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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79화 (79/116)

〈 79화 〉 사도 vs 용사 (2)

* * *

“되도 안 되는 짱돌 굴리지 말고, 그냥 너희 잘하는 거나 하지? 이거 말이야 이거.”

싸늘한 침묵 속, 용사들 사이로 떨어진 감미로운 목소리.

오필리아, 유일한 홍일점의 용사인 그녀는 허리춤의 검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거라니......설마 실력 발휘로 나가라고?”

“그래, 무능하다고, 성과가 없다고 욕을 먹는 거라면 딱히 다른 방법은 없잖아?”

“아까 우리보고 머릿속에 면사리만 들었냐고 물었던 년이, 고작 하는 말이 그거냐?”

“그냥 니년 머릿속은 아주 비었네. 비었어.”

당연하게도 돌아온 반응은 썩 곱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어디, 여기 누가 실력 발휘라는 방법을 몰라서 입을 다물고 있었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벙어리 성녀를 비롯한, 그 사도라는 이단들 전원의 목을 치고 싶은 게 여기 있는 모두의 생각이지.

그럴 수 없으니 그러는 것 뿐.

적발의 용사는 싱경질적인 어투로 입을 열었다.

“기억 안 나? 대마녀 라일라가 했던 말.”

“마황의 분령이 평범한 분령이 아니라고 했던 거?”

“그래, 분령을 만들기 위한 촉매로 쓴 그 가면, 분석 결과 마황이 죽인 마왕들의 뿔로 만든 거였잖아. 경우에 따라서는 본체보다도 강한, 대마녀 이상의 힘을 담을 수 있는 기물이라고.”

“최소 대마녀 3명은 달려들어야 만들 수 있다고 했었지”

“그 뿐이냐? 부서진 가면의 파편만으로도 어지간한 마도구의 힘을 가볍게 능가한다고도 했었어,”

이름 없는 성녀는 그런 마황의 분령을 상처하나 없이 격파했다.

그것도 의미심장한 증언과 함께.

“갑자기 모습을 변했다고 했지.”

“이마에 붉은 보석이 생기고,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는 그런 걸로 변했다고 했던가?”

“도무지 그게 뭔 소린지.....”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지, 그 ‘상태’로 변한 그년은 분령을 일격에 격파했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거대한 빛의 기둥과 함께 성녀는 이상한 모습으로 변했다고 했었다.

당시의 기록을 살펴보면, 천사니, 여신이니, 별의 별 해괴한 소리가 다 적혀있지만, 일관되게 적혀있던 건

거대한 원반과 붉은 보석.

그리고 순백의 빛.

상상 이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형태로 변한 성녀는 단 한가지의 행동만을 한 뒤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저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을 뿐인

지극히 단순한 동작만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여파로 평원에는 작은 언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자상이 생겨났고, 대마녀 클래스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황의 분령을 소멸시켰다는 것.

즉, 성녀는 대마녀조차 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도 최소한.....

이 사실에 용사들은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논외야. 가능성이 없잖아?”

“대마녀 클래스를 일격. 상성 상 우위를 점했다고 해도 괴물 중에 괴물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지”

“어지간하면 나도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은데, 우리보다 마황 토벌에 가까운 건 그년이긴 해.”

“상성상 우위라는 것도 사실 아닐 수 있지. 마황이 비록 지금 마황으로 불린다하지만, 엄연히 마녀라는 걸 다들 알고 있을 테니.”

그러나 오필리아는 검지 손가락을 까딱이며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냐는 듯 조곤조건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너희들 말이야. 왜 성녀랑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뭐?”

“성녀는 성녀일 뿐이야. 우리가 거슬리는 건 따로 있잖아? 성녀는 문제가 아니지.”

애초에 성녀는 건드릴 수 있어도 지금 건드리면 안 된다.

의미 없을진 모르지만, 엄연히 그녀에 대한 이단 재판 날짜가 결정되기도 했고, 그걸 교단 입에서 공식적으로.

심지어 성수의 성녀, 이름을 걸고 발표했으니.

비록 이단 심판이 다 거기서 거기.

판결을 정해놓고 벌이는 쇼라고 해도 그 전까지는 함부로 전드릴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교단의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 있으니.

가뜩이나 요즘들어 용사에 대하 부정적인 의견을 비치는 교단 내부의 파벌이 늘어가는 지금, 그건 악수 중에 악수다.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그 사도들이야.”

“하지만....”

“사도도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니, 절대 아니야. 다들 성녀에 눈이 멀어서 간과하고 있었는데, 그 사도들 별거 아니더라고. 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보니, 실상 전부 성녀가 한 것들 뿐. 그 사도란 놈들 전부 절대 성녀에 미치지 못해.”

뭐, 약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풍압으로 대지를 자르는 거, 마술 한 방에 수백을 몰살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니.

실제로 그들은 분명, 홀로 전력과 전술에 맞설 수 있는 강자들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라고 아니야?”

어디서 무능 소리 들으며 조리돌림 당하고 있어도 용사는 용사다.

