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준비물 장전 완료! 릴리 교생 이륙합니다!
* * *
아무리 나라도 양심(?)은 있는 법.
낙하산 인사 따위, 이 강릴리는 용납할 수 없다.
물론 굳이 용납할 수 없으면 이렇게 교사로 끌려가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으면 좋겠지만.
사립 학교에 아직 교사 자격증도 정립되지 않은 분야를 가르치는 모양이다보니, 인사 권한이 이사장님, 우리 예지님 마음대로다 보니 이건 어쩔 수 없고.
결국 난 교사가 아닌 교생.
교생 실습부터 우선 나가기로 했다.
“언빠, 준비물 다 챙겼어?”
“응.”
“확인해볼게. 우선......돈”
돈은 중요하다.
왜?
학생이랑 합의를 볼려면 돈이 필요할 테니까.
“그 다음은 발할라 이사증.”
발할라 이사증은 중요하다.
왜?
학생이랑 합의를 보는데, 학생이 합의를 안 해줄지도 모르니까.
뒷배는 있는 게 좋지.
“그 다음은, 무기!”
신화급 무기!
나의 초절정 낫!
무기, 정확히 무력은 중요하다.
요즘 아카데미 소설을 읽어보라
먼치킨 주인공이 얼마나 많은데?
학생회장도 패고, 선생도 패고,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줘패는 패왕이 학교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무기는 필수 중에 필수!
더불어 혹여 이사증에도 굴하지 않고 합의를 해주지 않는 학생들에게 ‘난 깜빵 따위 끌려가도 얼마든지 빠져나올 자신이 있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
무기, 나의 무력은 무척 중요한 준비물이다.
“다 챙겼지! 준비만전이라고!”
“에.....책이나 그런 건 뭐, 필요 없으니까 괜찮겠지? 어차피 다 알잖아?”
“물론!”
난 팔짱을 끼며 콧대를 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광경을 보다 못한 태클러 세 분께서 나타나시며 한 마디씩 하시니.
“어이.”
“거기 둘, 지금 가는 곳을 착각한 건 아니지?”
“얌마, 왜 학생 가르치러 가는데, 합의를 보는 게 대전제인 건데?”
마치 또 이 또라이 자매들은 무슨 개짓거리를 하냐는 양, 짜게 식은 눈으로 우릴 바라보는 데지르, 그리시아, 바네사.
하지만 우리는 당당했다.
“그야 때리면 합의를 해줘야 하잖아?”
“요즘 학생들 엄청 무서운 거 몰라요? 욕 한마디 했다고 막 명예 훼손이다 뭐다. 여휴~~~ 그쪽 세상이랑 똑같이 보면 안 된다니까요.”
세상은 변했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지는 오래.
함부로 학생을 대했다가는 골로 가기 십상이다.
뭐, 물론 이런 게 그리 잘못되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폭력으로 사람을, 하물며 성장기인 학생을 가르친다니, 시대에 뒤떨어져도 너무 뒤떨어진 발상이지.
아이들은 소중한 법이니까.
단지, 과도라기라고나 할까.
이게 변하는 중인 탓에, 너무 심하게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 것도 엄연한 사실.
때문에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너희들 말이야, 막 가서 얘들 때리고 그러면 안 돼. 너희들이 살던 테라가 아니라고.”
“아니면 저희 언빠처럼 준비를 하세요. 학생들도 영악해서 힘 있고, 뒷배 짱짱한 선생한테는 설설 기니까요. 돈은 뭐, 언빠가 챙겨줄테고, 뒷배는 예지 언니 전화번호 정도만 챙겨가도 괜찮겠죠.”
“같은 교사끼리도 무섭다? 우리 교생이야 교생. 어쩌면 교사들 갈아치워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인턴이라고.”
자기 밥그릇을 위협하는 자를 가만 놔둘 리가 없지.
가뜩이나 이사장 명령에 의해 낙하산으로 날아온 우리들인데, 눈치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이런 모든 것에서 살아남으려면 준비 또 준비해도 모자르다.
“릴리 씨. 당신은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어요.”
“에?”
“날 뛰는 학생들이 판을 치는 건 학생이라는 신분, 촉법소년인가 뭔가하는 말 같지도 않은 법 때문이잖아?”
“그런데 우리가 가는 곳이 정말 그런 학교냐?”
각종 이능력에 대한 연구 및 가르침을 수행하는 대학이다.
뭐, 재능 있는 인물 중에는 아직 미성년자들도 충분히 있겠지.
아니, 다른 곳보다 많은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가히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교육 열풍이 강한 나라니까.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결국은 기타 연구를 병행하는 대학교이자 대학원인 셈,
즉.
“다들 성인이라는 겁니다.”
“..........아하!”
“하여튼 드라마가 사람을 버리지.”
