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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105화 (105/116)

〈 105화 〉 강의 시작

* * *

문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닫고, 나와 소라의 맞은편에 앉는 바네사.

그녀는 굉장히 불만스럽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헤실헤실거리는 자매를 바라본 뒤, 한숨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내가 참, 내 입으로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왜 우리가 그때 그냥 나왔겠어?”

“저한테 묵힌 게 많아서요.”

“질질 짜고 매달리는 언빠를 볼려고요.”

“쌍으로 미쳐가지고........뭐, 그게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굳이 돕지도 않고, 아무 조언도 해주지 않은 건 할 필요도, 할 자격도 안 되기 때문이야.”

릴리의 교육법은 결과론적으로는 솔직히 완벽에 가까웠다.

당장, 바네사가 살아오면서 가르쳤던 가장 재능 넘치던 마녀가 처음 마력을 손발처럼 다루기까지 걸린 시간은 만 하루 남짓.

그런데 릴리는 그걸 절대 다수의 범인에게 적용 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물론 실제로 같은 수준을 논하기 위해선 릴리의 경우에는 이틀 내지 3일 정도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재능의 격차를 좁힐 정도의 속도는 얼마나 릴리가 오버 스펙을 통한 초월 강의를 하는지 반증하지.

이런 상황인데 바네사나 그리시아, 데지르가 조언 따위를 할 수 있었을까?

세 사람은 오히려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히 자신들의 조언으로 인해 번뜩이난 발상을 막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며 그게 더 큰 손해라고 여겼으니까.

그렇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도움도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던 것.

“대가리 밟은 건 진심이지만.”

“그건 진심이냐........”

“내가 애교는 선 넘었다고 했잖아.”

“하여튼 간에, 뭐, 그래도 지금 왜 날 찾아왔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 너무 가르칠 사람이 많아서지?”

내게서 받은 아몬드 우유에 빨대를 꽂으며 바네사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짖고는 말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 두 사람.

“하기사 그럴만도 하지. 지금까지 니가 가르쳤던 사람들은 다 한 명씩, 많아봐야 2명 씩 왔잖아? 여러명을 가르치는 게 익숙하지 않을 만 해.”

개인 과외를 짜는 것과 절대 다수를 가르치는 강의는 그 준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릴리는 철저하게 전자에만 익숙한 사람.

하물며 편하디 편한 자기 집에서 밥도 먹으면서 일상을 통해 가르쳤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압축해서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막막하다고 느낄 순 있다고 바네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 해법은 쉽지. 대충대충해.”

“대충대충?!!”

“설렁설렁?!!”

“바네사가?!”

“그 바네사가?!”

“야........니들 지금까지 날 뭘로 보고 있던 거야? 하여튼 간에 어쩔 수 없는 건 타협을 하고 가야지.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거라는 건 원래 그런 거라고.”

애초에 수업의 질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사람들이 개인 과외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 둘의 수업의 밀도 차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부분.

바네사는 내게, 지금 내가 생각 이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게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무슨 수업 듣는 학생들 인생을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모든 학생들이 완벽한 결과물을 얻어가게 하려는 거냐면서.

“솔직히 개인 과외라고 해도 니가 한 짓은 좀 심했어. 그게 대체 뭐야?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는 걸 넘었잖아?”

비유하자면 숟가락을 잡는 법, 드는 법, 움직이는 법까지 다 가르쳐준 다음 결국은 떠 먹여 주고, 그 다음 투정하는 반찬까지 바꿔주는 교육 방식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어찌보면 개인 과외로서는 이상을 실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배우는 자의 노력까지 본인이 해주는 격이니.

바네사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방침인 것이다.

“배울 놈들은, 열의를 가진 학생들은 굳이 니가 가르치지 않아도 물으러 와.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고 그 전에는 더더욱 열심히 해.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이 많다고 정말로 그게 다 열심히 하려고 오는 놈들은 아닐 거 아냐? 설렁설렁하고, 계획표라는 것에 연연 하지마.”

“과연........”

“역시 할머─ 아니지 노련한 마녀님!”

“소라야, 넌 일단 이야기 끝나고 가지 말고 남아라.”

“언빠 살려줘!!!”

