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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47화 (47/116)

〈 47화 〉 다크 엘프의 숲

* * *

에리카

연분홍색 단발에 신비로운 보랏빛이 감도는 소녀.

그녀를 바라보며 시즈네는 항상 생각했다.

얘도 참 난 년이라고.

유이치의 호감도 시스템은 말이 호감도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현재 마술 및 스킬과 능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지금.

원리와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으면 누구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소라나 릴리가 주로 쓰는 마력으로 한 신체 강화가 대표적 예시지.

이는 엄연히 근접 전투직의 소양이니까.

그렇기에 일본은 유이치란 존재에 대해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만약 그의 버프 원리를 파악해 이를 전파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버프 군단이 탄생할 수도 있으니.

아니, 많이도 필요 없다.

유이치 같은 존재가 딱 10명 정도만 있어도 다시금 전쟁이 찾아와도 해 볼 만 할지도 모르게 된다.

허나, 역시 날로 먹는 건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지.

유이치의 능력을 철저히 그의 체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일종의 필터

그가 버프라 자각하고 있던 건 순전히 마력을 연결하는 패스일 뿐.

연결을 통해 들어온 대상의 마력을 자신의 몸을 통해 정유시켜 다시 돌려주는 게 유이치의 버프의 정체다.

특별한 그의 몸은 들어온 마력을 말도 안 될 정도로 순수하고 농밀하게 변환하니.

이를 돌려받은 대상은 정제된 마력을 사용함으로서 높은 증폭을 보인 것.

그럼 호감도는 뭐냐?

이건 유이치의 본능.

타인의 마력을 몸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대상에게 악의만 있다면 언제든 그의 목을 쥘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셈이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은 이를 허락하지도 않고, 마치 뜨거운 물체에 닿았을 때 나오는 자동반사처럼 몸이 먼저 거부한다.

하지만 정말 신뢰하는 이라면, 그리고 사랑하는 이라면 이러한 본능을 넘어서 상대에게 몸을 맡길 수도 있는 법.

이렇게 상대를 믿고 몸에 담을 수 있는 마력량

그의 본능이 허락한 선.

이게 시스템이 유이치에게 호감도라 명명한 것의 정체다.

‘대체 뭔 수를 쓰면, 반 평생을 함께한 친구보다도 저년을 신뢰할 수 있단 건지.....’

슬쩍 에리카를 흘겨본 시즈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년 나이 20세

유이치도 동갑.

그리고 둘이 만난 나이는 기억도 나지 않을 3살 무렵이다.

거의 서로를 자각한 시점에서 친구였던 사이.

질긴 인연은 끊어질 줄도 몰라서, 이사 한 번 안 간 두 사람은 장장 17년의 세월을 함께 이웃으로 보냈었다.

이젠 야동 숨기는 파일 위치를 넘어 취향까지 전부 꾀고 있는 수준이지.

그런 사이인데, 고작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가 둘의 신뢰를 밀어냈다는 사실에 내심 시즈네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거의 따질 뻔했었지.

저런 하라구로가 어디가 좋냐고.

취향은 거유파인 주제에 이제와서 빈유로 전향이냐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대세가 넘어간 것을

자신의 수많은 외침보다도 에리카의 눈물 한 방울이 더 강력한 지경인데.

지금은 이러나 저러나 에리카의 도움이 필요하다.

“너도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 알고 있지?”

“어머, 네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넌 발할라에게 협력을 구하는 거 반대했잖아?”

“이미 결정난 일에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는 거 뿐이야.”

“음......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난 어차피 찬성이었어.”

“그럼 협력해. 네가 유이치를 잘 설득해서 그분들 앞에 세워 사죄시키라고.”

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유이치의 행동은 이번 협력 요청 자체를 무산시킬 뻔한 대형 사고다.

일을 의뢰하는 쪽이 을이라니 좀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이 이런 걸.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시즈네는 자뭇 골치가 아프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지금도 발할라에 협력을 구해야 하는 사실은 이해를 못하겠어. 이게 이렇게 뒤에서 우리들끼리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 당장 전 세계에 발표해야 하는 사안일 텐데.....”

