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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78화 (78/116)

〈 78화 〉 사도 vs 용사

* * *

뭐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오묘해서 어디든 갖다 붙이기 마련이란 뜻.

특히 이 분야의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종교라 할 수 있다.

“예지 얘가 심상치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아이고.......”

“뭐,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닙니다. 단지, 그래도 저 한예지 님이라는 분 역시 만만치 않은 수환가 인 건 확실이군요.”

“하기사 교단에서 내세우는 주장들은 문헌의 말보다는 벽화의 그림 쪽이야. 그걸 교단 나름의 해석을 통해서 발표하고 주장할 뿐.”

“그편이 자기들 편한 대로 써먹기 좋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의표를 찔렸군. 교단에서 난리가 났겠어. 잘못하면 종파 전쟁까지 벌어질지도?”

마황성에서 실시간으로 예지가 벌이는 일들을 감상 중인 나와 데지르 그리고 두 대마녀, 바네사와 그리시아

모두는 그저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예지가 모두의 앞에서 보인 연출.

사자 소생.

물론 단순히 죽은 자를 살린 것도 대단한 일이다.

현 교단의 어느 누구도, 아니, 그걸 넘어서 고금 역대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적이니.

하지만, 이게 단순히 그렇게 치부하고 말 문제였다면 우리가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다.

예지가 보인 것.

그건 용사의 임명의 새로운 해석이었다.

“사실 용사는 교단이 형편 좋게 주장하는 인기몰이 겸 마족 사냥용 칼잡이일 뿐이다.”

“성녀가 용사를 임명하는 것 또한 거짓.”

“모든 건 신의 뜻일지니. 용사란 성녀가 아닌 성녀의 몸을 빌린 신이 직접 선택한 구원의 사도. 진짜 용사는 오로지 신만이 행할 수 있는 기적과 함께 나타난다.”

사자 소생은 아무리 예지라고 해도.

심지어 나라고 해도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진짜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예지 역시 수많은 전장은 돌아다니면서도 진짜 죽은 사람을 살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이건 여러 각도에서 민감한 사안.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누군가를 되살릴 수 있는 기적을 보았을 때, 이에 감사를 표하기 보다는 어째서 내 소중한 이는 살려주지 않는 거냐 원망을 던지는 존재니까.

다시 보일 수도 없는 기적을 보이는 건 뒷감당이 가볍지 않지.

하지만, 이름 없는 성녀,예지는 이을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오로지 신의 뜻일지니.”

자신이 한 일이 아닌, 신의 그를 부른 것이다.

마황을 무찌르고 위기에 몰린 테라를 구원할 사도로서.

즉, 용사 따위는 원래 없다.

신이 테라에 진정한 위기가 닥쳤을 때, 직접 기적을 행사하시며 내려보내는 존재.

난 어질어질 해지는 정신을 부여 잡고,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이.....이거 괜찮은 거 맞지?”

“괜찮겠습니까?”

“괜찮겠어?”

“괜찮겠니?”

아니나 다를까 말꼬리만 다른 삼인의 답변이 내 가슴에 거침없이 날아와 박혔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일.

예지는 소중한 내 지갑...아니, 뒷배도 아니지....그래 동료! 친구다.

딸피까지 떨어진 hp를 부여잡은 난 어떻게든 일어서 예지의 편에서 반론을 주장했다.

“하....하지만!! 예지가 그런 말 한 게 아니잖아?!”

그렇다.

애초에 예지는 딱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모종의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는 몰라도 이름 없는 성녀를 연기하는 예지는 극단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었으니.

비단 이번 일에서도 예지가 한 거라고는 무덤에서 철수를 꺼내고, 방금 이야기한 ‘오로지 신의 뜻일지니’ 한 마디 밖에 없다.

지금 나오는 주장과 해석 전부 그 한 마디를 들은 사람들이 재멋대로 지껄이는 주장과 해석일 뿐.

뭐, 무덤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건 살리는 거지만, 그 한 마디 했다고 잘못이 있는 건 아니잖아?

거기에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예지가 한 말은 성직자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입에 담을 말이고.

하지만, 데지르는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운 점이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런 형편 좋은 주장들이 힘을 얻는 게 진짜 우연이라고 보십니까?”

“그럼?”

“뒤에서 조작하고 있다는 소리야. 내가 네게서 들은 발할라의 전력, 그리고 저기 보이는 성녀 씨와 붉은 기사의 힘. 틀림없어. 발할라는 이미 제국 내부와 교단에 파고 들대로 파고 들고 일을 판을 깔고 있는 거야.”