일당백은 뭐, 기본 중에 기본이고. 막강한 위력의 기술이나 힘도 딱히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 뿐.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

당당히 그들 역시 전략과 전술을 홀로 수행하는 강자들.

고작 5명으로 교단 무력이 상징이 된 것에 거짓은 없다.

“심지어 진짜 웃긴 사실 하나 가르쳐 줄까? 그 사도라는 놈들 중에 빈민가 노예 엘프도 있다고 하더라, 어디서 왔는지, 도저히 오크 덩치로 보이지도 않는 오크 로드도 있고.”

“오크는.......덩치 빼면 뭐가 남는데?”

“덩치가 작은 시점에서 이미 오크 로드가 아닐텐데....”

힘의 크기가 같다면 남은 건 경험의 승부.

비단 용사들이 큰 소리로 할 말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각성한 힘은 그래봐여 거기서 거기.

급하게 먹은 음식은 물조차 체하듯, 경험조차 마땅치 않고, 하물며 그 빈약한 경험을 쌓을 기회마저 성녀가 다 가져갔으니, 그들의 실력이야 뻔할 뻔자다.

“그렇다면 성녀가 나서는 건─”

“그럼 더 좋지. 오히려 성녀가 인정하는 꼴이잖아? 사도란 놈들 별 거 없다고, 용사가 사도보다 더 우월하다고. 솔직히 말해 인정할 건 인정해야. 우리가 뭐야?”

“우리가.....뭐냐니? 용사잖아?”

“어머 그래? 난 벙어리 성녀 지지자들이 떠벌리는 칼잡이라는 말에 동의하는데?”

“너! 그 발언!”

“왜? 맞잖아? 용사나 사도나 하는 일이 똑같은데 다른 게 뭐가 있다고?”

대륙의 평화, 나아가 테라라는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특별한 힘을 각성해 마족들을 무찌르는 정의의 검.

이레귤러로 특이한 힘을 가진 체 성녀와 교단에 의해 골라져 마족을 사냥하는 사냥꾼 겸 프로파간다.

실상 다를 게 무엇 있겠는가?

오십보백보도 아니고 그냥 같다.

그렇기에 오필리아는 말했다.

“칼잡이야. 결국 잘 드는 칼이 필요한 거 뿐이잖아? 성녀는 강하는 말든 상관없는 거야. 인간들이 유독 환호하는 거? 그야 강하기 때문이지. 무덤에서 일어났든, 어디서 나타났든 그것들이 약했으면 누가 구세주라고 불러 줬을 거 같아?”

하나하나 파고들듯 설명하는 오필리아의 목소리에 다른 용사들은 서서히 감화되어가 가기 시작했다.

“.......”

단 한사람, 길게 머리를 늘어트린 용사만을 빼고.

그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왜? 아직도 겁나? 완전 겁쟁이 아냐?”

“신중한 거라고 해두지.”

“아~~ 그래? 그럼 어디 우리 신중하신 용사님은 어떤 좋은 계획을 세우신 건지. 들어나 불까?”

“쯧,”

“어디서 뭣도 없으면서 허세는, 우리에게는 이 방법 말고는 없는 거야. 그러니 용사로 남고 싶으면, 이제는 칼을 뽑아. 마황 대신 이단 놈들에게.”

가볍게 뒷머리를 쓸어올리는 오필리아.

그녀의 귀에는 전에 보이지 않던 작은 귀걸이가 유독 눈의 띄였다.

* * *

용사들의 되도 안 되는 헛짓거리가 행해지는 무렵.

발할라에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큰 회의가 열렸다.

바로 다름 아닌!! 프로젝트 ‘이름 없는 성녀 신화’ 연출 및 스토리 회의.

첫 시작은 감독 겸 주연 배우, 한예지가 끊었다.

“불만사항. 듣습니다. 근데 진짜 들어만 줄 수도 있으니. 알아서 생각하고 말하세요.”

“저요. 저!! 저 있습니다!”

“예, 6번 사도 역, 김민준 씨. 이야기 하세요.”

“프로젝트 네이밍 너무 구려─ 쿠에에엑!!!”

─퍼어어억!!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벌어짓 것 마냥 사라진 민준.

예지는 어느새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주먹을 민준의 방향에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민준의 옆에서 그저 이마를 부여잡은 체 고개를 절래 절래 저는 연희.

“하아......바보같은 문주. 이제는 제가 별무문을 이끌어 갈게요.”

“나....아직....안 죽었─ 쿠어어억!!”

“이제 죽었겠지. 자, 다음 질문 받습니다.”

결국 벽에 새겨진 현대 아트되버린 민준,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이런 걸 보고 손을 드는 사람은 없다.

단 한사람, 너무나 억울한 여인 한 명만 빼고.

“저기......예지야. 난 여기 왜 있어?”

발언자는 다름 아닌, 제 8사도 역 및 소품 담당, 차연주.

테라에서는 현재 보라색의 마녀로서 알려지고.

동시에 지구에는 발할라의 정식 협력 길드, 마녀의 도시의 수장에 자리한, 릴리의 사이비 꼬마 마녀 코스프레의 용품의 제작자되시는 분이였다.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나....난 분명이 뉴욕 호텔에서 자고 있었는데.....갑자기 엄청 쌘 괴한이 침입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언니? 여기 이렇게 서약서가 있는데.

