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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97화 (97/116)

〈 97화 〉 아카데미?

* * *

한 묘령의 미녀가 어둠 속을 걷는다.

향하는 곳은 지금 걷는 이곳보다 더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장소.

테라를 집어삼킨 악몽이되었던 어린 마녀가 봉인된 곳.

손에는 봉인을 유지시키기 위한 공물을 들고,

떨려오는 가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그녀는 제단의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하지만 봉인은 철저하게 진행 중이다.

이런저런 구속구부터 시작해 오로지 마황만을 봉인하기 위해 준비된 물건들은 방안을 가득 매운 상태.

그러나 이마저도 부족하기에 그녀의 손에는 공물이 들려져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광경을 희생한 성녀가 보았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스스로의 희생에도 이런 봉인 밖에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을까.

아니면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공물을 바치며 마황을 유지시키는 이들에게 환멸을 느꼈을까?

그녀 또한 이게 잘못된 것임을 안다.

이래선 안 된다는 거란 걸 그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외면했었다.

아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겠지.

무엇이 옳은지, 틀렸는지

어떻게 자신이 살아야 하는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던 게 지난 날의 자신이니.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를 것이다.

비록 손에는 여전히 공물이 들려있고,

지금까지와 조금도 다를 것 없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리라.

때문에 그녀는 이대로 공물을 두고 나가는 것 대신 벽에 손을 올렸다.

처음으로 내린 선택.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 위해.

성녀 또한 이걸 바라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 그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결코 성녀를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스스로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

때문에 그녀는 켰다.

* * *

“썅년아!! 네가 새벽에 치킨 시키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으아아아!!!”

치킨은 죄가 없으니, 살며시 내려놓고.

바네사는 그대로 내 침대 위로 날아와, 이불 김밥이 된 내 배에 사커킥을 꽂아버렸다.

가뜩이나 갑작스럽게 켜진 전등에 눈뽕을

거기에 추가타까지 허용한 난 벽까지 날아가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충격에서 해어나오질 못했고.

바네사는 요즘 배운 신 기술인 건지, 그런 내게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며 소리쳤다.

“진짜 뒤지고 싶냐?!!”

“스.....스탑! 헬프!! 기브업!!”

“생활 패턴은 이게 뭔데? 니가 무슨 흡혈귀야? 앙?!”

“혀...혈마술 쓰니까 흡혈 소녀 속성도 좀 가지긴 했는─ 으아아아!! 개...개소리 안 할게요! 항복!!”

한층 더 강해지는 조임에 어이지는 비명과 항복 선언.

어느새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러 온 그리시아까지 허털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으니.

뭐, 대충 보면 짐작은 가지?

난 지구로 돌아왔다.

데지르는 물론, 바네사, 그리시아까지 함께 말이야.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우선은 발할라의 모두에게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과 해명을

뒤이어 이이저는 그들의 질타를 견뎌내야 했고.

가족들의 폭풍 같은 잔소리도 또한 참아내야 했었지.

하물며 예지는 나를 대놓고 감금하겠다고 선언하질 않나.

사람들은 의외로 그럴 듯 하다면서 동조하질 않나........

늘 드는 생각이지만, 설득(물리)는 언제나 힘든 일이었다.

거기에 여기서 끝도 아니었으니.

사람들이 의외로 철저히 선을 그은 문제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내가 데려온 세 사람.

데지르, 그리시아, 바네사에 관한 처후의 일.

그들은 다크 엘프들이라면 몰라도 내가, 나의 일로, 나의 선택에 의해 데려온 그들에 관해서는 나 스스로가 책임을 지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건 발할라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오로지 내가 결정한 일인 만큼,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라고 말이다.

막상 그렇게 나오니 나는 할 말이 없으면서도 납득은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들을 이곳, 지구로 데려오게된 원인은 내게 있었고.

더불어 내가 결정한 일이었으니, 내가 책임지는 게 수순에 맞는 일이었다.

때문에 부단히도 뛰어다녀야 했지.

내가 무슨 예지같은 초인도 아니고, 그들에게 신분을 주는 능력은 없었으니.

