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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60화 (60/116)

〈 60화 〉 깐프? 아니죠. 애로프? 아닙니다. 엘프, 귀족(쓰래기) 엘프에요!! (2)

* * *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릴리 아스트레아스

그녀가 탈주한 것!!

알브 헤임의 방문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어느 새벽의 밤.

그녀는 ‘아! 몰라! 깽판! 깽판이 답이다!!’ 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외치며 거대한 골룡을 타고 달빛으로 사라졌다.

며칠 전부터 방안에서 두문불출하기는 했지만, 제국과의 회담을 너무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잘해주리라 믿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사람들은 서둘러 그녀를 찾아 나섰지만,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애초부터 이동수단이 마땅치 않은 이 테라에서 그녀의 소환수, 본 드래곤 마르가스의 기동력이면 찾는 건 고사하고 따라 잡는 것부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

큰 소란이 있었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녀가 제 발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걱정 어린 소라와 미령의 모습에 연희는 그저 바람이나 쐬려 간 것이라 심심한 위로를 전했고, 찬석은 사람들과 알리샤의 도움을 받아 의미없더라도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진짜 사태는 바로 다음 날 벌어졌으니.

하루만에 떠나갔던 릴리는 다시 돌아왔다.

본인이 떠났던 새벽의 밤

사라졌던 달빛 속에서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본 드래곤을 타고.

경계를 서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로 기꺼운 보고를 올리려 하였지만, 이내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포착되니.

골룡 마르가스는 그녀의 머무는 장소라 돌아갈 거란 예상을 깨고 바로 제국 측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로 돌진했다.

이에 경악한 제국 병사들과 마술사들이 서둘러 장벽을 펼쳤지만, 마르가스는 엄연한 용.

그 압도적인 마력 저항력에 장벽 따위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하며 찢겨 사라지고, 그대로 마르가스의 머리가 건물의 어느 부분에 들이박혔다.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신호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진다.

경계를 서던 이들은 서둘러 집결을 서두르고

단잠에 빠져 있던 제국의 기사들

밤을 지새워가며 마술 연구에 몰두하던 마술사

잠옷을 적당히 동여맨 체 망토를 두르고 창문 밖으로 뛰어오른 알리샤를 포함, 그녀의 직속 호위를 담당하던 대전사들

마지막으로 릴리의 가족들과 민준을 필두로한 별무문 전체가 피막의 날개를 펄럭이는 본 드래곤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콰아아앙!!!

“젠장!!”

“릴리 씨, 장난이 아닌 거 같은데요?!!”

“그걸 누가 몰라?!!”

마치 유성우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명의 기사

제국 인원들의 앞에 나타나는 검은 안개를 두른 여기사, 어비스 나이트 플루라.

알리샤와 대전사들을 가로막는 잿빛 도깨비불, 듀라한 나이트 페르난도.

육중한 방패와 그보다 더 육중한 대검을 바닥에 내려찍으며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스켈레톤 킹 카녹스

그들은 각자 사람들의 무리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돌겠네......”

“문주. 저희 싸우기 싫어지는데요?”

“왜? 짜식, 남자가 되가지고 자신 없냐?”

“그럼 문주는 있어요?!!”

“아니, 미쳤냐? 저걸 뚫게.”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최소 카녹스의 앞에 선 민준이와 소라, 미령은 안다.

승산이 없다고.

차라리 다른 릴리의 소환수였다면 거미줄 보다도 얇은 승기를 점쳐보는데, 카녹스는 애바지.

저 토 나오는 방어력은 용제전에서 조차 뚫린 역사가 없거늘

시몬과 함께 유이하게 릴리가 용제와의 싸움에 주변을 물리는 용도가 아닌 전투에 동승시켰던 존재가 바로 카녹스다.

입술을 지긋히 깨무는 미령은 소라를 돌아봤다.

“소라야....”

“응, 언빠 진심이구나.”

살기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끝이 떨려오는 걸 주체할 수 없다.

아, 과연

이게 그녀에게 맞섰던 이들이 느꼈던 것이구나.

처연하게 다가오는 죽음의 내음.

이게 가장 무딘 칼날을 가진 최강의 방패라니.

소라는 절로 튀어나오는 실소를 참으며, 민준를 보며 말했다.

“오지 말라는 의미겠죠?”

“그렇지. 너도 용제전에서 봤을 거 아니야. 말이 방패지, 쟤 졸라 강한 거.”

스피드 공격력 방어력.

각자의 분야의 특화된 릴리의 삼 기사라고 하지만, 그거야 그들 기준이고, 기본 베이스로 깔린 능력만 해도 이미 정신이 아득해지는 레벨이다.

이대로 붙어도 카녹스에게는 꿇릴 것이 없다는 의미.

그럼에도 저렇게 서 있기만 한다는 건 릴리에게 부여받은 임무가 시간 벌이라는 거겠지.

그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인벤토리에서 장비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뭐, 죽이진 않겠지. 그거 믿고 나대 본다.”

“문주 뒤지면 우린 빠지자.”