“쩝, 우리가 너무 TV를 많이 봤나? 그리시아 모니터랑 의자 하나 좋은 거 사서, 이제는 방에서 보자, 이게 쓰레기를 타지도 못하는 쓰레기로 만드네.”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세 사람의 모습에 나와 소라는 머쓱, 뒷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잠깐만.
“야, 근데 니들이 왜 우리보다 여기 익숙한 건데?!!”
“촉법 소년은 또 어디서 배운 건데요?!!”
아니 이거 무슨 포지션이 바뀌었잖아?!!
재들이 난리치고 우리가 손사래를 쳐야 정상 아니냐고?
하지만 이러한 반박에 대해 데지르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답했다.
“당신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신문 뉴스를 꼬박꼬박 보세요. 세상 돌아가는 거 한 달이면 배웁니다. 가십거리에도 관심을 좀 가지시고.”
“헐.......”
“헐.......”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어라? 그런데 두 분은 왜 눈을 피하시는 거죠?”
데지르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우는 그리시아와 바네사를 바라보며 의문의 띄웠다.
이에 두 사람은 부끄러운지 손을 꼼지락 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하니.....
“사실, 우리도.”
“드라마에서 배운 게 좀...”
“.........”
“아...아니! 뭐 드라마에서만 배운 건 아니고, 우리도 신문도 읽고 뉴스도 보고 법도 찾아보지!”
“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너도 나이 들어봐! 이상하게 TV에 눈이 간다고! 아침드라마가 마약처럼 느껴지는 걸 어떻게 해!”
참고로 말하면, 두 사람이 촉법소년을 배운 계기는 화수드라마에서 빡치는 장면이 나와 법을 찾아보다 였다고 한다.
* * *
이러한 우리들의 귀엽고 끔찍한 교생 들이오는 곳.
한국 이능력 종합 연구 대학교.
줄어서 한국 이능대.
예지는 이에 대해 그저 교양을 배우는 학원.
요즘은 마술 하나 못 쓰면 어디가서 취업도 힘드니, 대충 그런 걸 교육하는 곳이라고 말했는데.
설마하니 그걸 믿는 골룸은 없을 테고.
당연히 이곳은 상당히, 아니 그걸 넘어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초거대 프로젝트이다
근데 이게 참 재미있는 게.
거대 프로젝트라고 불리우지만, 기실 한국 이능대학교는 국립 학교가 아니다.
사립학교이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사설 교육 및 연구 집단이고.
그도 그럴 게 정치하시는 분들은 원하지 않았거든.
이능력자, 플레이어들의 기반이 쌓아 올리는 것을 말이야.
“후훗! 연희야! 이것봐라! 똥침 효과 직방이야!!”
“성녀, 아니 대표님, 인간적으로서 성녀가 똥침 운운하는 건 선을 좀 넘은 거 같아요. 말 좀 가려서 해주세요.”
“여기 너랑 나 밖에 없는데 알빠냐? 나도 좀 편하게 살자. 아무튼 이리와서 이것 좀 봐봐 얼른.”
“에휴~~~~”
예지의 부름에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겨 다가가 빈 머그잔에 커피를 채워주는 여성은 다름아닌 연희.
뭐 이제는 다들 잊었겠지만, 별무문 대빵 민준이의 짝꿍이자 동시에 별무문의 부문주되시는 처자이다
하필이면 비서를 구하는 무시무시한 성녀이자 발할라의 대표에 눈에 들어 끌려온 불쌍한 비운의 여인이지.
그녀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예지가 내미는 스마트 패드
그곳에 이어진 기사의 내용은 천천히 읽어보았다.
“어디, 으음 확실히 효과가 바로 나오기는 하네요.”
“그치? 하여튼 정치한다는 인간들이 양반은 못 되나봐.”
기사의 내용은 벌 거 없다.
앞으로 한국 국립 대학을 중심으로 이능력 관련 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관련 분야의 종사자 및 랭커와 같은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교수 및 연구자로 초빙할 것이며
예산의 편성과 확충,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거지.
말을 좀 복잡하게 했나?
요약하며 대충 이거다.
‘한국 이능대학인가 뭔가 하는 놈들. 그치들이 하는 거 다 국가에서도 하려고 하는 중이니까. 한눈 팔지 말고 국가의 품으로 와라’ 는 거지.
“하여튼 간에 밥그릇 싸움은 뒤지도록 잘한다니까.”
“이능력은 아직 미지의 산물. 블루 오션 중에서도 블루 오션이잖아요.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판을 휘어잡는다는 거겠죠.”
뭐, 우리가 아직도 중력에 의한 물리 법칙을 뉴턴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지.
미지의 첫걸음, 선구자는 언제나 좋든 나쁘든 큰 의미를 가지는 법이니까.
단지, 그에 따른 리스크는 분명히 있는 법.
연희는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지를 향해 말했다.
“정말 잘한 일일까요?”
“응, 뭐가?”
