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문화 교류 (깽판) (2)
* * *
특사에 우리 가족만 있으면 좀 섭섭하겠지?
엄연히 지구에서 테라로 넘어가는 우리들 사이에 인간이 없을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도 민준이와 별무문 사람들이 고생해주기로 했다.
우리와 같은 특사겸 호위라고 할 수 있지.
근데 옆에서 듣고 있으니, 쟤들도 맛들린 게 확실해,
뭐라더라?
이세계로 가는 무림 고수?
하여간 골 때리는 인간들.
내가 분명이 테라에 이미 무림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다고, 찐퉁 무림인이 저기 있다 그렇게 말했는데, 들어 처먹질 않으니 원........
“뭐, 쟤들만 한 건 아니지만.”
“언빠, 다시 한 번 묻는데, 저거 왜 받은 거야?”
소라는 나름 예의가 바른 아이다.
내게 하는 짓은 그만큼 사이가 가까워서 하는 거고.
그런데도 사람을 상대로 하는 표현이 ‘저거’
난 소라의 물음에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받고 싶어서 받았겠냐? 주객이 전도 되긴 했지만, 우리 엄연히 쟤들 의뢰로 움직인 거거든?”
소라와 함께 바라보는 방향이 펼쳐진 광경.
아니, 광경이란 말은 과분하지.
가관
이게 맞겠다.
아무튼 무슨 사우디 석유 졸부 같은 코스프레를 한 유이치와 그에 따른 여인들을 보며 우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쥔 시즈네와 하루는 이제 처량하게 보일 지경.
아무리 말을 해도 결국 듣지 않고 따라오고야 만 저들을 보며, 일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인선에서는 실패를 해도 대실패를 한 게 틀림없다.
“난 유이치가 지랄했다에 만원.”
“나도”
“야, 그러면 내기가 안 되잖아?”
“뻔할 뻔자를 보고 어떻게 다른 걸 고르겠어?”
일본이라고 마냥 병X만 있는 건 아닐 터.
우린 분명이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따라오든 말든 관심 없는데, 방해하면 가차 없다.
또 지켜주길 기대하지마라.
거기에 너희는 특사 자격이 아닌 그저 따라오는 입장이란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고
그 외에도 기타 등등, 그냥 오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라오고야 만 저들의 행태에 차마 고개가 숙여진다.
“뭐 이해 못 할 건 아니잖아? 일본도 얼마나 초조하겠어. 다크 엘프들이 원한 게 땅이 된 시점에서 본인들이 완전히 들러리가 되게 생겼는데.”
뭔가 할 일이 있어야, 콩꼬물이라도 주워먹는데 모든 걸 우리가 해결해 버렸으니.
나고 그걸 안다.
하지만, 문제는 왜 유이치냐는 것.
“그건 나도 이해하지. 근데 인선이 왜 저따구나고.”
유이치가 가진 전적을 모르는가?
그가 조금만 활약을 했어도 우리와의 만남은 거하게 터졌을 게 분명한데.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하는 말이지
듣자하니 그 에리카라고 했나?
시즈네가 맨날 입으로 꽃뱀이니 간신배니 뒷담을 까던 그녀조차도 이번 원정만큼을 결산코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따라온 건 전적으로 유이치의 강력한 주장 때문.
보나마나 틀림없이 ‘이세계’
이 키워드 하나에 머릿속에 그나마 실낱같이 남았던 이성의 끈이 끊긴 게 틀림없다.
“어쩔 꺼야?”
“뭘 어째? 일단 시즈네나 에리카나 일본 측 대사의 자격은 가지고 있잖아. 쓸모 있으면 적당히 써먹고 없으면 구석에 처박아놔야지. 저번 같은 짓거리를 펼치면 바로 소중이를 잃는 슬픔을 가르쳐 줄 거고.”
“하하.....사심 가득한 처벌이구나.”
어색한 웃음을 짓는 소라는 그럼 그렇지라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작은 푹, 작은 함숨을 내쉬었다.
어쩌라고.
사심이 아니야.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랑 강아지가 얼마나 얌전해지는지 모르냐?
어?
그럼 난?
난 중성화가 아니잖아.
* * *
“환영한다.”
“감사합니다.”
게이트를 넘어, 구축한 진지를 지나, 사막을 건너 도착한 바위와 모래의 도시.
다크 엘프의 땅, 샤말리아.
