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용사 파티X 성녀 파티O (2)
* * *
대망의 테라 정복의 선두주자가 나였으면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제국의 앞통수를 후려갈기려 했던 마왕은 나 말고도 잔뜩 존재해왔다.
사실상 마왕이 죽는 1번 이유이자 유일한 이유가 용사와 성녀이니, 당연한 소리지.
마왕에게 제국과 용사, 교단과 성녀는 이가 부득부득 갈리면서도 두려운 존재들
여기에 마족 특유의 광기가 뒤섞이면, 사실상 마왕 침략은 레파토리가 다 짜여진 스토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뭐, 어쩔 수 없지. 마왕은 특히나 목숨줄을 소중히 여기니까.”
“나도 이해해. 이떻게 얻는 마왕성인데, 그걸 쉽게 내주겠냐고.”
“아니, 당신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마왕성을 심심풀이로 3개, 홧김에 3개나 날려버린 인간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말하는 데지르.
투덜 거리는 그의 목소리와 함께 나와 두 대마녀님들은 지루한 표정으로 마녀표 스크린 도어, 수정구슬을 바라봤다.
셀 수조차 없는 많은 언데드의 병사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만든 초유의 성벽을 두고 이를 저지하는 인간.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함성과 폭발음이 지배하는 전장을 바라보며 난 따분한 표정으로 감자 칩을 하나 입속에 톡 집어넣은 후, 턱을 괴며 앉아 데지르를 바라봤다.
“황태자, 해명이 필요하다.”
무슨 해명이 필요하냐고?
쟤들 왤캐 약한지에 대한 해명.
물론 이건 나와 데지르가 가장 원한 그림이긴 하다.
본방이라 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이 많긴 하지만, 전쟁의 큰 틀 자체는 지금 상대하는 변경백 연합의 1차 저지선에서 격전을 벌인 뒤 돌파.
제국 내부를 적당히 유린하고.
황실 기사단을 중심으로 구성될 2차 저지선에서 건곤일척의 승부 끝에 물러난다는 거니까.
지금 보이는 적당히 이기는 그림은 확실히 우리에게는 좋은 상황이긴 하지.
하지만 말이다.....
“이건 아니지. 야, 이거 젭이야 젭. 글러브 터치라고.”
복싱 시합 전 서로 가볍게 주고 받는 글러브 터치.
공격이 아니란 말이다.
그.....뭐랄까......선봉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나 이제 쳐들어 갑니다. 준비운동하고 계세요~~’ 느낌?
그런데 이게 뭔가?
가히 펼처진 장관은 천하의 명작 영화도 울고 갈 초대전.
팔이 떨어져라 검과 방패를 휘두르는 전사와 기사.
간달프에 빙의라도 한 건지, 마술사들 마저 스태프로 해골들을 분쇄하며 손가락으로 마술을 펼쳐내고,
병사들의 피와 땀방울은 전장을 적시니, 전장에 선 이들 하나하나가 영웅, 용사로 보일 지경이다.
어느 정도냐면, 뒤에서 몸 풀며 ‘이제 나가 볼까?’ 하는 우리 측 언데드들이 뻘쭘해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 수준.
그러나 이런 내 말에 돌아오는 건 기만러를 바라보는 경멸어인 세 사람의 시선이었다.
“평균치를 당신에게 잡지 마세요.”
“엄청 잘 싸우는 거거든?”
“저만한 크기의 성벽에 요새화를 세기는데 돈이 얼만데.”
애초부터 언데드 수와 수준이 너무도 다르다.
릴리 기준, 그래도 이정도는 해야 사람이지, 하는 레벨이 나름 작게 잡아 병사 하나인데.
생각을 해보라.
오로지 수
오로지 머릿수로 밀어 붙이는 게 언데드 특징인데, 언데드 병사 하나가 인간 병사 하나와 동등?
하물며 저만한 수를 혼자서 그것도 이런 원거리에서 다루는 것 부터가 비정상의 극치인데....
“또한 언데드는 지치지도 않죠. 상시, 밤에도 싸우기 위해서는 병력을 나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디서 주워온 건지 안경을 고쳐쓰며 말하는 데지르.
보통이라면 해당될 말은 아니다.
자연산 언데드가 아닌 이상, 언데드도 술자의 마력을 소모하니까.
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이 마력의 한계치를 아득히 씹어먹는 수준이니, 책임자 입장에서는 행복회로를 돌리기 보다는 전력을 분산한 것이지.
이를 알고 있는 대마녀 둘은 질렸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모며 말했다.
“마력 안 모자라?”
“우리 둘이 합쳐도 진작에 미라가 됐을 거 같은데......”
당장 지금 부리는 수만, 몇 만 단위.
