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46화 (46/116)

〈 46화 〉 지휘관! 사랑과 정의, 하렘의 이름으로 (4)

* * *

하루라는 여인이 안내한 식사자리는 상당히 훌륭했다.

비록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정갈하다고 할까.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플레이트.

맛은 물론 색감과 식감에 나름의 주제까지 갖춘 접시들은 이미 하나의 예술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이런 식사 쯤 질리도록 경험해봤을 예지조차 살짝 감탄한 걸 보면 그 수준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지.

단지, 분위기가 좀 불편했다는 게 흠일 뿐.

내 취향은 여전히 유이치가 망친 고깃집이다.

“식사는 괜찮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무덤덤하게 대답한 예지의 말에 우리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엄청 맛있었지만, 엄연히 이 자리가 사죄용으로 마련된 것이니 조금 튕기는 거지.

그래도 하루는 그 정도로 만족하는지 작은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자리에 마주 앉았다,

“유이치 일은 다음 기회가 된다면 유이치를 데리고 직접 사죄드리겠습니다.”

“그 정도 개념인은 아닌 거 같은데......”

“우리 다시 보면 경련하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어이쿠 경련으로 끝나겠습니까, 우리 아가씨들.

살벌했던 그 시간을 되뇌다니, 정신 붕괴가 찾아오지 않으면 다행이지.

아까 얼핏 들어보니 우리 이야기만 나와도 몸을 벌벌 떤다고 하던데.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후식으로 나온 음료로 목을 축이며 하루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식사 중에는 중한 이야기를 금하는 게 예의니, 다물고 있긴 했는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유이치 이야기 말씀이시군요.”

“그것도 그렇고, 니들은 누군데?”

“네?”

내 말에 놀란 이는 예지를 제외한 우리측 인원도 포함된다.

그야 뭐, 눈으로 훑어서 견적 뽑을 수준이 예지나 나 밖에 없으니까.

슬쩍 하루를 스쳐, 주변을 돌아다니는 여인들에게 눈길을 준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빼고, 다 강하잖아? 심지어 요리 들고 온 웨이터 여자까지 전부. 우리나라에서도 상위권 정도는 될 수준이던데.......”

“........”

“거기에 아까 듣기로는 너희 나라 플레이어 수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면서? 그럼 우리 기준으로 상위지, 너희 기준으로는 전쟁에서 활약한 주력들이겠지. 그런 분들께서 친히 유이치를 따라 여기 왔다? 장난쳐?”

이 자리가 저들이 초대한 점.

그리고 저들이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왔다는 점.

이 두 가지 아니었으면 난 저들을 테러 분자라 의심했을 것이다.

예지도 이예 대해 동의하는지, 내 말을 받아, 천천히 하루를 흘켜보며 입을 열었다.

“더군다나 나타난 타이밍도 좀 이상했죠. 유이치란 남자가 통제를 벗어나 움직였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저희가 있는 곳으로 온 거죠? 그것도 전원 무장 상태로. 여기 있는 사람들 수를 보니 딱히 흩어져서 찾은 거 같지도 않던데.”

따지고 보면 유이치의 방문조차 이상한 점 투성이다.

그 녀석은 무슨 수로 우리를 방문한 거지?

방은 또 어떻게 찾은 건데?

프라이빗 룸을 전부 열어보는 만행을 저질렀다면 진작에 직원이 달려왔을 터.

그렇지 않았다는 건 한 번에 우리 방에 들어와, 직원들이 일행으로 착각했다는 말이다.

또한 그가 했던 말도 그렇지.

예지를 보고 성녀 태크다 뭐다 하고

유리에게 모선을 양도하라는 개소리를 지껄인 거야 뭐 둘이 슬슬 유명세를 타는 중이니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럼 난?

난 유명해도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명성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알만한 정보통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내 정보가 알려졌다는 의미지.

날 보고 청탁자니 뭐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최강이라 한 걸 보면 제대로 알아봤다는 뜻인데, 그런 정보를 그 빡대가리가 조사했을리 없잖아?

“전부 너희가 조사한 거겠지.”

“우리가 모임을 가질 것도. 심지어 모임을 어느 룸에서 진행 할 것까지. 전부. 아닌가요?”

