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98화 (98/116)

〈 98화 〉 아카데미!

* * *

졸지게 이상한 곳에 끌려가게 생긴 난, 지원군을 찾아 옆집으로 향했다.

“도와달라.”

“말을 앞뒤 다 자르고 하시는 건 이제 버릇입니까?”

대체 적응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한국 버전으로 완전히 스타일 변신을 마친 우리 데지에몽.

그는 와이셔츠와 바지.

지적매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주는 안경에 도저히 나와는 인연이 없어보이는 드롭 모닝 커피를 내게 권하며 자리에 앉았다.

“뭘 도와달리는 건데요? 그리고 이러는 거 소라 씨는 화 안 냅니까? 제가 아직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여성분은 사생활을 매우 중시한다고 하시던데. 아무리 당신 집이라도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와서야 되겠어요?”

“몰러, 사생활은 개뿔, 너 오기 전까지 한 침대 위에서 씨름하면서 잤는데. 우리를 너희 형제 자매랑 똑같이 보면 곤란해.”

어딜 감히 형제끼리 칼질이나 해대는 너희 가족애를 우리 가족애와 비교하는 건지

나와 우리 소라로 말할 것 같으면─

“뭔 말만 꺼내면 바로 주먹부터 나가고.”

“고럼 고럼”

“라면에 넣는 계란 계수로 무기까지 꺼내며”

“고랏취!”

“내 방송하는데 맨날 와서는 개같은 미션만 던지는 그런 사이지.”

“여윽시! 우리 소라!”

“..........”

어라?

난 슬쩍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소라가 멋진 윙크와 함께 V싸인을.

그 뒤 바로 자기 방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야, 잠만. 나 우리 소라랑 진지하게 가족의 사랑과 평화에 관해 이야기 좀 나누고 올 게.”

데지르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소라 방으로 사라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무언가 부서지고 망가지는 소리.

“악!! 뼈! 뼈 맞았어!!”

“이 언빠는 하이엘프산 골격근을 믿는다.”

“쓰발! 졸라 아프다고!!”

“뒤져라!”

데지르는 이제는 익숙해진 지극히 평화스러운 가족의 모습에 흐뭇함 +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 *

여튼저튼

어느새 소라까지 함께하는 나의 상담에서 두 사람은 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똑같은 답변을 내게 전했다.

“가시죠.”

“가면 되겠네.”

“아니, 가기 싫어서 이 지랄을 하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뭔놈의 학생이고 교사냐? 님들은 내가 정상으로 보임.”

“결국 이제는 스스로가 정상이 아님을 인정하는 경지까지 왔구나. 우리 언빠, 역시 성장했어.”

“뭐, 저희도 당신이 정상적인 교사나 학생이여서 가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9할 9푼 8리로 당신 능력 때문에 그러는 거죠.”

어차피 테라에서 괴팍한 교사는 차고 넘친다.

아니, 오히려 실력 좀 있다고 하면 또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지.

당장, 데지르 또한 처음 검을 잡을 때, 최대한 밑천을 만들 목표로 오로지 실력.

오로지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생을 부탁했었는데, 그때 찾아온 인간이 정상이라고는 지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게 그래도 나름 황궁에 들어오는 사람이었다고 하니.

지금 다시 떠올려서 그저 허허......거리는 웃음만 나올 지경이지.

단지, 그럼에도 인정하는 것 하나는 실력은 정말로 출중했었다.

본인도.

그리고 가르치는 솜씨도.

당장 지금 데지르가 소드마스터, 그것도 초급이 아닌 나름 무르익은 실력자라는 걸 보면 여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뭐, 물론 데지르가 재능이 안 따라줬으면 의미는 없었겠지만.

“가르치는 건 실력이 전부입니다. 성격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성격 더럽다고 돌려까냐?”

“물론이죠. 부정하시겠습니까?”

“.........”

난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적어도 나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모조리 겪은 데지르에게는 차마 그렇게 말 못하는 양심 정도는 아직 남아있다.