대기하는 것까지 모조리 합하면 십 수만은 족히 넘는다.
그걸 초 원거리에서 다루면서 저리 태평한 얼굴로 과자나 씹고 있다니.
“어음, 특이 체질?”
요세 마력이 부쩍부쩍 성장기라 말이지.
더군다나 마왕성에 흐르는 레이라인도 있다.
물론 거의 순도 높은 마기 덩어리라 필터가 필요하지만, 양이 많으니 걸러서 나오는 양도 만만치 않게 많은 상황.
솔직히 자연 회복력이랑 합하니, 마력이 줄지도 않았다.
“세상 참 형편 좋은 특이 체질 많네.”
“나도 특이 체질 되고 싶다.”
여튼 둘에게 적당한 답을 돌려주고, 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그럼 배분한 전력도 제법 된단 소리지? 쌔게 나갈까?”
“긴장감 조성한다면서 하루만에 끝낼 작정이 싶니까?”
“쩝, 늅뉴비 매너전하는 것도 아니고, 이거 원 감질맛 나서야.”
결국 난 수정구슬로 비춰지는 화면을 보다 말고, 인벤토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전쟁 게임이나 해야지~~~”
세 사람의 시전이 쓰레기를 보는 눈에서 구정물을 보는 눈으로 변한 건 착각이겠지?
* * *
이튿날
난 결국 호구 마력줄 바지사장 선언을 신청했다.
일일이 매일 내가 옥좌에 올라오는 것도 질렸다는 의미.
무슨 식품코너 맛보기도 아니고, 야금야금 긁었다 말다 하니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계속 내가 조종하다가는 총동에 못 이겨 확 밀어버릴 것 같았다.
나름 중요한 작전이니 그럴 순 없지.
여기서는 연륜이 찬 경험자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저 제국 황태자입니다만?”
“저기 우리 제자들도 참전하는 중인데?”
니가 인간이면 그럴 순 없다는 세 사람의 눈빛.
그러나
“응, 걍해.”
난 이제 인간 아니지.
초마녀 릴리 님이라구!
양심 따위 개나 줘버려!!
뭐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자각은 있지만, 이제와서 빼는 것도 아니잖아?
한 배를 탄지가 언젠데.
세 사람도 그 말에는 할 반박할 껀덕지가 없는지, 결국 제안을 승락했다.
“그렇다고 당신만 노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래!!”
“황태자 나으리 파이팅!!”
이에 바로 반격이 들어왔지만, 나도 데지르랑 다니면서 성장했다고.
즉시 난 논리 정연한 답변을 그의 말에 돌려줬다.
“아니지, 난 마력을 제공하잖아? 또 토벌군 오면 직접 싸워야하고. 사실 생각해보니 군 유지하는데 마력이 많이들더라고, 그래서 휴식을 통해 체력 분해를 해놓을 필요성이 있어.”
자기 마력을 생각해보니 많이 쓰는 거 같다는 개소리을 시전.
당연히 마력이란 게 뭔지 잘 아는 세 사람은 탁하고 이마를 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며칠 동안 멀쩡했으면서....”
“이제 떨어지는 게 느껴진단 소리지. 마력 보충용 게임기와 감자 칩이 있어야 할 타이밍이야.”
“이런 미친.”
피튀기는 논쟁이 오갔지만, 그들의 모든 논리를 개소리와 헛소리, 괴변으로 받아친 끝에 결국 난 자유를 쟁취했다.
뭐, 하루 4시간 근무라는 반 자유긴 하지만.
이런 대화가 오가는 날
변경백 연합의 영지는 절반이 함락 당해 마황의 손길에 떨어졌고.
사상 초유의 마황 토벌군이 칼을 모두 갈고 자리에서 일아났다.
* * *
다시금 수일 후
그동안 전황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순조로웠다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군을 다뤄본 경험이 출중한 데지르를 필두로 연륜이 찬 두 대마녀가 협력, 거기에 하나하나 조작할 수 있는 언데드의 권리까지.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려갔다.
책의 마녀 그리시아가 말하길 테라 전역에 기리기리 회자될 전쟁이라 평할 정도.
격렬하게 타오르고, 격렬하게 부딪치며
영웅이 탄생하며, 아름다운 꽃이 저물어 가는 전투들
흔히 기적이라 불리는 장면 또한 많이 연출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성벽
기적적으로 제시간에 당도하는 지원군.
건곤일척의 승부 끝에 승리도 하고 패배의 쓴물도 들이키는
그런 ‘이야기’ 같은 전쟁 말이다.
“이게 모두 조작된 전쟁이라는 걸 알면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모든 게 마황의 한낱 유희라는 걸.
그저 목적을 위한 서두 곡의 서사시일 뿐이라는 걸......
