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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68화 (68/116)

〈 68화 〉 슬기로운 깽판 생활 제 2단계 (2)

* * *

“자네 그거 들었는가?”

밤이 깊어지는 시간

노르스름한 불빛에 의지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한창인 제국의 어느 술집.

한 남자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맞은 편 동료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뭘 또?”

이에 돌아오는 반응은 짜증이 섞인 말투.

아니 고작 말 한 번 걸었을 뿐인데, 왜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으래 그러하듯.

저 친구도 입에 술이 들어가고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이 아니다.

가뜩이나 요즘 일거리도 없는 마당에 개소리 듣기 싫으니 반응이 차가울 수밖에.

하지만 그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술기운에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키득키득 웃으며 이야기의 서두를 시작했다.

“이번에 제국에서 대거 용병들을 모집한다고 하지 않은가?”

“그 마계 전선 건?”

“그래.”

이 바닥에서 그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을까?

제국은 국방과 국력 증진에 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물며 이번에는 그 가운데서도 가장 극심한 마계 전선에서 일이 터졌으니....

“마황이라고 했던가? 이름이 뭐였지?”

“아리아스타.”

“그래, 그 아리아스타란 마황이 등장했으니, 더군다나 제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날렸다면서?”

마계와 제국.

아니, 마계와 마계가 아닌 전부가 사이가 나쁜 건 이미 테라에서는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평범한 사람도 마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광기에 사무치고, 살육과 피, 그리고 힘에 굶주리며 9할 9푼 이상 미치광이 범죄자의 길을 걷는데.

하물며 아예 마기를 기본 베이스로 깔고가는 마족들은 오죽할까?

그나마 제국과 알브 헤임이라는 테라 최강의 두 대국, 그리고 샤말리아가 지키는 대사막이 국경으로 막고 있고.

또 교단에서 마계에 대한 대항마로 나서고 있으니, 내부의 피해가 적은 거지, 그럼에도 마족들의 미치광이 행동은 재앙 중에 재앙.

그런 그 와중에서 마왕도 아니고 마황이 출몰했다네?

“말세야 말세. 용사들은 돈 받아 쳐먹고 뭐하고 있는지......”

변경백 카를로스 후작은 이미 주변 대영주들과의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고, 황실에서도 이를 간과할 수 없는지, 필두 기사이자 제 1검, 오르리안 경을 파견.

이도 모자라 흑사자 기사단 1, 2, 3 군을 모두 마계 전선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야말로 현 북방 전선은 폭풍의 눈 그 자체.

하지만 남자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고.”

“그게 아니야? 그럼 뭔데?”

“마황 말일세 마황!! 그 마황이 마족이 아니라 마녀라고 하네!!”

“.........뭐?”

동료는 황당하다는 듯 순간 벙찐 얼굴이 되고.

이에 대화를 꺼냈던 남성은 키득키득 웃으며 몸을 테이블에 기대며 다시금 술잔을 들었다.

“굉장하지?”

“아....아니, 잠깐 그게 말이 되는가?”

“안 될 건 또 뭔가?”

“마녀가 왜 그러냐고?!!”

삶의 모토를 방관자, 관찰자로 살아가는 마녀들

그녀들의 인생 목표는 오직 비술의 숙달을 위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 있다.

별종이란 소리를 자주 들어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때문에 대부분이 떠돌이 생활을 즐기고, 권력이나 명예같은 고리타분한 건 질색하기 일수.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유일한 공통점이 있으니, 그게 마족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녀가 마왕도 아니고 마황?”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지 않겠는가? 특이한 성격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니.”

원한이다.

복수다.

하는 말이 많이 나돈다.

가면을 쓴 것도 그렇고.

새간에서는 현재 상당히 화제가 되는 이야기.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네. 바로 교단이랑 용사들이 살판 났다는 거!”

“여기서 갑자기 교단이랑 용사가 왜 나와?”

“이 친구가 뭘 모르네, 잘 들어보게. 지금 용사들 꼴이 말이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지?”

“그렇지.”

여러 활동을 많이 하지만,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마계의 천적이란 부분이다.

계시로 인해,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용사와 성녀.

