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71화 (71/116)

〈 71화 〉 용사 파티X 성녀 파티O

* * *

음습한 지하실.

매캐한 내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낡은 문과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촛불의 불빛에 방안을 가득 매운 도구들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채찍, 삼각 목마, 길쭉한 진동 안마기, 붉은 촛농과 얼음.......

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조교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그 단어.

바야흐로 오늘 그 날이 찾아왔다.

내 이야기에 19금 태그를 달 그날이!

혹여라도 아직 마음의 순수함을 간직한 분이라면 조용히 고개를 돌려 나가시길.

그 마음 나락으로 떨어져도 난 책임질 수 없으니까.

“으으으........”

“크윽!!”

손은 뒤로 묶인 체, 목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물씬 묻어나는 개목줄을 찬 오늘의 주연, 바네사와 그리시아.

그녀들은 각자 굴욕과 두려움이 자리한 얼굴로 목줄의 주인인 내가 이끄는 곳을 따라 걸기 시작했다.

세간에는 시공의 마녀니, 책의 마녀니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이들은 이제 내 노예다.

앞으로 행해질 조교로 내게 몸과 마음을 함락당할 노예!

개인적으로는 바네사 같은 반응이 황홀하다 생각한다.

저 굴욕에 찬 얼굴....

경멸어린 시선이 가득한 눈빛.....

살짝 고개를 튼 체 눈살을 찌푸리고 있지만, 가볍게 떨리는 어깨가 미쳐 감추지 못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저 걱정과 두려움 뿐인 그리시아의 비해 바네사야 말로 예비 조교생 100점짜리 답안지라 할 수 있다.

저 자존심이 꺾일 때는 과연 어떤 표정일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만으로 즐거움이 쏟아진다.

비록 내가 조교 한 번 해본 적이 없지만, 분명 난 훌룡한 조교사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할 터.

화려한 조교술이 진심으로 펼쳐지면 너무 빨리 끝날 테니 오히려 조절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교는 해본 적 없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특히 오히려 저런 자존심이 똑바로 선 쪽이 오히려 함락하기 쉽다고 하니.

이거야 원

예비 프로 조교사 님에게 주어진 난이도 치고는 너무 쉬운 거 아니냐고(절레 절레)

“우히히히~~!”

절로 발걸음이 스탭을 밟으며 춤을 춘다.

마치 누가보면 소풍이라도 가는 것 같은 모습

적어도 내게는 눈앞에 황금 빛으로 물들고 있으니 그리 다르진 않지.

드디어 로망의 실현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당장 가면 뭐부터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려는 순간 난 문뜩 한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가장 되새기고 싶지 않은 그 사실을...

“아, 나 소중이 없지.”

* * *

“흑! 흐흑! 왜....왜 어쩌서 나만 햄보칼 수 없는─!!”

그리사아와 바네사는 마황을 쓰러트렸다.

왜 쓰러트렸는지는 자기들도 모르지만 아무튼......

“갑자기 왜 저래?”

“낸들 알겠니. 에휴~~~”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방문 밖으로 세어 나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는 두 사람.

이렇게 꼬마 소녀 마황님은 울음을 터트리고 테라에는 행복한 결말이 찾아왔습니다~~~로 끝나면 좋으렸만, 사실 상황은 그닥 달라진 게 없다.

“나가는 건 무리겠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제국 전선까지 비행을 써도 하루가 넘어, 근데 이걸 차고 그게 가능할리가 없잖아.”

상당히 매니악한 취향의 개목걸이.

모양은 가죽이지만, 이 또한 손목을 묶었던 것과 같은 영혈이다.

일종의 재능 낭비의 극한이라고, 영혈을 이런 가죽모양으로 장장 4시간에 걸쳐 마황이 제작한 것.

얼핏 본인은 만드는 제주가 없다고 중걸거린 것 같은데, 상당히 편파적인 예외가 많은 모양이다.

여튼 덕분에 대마녀인 두 사람도 지금은 그저 몸이 좀 튼튼한 여자일 뿐.

마황성 밖에 나가면 객사하거나 어디 마족에게 끌려가 조리돌림 당한 뒤 죽을 테니 사실상 마황성 밖으로도 나갈 수 없는 신세이다.

“그.....바네사, 내가 들어가서 좀 위로라도 해줄까?”

“뭐?! 무슨 소릴하는 거야?!!”

자기들이 온 목적이 마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마황을 죽이러 온 것인데, 들어가서 위로라니.