결국 나는 이 문제로 이번에는 거래를 제안해야 했다.

내 나름의 성의를 표할 것이니, 나를 도와달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수긍해 주었고, 한동안 부려먹지 못한 나를 지구에서 진창 부려먹는 것을 조건으로 세 사람의 신분을 만들어 주었다.

뭔놈의 행사가 그렇게 많던지........

정말 피곤한 나날이었다.

하여튼 그렇게 해결된 세 사람의 신분 문제.

정착 지원을 돕는 건 사실 어렵지 않았다.

세 사람 다 어지긴히 괴물이어야지.

금방금방 배우거 적응은 알아서 하더라.

단지, 문제는 주거였는데.

“걍 같이 살면 되지 뭐.”

어차피 방은 많다.

당장 우리집도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편이었고, 하물며 소라 때문에 옆집까지 우리 집이었다.

같이 사는 것 정도야. 약간의 불편함만 빼면 큰 일은 아니었지.

세 사람도 동의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타국.

아니 타세계.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그마나 나라는 초유의 무기라도 옆에 두고 있어야 발 뻗고 잘 것 아닌가?

평생 그럴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당분간은 나와 함께 지내는 건 처음부터 상정한 일이었던 것이지.

그러나 여기에 태클을 걸고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아....안 돼!!”

“네버!!”

“절대 안 돼!!”

바네사와 그리시아는 상관없다.

하지만, 데지르는 안 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달리 말해 무엇하리.

우리 가족들.

그리고 예지였다.

“외간 남자랑 동거라니! 인정할 수 없다!”

“올쏘!”

“아무리 언빠라도 이건 선을 넘었지! 같은 동거인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

“우리 딸 잘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위대.

참고로 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인정 따위 필요없다!”

어딜 감히 독립한 자식에게 인정하고 말고를 논한단 말인가?

같은 동거인?

아주 그냥 쫒겨나고 싶어서 환장을 했지.

예지도 마찬가지야.

나 이제 갑부라고.

돈 진작에 들어왔어.

거기에 우리 마녀의 도시 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터라

옛날의 내가 아니란 말이야.

난 모두에게 ‘다 꺼져!’를 시전했다.

데지르는 딱히 상관은 없다 말하며 가까이 지내는 것 정도면 만족한다고 했지만.

난 이번에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전에는 이들에 대한 책임을 나보고 지라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괜히 싫었던 거지.

물론 이거랑 그거랑은 다른 문제라는 건 알지만.

때문에 이어진 결투에서 결국은 합의를 본 게, 옆집으로 소라와 데지르가 가고

우리 집에는 나와 바네사, 그리시아가 머물게 되었다.

단지, 모든 일을 마치고 중증 니트로 변신한 내 모습이 현재 상황의 불씨가 되었으니.

“뒤져라! 방구석 마황!”

“쿠엑!!”

나의 목을 감는 바네사의 물오른 꿀벅지와 함께.

헤드 시저스 휩까지 작열하며 난 침대 위에 쓰러진 한 구의 시신이 되었다.

이에 만족한 건지, 손을 탁탁 털어내며 위풍당당하게 내가 시킨 치킨에 손을 넣어 닭다리 하나를 챙겨 사라지는 바네사.

뒤이어 관전 중인 그리시아도 남은 닭다리를 챙겨서 사라졌다.

결국 난 딸피까지 떨어진 HP잔량과 닭다리가 사라진 치킨만이 남았으니.

“그래도 치킨은 새벽이지!”

다음에도 또 쳐 맞을 걸 예고하며 닭날개를 입에 쑤셔 넣었다.

* * *

아침이 되어서 잠든 나를 이번에는 그리시아가 데려다가 밥상 앞에 앉혔다.

그리고는 생활패턴을 이제는 되찾으라 말하며, 내게 주장하니.

“우리 학교를 가자!!”

“미친.”

“전에 찾아보니까. 이런 게 열렸다고 하더라구.”

입에 토스트를 구겨 넣는 나와 바네사의 앞에 그리시아가 내민 것은 그 이름도 찬란한 마술 대학원의 신입생 모집 공고였다.