이에 데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보기에는 당신은 상당히 훌륭한 선생의 자질이 있습니다. 애초에 선생이라 불리지만 않을 뿐, 당신은 선생 노릇을 하고 있잖아요?”

“내가? 언제?”

“마녀의 도시라고 했습니까? 거기서 찾아오시는 분에게 항상 마술식의 기본 원리부터, 당신이 생각해낸 이론과 접목 방식 등등. 당신은 늘 ‘설명’하고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있었어요. 장담하는데, 당신은 훌륭한 스승입니다.”

예지가 이야기했던 대로, 마녀의 도시가 잘나가는 이유의 최소 반절은 릴리 덕분이다.

데지르는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으나, 나름 연구에 들어가고 책을 펴놓고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그 속 뜻을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

당장, 지구의 마술의 가장 부족한 건 의외로 기초.

다들 마술을 쓸 줄 아는데, 원리도 기본이 되는 마력의 정밀한 조작을 못하는 게 발전이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릴리가 이것들을 가르치는 솜씨는 가히 일류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

한명 한명 일일이 마력을 흘리는 요령을 설명해주고.

무식한 실수를 해도 얼마든지 다잡아줄 역량이 있으며.

더불어 그 누구보다도 마력의 양이 많아, 이론은 충분하나 실력이 미천하여 설명을 힘들어 하는 교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애초에 전 의문입니다. 대체 어떻게 그리 기초 이론이 튼실한 거죠? 당신도 다른 분들처럼 대격변의 시기에 갑자기 힘을 얻은 것 아닙니까?”

“어음.........개소리긴 한데. 노력?”

내 말에 데지르와 소라의 표정이 일숙 썩어들어갔다.

하지만, 난 그런 그들에게 손을 휘저으며 말하니.

“아니, 물론 몸에서 온 재능도 인정은 하지, 근데, 초반에는 나도 졸라게 덕질....아니 노력했거든?”

방구석 폐인으로 살면서 읽었던 거라고는 오로지 마도서 밖에 없었다.

새로운 무장에 대한 연구 때문에 심심하면 마녀의 도시를 찾았고

거기 갈 때마다 마도서 서석을 빌려서 온 게 지금은 역으로 그들이 내게 마도서 연구를 부탁할 지경에 이르렀지.

무엇보다 다른 마녀들도 그렇지만, 마녀는 종족 빨인지 아니면 몸에 기억이 영향을 끼친 건지, 모두 마도서를 읽는데 문제가 없다.

나도 그렇고 판타지 개소리를 읽는 건 이미 도가 텄었던 게 또 나였기에.

마도서를 보고

따라하며

‘오~~~’하는 혼자 노는 아싸짓을 무수히 많이도 반복해왔던 게 나라는 거지.

당장, 지금도 집에서는 그리시아와 교환한 서적들을 심심하면 펼치고 가지고 논다.

“애초에 게임 판타지보다 리얼 판타지가 더 재밌는 게 당연하잖아? 졸라 반복하니까. 뭐 되던데?”

“........쓰발 재능충.”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게 다시금 증명되는 순간이군요.”

뭐, 그래도 두 사람도 내 취미생활을 노력으로 칠 수 있다면, 노력 2% 재능 98%까지는 인정해 주었다.

무튼 데지르의 결론은 나는 무척이나 우수한 선생의 인재라는 거지.

예지도 어느 정도는 이를 알고 분명 이야기 한 걸 거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게 예지는 은근히 기분파인 거 같기도 하면서 의외로 따지는 것도 많은 편이라.

사리에 맞이 않은 건 시키기도 부탁하지도 않게 때문이라고.

난 정말 그런가? 이전 일어났던 납치 감금 사건을 조용히 회상해 보았다.

“하지만 너희들이 간과한 게 있어.”

“간과한 것 말씀입니까? 흥미롭군요.”

“뭔데?”