바네사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말했지만, 그리시아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방안을 훔쳐보며 답하니.

“그렇다고 무슨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그건 그렇지만......”

이대로 가만히 죽치고 있으면 결말을 뻔하다.

토벌대가 도착.

그리고 몰살.

제자들이 도착

그리고 몰살.

결말에 흔들림 따윈 없다.

다른 대마녀가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

사실상 자신들을 상대하는 내내 장난치는 분위기였으니, 시껍했다, 엄청 놀랐다 말하긴 해도 그걸 입으로 말아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 진심일리가....

필시 보여준 힘은 세발의 피 일 터.

용사는 기대도 안 하니 제쳐두고, 성녀님 두 분도 사실 의미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마황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족이 아니니까.

그나마 마기라도 쓰면 비빌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상대해본 둘의 견해로는 생각 이상의 튼실한 정통파 마술과 영혈이라 불리는 비술 및 흑마술의 전문가가 바로 마황.

언데드 무리는 성녀의 힘으로 뚫을 수 있겠지만, 본체인 마황의 전투력이 이리 강력하고, 또한 성녀의 장점을 살릴 수조차 없으니, 승산이 있을리 만무하다.

“더 준비를 하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선택지는 둘 중 하나.

지금 싸우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합리적 주장이다.

그러니 이 중요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황성을 탈출해야 하는데, 목줄이 걸려도 제대로 걸렸으니, 뾰족한 수가 나올리 없고.

그나마 마황을 어떻게든 공략해보려 해도 방에서 눈물로 배게를 적시고만 있을 뿐이니, 말을 걸어 볼 여지도 없다.

“애초에 이상하지 않아?”

“응? 뭐가 이상하는 건데?”

“마황은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상황이 희한하게 돌아가 이제서야 자각한 것

사실 둘은 이곳에 오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었다.

마녀가 오죽했으면 마황이란 이름을 뒤집어 썼을까.

안타까운 사연이 있겠지.

마황이란 자리에 오를 정도면 보통 분노나 슬픔이 아니었을 터.

혹, 비술의 실수로 마기를 잘못다뤄 미쳐버린 걸 수도 있다. 등등

그동안 읽은 책의 수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두 사람은 이곳을 찾았왔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게 무슨.

정작 마황이라는 마녀는 옥좌에서 과자나 까먹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장난꾸러기 여자 아이였고, 헤실헤실 이상한 웃음을 짓는 것 하며.

저기서 저리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까지.

진지함이라고는 한 톨도 묻어나지 않았다.

“정말 전쟁을 하려는 거 맞아?”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있을 순 있겠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이런 일을 벌 일 필요는 없어보인다.

지금 그녀의 힘이라면 황제조차 황궁을 뚫고가 죽일 수 있을 터이니.

장래조차 유망하다를 넘어 이미 성공해버린 저 마녀가 대체 왜 마황이 되었을까.

그리시아는 결국 생각을 접고 울음소리가 세어 나오는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시아?!!”

바네사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리시아는 손이 닿기도 전에 침대 위에서 눈물 바다를 쏟아내는 마황의 앞에 다가가니!

“흐흑! 흐.....윽?”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슬쩍 들어올리는 마황

마황의 앞에선 그리시아는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선배랑 같이 맛있는 거 먹을래?”

대마녀, 그리시아의 대작전!

마황이랑 친해지기

컴플리트 최종 목표는 마황을 함락시켜 제국 침략 설득하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미친 개소리 잘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꼬라지랑 하나도 연결이 안 되잖아. 이 망할 여자들아!!!”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은 데지르는 고함을 내질렀다.

이에 즉시 반사적으로 귀에 손가락을 끼우는 세 여자들.

데지르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머리를 감싸쥐며 말했다.

“아니, 마황이랑 친해져? 그래서 마황을 설득해서 제국 침략을 막겠다고? 말이야 방구야? 당신들 대마녀 맞아?”

“어허~~ 우리 황태자 나으리,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자 생각을 해보란 말이야.”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드는 그리시아.

그녀는 데지르를 향해 설명을 시작했다.

“미인계 몰라 미인계? 이게 얼마나 오랫동안 써먹힌 방법인데.”

여자라고 남자만.

남자라고 여자만 미인계를 쓰는 건 고리타분한 발상이다.

잘생긴 친구, 입담이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도 사람의 본능이니, 그동안 기나긴 세월을 존재해오면서 쌓인 내공을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그리시아는 충분한 승산을 느꼈기 때문에 시행한 것.