“애시당초 처음부터 였을 걸? 이름 없는 성녀의 신화. 이런 대규모 일이 너 같은 규격 외의 괴물도 아니고 저 아가씨 혼자 힘으로 감당할 리가 없으니까.”

말을 아낀 것도 그 일환이라 세 사람은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성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떻게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줄 수 밖에 없으니.

필연적으로 교단이 파고들 수 있는 약점을 만들 게 된다.

이를 방지하면서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침묵.

적절한 행동만을 보이고, 뒤에서 활동하는 발할라의 사람들이 여기에 구실 좋은 해석을 덧붙여 교단은 물론, 제국 내부여 여러 곳에서 퍼트린다.

일종의 종교의 또 다른 속성을 이용한 작전.

주장의 파급력이란 당사자가 직접 입으로 내뱉는 목소리보다 간접적으로 퍼져나갔을 때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이를 간파한 세 사람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선행을 배푸는 한 마리의 뱀을 보며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시놉시스를 다 짜놓은 거지.”

“이름 없는 성녀는 그저 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야, 물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강뚝을 만드는 건 정보를 조작하고 퍼트리는 발할라의 조직원들이겠지.”

“동시에 뒤를 고려한 처사입니다. 신의 사도 같은 형편 좋은 존재는 그만큼 형편 좋게 모습을 감출 수도 있으니. 적당히 다시 테라에 위기가 찾아오면 돌아올 것이다라는 말만 남기고 자취를 감춰도 문제가 없습니다.”

“헐......”

난 이번에야 말로 입을 떡하니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뭐야?

예지랑 철수만 생쇼하는 게 아니라, 발할라 전부가 달려들어서 이 판을 짜고 있다는 뜻이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 하나 잡자고 발할라 전부가 달려들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조커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으니.

여차하면 예지는 이제 날 테라에서 뺄 계획인 거겠지.

지구에서 내가 모르는 사태가 터졌을 지도 모르고.

“하아......그럼 지금 시나리오 상 다음 스토리는”

“예.”

“뻔하지.”

“저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너니까. 저 모든 건 훗날을 방지한 명분 만들기에 지나지 않아. 진짜 목적은 ‘그들’ 향한 도발.”

당당히 마황에게 갈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이들.

새로운 성녀와 함께 등장한 사도가 그 누구보다 달갑지 않은 존재들.

동시에 내 스토리의 진행을 막은 쓰레기 무리.

느릿느릿 거북이 울고 갈 정도의 진행 속도를 보였던 내 스토리와 다르게 이름 없는 성녀의 신화는 벌써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이름 없는 성녀가 무덤에서 붉은 기사를 끌어 올린 후 보름.

제 1사도라 칭해지는 붉은 기사의 뒤를 있는 존재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스라진 고대 유적에서 몸을 일으킨 전사

선지산이라 불리는 성지에서 안개와 함께 등장한 무명의 검객

첫 사도처럼 성녀가 직접 찾아간 자도 있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빛의 기둥과 함께 계시를 받고 스스로 성녀를 찾아온 이도 있었다.

하물며 그들은 종족 또한 가리지 않았으니.

비밀리에 노예로 팔려나갈 예정이었던 엘프.

비밀리에 전해져온 오크의 성지에 나타난 오크 로드.

현 태라의 모든 문물을 상식을 부정하는 도구들을 휘두르는 보라색의 마녀.

그밖에도 드워프, 다크 엘프에 이르기까지

도합 성녀를 제외한 12명의 사도들 중 이종족은 반절을 넘어 7명이나 포함되었다.

“마치 초대 용사님들을 보는 것만 같군.”

초대 용사 파티.

이제는 그림의 벽화로 밖에 남지 않은 기록 속의 영웅들.

마치 의도라도 한 것처럼 성녀를 제외한 그들 모두는 놀라울 정도로 그들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 힘 마저.......

“이.....이게 정녕 개인이 품을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구세주들이시다.”

“틀림없어. 신께서 우리를 구원해주기 위해 내려보내신 분들이야.”

경천동지.

천외천.

모습도 종족도 기원도.

하물며 그 정체마저 배일에 쌓인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바로 강함이었다.

검압만으로 대지가 마치 버터 마냥 썰려 나가는 풍경을 보라.

나름 이름 있는 마녀조차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마도구들의 축제를 벌이는 마녀

정령사로 이름 높은 엘프의 역사 속에서도 수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애버리지. 전 속성의 정령을 휘두르는 엘프.