“걱정마세요. 장례를 잘 치러 드릴게. 부조금도 넉넉히 넣어드리고”

“하여간 졸라 의리 없는 것들.....”

말은 이렇게 해도 다들 이렇게 해도 다들 천천히 위치를 잡으며 진형을 갖추기 시작하고, 민준은 하나씩, 반월도, 환도를 꺼내 손에 쥐며 몸에 판갑을 두른다.

무인보다는 오히려 장군에 가까운 형상이 갖춰지자, 발끝으로 반월도의 뒷부분을 차올려 큰 반원을 그리며 잡는 기수식.

“얼마나 단단한 지 성능 테스트나 해볼까?”

앞으로 두 걸음

그리고 도약

간 볼 필요는 없다.

상대는 그 마녀가 최강의 방패라 인정한 존재.

처음부터 전력으로

힘의 낭비조차 용납하지 않고, 강기공의 압축에 압축을 거듭해 반월도에 덧씌워 자신을 올려다 보는 저 정수를 향해 휘두른다.

하지만.

─카아아앙!!!!

“이런 미친 새끼를 봤나?!!!”

카녹스의 대응은 매우 단순했다.

동시에 무인의 자존심을 있는데로 찢어발기는 행태.

이를 본 사람들은 입을 벌린 체 경악하며 소리쳤다.

“공수탈백인(?手?白?)?!!”

“아무리 건틀릿이 있어도 그렇지!!! 저건 선 넘었다!!”

통칭 칼날 잡기.

어쭙잖은 양손 따위가 아닌 한 손

등에 있는 방패 따위 꺼낼 필요도 없다는 듯 한 그 행동에 민준이 소름을 느끼는 순간.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부우웅!!!

“크으윽!!!”

대놓고 죽일 의지는 없다는 걸 보이듯 칼등으로 휘둘렀는데, 알고 가자.

저건 대검이다.

크기만 이미 2.5미터에 폭은 30센티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검 중에 대검

칼등이라고 한들 이미 무시무시한 둔기의 영역이다.

거의 눕다시피 해서 피하긴 했지만, 떨려오는 대기에 민준은 피부가 아려오며 식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달려드는 연희와 별무문의 사람들.

“문주랑 떨어뜨려!!”

노련하다고 할까.

연희의 선택을 옳았다.

목을 노리든 어딜 노리든 문주를 제외한 공격력으로는 애초부터 뚫을 수 없는 벽.

연희를 제외한 대부분은 반월도를 잡은 손목을 노리고, 연희는 시야 차단을 위한 눈을 향해 검을 내지른다.

이에 아무 망설임 없이 반월도를 내주는 카녹스는 살짝 거리를 벌리며 등에 맨 방패를 꺼내 쉴드 스윙을 시전

닿을 필요도 없다.

아니 오히려 닿으면 안 된다.

가뜩이나 마력까지 실었는데, 이걸 직격해서 맞으면 민준급 말고는 최소 전신골절에 최대 사망.

“으아아아!!!”

“나죽네!!!”

“문주 어떻게든 해봐요!!”

“나도 몰러 이것들아!!!”

고작 방패 하나 휘둘러 만들어진 소태풍에 모두가 몸을 못가누는 사이 이번에는 소라와 미령이 나선다.

어디 사는 누구처럼 손가락을 튕기자 모이기 시작하는 바람.

미령의 주위에 나타나는 연녹빛 송골매는 카녹스가 일으킨 소태풍을 집어 삼키며 대기를 조종해 거대한 기류를 형성한다.

“정령술은 언제봐도 죽인다....”

“우리가 무식하게 칼이나 휘두를 때 우아하게 싸우시네.”

그와 함께 몸에 마치 제국의 것을 연상시키는 검은 제복을 두른 소라는 함께 나타난 지팡이에서 검을 뽑아내며 높이 치켜든다.

“나도 칼 쓰거든 이 아재들아!!”

“사이비 검술 인정 안 한다!!”

“우우우우!!!”

야유 소리에 피식 웃음을 터리는 소라.

사이비 검술이라.....

뭐, 소라는 틀린 말은 아니라 본다.

직업 : [정령검제(Spirit Blader)]

테라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제국식 복장을 한 하이 엘프라니.

소라 본인도 시작할 때는 방송용으로 컨셉잡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이었을 뿐이니까.

“사이비 검술의 쓴맛을 보여주마!!”

그러나 그것도 옛날 이야기일 뿐

지금은 엄연히 최단기간 300위권 진입이 가능캐 한 최고의 원동력이니

본래라면 본인도 정령을 꺼내 검에 담아야 할 소라는 어머니가 만든 상승 기류를 타고 하늘로 날아가 미령이 부른 송골매를 검에 담았다.

“와아~~!! 엄마 빨!!”

“비겁하다 욕하지 마라!!! 딸내미가 엄마 힘 좀 빌리는 게 뭐 어때서!!”

“헤헤!! 우리 딸 파이팅!!”

그걸 또 뭐가 좋다고 저렇게 웃으시는지.