그들의 힘은 가히 마족을 상대로 한 최종병기 그 자체니까.

특히 그 중 용사는 성녀와는 다르게 태생부터가 전투의 재능이 출중하고 무기술에 통달한 이가 많아, 항상 마계 전선 최전선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옛말.

색욕의 군주에 의해 역대 최강이라 불리우던 용사와 성녀가 농락당해 죽은 후, 교단의 성적은 부진하기 그지없다.

이번에 마황 손에 죽은 마왕의 최소 연식이 조금 전 100년이라고 했으니, 실상 그들의 실패 역사 역시 이와 동등하다는 의미지.

“참네. 그런데도 성금이란 성금은 또 엄청나게 받아먹고.”

“그건 어쩔 수 없지. 용사가 실패한 거지. 교단이 없어도 된단 의미는 아니지 않는가? 성녀님들도 바쁘게 돌아다니시고. 성직자들도 그렇고.”

“쯧! 그래도 좀 그래. 용사가 마왕을 못 잡았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지. 여튼, 말을 좀 똑바로 해보게. 마황이 마녀라는 소리가 갑자기 왜 용사들이 살판났다는 걸로 바뀌냔 말이야?”

“흐흐! 생각을 좀 해보게. 마녀들이 지금 마황을 어떻게 보겠는가?”

과거, 지금은 떠올리는 사람조차 없던 시절.

마녀가 마족이라 불리우던 시절, 마녀들은 그 이름을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도 그럴 게 억울했으니까.

마녀가 마계에 사나?

마녀가 마기를 힘의 원천으로 삶는 미친 종족인가?

솔직히 따지면, 비술과 불노의 수명을 빼면 인간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게 마녀라는 자들이다.

아, 압도적이라는 말이 부족한 외모는 제외하고.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지.

하지만, 인간 중에서도 그런 재능,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도 드문드문 나오고, 마녀 중에서도 비슷한 확률로 재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뭘 어딜 가든 마족 취급을 당했으니.........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당시 마녀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다 인간을 비롯한 타 종족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견문을 목적으로 한 접근의 거리도 훨씬 좁혔지.

당시 마녀들은 타종족과의 혼인을 경시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게 사라진 것도 당시 마녀들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마족을 적대하는 성격 또한 이때 생겨났는데.

엄연히 마녀들도 마족의 피해자였으니, 싫은 게 당연한 상황에 똑같은 놈 취급까지 당했으니, 뿔이 나도 제대로 났었지.

개혁의 스트레스를 마족 사냥으로 풀었다는 소리가 종종 나돌 정도.

마족들은 이 때문에 배신자는 뭐니 하는 것 같지만, 그건 그냥 미친놈의 멍멍이 소리이고.

덕분에 지금은 이런 좋은 이미지만 가진 게 마녀인데, 이번 마황의 등장은 그런 노력을 뿌리 채로 뒤흔드는 거나 다름 없으니.

“마녀들이 이번 마황 토벌에 제대로 나설 모양이야. 대마녀들을 필두로 모조리 일어서는 중이라고 하더군.”

“헐........미쳤네..... 대마녀가 직접?”

“크크! 탑에서는 자존심 제대로 구기게 생겼지. 탑주 급 마술사만 얼추 4명 이상은 나올 테니. 아니 그 이상인가? 대마녀들은 권능이 있으니까.”

비술이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권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모습이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맞은 편의 동료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술잔을 테이블에 탕! 하고 기세 좋게 내려치며 말했다.

“마녀도 참전해! 거기에 제국은 아예 선전포고를 당해서 제대로 칼을 가는 중이지!! 마황이 아니라 대마황이 와도 서서히 승기가 기우는 것 같지 않은가?”

“저....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

“여기서 하나 더! 시답지 않게 경쟁하던 용사들이 이번에는 연합을 한다고 하더군!”

“그치들이?”

“그래! 보니 성화의 성녀님과 성뢰의 성녀님 두 분이 나서서 이번 기회에 진짜 용사들 명예를 세우실 모양이야.”

“와~~ 그럼 성녀님도 두 분이나 참전한다는 거잖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게 뭔지 알겠지?”