“지구 사람들은 대격변? 아무튼 특정한 사건 때문에 마술을 갑작기 습득한 거라면서. 때문에 검술이나 마술에 대해서 이런저런 연구가 진행 중인 가봐. 그래서 이런 것도 생기는 거지.”

“하긴 그럴 순 있겠네. 갑자기 무기가 손에 쥐어져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니까. 익히고 싶겠지. 더불어 마술을 얻지 못한 사람들도 마술에 입문하고 싶을 테고.”

난 이게 무슨 판타지 귓방맹이 후리는 소리인가 싶어서 얼른 모집 공고를 낚아챘다.

그러나 현실은 변하지 않았으니.

이 공고.....진짜였다.

동시에 대학원 주요 후원자가 발할라이기까지 했다.

결국 참다 못한 난 바로 폰을 들어 예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어라, 이미 한 참이나 된 건─ 아, 맞다. 당신은 테라에 있었죠? 요즘 트렌드에요. 마술이나 검술 하나 못하면 어디서 명함도 못 내밀죠.”

“여기가 판타지냐?!”

“판타지보다 더한 무협에 SF까지 더해진 혼종입니다. 인기 많은데요? 사람들이 다 당신 같은 괴물 천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죠.”

전쟁에서 활약한 랭커는 한줌 뿐이다.

힘은 얻었어도 그 힘이 보잘 것 없는 수준, 혹은 아예 의미가 없는 이들이 대다수인 게 작금, 지구의 현실이지.

그런데 하물며 전쟁은 이겨서 끝난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힘을 갈구하는 건 당연한 생존 본능인 셈.

처음부터 국가 차원에서 이 일을 계획하고 있었고, 발할라는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손을 거들어 준 거 뿐이라는 게 예지님의 말씀

“우리는 오히려 늦었어요. 심지어 당신이 휘어잡은 중국이 우리보다 더 빠르고 잘하고 았어요. 알간?”

“헐......”

“미국은 배움보다는 이터널의 기술과 에테르 에너지를 통해 신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추세고.....으음, 유럽은 우리랑 분위기 비슷하려나?”

그나마 우리나라는 연주를 중심으로한 기술 길드들 덕분에 아이템의 제작 및 연구, 그리고 마술 그 자체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고 한다.

단지, 그 외의 것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중국에서는 무공을.

미국에서는 이터널의 기술 흡수에서 진보를 보이는 중이라고.

이런 학교 쯤.

이제는 흔해 빠져서 사람들이 잘 가르쳐주는 곳, 혹은 뛰어난 사람이 있는 곳에 골라서 찾는 수준이라고 한다.

“랭커쯤 되면 뭐 일타 강사 이런 거임?”

“일타 강사보다는 초청 강사 같은 느낌이죠. 소라 보고서 추측하고 있던 건데. 의외로 랭커들은 다들 재능 넘치는 사람들 밖에 없거든요.”

난 여기서 다시한 번 헐.....을 시전했다.

농담으로 한 말에 진지한 답변이 돌아올 줄 몰랐기에.

단지, 문제는 이러한 대화를 든는 내내 바네사는 힐끔힐끔 내게 눈치를 보내고.

그리시아는 대놓고 내게 기대만만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는 점이니.

예지는 여기서 추가타를 날렸다.

“당신도 오시죠?”

“꺼져.”

“누가 학생으로 오래요? 선생 어때요? 솔까, 마녀의 도시 잘 나가는 거 공적 반은 당신 때문인 거 다 아는데. 콜?”

“더 꺼─”

“예지 씨, 저희! 저희는 어때요?! 저도 새파란 신입 마녀들 가르치고 싶어요!”

“나도 뭐.....심심한데 해 볼까?”

“이런 할망구들, 옛날 버릇 못 버리고!”

생각해보니 이 할망구들 골방 늙은이라는 걸 까먹고 있었어!

거기에 원래 하던 일도 새싹 마녀들 가르치는 선생이었지!

난 어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오키, 등록해둘게요.”

“안 돼───!!!”

본격!

마황 생활기가 끝나고 이제는 릴리의 아카데미 물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아, 물론 정상을 기대하진 마시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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