“요즘 선생은 실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거!!”

난 품에서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요즘 학생들의 무서움.

그리고 실추된 교사의 권위.

각종 논란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 두 사람에게 보여주마 말했다.

“요즘 교사가 얼마나 하기 힘든 일인지 아냐? 옛날의 우리가 아니란 거야.”

예전에야 학생이 선생을 무서워하던 시기였지.

요즘은 선생이 학생을 무서워하는 시기다.

더욱이 학부모의 입김이 강해지고, 예지가 날 보내려는 곳 같은 국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돈 있는 집안 사람들만 찾아올 터.

“드라마 못 봤어? 재벌 2세 3세 학생이, 가난한 교사를 괴롭히고, 막 부려먹고, 억울한 누명까지 씌우는 거?”

“아,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중에 그런 게 있긴 하지.”

“전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즐겨보는 터라..... 드라마는 중간에 끊기는 게 너무 싫어서요.”

“영화 중에도 많아. 그 뭐지? 암튼 많음. 찾아보면 나올 걸?”

뭐, 드라마의 정확한 시놉시스는 처음 왕따를 당하던 신입교사가 도와준 게 계기이다.

때문에 그 왕따 조리돌림이 학생에서 나약한 교사로 옮겨지게 되고.

그리하여 엄청난 괴롭힘 속에 그 교사가 철저히 망가지는 내용이지.

“근데, 언빠, 그거 결국 교사 여동생이 학교 입학해서 모조리 씹어먹는 사이다 복수극이잖아? 언빠도 이런 여동생 있는데 뭐가 문제야?”

소라는 갑자기 어깨를 벌리며 콧대를 높였다.

마치 자기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표정.

뭣하면 당장이라도 학교에 찾아가서 드라마 씬을 재연해줄 기세다.

그러나 나와 데지르는 그런 소라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니.

“설마,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 할 줄이야.”

“소라 씨. 각본일 뿐이지 않습니까? 현실을 사세요.”

“이런 된장! 언빠가 먼저 드라마 이야기 꺼냈잖아?!!”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당하는 건 리얼.

복수극은 말 그대로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각본인 게 당연하잖아?

애초에 현실이 시궁창이니 그런 드라마가 나오는 거지.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소라는 볼을 빵빵하게 불리고.

데지르는 그런 우리를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바라봤다.

“그리고 뭣보다, 너 방송하잖아? 요새는 논란 하나 터지면 나락행이라면서? 짜지고 몸이나 사려라.”

“후훗, 까짓거 사과문 하나 올리고 잠수 한 번 타고 오면 그만이야.”

“그 말 그대로 녹음해서 올리면 나도 방송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소라는 개 같은 소리하지 말라면서 손을 휙휙 저었다.

뭐,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실제로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 소라, 자기 꿈에는 진지하니까.

당장, 소라 방송을 보면 대충대충 썰풀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기는 하지만.

뒤에서보면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연습도 한 뒤에 방송을 켜는 노력파 방송인이다.

가뜩이나 지구에는 대격변 덕분에 얼굴빨로 먹히는 시대가 지난 탓에, 더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렇지.

그런 여동생 인생에 도로는 깔아주지 못할망정.

타르칠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난 괸한 짓 하지 말라는 양,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작 데지르는 우리의 대화를 듣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짓더니.

“그럼 제가 학생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저야 뭐, 소리 씨가 하는 방송을 하는 것도 아니니.”

“님이요?”

“양학이 마려우세요? 아니, 댁이 배울 게 어딨어? 애초에 가르쳐야 할 양빈이 당신이구만.”

소드마스터가 학원에서 배운다?

이거야 말로 개소리 중에 상 개소리가 아닌가.

그마나 마술을 술식과 마도서를 기반으로 연구라도 진행되고 있지.

검술, 무술의 영역은 그야말로 난관.

이걸 뭐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것들 뿐이라, 발전 속도가 끔찍하기 그지없다.