“그건 그렇지. 왕래가 가능한 게이트의 출몰이라니, 일본 혼자 품기에는 너무 큰 사안이지. 하물며 그 안에서 대화가 가능한 존재가 발견되기까지 했으니....”

그래

이것이 일본이 발할라를 찾은 목적.

왕래가 가능한 게이트의 등장과 그 안에서 발견한 지성체의 발견이다.

사실 게이트 자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자연 변의 현상.

그 중에서는 항상 게이트가 발견되고 있었으니.

단지, 지금까지는 그 어떠한 간섭도 불가능하고, 딱히 게이트 너머로 괴수가 나오는 일도 없었기에 감시만 하고 있었을 뿐.

연구자들은 곧 그 게이트가 제 기능을 할 것이라 항상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일이 터진 거 뿐이지.

문제는 지성체다.

“인간이려나?”

“일단 조사대는 인간인 것 같다고 했잖아? 대화도 통했고.”

“확실하진 않지. 엘프도 귀만 가리면 인간으로 보이고, 수인도 꼬리랑 귀만 숨기면 거기서 거기니까.”

일본은 당연히 게이트에 조사대를 파견했다.

허나 결과는 놀라우면서도 처참했으니.

조사대의 절반이 돌아오지 못했다.

단순히 죽었다는 의미가 아닌, 게이트 내부의 존재들이 억류한 것.

그리고 그들은 전부를 사로잡은 후, 나머지 절반을 풀어주며 말했다.

대화를 원한다고

시즈네는 혀를 차며 말했다.

“대화 같은 소리하고 있네. 사람들을 붙잡았으면서 무슨 대화를 하겠다는 건지.”

“아니, 당연하지 않아? 대화는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거야. 저들도 정보가 필요한 거지. 난 1명이 아니라 절반이나 풀어준 사실이 놀라운데? 아무래도 정말 대화를 원하는 모양인 거 같아서.”

“........그래도 난 이해가 안 돼. 결국 조사대가 실패한 거잖아? 원래부터 전 세계에 알려야 할 사안인데, 실패까지 한 거잖아? 그럼 지금이라도 발표하고 협력을 구해야지!”

게이트에 그렇게 크게 데였는데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시즈네.

그러나 에리카는 생각이 다르다는 듯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조사대가 실패했다고 누가 그래?”

“그럼 넌 절반만 겨우 적이 풀어줘서 돌아온 걸 성공이라고 보냐?”

“당연히 성공이지. 우리가 저들과 적대관계에 놓였어, 아니면 선전포고를 받기라도 했어? 시즈네.....이건 기회야. 전 세계에 발표? 하! 그들이 우릴 위해서 뭘 해줄 거 같은데?”

미국은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이라는 동맹국을 뒤에서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나름 발할라 덕분에 막긴했지만. 사실상 랭커급 유출만 근 100명에 달하는 상황,

중국은?

비록 범죄자가 나라를 장악한 때였다고는 하나 패권을 쥐기 위해 테러까지 일삼았지.

또한 각국의 기업은 한 명이라도 인재를 모으기 위해 돈을 뿌려대는 중이고.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포함해 영국을 중심으로 신 유럽 연맹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중.

“전 세계에 지금 일본을 챙겨줄 나라 따위는 아무데도 없어. 가뜩이나 우린 지금 약체야. 발표하는 즉시, 이번 일에서 배제당하고 손가락이나 빨고 있을 걸?”

“그래서 발할라는 거야?”

“그래, 비록 한국은 인재의 절반을 잃었어도 여전히 세계 최강급 플레이어 보유국니까.”

랭커의 3분지 1, 근 300명의 달하는 랭커를 보유했던 한국이다.

인재가 절반이 빠져나갔어도 여전히 150명

공격적이었던 미국의 인재 약탈에 랭커의 수는 서로 조금 밀리게 되었지만그 질은 여전히 격을 달리하니.

유능했던 성녀는 인재의 유출은 막아내지 못했어도 상위권 플레이어 만큼은 확실히 지켜냈다.

충무공

성녀 본인

모선의 주인를 포함한 한 자릿수 랭커들

그리고 만마의 종주를 짓밟은 그 마녀까지

“더욱이 발할라는 그 성격마저 훌륭해.”

“플레이어 친화적인 거?”