“........”

조금 추궁하는 어조가 섞인 나와 예지의 목소리에 하루는 고개를 숙인 체 침묵을 지켰다.

결국 그런 거지.

유이치의 일이 저들에게 있어서는 사고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자리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

이런 고급스러운 식사를 3분 카레 마냥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이치가 아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든 우리를 불렀을 거란 거지.

흐르는 정적 속

하루는 결국 나지막 히 입을 열었다.

“결코 이런 만남을 원한 건 아니었습니다.”

“알아, 시즈네 가면서 딱 5명 정도로 추려서 오려고 했었다 했으니까. 뭐, 그마저 연기일 수도 있긴 한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어.”

“이런 개인적인 자리를 마련한 건 그만큼 이 일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알아요. 발할라에 대한 의뢰죠? 사실 그럴싸한 명분을 표방하고 있긴 해도, 저희 발할라는 PMC(민간군사기업)의 성격을 가집니다. 첫 의뢰 고객은 눈치가 보이겠죠. 제 나라의 문제를 혼자서 처리하지도 못하는 나라라는 눈치가.”

“다 알아주시는군요. 아니, 알아보신 거려나요?”

나와 예지는 동시에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하루는 뒤에 있던 여성에게 어느 물건을 가져와 달라 부탁.

그리고 그 틈으로 유이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유이치는.......뭐랄까.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면 웃기지만, 일종의 과시용, 아니 말이 너무 공격적이군요, 잘 봐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데려온 겁니다. 뭐, 지금은 거하게 말아먹었지만.”

“잘 봐줘? 뭔 소리야?”

“저희가 할 의뢰지만, 저희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예지는 하루의 말에 잠짓 눈쌀을 찌푸렸다.

“처음 의뢰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이네요. 그 말은 저희가 당신들을 짐이라고 느낄 정도의 의뢰라는 걸 스스로 자각하고 있단 소리로 들리는 데 맞나요?”

“네.”

“그럼 그런 위험한 일을 짐덩어리 들고 할 생각 없단 건 짐작하지 못하셨구요?”

“아뇨,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발할라가 비록 의뢰라는 형태의 힘을 빌려주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의 권위 신장을 위해 태어난 조직. 의뢰인보다 플레이어를 더 위로 칠 건 알고 있었습니다.”

성녀, 한예지가 발할라를 창설했던 원인은 부당했던 대우.

나라를 위해 싸우고 희생했던 우리들이 제대로된 명예도 보상도 국가에게 받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발할라를 세운 것이다.

의뢰를 받아도 이는 일종의 힘의 과시일 뿐, 주된 목적이 아니다.

발할라에 소속된 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일을 예지로서 할 이유가 없지.

하루도 그 사실을 잘 안다는 듯 말했다.

동시에 그렇기에 유이치라고

“유이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비록 여러분의 힘을 빌려야 할 정도의 사안이라도 저희가 발목을 잡지 않을 거란 거죠.”

“뭔지 들어나 봅시다. 대체 걔가 뭔 데 이런 고급진 하렘을 차리는지. 하렘 맴버에 나라 최강까지 들어가 있는지.”

“도련님 하렘 놀이 배우치고는 여러분들 몸값이 장난이 아닐테니. 이유가 있겠죠?”

“하하, 하렘이란 말은 시즈네 앞에서는 하지 말아주세요. 가뜩이나 요즘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구요.”

가벼운 웃음을 짓은 하루는 이내 목과 자세를 가다듬고 유이치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유이치의 포지션은 단순합니다. 버퍼, 네 아주 특별한 버퍼에요.”

“버퍼?”

“어쩐지 지휘관이니 뭐니 지껄이더라니.”

“근데......버퍼면.....”

우리 모두의 시선이 예지를 향했다.

성녀.

감히 이 분 앞에서 버프력을 논하다니.....

솔직히 유이치 수준은 딱 중위권 플레이어 수준.

툭 까놓고 말해서 렙 1짜리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버프를 걸명 유이치랑 비비게 할 수 있는 여기 성녀님이다.

그런 성녀를 앞에 두고 버퍼를 논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유이치의 능력이 궁금해질 수준이다.

