이런 츤데레 언빠 같으니라구!”

“이게 츤데레냐? 얻어가는 게 없는 건 관심없는데, 그래도 인생 조질 순 없어서 걱정하는 거지. 솔직히 이렇게까지 학생들 간에 수준 차이가 심할 줄은 몰랐어.”

마음 같아서는 반 배정을 따로 다시 잡든가.

혹은 이미 급이 좀 되는 학생들은 모조리 쳐내고 싶은 심정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학생들을 위해서.

날 줄 아는 놈들에게는 더 잘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고.

일어서기부터 가르쳐야 할 사람들이 무릎에 힘을 주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이야기해도 믿어줄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아직 마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그들은 내 말에도 수업을 듣고자 요청할 게 뻔했다.

그도 그럴 게 마력이라는 게 아직 정립되지 않은 분야니까, 좋든 말든 일단 흡수하고 싶을 터이니.

결국 난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손가락의 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어이, 조교,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라.”

“첫 번째! 성적표 공개하고 그냥 솔직히 말한다!”

“이런 미친? 니가 프라이버시라며?! 나 돌 맞는다면서?!!”

“생각해 봤는데 언빠는 돌 맞아도 안 죽으니까 괜찮아!”

저게 정녕 동생인지, 조교인지, 왠수인지.....

난 이마를 탁치며 개소리하지 말라는 양, 손을 휙휙 저으며 그 안을 반려했다.

“나 아는 사람이나 믿어주지 애초에 한 눈에 견적을 봤다는 것부터 아무도 납득을 안 해.”

“한 명 한 명 1 대 1 매칭! 그럼 다 깨갱할 걸? 언빠 아이 스캐너 정확하니까!”

“천 몇 백명을 전부? 아서라. 그리고 학교에는 뭐라고 말하는데?”

“쩝, 하긴 학교가 문제지.”

학교는 증거, 평가지, 혹은 평가 자체가 없이 절대 납득해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 걸음 물러선 소라 조교.

그녀는 잠시 고개를 젖힌 뒤, 바로 다음 안을 가져왔다.

“성적을 공지하지는 않고, 그냥 명단만 작성해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건 어때?”

“응? 그게 무슨 말인데?”

“예를 들어 여기, 언빠 아이 스캐너 기준으로 이미 마력을 좀 다룰 줄 아는 학생들 말이야. 얘들은 5주차부터 나오라고 하면 되잖아? 우리 수업 계획표 기준으로는 그때 쯤이면 다들 이 수준은 되어있을 때니까.”

“오호......일 리는 있어.”

수업의 진도에 맞춰서 학생을 부른다.

방식적으로는 좋은 방안이다.

단지, 문제는 그거나 그거나 본질적으로는 기초 테스트 평가 공개와 다를 바 없고.

이 역시도 학생, 학교 모두가 납득해주지 않을 방식이라는 거지.

결국 소라는 여기서도 낙담하고는 잠시 풀이 죽더니, 이내 또다시 부활하여 눈을 번쩍이며 내게 달려오니.

“그...그럼 그건 어때?!!”

“그게 뭐? 주어부터 말하라고.”

“나, 전에 인터넷 썰에서 들어본 적 있어. 특이한 평가 방식!”

“특이한 평가 방식?”

“응응!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소라는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내게 풀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어느 교수의 웃지 못할 이야기를

“그 교수님은 학생들 앞에서 선언을 하셨어. 자길 체스로 이기면 이번 학기 문답무용으로 A+를 주신다고.”

“체스?”

“응, 근데 사실 아무 의미도 없었는게. 그 교수님, FM 타이틀 보유자셨데.”

FIDE Master

체스에서는 클래시컬 레이팅이 2300이 넘으면 피데 마스터 타이틀이다.

이 말로는 잘 감이 안 잡힐 수도 있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그냥 프로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

당장, FM 위로는 IM과 GM 밖에 없고.

GM, 그랜드마스터는 한국에서는 단 한 명만이 딴 타이틀이다.

그야말로 교수 입장에서는 그냥 닥치고 곱게 수업이나 처 들으라는 말을 돌려서 말한 셈이지.

그러나 그랬다면 소라가 굳이 이 이야기를 했을리는 없을 터.

“신입생 중에 나타난 거야. 진짜 도전장을 내민 학생이.”

“도전 정도는 해볼만 하지 않냐? 밑져야 본 전인데.”

“아니, 교수님이 도전 조건으로 질 경우는 시험을 아무리 잘 쳐도 무조건 C라고 못을 박으셨어.”

“헐........그 교수 양심 상태가?”

“뭐, 아마 아무도 도전할 리가 없다는 허영심 같은 거였겠지.”

그런데도 도전자가 나타났던 것.

그것도 새파랗게 이제 입학한 신입생이.

그리고 당연히 그 결과는

“신입생 승리.”

교수님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학생에서 A+을 주어야 했고, 당연히 점수를 챙긴 신입생은 다시는 그 교수님의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그런 신입생이 같은 학기에 한 명 더 있었어.”

“.........또 깨졌냐?”

“그렇지.”

나중에 알고 보니, 두 학생 전부 FM바로 아래, CM 타이틀 보유자였다고 한다.

체스 경력까지 고려하면 이미 교수를 앞지르고 있던 셈.

그러나 더 무서운 건, 그런 신입생을 본 어느 학생에게 있었으니.

“수업 포기 체스에 올인.”

“미친 새끼네.”

“덕분에 중간 고사는 개 같이 멸망했다는데, 기어이 기말 3일 전에 도전해서 이겼다고 하더라. 참고로 내후년에 똑같이 타이틀도 땄데.”

그야말로 학생 얕보다가 골로 간 교수의 말로였다.

뭐, 사실 이게 진실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고 한다.

애초에 그렇게 형평성도 없이 점수를 줄 수 있는 게 아닐 진데, 과장이나 아니면 누가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겠지.

하지만, 어차피 한국 이능대는 통념을 벗어난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이니, 이쪽도 굳이 틀에 얽매일 필요없다는 의미로 소라는 말한 것.

그리고 소라는 이어서 공자에 대해 논해 보라고 하니, 단 한 줄,

‘소인이 어찌 대인을 논하리오’ 라는 문장만 써서 A+를 받은 학생등의 이야기를 포함해.

여러 재미있는 썰들을 풀어내며 이 방법이 어떠냐는 듯한 제안을 건네왔다.

그리고 그 말들에 귀가 점점 팔락팔락 얇아지는 나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평가 애초에 실기 90으로 할 거였잖아 우리.”

“아....아무리 그래도 이미 보고서에 다르게 올렸는데.....”

“예이, 언빠답지 않게 왜 그래? 그리고 그거 몰라? 중간도 다들 백점, 기말도 다들 백점이면 결국 실기 평가가 주가 된다는 거. 우리......다 알잖아? 그치?”

“..........”

소악마의 속삭임.

동시에 절로 광대뼈가 실룩거리면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들.

난 어느새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공지사항 게시판에 무언가를 써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학교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니.

“.........재밌겠다.”

난 그제서야 내가 이런 정직한 교수 따위가 아닌 타락 교수라는 걸 깨달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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