얄리샤는 미리 마중을 나와 우리를 환영했다.
“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는가?”
“보내주신 길잡이도 있고, 뭐, 나도 길은 외워놨기도 하니.”
“그러고 보니 그대가 라그나에게 사역마를 붙였었지. 김성환이라고 했나? 항상 보이던 대표 대신 그대가 온 건, 이번에는 그대가 대표라는 뜻이겠지?”
“그렇겠죠?”
“샤말리아에 온 걸 다시금 환영하며, 당분간 잘 부탁하지.”
알리샤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우리는 드디어 본격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크게 변하는 건 없지만.
그녀의 말대로 내가 당분간 여기 머문다는 것 정도?
물론 이것도 크다면 크지만 못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용용이를 타면 하루도 걸리지 않을 거리이니 여차하여 지구 측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언제든 돌아갈 수 있으니까.
함께 걷기 시작한 우리는 서로 각자 준비한 이야기를 교환했다.
“조사한 군주의 대한 자료는 모두 정리해두었네. 단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닐 걸세.”
나란히 걸으며 말하는 얄리샤는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보복의 대상이자 침략자인 존재지만, 저들에게는 군주.
거스를 수 없는 괴물 중에 괴물이니.
심지어 정체조차 확실하지 않은 자들이라고.
남아있는 자료를 뒤지고 뒤졌지만, 그저 허환된 정보라 신빙성도 부족해 차마 정보상으로서 보여주기 부끄러운 수준이라 알리샤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직접 창칼을 부딪친 그대들만큼 아는 건 없을 거야. 미안할 따름이네.”
“어차피 원하는 건 그런 능력이 아닙니다. 어디 있느냐. 그게 궁금한 거죠.”
전투 데이터?
있어도 믿지 않는다.
어느 정도 참조는 할 수 있겠지만, 그녀 말대로 직접 싸운 우리가 가진 것만큼의 양과 질은 없을테니.
하물며 우리라고 해도 어차피 알려진 건 극히 일부가 분명한 상황이지.
쓰러트린 혼돈이나 몰아붙였던 용제를 제외하고 다들 그저 견디고, 밀리고 있었을 뿐, 군주들이 전력이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거기에 아리아스타를 통해 목적이 별의 심장이란 걸 알았으니, 처음부터 파괴가 목적도 아니었던 셈.
오히려 서로 눈치를 보며 전력을 아끼고 있었을 것이다.
“저희는 어디있는지만 알면 되요.”
왜 돌아갔는지 모르기에 언제 올지도 모른다.
막연히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 알 뿐.
그렇기에 필요한 건 선수를 치는 것.
당해주는 것도 질렸고, 게이트 너머로 도망가는 꼴을 지켜보는 건 더더욱 질렸다.
이번에야 말로 반드지 멱을 떨어뜨려야지.
이러한 내 눈빛을 읽은 것인지 알리샤는 놀라워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대들이 군주와 싸웠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조심하시게. 그들은 만만한 존재가 절대 아니니.”
“걱정 감사합니다. 그보다 제국이나 알브 헤임. 그리고 현 테라의 정세 같은 것도 알고 싶은데.”
“그쪽이 오히려 우리 전문 분야지.”
따로 자료를 받겠지만 알리샤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것들은 충분히 유익하다.
뭐니뭐니해도 대족장, 이들의 최고 지휘자 아니신가?
그녀는 불필요한 부분, 따로 자료로 보아도 충분한 것을 제외하고,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또 설명이 필요한 정보를을 추려서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서두는 현 제국 황실의 상황.
황자와 황녀는 몇이 있으며 누가 가장 유력한지, 또 누가 어느 정도의 세력을 일구었는지.
각각의 황자, 황녀가 추구하는 정치적 사상은 어떠하여 이에 따라 추후에 제국의 성격이 변할 수 있음을.
또한 각지의 세력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가장 궁금할 제국의 무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역시나라고나 할까.
유력한 전력으로는 제국의 기사단과 탑을 꼽았다.
기사단이야 기사단.
기사다.
뭐? 더 설명이 필요해?
소드익스퍼드가 있고, 소드 맛스타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제국의 4대 기사는 전부 맛스타 위의 그랜드 맛스타라고 하는데, 이건 알리샤의 배려 부족이지.
아니, 정확히는 그녀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여서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걸까?
난 볼살을 긁적이며 얄리샤에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맛스타라고 해도 저희는 모릅니다만?”