“딱 촉이 오더라고 아, 할 만하겠구나. 내가 그동안 키워본 아이들이 몇명인데, 저 정도 진상은 약과 중의 약과지.”

“그걸 당사자 옆에서 말해도 괜찮습니까?”

“이 꼬라지 보면 몰라? 실패했으니까 하는 말이잖아.”

한숨을 푹 내쉬며 처량한 시선으로 메이드 복을 바라보는 바네사.

테라산 라면 멘트를 시전하며 먼저 다가간 그리시아였지만, 돌아온 건 다시금 울음을 터트리는 마황소녀였으니.

─찌릿!

데지르의 따가운 눈초리가 나를 향하자 난 스리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아...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똑바로 읊어.”

“간단히 말하면 폭주한 거지. 데헷!”

글썽글썽하던 마황소녀의 눈물 샘이 폭발하며 동시에 영혈들도 함께 폭발했다.

다가온 그리시아와 옆에 있던 바네사까지 집어 삼킨 검붉은 촉수들.

비명을 지르는 그녀들은 옷은 어느새 속옷만을 남긴 채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라고!! 너희가 내게 꿈과 희망을 주지만 않았어도!!”

이건 뭐, 광신도가 무릎은 탁치며 울고

마녀 재판의 이단 심판관도 형님!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기적의 논리 아닌가?

이성이라고는 단 1도 포함되지 않은 발언에 그리시아와 바네사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고, 난 영혈의 촉수로 그녀들을 묶어 공중에 매단 뒤 인벤토리에서 소라의 것으로 추측되는 최고급 카메라를 꺼냈다.

“너....너희들도 잃는 소중한 걸 잃는 고통을 느껴봐......”

그렇게 그녀들은 마음속 소중한 건 그날 잃었다.

옷은 찢어져서 수리 중.

일단 마도구의 범주에 포함되는 물건이라 내가 고치는 중 있다.

메이드복은........뭐, 내 취향이라고 봐주시길.

여기 여자 옷이 별로 없어.

바니걸, 널스, 본디지, 메이드 등등 난 책임감을 가지고 다양한 의류를 제시했다.

전부 미쳤냐며 소리치고 메이드 복을 집어간 건 그녀들의 선택이지.

난 잘못 없다.

“이상 이렇게 된 것입니다.”

“청소는 뭐, 할 일이 없어서....”

“밥은 우리 먹을 거 만들다 보니.....”

쪼로록, 식당으로 찾아와 입가에 침을 흘리는 마황소녀 때문에, 2인분이 3인분이 된 거지.

그러다 보니 진짜 메이드 생활 비스무리한 게 시작되어버린 것이다.

“아, 참고로 너희들 사정은 어느 정도 들었어.”

“크게 의미는 없었지만.”

3일간 잊지 못할 추억을 공유한 우리는 서로간의 유대(?)가 상당히 두터워졌다.

덕분에 나도 그녀들에게 적당히 썰을 풀어냈지만.

“릴리에게도 말한 건데, 너희들 오해를 하고 있어.”

“이번 마녀의 참전은 대마녀들이 시작한 게 아니다. 이게 마녀 전체의 의지지. 우리가 아니더라도 터질 일. 우린 희생이 최대한 덜 나게 하기 위해 마황성을 찾았을 뿐이야.”

결국, 마녀들의 제국 참전은 대마녀의 입김으로도 막을 수 없다.

설령 대마녀가 부상을 당하고.

저주에 빠져 사경을 해맨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를 들은 데지르는 이마에 잔뜩 주름이 잡혔다.

“아니, 마녀라는 이미지가 고작해야 마황 하나로 흔들릴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게 말이나 된다고.”

“알아, 마황이 마녀든 아니든. 딱히 달라질 건 없다 걸.”

“밑바닥 깊숙히 쌓인 두려움이지, 마녀가 마족으로 몰리던 시절은 우리에게 그런 거니까. 만의 하나의 가능성도 용납하고 싶지 않은 거야.”

일종의 트라우마.

넘은 수 없는 선이란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우리 마녀들도 함께 요 망할 마황의 낫의 이슬이 되겠지. 이를 두고 볼 순 없는 노릇이니.”

“협력해줄게. 우리 마녀들이 살아남길 위해서 말이야.”

대마녀의 협력

앞으로 시작될 마황 토벌전.

나와 데지르는 오늘도 덜 죽이고 더 나쁜 마황이 되기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