난 비명을 지르는 소라를 버려두고 깨달음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해보면 타락 마녀 교수의 컨셉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타락한 교수가 학생의 수업에 진심이라니?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난 수업은 날로먹고 학생들 아이디어를 훔쳐다가 쓸 목적으로 강의를 열었지, 결코 이런 걸 바래서 강의를 연 게 아니었다.

그리하여 양 주먹을 불끈 쥐며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니.

난 바네사에게 머리를 숙이며 좋은 가르침을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강의비는 소라에요.”

“오키. 필요한 게 더 생기면 부르고, 서류 작업 같은 건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언빠!!!!”

서로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나와 바네사.

그리고 마술진에서 나온 사슬에 붙들려 어디론가 끌려가는 내 동생, 소라.

그리하여 난 상쾌한 얼굴로 바네사의 개인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 * *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어느덧 강의의 개설을 알리고 수업을 여는 순간이 찾아왔으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생략하지만, 그 과정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변한 건 평가 항목.

본래는 실기 90 출석 10이라는 최고의 방법을 도입한 나였지만, 학생의 수가 많아지고 관심이 집중된 탓에 학교 측에서 다 괜찮은데 이건 좀 바꿔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너무 많이 있을 거라나 뭐라나.

그리하여 난 어쩔 수 없이 이를 조금 더 정상적인 기준.

실기 50 과제 20 이론 20 출석 10으로 바꾸었다.

딱히 사실 정상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아닌가도 싶지만.

충분히 허용범위 내.

학교는 이 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지원.

학교는 내 수업에 대한 관심의 집중에서 그간 학교 수업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마력기초학과 마력기초실습을 학교에 기본 교육과정으로 도입하여, 내 수업을 그 스타트 라인이자 기준점으로 삼을 거라고 공표했지.

덕분에 난 수업을 하기도 전에 이미 교수 평가 점수를 채우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때문에 바로 수업을 때려 치고자 했는데.

소리가 말하길, 어머니 아버지께서 내가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걸 들으시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셨다고.

결국 난 가슴의 양심이라는 톱니바뀌 때문에라도 이번 학기는 마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리 그래도 우는 사람 앞에서 이제 때려쳤다고 초를 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싫어도 부모님인 걸.

에휴.......

단지 바네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어깨에 약간 힘을 빼니 준비 자체는 매우 수월했다.

비록 강의가 너무 많아서, 가끔 혼자서 실 없는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여튼 준비 자체는 딱히 막힘이 없었지.

더불어 스타트 라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학교에서는 더더욱 빵빵한 지원을 쏴주었고.

덕분에 소라는 반쯤 내 조교로서 전용 옵션이 되어, 그 부분에서도 많은 이득을 보았다.

“조교, 밥 먹으러 가자.”

“흥칫뽕이다!!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흐흑! 내가 그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아? 아냐고?!!”

“나중에 바네사 잡아다가 니 인방에 넣어줄 게.”

“오늘은 갈비탕 어때?”

조교와의 관계는 매우 원만했고.

우리의 콤비는 그 이상으로 완벽했다.

교수와 조교가 콜라보를 이루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단지,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본격적으로 강의 시작이 다가오자 찾아오는 문의 전화들.

그리고 예지에게 개조된 내 이력서가 어떻게 된 건지, 털렸다는 거였는데.

덕분에 미친 듯이 문의와는 다른 의미의 전화가 나를 방문했다.

“교수님, 교수님의 경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부디, 저희 아들도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강의 신청은 인터넷으로 하세요.”

“하하, 유쾌한 분이시군요. 섭섭지 않은 과외비를 약속 드리겠습니다.”

“아드님 성함 좀 불러주실래요. 일단 F부터 박고 수업 시작을 해야 할 거 같아서.”

이와 같은 개인 과외 요청.

다들 알다시피 현 시대는 힘의 시대이고, 마력은 신 시대의 문에 들어서는 가장 기본적이자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열쇠다.

그런데 마녀의 도시에서 이를 다루는 우수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고, 그 진상으로 보이는 이가 나타났으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근데 뭐 이건 약과다.

그리고 나도 딱히 말을 이렇게 하지 안 좋게는 보지 않고.