“그것도 있지만, 정부와의 관계 말이야. 말이 한국 소속이지, 그들이 정부와 척을 진 건 이제 다 아는 사실이잖아? 새로 출범한 한국 정당과는 나름 협력 중인 듯 보이는데, 글쎄......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리 오래 갈 것 같진 않거든. 그 나라 정치인들, 우리나라만큼이나 제대로 된 인간이 드물어서.”

발할라가 워낙 상승세이기에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뿐.

정부가 발할라를 용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국가 내부에 비정부 무력 단체라니.

이걸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지금이야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자리를 잡는 즉시, 발할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게 에리카의 추측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 너머의 존재와 대등하게 자리할 수 있을 무력. 이는 발할라면 충분해.”

“그걸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데?! 만약 발할라로 부족하면 어쩌려고?!”

“발할라가 부족해? 음........”

잠시 입술에 손가락을 올리며 고민하는 에리카

이내 그녀는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처음부터 지구에 희망이 없던 거야.”

* * *

“이상이 저희가 조사한 내용입니다.”

하루를 통해 들은 왕래 가능한 게이트의 존재와 그 너머의 존재들에 대한 소식,

이를 들은 우리 모두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과연 본격적인 시작이라 이건가?’

아리아스타가 이야기했던 본격적인 동화의 시작.

그 첫 번째 전조가 틀림없다.

상상을 초월할 소식에 얼이 빠진 일행을 뒤로하고 난 하루를 향해 좀 더 자세한 질문을 던졌다.

“지성체란 놈들 더 아는 거 없어?”

“살아 돌아온 이들의 말에 따르면 검게 그을린 피부, 은발, 피부에 세긴 문신 등 전체적으로 야생 원주민과 흡사하다고 했습니다. 단지......그 전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더군요. 나름 저희 기준으로는 상위 플레이어를 보냈지만, 정찰병에게 모두 잡혔다고 합니다.”

“일단 인간이긴 한 가 보네.”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다음으로 입을 연 건 우리 어머니.

어조는 조금 따지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 그걸 저희에게만 말하는 저의가 뭔가요?”

“사실상 발할라보다 더한 무력단체도 없는 것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저희는 국가 단위로 발할라와 협력관계를 맺길 원합니다. 여러분들은 정부와 썩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 들었습니다.”

“발할라의 일본 이전을 바라는 건가요?”

“저희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바람이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협력이죠. 그리고 이번 사태에 관해서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흐름에 대한 정확한 정보. 그리고 만약 저들과 어떠한 유착관계를 가지게 된다면 저희도 끼길 원합니다.”

“과연, 여기에 미국이 끼어들어 순식간에 일본이 배제될 걸 염려하는 거군요.”

“정확하십니다.”

그 다음으로도 유리, 소라를 다시금 나를 포함해 여러 대화가 오고 갔다.

유익한 정보도 있었고.

그에 반해 불확실하고 쓸모없는 정보도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부족하다가 맞겠지.

그렇게 하루를 빼고 다시 모인 우리

예지는 바로 서두를 깔았다.

“위험한 일이에요.”

너무 위험하다.

미지의 적과 조우할 지도 모르는 일

정보가 너무 없다.

하지만

“동시에 무시할 수도 없어. 우리에게도 기회인 건 사실이야.”

향후 흘러갈 상황에 대한 정보도 정보지만 저들의 행동이 기회란 말이다.

반을 억류한 게 아니다.

반이나 풀어준 거지.

솔직히 저들이 대화를 원한다는 건 진심일 확률이 높은 셈,

첫 인상은 중요하다.

비록 우리 입장에서는 유쾌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저들에게 있어서는 최대한의 양보였다는 건 이해하고 있으니.

여기서 우리가 폭력으로 저들을 대할지, 아니면 손을 내밀지가 향후 방향에 큰 영향을 줄 터.

“미국이 끼어들지 않은 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되네요.”

“중국만큼은 아니어도 미국들도 패권을 놓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인재 약탈로 세계 경찰의 지휘가 흔들리는 지금. 분명 공격적으로 나가자 할 게 분명해요.”

어머니의 대답은 타당했다.

결국 게이트 너머의 존재.

저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세계의 여론을 조성하면 미국으로서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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