사실 이번 제국의 용병 모집에 신청한 용병은 급전이 필요한 이들 말고는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게 보수도 살아 남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대뜸 제국이 왜 지냐? 니들이 뭔데 제국의 패배할 것이라 여기는 거냐 할 수도 있는데, 선례가 있으니 나도는 말이다.

일단 용사.

얘들은 마왕도 못 잡았지?

근데 마황을 잡을리 없고, 교단에서도 딱히 진짜 마족도 아닌 마황을 상대로 용사가 죽어가는 꼴을 보이기 싫은 테니 보낼 확률이 매우 낮았었다.

그 다음.

알브 헤임.

아크 리치라는 희대의 괴물이긴 했지만, 마왕도 아닌 마왕 후보군에게 무슨 밀대마냥 쓱쓱 밀렸었지?

뭐, 진심이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기는 하다.

대장로가 나서지도 않았고, 세계수의 잎사귀라 불리는 최강의 전력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샤말리아를 고용해 그들이 올 때까지 적당히 버텼을 뿐.

그나마 당도한 샤말리아도 그저 밀어냈던거지 죽이지는 못했다.

이는 아크 리치의 강함도 있지만, 대계 마족 특유의 습성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

마족들은 특유의 마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마계를 나온다고 해도 금방 다시 마계로 돌아가는 특징을 가진다.

제국도 당연히 이 방법을 쓸거라고 모두 생각했다.

시체 고기야 엄청 양산되겠지.

그럼에도 적당히 거리를 주면서 시간 벌이만 하면 이번 마황도 알아서 만족하고 물러날 테니, 제국으로서는 그리 힘 뺄 이유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마녀이기에 실상 마족이 아니니......”

“거기에 선전포고까지 제대로 당했으니, 제국도 칼을 제대로 간 거야.”

“마녀들도 거들고, 기세를 몰아, 용사들 전원에 성녀님들까지 두 분이나....”

“이 싸움 승산이 있어!!”

참전 보수만해도 가히 파격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성공 보수는 그보다 더 크다.

“이.....이건 어쩌면 되는 싸움 같은데?”

“마황 목이 떨어지면 우리도 몇 년은 죽치고 놀 수 있다고!”

“당장 내일 신청하러 가야겠군. 아니지!! 지금 술이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얼른 짐싸서 북부로 향할 준비를 하세!”

“보수를 받은 용병에 한해서 가는 길에 제국에서 편의도 제공 중이라고 하더라군.”

“허허.......어쩐지 백금패급 용병은 대거 참전한다고 하던데, 이거.....다 알고 있었구먼 그래!!”

둘은 아직 반쯤 찬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온 안주도 마찬가지.

얼른 다 먹고 바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순간, 짙은 갈색의 로브를 쓴 사내가 그들의 테이블 옆을 지나간다.

─툭

“응?”

“어라? 형씨, 이거 떨어트렸어!”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돈소리에 둘이 다시 고개를 내리니 한 작은 주머니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급히 가게 밖으로 나가는 이를 불렀지만, 로브의 남성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체 살짝 고개를 틀어 답했다.

“여러분의 성공을 응원하며 드리는 소소한 성의입니다.”

“예? 주는 거라고?”

“아니, 당신이 왜 우리한테 돈을.....”

“제 지인이 그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서.”

행복회로를 너무 쌔게 돌린다고.

그 말을 끝으로 로브의 남성은 가게밖으로 나가버렸다.

어느샌가 자신도 익숙해져버린 그녀의 말투.

불어오는 저녁 바람에 머리에 쓴 천이 벗겨지나 드러나는 붉은 안광과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나올 얼굴.

“하아.......제국에 얼마만에 돌아온 건지. 시간이 많았으면 좋을 텐데. 릴리씨는 무슨 일을 그리 빠르게 처리하신 건지 참. 이거 좀 돌아볼 여유도 없을 거 같네요.”

사신단을 정리하고 돌아와 봤더니, 어느새 벌써 명성이 자자한 마황의 이름.

아리아스타는 또 누구야?

여러모로 돌아가면 물어볼 것이 많겠다 생각한 데지르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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