스태프를 높이 든 체 웃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잠시 한숨을 쉰 소라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응시하는 카녹스를 바라본다.

“언빠, 이야기나 좀 하자고!!”

사실 지구력은 딸리는 직업이라 원래라면 마력이 간당간당하지만, 지금은 가장 중요한 정령을 어머니에게 맞긴 상태.

소라는 충만한 마력을 모조리 강화에 돌리며 바람을 타고 카녹스를 향해 날아간다.

─콰아아앙!!!

새벽의 밤을 비추는 거대한 섬광

연녹빛 검기를 머금은 지팡이 검과 스켈레톤 킹의 방패가 팽팽히 맞선다.

아니.....

팽팽하게 맞서는 걸로 보인다.

“오~~!!! 밀어내고 있어!!”

“저....정말?!!”

“구라야!!”

“젠에에에엔장!!!”

서서히 부치는 힘.

검은 점점 빛을 잃어가는데 비해 방패는 여전히 그 어떠한 미동도 없다.

아니 오히려 소라를 위해 충격을 흡수하는 듯한 모습

역시, 자신들을 해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릴리의 모습에 소라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아빠!!”

소라의 부름과 함께 릴리의 수색으로 도시를 나갔던 찬석의 베틀 엑스가 하늘에서 무지막지한 원을 그리며 날아온다.

심지어 힘을 얼마나 싫은 건지, 평소의 붉은 기운을 넘어 아예 혈기를 감싼 것 같은 수준.

전투 이후 처음으로 살짝 동요한 기색을 비친 카녹스는 즉각 대검을 들어올리려 하지만

─콰앙!!!

“어이쿠 발이 미끄러지네!!!”

이 기회를 놓칠 민준과 연희가 아니다.

연희는 바로 양팔에 감아둔 천잠사로 만든 천을 풀어 카녹스의 한쪽 다리를 휘감아 문파 원들과 당기고, 민준은 반대편 다리로 슬라이딩 하여 환도를 휘두른다.

다행히 마음씨 약한 언빠 님께서는 여동생이 다치지 않도록 이 해골 기사님에게 엄한 명령을 내려놓았기 생긴 빈틈

본래라면 진작에 방패로 연희를 쳐내버렸을 테니까.

모두의 공격에 카녹스는 몸의 균형추를 잃으며 다가오는 거대한 도끼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격

수 십체의 건물과 벽을 뚫으며 저 멀리 밀려난다.

─쾅!!쾅!!! 콰아아앙!!!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와 함께 좌중이 침묵에 휩싸이고, 도끼의 주인이었던 찬석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이를 보며 민준은 놀랐다는 듯이 물었다.

“후......늦진 않은 모양이군.”

“아저씨 언제 왔어요?”

“지금 왔지 않나?”

“아니, 도시 밖에 나갔잖아요?”

“그리 멀리 나가지 않았어. 수색이 목적이었으니, 또 돌아올 것 같기도 했고, 소라 연락 받고 바로 달려왔다.”

찬석에 말에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아무리 그래도 도시 밖에 조사를 나갔으면 거리가 상당할 텐데. 그걸 그냥 ‘달려왔다’ 한 마디로 일축하다니.

이 인간도 보통은 아니다.

뭐, 덕분에 카녹스를 일단 무력화시켰으니, 이제 릴리를 향해 출발하는 일─

─휘리리릭!!

찬석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먼지를 뚫고 날아와 그의 발 옆에 박히는 거대한 도끼.

마치 이거 두고 가는 거 아니냐 말하는 것 같다.

희미하게 떨려오는 도끼날에서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찬석이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카녹스는 어딜가냐며 천천히 자신들의 앞에 걸어나오고 있었다.

“돌았네......”

“아빠, 힘을 너무 뺏잖아!?!!”

“소라야, 설마 내가 카녹스를 상대로 힘을 뺐겠니?”

“이쯤 되면 걍 포기하는 게 답 아니에요? 오지 말라는데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

허탈하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더럽게 단단하다.

그걸 방패도 없이 직격으로 맞고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다니....

오히려 이제 할 만하다는 듯 대검을 바닥에 질질 끄며 안광을 번뜩이자, 모두는 피부에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니.

─타각!

반대편 건물에 사뿐히 내려 앉는 검은 기사.

미령은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그 존재를 바라봤다.

“플루라.”

“아무래도 어디 하나를 정리하고 온 모양이네.”

“페르난도가 오지 않는 걸 보니, 그쪽이 알리샤인 듯 한데. 아무튼 우린 죽었다.”

하나도 가망이 없는데 둘이라니....

이제 어떡하나 하는 찰나

“아.....”

“이런 늦었네.”

저 멀리 다시금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르가스의 날개.

그와 함께 카녹스는 아쉬운 기색을 드러내며 서서히 그림자에 삼켜 플루라와 함께 사라진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릴리는 왜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떠났고 다시 돌아왔으며 제국 측으로 달려간 것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건 멀리 달빛으로 사라지는 거대한 용을 바라보는 것 뿐.

혼란했던 새벽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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