개인의 발전과 자식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게 나쁜 건 아니니까.

문제는 다음.

“당신께서 마녀의 도시의 실질적 기술 고문이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습니다. 얼마면 됩니까?”

“브레이크도 없이 훅 들어오네. 님 뉴슈?”

“그저 당신이라는 사람을 원하는 이라고 말해두겠습니다.”

“인신 매매 범이라고? 소라야!!! 경찰 불러!!! 로리콘 성범죄 장기팔이 인신 매매 마약 조직원이래!!”

“아니, 지금 누가 그런?! 그리고 갑자기 왜 이상한 사족이 많이 붙는 겁니까!?! 저흰 그냥 신 기술 연구 기업─”

“112 눌렀어 언빠!!”

요로케 불손한 이유로 나를 원하는 사람.

그리고 또 다른 불손한 이유를 들어서 나를 원하는 이들.

“회장님께서 당신을 원하십니다.”

“이거.......찐 인가?”

“당신이라는 사람의 모든 것, 능력, 지식, 힘. 당신이 보지 못한 셰계를 열어주실 겁니다. 하찮은 놀음 따위 버리시고, 저희에게 오시지요.”

“히이이익!!”

난 바로 전화를 던지고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어쓰고 오돌오돌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 소리에 바로 달려와 주는 우리 조교.

“언빠 왜 그래?”

“성매매 디스코드가 왔어! 시X, 기분 졸라 더러워!!”

“거참 취향 독특한 사람들 많네. 언빠는 인스타도 안 하는데 왠 일이래?”

“로리콘은 범죄야!”

어째 수업 준비보다 다른 게 더 많은 신경이 들긴 했지만, 여튼저튼 그리하여 나와 우리 조교, 소라는 나름 그럴싸한 수업 준비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아, 물론 시험지는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데지르가 그러더라고

지금 만들면 어차피 무조건 다시 만들어야 할 거라면서,

참고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슬슬 나의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난 교수가 어떻게 이렇게 어릴 수 있냐면서 경악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껏 콧대를 높이려고 했는데.

요즘 학생들이 관심사에 대해 얼마나 파고드는지 몰랐던 난, 어느새 학교 전체에 퍼진 내 얼굴에 어이를 상실했었다.

이미 학생들은 기대의 강의를 여는 교수가 꼬마 마녀님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얼굴처럼 천사님일 거야.”

“종족적 의미냐, 성격적 의미냐? 이미 마녀라고 나오지 않았음?”

“천사는 우리 학교 이사장님이잖아.”

“다 닥쳐! 당연히 우리 교수님이 먼저 천사지! 마녀 천사 몰라?”

“그건 또 무슨 혼종이.......”

“이렇게 학생들을 배려해주는 강의를 열어주시는 분이 천사가 아닐 리가 없다고!!”

다른 한 켠에서는

“데지르 교수님!! 릴리 교수님이랑 같은 신입이라고 하셨는데, 썰 좀 풀어주세요!!”

“안타까운 분입니다.”

“네?”

“제가 교육을 배우는 계기를 준 사람이지요. 전 그녀와 같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교육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네에에?!!!”

“그리시아 교수님! 릴리 교수님이랑 동거 중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바네사 교수님이랑 셋이서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쿠엑!!!”

“호호, 자꾸 그런 짓궂은 말 하면 선생님도 사랑의 매(물리)를 들 수 밖에 없어요. 알았죠?”

“아....안 돼!! 동환이가 숨을 안 쉬어!! 메딕!! 메에에딕!!!”

“..........”

“..........”

“야, 왜 니들은 나한테 걔 이야기 안 묻냐?”

“이미 커밍아웃해서?”

“솔까, 교수님 방문 앞에 팻말 들고 갔을 때 이미 다 나왔잖아요.”

“.........”

“??”

“.........수업이나 하자. 전에 어디까지 했더라...”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개설된 마력기초 강의!

나, 타락 마황 마녀 교수 강릴리.

조교, 사이비 정령 마술 검술 짬뽕 하이 엘프. 강소라.

준비만전.

우리는 드디어 첫 수업을 위해 강의실의 문을 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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