‘나 차연주는 릴리의 구출을 위해 목숨을 바쳐 영원히 싸울 것을 엄숙히 다짐합니다.’ 라고.

지장도 이렇게 잘 찍혀있고.”

펄럭펄럭 마치 피로 새긴 듯한 붉은 지장이 찍힌 서약서를 흔드는 예지.

이예 당연히 연주는 소리쳤다.

“사기다!! 딱봐도 나 기절시키고 네가 찍은 거잖아?!! 거기에 나 지장 안 쓰거든? 도장이랑 싸인만 하지!!”

“뭐래? 그러길래 누가 역마살이라도 낀 것 마냥 싸돌아 다니랍니까? 뭔 놈의 길드장이라는 양반이 길드에 안 있어? 내가 언니 잡으려고 세계 일주를 했어요. 세계일주를. 앙?!”

“히이이익!!!”

바로 이틀 전에 싱가포르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니, 없어.

그래서 다시 확인하니, 이번에는 워싱턴이라네?

그래서 워싱턴까지 후다닥 날아갔지.

하지만, 고새 또 어딘가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는 이번에는 런던.

뭔가 기분이 쌔해서 축치고 앉아있으니, 뭘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날 날아온 게 뉴욕 호텔에 숙박 중이었다는 이야기.

물론 이건 엄청난 생략을 가미한 거다.

실제 추격씬은 할리우드 영화 저리가라 할 수준.

오죽했으면 예지가 뉴욕에 도착하자 마자 차도 안 타고 직접 날아서 호텔 창문으로 돌진했겠는가?

그런데 여기서 더 무서운 건.

“나....난 그냥 좀 돌아다닌 거 뿐인데....”

이 처차.

도망 다닐 생각은 거녕 예지가 추적 중이라는 자각도 없었다.

그냥 마도구 소제로 쓸만한 재료 찾아, 삼만리를 찍고 있던 거 뿐.

“그러니까, 내가 그 망할 놈의 인식 방해 마도구 벗고 다니라고 했잖아!!”

“그치만 이거 벗으면 자꾸 사람들이 말 거는데...”

기실 전부 그녀의 안쓰러운 모습

눈 아래까지 지긋하게 내려온 다크 서클과 흐리멍텅한 표정 때문에 걱정어린 마음에 그러는 거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어떤 의미로 유리 이상의 소심소심을 자랑하는 그녀에게 다 필요없는 호의였다고 한다.

“에휴~~ 방심하고 있는 걸 겨우 잡아서 망정이지.”

“집에 가고 시퍼~~”

“집은 개뿔. 또 풀어놓으면 어디 싸돌아 다니겠지.”

“마음 가는 곳이 집이야.”

“그 마음을 당신네 길드 본사에다 두라고. 내가 왜 이 지랄을 떨어야 하는 거야? 아, 릴리 때문이지. 나무아비타불 관세음 릴리보살. 잡으면 다 싸잡아 독방에 쳐박아 사육한다.”

참고로 이를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에는 예지도 미친 년이었다고 한다.

“뭐, 그건 아는 일이니까. 넘어가고 이제 더 불만 사항 더 없지?”

“말하면 저기 저 꼴 안 나냐?”

성환은 엄지 손가락으로 벽에 얼굴이 박힌 민준을 가리쳤다.

이예 대한 답은 당연히 X

성환은 그럼 그렇지라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그래도 막장 회장은 아니라고, 어제 유리가 올린 정보 팀 인원 보강은 오늘 내일 중으로 이뤄질 거고, 철수 네가 말한 건 기각. 고춧가루 씨, 테라에 충무공 같은 갑옷은 없어요.”

“젠장!! 기사 갑옷 내 취향 아닌데.”

“그 밖에 릴리 어머님, 아버님, 아기씨는 뭐 필요한 건 없나요?”

“우리야 뭐, 미운 딸내미 빨리 잡아오는 게 목표이니. 근데 우리 딸 안 줄 건데?”

“묫자리 좋은 곳으로 금방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아버님.”

“헤헤, 난 찬성! 언빠가 예지 언니랑 결혼하면 뭔가 내 인생이 편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우리딸 언제 사회의 법칙, 혈연 인맥을 다 배웠을까?”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발할라의 평범한 일상이다.

여튼 각설하고 예지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

당연히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이야기가 등장했다.

“용사 쪽은 거의 작전 성공인 거 같아. 조만간 충돌할 수 있겠어. 스파이가 일을 잘해줬지.”

“와~~~ 솔직히 조마조마했는데, 에리카라고 했나? 난 보통이 아니네. 한 달 안에 들킬 거 같았는데.”

“용사 하나 얼치기로 납치한 게 운이 좋았죠. 근데, 저도 작전 성공은 긴가민가 했는데, 대단하긴 하네요. 연기 잘한다는 소문은 무성하게 들었지.”

“헤헤, 내 마도구가 최고라서 가능한 거라구. 그런 위장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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