“맛스타?”
“아. 마스터. 마스터,”
“으음......확실히.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군...... 일단 내가 최상위 그랜드 급이기는 하네만.”
“오우, 제국이 찾아오는 이유가 있었네.”
“뭐, 그렇지. 아무튼 이는 추후에 내가 따로 비교할 대상을 찾아보지. 뭐 그래도. 그대는.....”
“네?”
“아니네. 아무것도 아니야.”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를 넘어간 얄리샤는 다음으로 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단지, 이쪽도 별건 없다.
탑이 탑이지 뭐겠어?
마술사 집단들
단지, 조금 의외라고 하면 마녀들과는 굉장이 사이가 나쁘다는 거?
마녀들은 마녀스러운 삶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게 뭔진 솔직히 모르겠는데, 듣자하니 대충 자유로운 영혼과 비슷한 느낌인 듯 한데, 이에 따라 정계에 간섭하는 이들은 극히 소주 중에 소수.
하지만 제국과 탑은 그럼에도 마녀를 품길 원한다.
“너무나 유능한 존재들이니.”
“솔직히 마술사나 마녀나 다를 게 있나? 종족이 다르긴 한데, 어차피 마술 쓰는 건 똑같잖아요?”
“마술사라고 같은 마술사가 아니지. 마술사인 그대가 더 잘 알 터”
요는 수준 차이.
길게는 몇 백년을 살아온 마녀의 마술이 일반 마술사와 동일 선상에 놓이는 건 무리가 있지.
이 테라에 존재하는 마술사 중 한 줌에 꼽히는 최상위 경지, 마도에 접어든 이들 대부분이 마녀라고 한다.
극히 일부 탑주 같은 에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거기에 마녀는 비술이라고 하는 특별한 힘을 다룬다네. 마녀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지. 세간에서는 마도의 경지를 이룬 마녀의 비술을 권능이라고 표현하더군.”
마녀는 이 비술을 갈고 닦는 걸 생의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에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
세상에 자신 말고는 쓸 수 있는 이가 없으니, 오로지 답은 자신 속에 있다는 가르침으로 모든 걸 경험하고 사는 걸 바라는 것.
‘내가 가진 융합마술도 비술이려나?’
어쩐지 아무리 가르쳐도 알아먹질 못하더니.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피어올랐다.
그 뒤로는 엘프가 땅 알브 헤임의 이야기도 하고, 각지에 존재하는 왕국에 관한 이야기.
사람들이 잘 아는 전설이나, 요즘 화제가 되는 사건 같은 것들에게 대해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들 전부가 에피타이저
매인은 그 다음이다.
“무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지.”
테라의 첫 번째 이방인.
무림.
현재 혼란의 중심의 선 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 * *
“태자 전하, 사신단이 복귀했다 하옵니다.”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한 남성은 부하가 전한 소식을 눈을 크게 뜨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 그래? 어서 오라고 해라.”
부디 좋은 소식을 가져왔기를.
이번 사신단에는 공을 많이 들였다.
혹여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직접 엄선한 이를 세우기도 했고, 제국에 거주하는 각 종족의 이들을 불러 혹시나 싶은 문화나 전통에 대한 교육까지 철저히 시켰지.
가뜩이나 최악만 면한 차악을 달리는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더더욱.
─끼리릭
열리는 문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3명의 남녀.
태자라 불렸단 남자는 어서들어오려며 손짓했다.
들어온 이들을 즉시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려 앉으려 했지만, 이조차 거슬린다는 듯 그는 얼른 일어나라 말하며 자리에 앉아 물었다.
“그래 어떻던가?”
짧지만 눈빛이 대변하여 말한다.
지금 그가 엄청나게 기대 중이라고.
이에 몸을 부르르 떠는 세 사람
허나 살짝 의미가 다르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으니, 나머지 한 명은 지극히 어둡고 그늘진 얼굴.
이예 태자는 쓴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듣지 않아도 답이 보이는 군. 솔직히 하나만 성공해도 큰 성과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네.”
기왕 둘이나 성공했으니 모두 성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성공한 둘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저들 대신 지금 표정이 어두운 그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듣긴 들어야겠지?
“벌은빨리 맞는 거라 들었네. 그대 먼저 말해보게. 다크 엘프 측에서는 뭐라 하던가? 그대 목이 붙어서 왔으니 반응이 나쁜 건 아닌 거 같네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