“네 저도 성녀님 앞에서 버프력을 논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을 짓인지 압니다. 하지만, 유이치의 버프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그.........호감도라는 말 아시나요?”

“이런 미친, 호감도? 그게 왜 여기서 튀어나와?”

“호감도면 누군가에서 호감을 느끼는 정도? 딸, 엄마 말이 맞아?”

“아니....맞긴 맞는데...이건 장르가 다르다고나 할까....”

호감도

어머니의 말이 맞긴 하지.

누군가가 호감을 느끼는 정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우리 업계에서 사용되는 뜻은 흔히 히로인 공략 진행도가 더 적절하지.

연예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 번쯤 돌려본 인간이라면 알 것이다.

하지만 유이치의 호감도는 더더욱 특별했다.

“그 호감도에 따라 증폭을 부여하는 버프, 그게 유이치의 능력입니다. 이러한 조건 때문인지, 증폭률과 효율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고작 중위권 레벨에서 성녀님과 버프력을 비빌 정도죠. 하물며 성장중입니다.”

“아니....그래도 그게 가능해? 저러 또라이가 96명을 공략했다고?”

“의외로 엄청난 물건을 가지고 있을지도? 푹찍뀽 인건가?”

“소라야, 푹찍뀽이 뭐야?”

“유리 언니는 몰라도 돼......”

유부녀는 알아선 안 될 단어지.

황당해 하는 우리.

그러나 하루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왜 유이치가 공략하죠? 저희가 공략하는 겁니다.”

“““............뭐?”””

* * *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카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카페모카와 달콤한 머핀

최신 유행을 인도하는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연홍빛 머릿결의 소녀가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여인.

“야, 여기서 뭐하냐?”

“응? 어라, 우리 시즈네 왔네. 커피 한잔 할래? 여기 향이 좋더라.”

“뭐하냐고?”

“티타임 중.”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모카 잔을 들어보이는 그녀의 행태에 시즈네의 이마에 십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유이치한테, 그분들에게 따지러 간다고 지랄하지 않았냐?”

“어머, 그거야 보이기 용이지. 평소라면 몰라도 오늘은 아니잖아? 내 목숨은 하나라고.”

성녀까지만 있어도 갔을 지도 모른다.

가끔은 모험도 할 줄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이번은 모험이 아닌 자살.

“릴리라는 마녀가 있다면서, 만마지존의 멱을 딴 마녀 말이야.”

“죽였다는 말은 없어. 천마는 폐관에 들어갔지.”

“하하. 얘는 순진하게. 그걸 믿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무튼 그런 마녀에게 따질 정도로 내 목숨은 값싸진 않다구, 사실 너도 짐작했으니 근처 카페로 찾은 거 아니야? 아니었으면 서둘러 돌아갔어야지.”

“........”

호호호 거리며 웃는 소녀, 에리카의 모습에 시즈네는 이마를 집었다.

얼추 짐작은 하고 있었지.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유이치의 주변에 모인 사람 중에 그녀랑 다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단지, 그녀가 좀 유별날 뿐이지.

.......배려도 없고.

이를 부득부득 갈던 시즈네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어쩔 거야?”

“뭘?”

“유이치 한테 는 뭐라고 할 거냐고? 무서워서 찔찔 짜서 따지지 못했다 그리 말해?”

“적당히 둘러대며 되지,”

“그 과정에서 그분들 험담이라도 나오면 너나 나나 죽어. 알아?”

“날 뭘로 보고 적당히 눈치는 있어. 음......입구컷 어때? 네가 입구에서 날 잡은 거야? 넌 어차피 소꿉친구로 호감도 고정이잖아? 한 번만 도와줄래?”

“이년이.....”

마음 같아서는 이런 행태 까발리고 싶지만, 아까 소꿉친구라고 했나?

그 이상의 신뢰도와 호감도를 자랑하는게 여기 에리카다.

자신이 뭐라고 떠들던 간에 늘 그랬던 것처럼 빠져나가겠지.

주변에 몇몇을 나쁜 년으로 만드는 건 덤이고.

결국 시즈네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에리카의 앞에 앉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