“뭐긴 뭐겠어요. 릴리 씨요. 이능 대학, 순전히 저희 돈으로 한 것도 아니잖아요.”
혹여 오해할지 몰라 미리 이야기하는데, 지금 정치인들과 한 판 승부 중인 주체는 결코 예지가 아니다.
당연히 이능 대학을 설립한 사람도 예지가 아니지.
물론 예지가 이 이능 대학에 이사장으로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일종의 거래로서, 성녀라는 이름값, 발할라의 대표라는 이름값을 빌려주기 위해 맡아둔 것일 뿐.
실질적으로 이능 대학을 설립하고 기존 정치인들에게 ‘X발, 니들 하는 꼬라지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봐주겠다.’며 도전장을 던진 이들은 따로 있으니.
바로 돈으로 세상을 주유하는 자들
자본가와 기업인들이다.
“우리 돈은 무슨. 사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최초 투자금도 그냥 이사장 자리 받을 명분 때문에 서류상으로만 낸 거지 한 푼도 안 냈어.”
“헐.......그럼 돈 한 푼 안 내고 이사장이에요?”
“물론이지, 성녀라는 이름 값이 의외로 무척 비씨거든. 발할라의 대표라는 것도 그렇고.”
하긴 그것도 사실이기는 하다고 연희는 생각했다.
현 플레이어 중 최고 권위자를 뽑으라며, 바로 나오는 게 세 사람이다
성녀, 이클립스 한예지.
충무공, 카이엔 김철수.
모선 에테르나, 샨사스 성유리.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천마 장첸이 무공 쪽에서 꼽히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그는 폐관(웃음) 중이니.
실상은 위의 세 사람이 지배적이라는 게 대세이다.
그런데 웃긴 건 위의 세 인물 전부가 발할라 소속이라는 것.
그리고 예지는 그런 발할라의 수장이다.
그런 그녀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대학이 있다?
이미 여기서 반쯤 보증 수표가 생긴 셈이지.
기업인들이 돈 한 푼 안 낸 예지에게 이사장 자리를 괜히 준 건 아니다.
나름의 계산이 충분히 깔려있던 셈.
“물론 눈치는 겁나게 받았지만!”
“얼굴에 철판을 까셨군요.......”
“돈은 얼굴에 철판까는 놈이 잘 버는 법이야.”
“누가 이걸 성녀라고. 에휴......”
연희는 당당하기 그지없는 예지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이야기가 중간에 딴대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문제는 릴리.
“저도 릴리 씨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이제는 뭐 고유명사죠. 릴리 씨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릴리 씨니까 실력은 당연한 거라고 봅니다.”
“훗, 내 릴리가 좀 대단하긴 하지.”
“왜 대표님 릴리인지는 일단 넘어가고. 아무튼 그런데 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 문제인 거잖아요? 당장 테라에서 거하게 터트리고 오신 분인데. 까딱 수습도 안 될 판에 던져두셔도 되요?”
그냥 좀 잠자코 있으라도 던져둔 테라에서 마황이 된 그녀다.
그것도 그냥 마황이 아닌 제국을 홀로 위협하는 초유의 마황.
“그나마 거기선 수습이라도 했지, 여기선 답도 없는 거 알죠?”
“뭐, 그건 나도 인지하고 있는데. 테라랑 지구랑은 다르지, 릴리는 지구 사람이라고.”
“그래서 더 불안해.”
“거기에 조커픽이잖아. 아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패야.”
무엇보다 그런 이유라면 언재까지고 릴리를 싸고 돌기만 해야 한다.
그건 발할라를 위해서도
릴리를 위해서도 옳은 행동이라고 보기 힘들지.
거기에 그녀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마황이 된 건 차마 칭찬해줄 수 없지만, 그 배경에는 본인 나름에 발할라를 위하는 마음도 있었고.
수습이 힘들어서 그렇지 결과는 나름 상급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고 판단한다.
“데지르 그 씨불넘이랑, 대마녀 두명 데려온 것도 본인이 책임진 거 보기도 했잖아? 의외로 우리 릴리 할 때는 잘해.”
“그거야 저도 같이 싸워봐서 알아요, 본성이 나쁜 분은 절대 아니라는 거. 단지, 심지가 짧은 분이잖아요.”
“심지가 짧은 사람이 어디 한 둘이니? 감수해야지. 발할라도 어디 잡아먹히기 싫으면 이제 날개를 펴야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미 예지는 각오하고 있었다.
릴리라는 사람을 안 시점부터 말이지.
그리고 작금의 지구는 그야말로 대혁명의 시기이다.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은 사람 따위 어디에도 없다.
이미 같은 배를 탄 동료를 믿지 않으면 누굴 믿을 소냐.
릴리 정도면 충분히 배팅을 걸어볼 패 아닌가?
“그 정도도 감수 못하면 죽어야지.”
못 먹어도 고.
예지는 릴리 교생을 믿기로 했다.
물론 결과는 나중에 가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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