그리시아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오늘의 전황도 책에 기록했다.
그러는 와중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이러한 내 행위의 의도를 알아준 지구 측 사람들이 샤말리아를 벗어나 제국과 알브헤임에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손을 내밀었다는 것.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던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생략하고 드디어 앞으로 성큼 나온 것이다!
이젠 이 손을 제국과 알브 헤임이 잡기만 하면 실상 우리 계획의 7할 이상이 완료나 다름 없으니!
드디어!!
“회담이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에?”
“아무래도 제국 입장에서는 미지의 이방인인일 테니까요.”
알브 헤임이야 그렇다 치자.
그들은 아직 마황의 매운 맛을 못 느꼈으니.
하지만 설마 제국에서 거절할 줄이야.
물론 무림의 일도 있었고, 데지르의 말대로 지구란 미지의 존재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이렇게 코 앞에서 목표물을 놓치니 난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우리 애들이 그렇게 무능하지 않은데......”
“무능이라고 말할 게 아닙니다. 아직 상황이 바쳐주지 않는 거죠.”
정확히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상황이 여이치 않아 알 수 없으니, 이 또한 데지르는 내가 원인일지도 모른다 말했다.
“내가 무슨─ 아.....”
말을 하려다 말고 그만 깨달아 버린 사실
제국과의 협력.
제국은 지금 필살기를 준비 중이다.
마황 토벌군이라는 최강의 필살기를 말이다.
제국에서 협력을 요청했다면 눈에 띄는 강자들인 아버지나, 성환이, 민준이의 참전을 요구했을 터.
그에 반해 우리 사람들은 날 빼낼 궁리를 하기 위해 이를 거절했을 테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말.
“이쯤에서 제가 제국에 복귀할까요?”
“이르지 않을까? 공교롭기도 하고.”
“지금도 썩 나쁜 건 아닙니다. 그 전에 말을 맞춰두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슬기로운 마황 생활 2단계
황제
난 마황 침공을 빌미로 데지르를 황제의 자리에 올리고자 하였다.
이미 황태자인 그를 무슨 이유로 그럴 거냐 할 수도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제국은 황자도 황녀도 각각 10명이 넘는다.
더군다나, 제 2황자와 제 1황녀가 동등한 황위 계승권을 가지는 제국의 법률상, 황녀들도 모조리 정적.
말만 황태자지 배후도 없고 입김이 약한 그가 황제가 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거기에 가장 큰 문제는 황위의 강화를 원치 않는 각 지방의 영주들과 귀족들.
이들 때문에 정권 다툼이 끝난 뒤 황위에 올라도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었지.
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국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변경백에게 힘을 모을 기회와 시간을 주었다.
최대한 살을 덜 잘라내면서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은 그것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니.
적당한 희망과 함께 살을 불린 그들을 쓸어버린다.
제국을 유린하는 과정에서 거슬리는 귀족들을 숙청.
귀환한 데지르가 영웅이될 판을 만들어 황위 계승권에 확실한 도장을 찍고 더불어 황권까지 강화하는 것
이게 나의 2단계 계획이었지.
어설픈 종이 쪼가리보다야, 협력관계인 데지르를 세우는 게 효율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지?”
마왕 토벌군.......
난 히키코모리 생활의 청산을 선언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데지르는 깜짝 놀라며 내 앞을 가로 막으니.
“진정하세요!! 제가 말하고 또 말했지 않습니까! 그들 전부를 쓸어버리면─”
“성녀 말고는 상관없다면서?”
“이성을 찾으세요. 지금 당신 표정이면 성녀도 가만두지 않을 거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적당히 격렬한 싸움을 조장해 성녀 스스로 살아나갈 구멍을 만들어 줘야 하는 일이다.
그래야만이 나중에라도 마황의 죽음을 위장해 릴리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일이니.
마황 연기는 그 자체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불멸
최강
최악
이러한 이명을 뒤집어 쓴 마황은 죽을 수 없다.
걱정어린 시선에 데지르
난 그를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마셔, 나도 이딴 낡아빠진 성에서 늙어 죽을 생각 없으니까.”
까짓거 늅뉴비 매너전 한 판 해주는 게 뭐 어렵다고.
단지 지금 일어난 건 다른 이유다.
“회담 거절? 발등에 불이 덜떨어져서 그렇지.”
뛰어난 협상가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난 그렇기에 우리 사람들을 뛰어난 협상가로 만들어 줄 생각이다.
“오늘 매운맛 코스 순둥이에서 맵찐이 단계로 올린다. 꽁쳐둔 애들 풀어.”
오늘 하루만에
난 제국 마계 전선을 담당하는 3명의 후작과 공작을 밀어버리고 제국의 일부를 가져가겠다 선언했다.
이게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지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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