이미 마황의 분령을 처지한 성녀의 신화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언정, 그들 모두

전략과 전술이라는 싸움의 단위를 홀로 행할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들을 달갑게 여기는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당장 제국

갑작스럽게 등장한 구세주들의 활약은 더더욱 제국의 무능을 돋보이게 만들었으니.

솔직히 말하면 마황이 워낙 상식 밖에 존재라 어쩔 수 없던 거지만, 그럼에도 비난의 화살과 쏟아지는 눈초리는 그들을 따갑게 만들었다.

이에 제국 황실에서는 유래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파견단을 보내리고 결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교단.

이들은 좀 상황이 복잡했다.

단순히 성녀와 사도들이 달갑지 않은 것이 아닌, 그들을 말미 삼아 내부에서 연쇄적이 폭발이 터지기 시작한 것.

딱히 성녀의 지위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의 기적이 없는 한 용사 임명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 정도뿐.

어찌보면 큰 권리 하나를 잃은 셈이지만, 그에 반대급부로 진정한 신의 대리인이라는 지위를 얻었으니 오히려 지위 자체는 전보다 급 부상했다.

문제는 바로 용사.

성녀와 마찬가지로 교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사도라는 자들에 의해 존재 의미 자체가 부정당해 버렸다.

“으아아아!!!!”

“감히 근본도 없는 이단의 무리 따위가 용사를 대신해?”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쩔 거야? 그 벙어리 성녀를 찾아가 목이라도 베게?”

“그럴 필요가 있다면.”

다른 마황 토벌대를 배제하고 모인 5명의 용사들.

그들은 각자 짜증 섞인 반응을 내비치며 혀를 찼다.

어찌보면 자업자득인 셈.

그동안 용사가 이룬 성과가 없고, 이번에 마황 토벌전을 미루고 미루면서 쌓인 게 이번에 등장한 새로운 성녀와 사도들로 인해 터진 것이니.

하지만 지금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런 반성은 하등 들어있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지?”

“진짜 신의 사도라도 되는 건가?”

성녀의 임명을 받은 그들이 할 말은 아니지만, 이번 성녀의 등장과 사도들의 무리는 이상한 점이 너무도 많았다.

갑자기 죽은 자가 부활하질 않나.

대뜸 하늘에서 빛이 떨어쳐 엄청난 힘을 각성하지 않나.

과거를 조사해도 나오는 건 평범한 것들일 뿐이고.

하지만, 이에 묶어둔 머리를 풀던 유일한 여성 용사는 대체 무슨 멍청한 질문을 하냐는 것마냥 답했다.

“보면 몰라? 지구, 그러니까 발할라라는 놈들이잖아?”

“뭐?”

“그.....그게 진짜야?”

“테라 어디를 뒤져도 저런 초강자가 숨죽이고 있었다는 정보는 없어, 그나마 정보가 없는 괴물은 군주들이있지만, 군주가 미친 것도 아니고 저기서 사도 노름을 할리는 없잖아?”

“단순한 소거법이란 말인가.”

“그것만은 아니지, 너희도 편린에 불과하지만 제국과의 비공식 회담에서 그들이 힘을 들었잖아?”

괜히 용사들이 제국에게 발할라의 마황 토벌대 참전을 요구한 게 아니다.

하지만, 용사들은 그럼에도 왜 그런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대체 왜....”

“우리가 정체를 밝히기만 해도 끝나는 문제 아닌가?”

신의 사도가 아니다.

그저 이세계의 무리들이라는 걸 밝히면 되는 일 아닌가라는 물음.

그러나 이번에는 길게 머리를 늘어트린 용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국에서 그런 선택을 내릴리없다.”

“왜?!!”

“몰라서 물어? 마황 다음은 무림이야. 여기서 최소 국가. 최대 세계급 단위의 적을 또 만든다고? 제국이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니? 머릿 속에 든 게 면사리가 아니라면 생각을 좀 하라고.”

관자놀이를 툭툭치는 그녀의 모습에 부득부득 이를 가는 그들이었지만, 반박하지는 못했다.

엄연한 사실이니까.

이번에 제국이 파견단을 꾸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제국이 진짜 이번 일을 공론화 할 생각이었다면, 이런 파견단 같을 걸 꾸릴 이유는 없으니.

“확실히, 제국은 이번 일을 조용히 덮을 생각이야.”

“그들의 힘이 예상을 넘어섰고, 판이 뒤집혔으니 대처를 새로히 하겠다는 심산이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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