요즘 제법 잘 나간다는 중국의 무림이라도 무학에 있어서는 데지르보다 미천한 이들 밖에 없겠지.

더욱이 나도 데지르에게서 좀 배워서 아는데.

“님, 애초에 무술가보다 무학자가 더 어울리는 인간이잖아? 니가 지구의 학교에서 뭘 배운다는 거야.”

그렇다.

데지르의 무의 재능은 육체의 의한 재능보다는 오히려 오성.

머리의 의한 재능이다.

다양한 무술을 습득하고 더불어 스스로의 경험을 무술의 체계에 녹여내며.

자기만의 무술을 쌓아올림으로서, 대종사, 종국에는 하나의 무학을 만드는 이.

장담컨대 지구에 무슨 인지를 초월한 초천재가 나와서 무학을 완전히 격변하지 않는 이상.

데지르보다 무의 이해에 뛰어난 인물은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 니가 뭘? 진짜 양학이 마렵냐? 막, 선생을 농락하고 그런 것에 희열을 느껴? 야. 인간이 그러면 못 써”

“제가 당신입니까? 애초에 인간이 그러면 못 써라니. 그 누구보다 당신이 들어야 할 말이지 않습니까?!”

“그럼?”

“뭐긴 뭐겠습니까? 저도 선생이라는 직업에 흥미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 학생부터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조용히 감상만 할 겁니다. 더불어 당신도 혼자 가는 게 아니니 부담도 적지 않겠습니까?”

사실 같이 가는 건 우리집 할망구도 둘이나 있어서 그닥 아니지만,

뭐, 말하는 걸 까먹기도 했고.

실제로 둘은 나와는 정 반대로 기대만만, 흥미천천인 상황이니.......

하지만, 소리는 그런 데지르를 개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후다닥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냥 선생으로 오세요.”

“올~~~”

바로 날아온 예지의 전화

하지만, 그녀의 답변은 예상과는 다르게 흔쾌한 동의였다.

이에 소라는 배신이라며 경악.

나와 데지르는 의외의 수락에 놀람을 보였는데.

이내 이어지는 소리에 그럼 그렇지를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으헤헤헤, 당신, 선생으로 오면 내 아래인 거 알지? 상사의 말은 절대 복종이야! 넌 뒤졌─”

뚝!

난 바로 전화를 끊고는 기지개를 꼈다.

“쩝, 그럼 같이 갔다 올까? 그런데, 왜 갑자기 교사냐?”

난 데지르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래.

물론 지금 데지르는 지구의 새로운 직업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는 중인 건 맞다.

애초의 그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워야 할 것, 해야 할 것이 모두 정해진 삶이었다.

동시에 그 배움이 그의 수명을 줄여가는 끔찍한 상황이었지.

때문이 지금 데지르는 무언가를 배우고 선택하는 것에 분명 흥미를 느끼는 중인 건 맞다.

“그래도 교사는 흔하지 않아? 교사는 너희 쪽에도 나름 흔한 직업이었잖아?”

“그건 그렇죠. 단지, 교육학이라는 것에는 흥미가 있습니다.”

“오~~ 그래?”

“예, 제가 잘못자란 어느 소녀를 본 적이 있거든요. 그 소녀는 대관절 무슨 교육을 받고 자란 건지, 사람 얼굴을 걷어 차지 않난. 오만행패를 부리지 않나. 툭하면 주먹부터 나가는 매우 못된 아이로 자랐죠.”

과연 과거의 경험담인가.

역시, 사람의 삶은 직업을 결정하는데 대단히 큰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전 그 답도 없는 소녀를 보고 느꼈습니다. 제가 더 잘했다면 그 소녀가 그러게 막장 쓰레기 같은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과연, 그래서 교육학에 흥미가 있다는 거구만!”

훌륭한 선생의 자질이로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데지르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데 뭐지?

왜 이상하게 뭔가 콕콕 찔리는 듯한 기분이.......

난 이 요상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둥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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