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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45화 (45/116)

〈 45화 〉 지휘관! 사랑과 정의, 하렘의 이름으로 (3)

* * *

“죄송합니다.”

진한 남색 계열의 머릿결의 여인이 거의 90도 가깝게 고개를 숙인다.

이름은 아야세 시즈네.

조금 전 유이치의 언급에 있었던 두 여인 중 하나였다.

유이치의 X신 짓 이후 그 응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우리가 그를 이리저리 조리돌림하고 있는 사이,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가게로 찾왔다.

심지어 전원 무장 상태.

남들이 보면 코스프레 아닌가 싶겠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오해하지 말자.

그렇게 찾아온 여인들의 필두에 선 두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시즈네였다.

“정말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자마자 그녀가 했던 건 양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탄식에 잠긴 것.

다른 여인들 전원이 눈에 초점과 빛이 사라진 유이치에게 달려가는 동안, 그녀는 아무 말이 없이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다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사태에 전말에 대해 들으며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해탈.

이후 즉각 고개를 숙였다.

“뭐, 나보고 로리라고 하긴 했는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자매를 공평이라나 뭐라나”

“애가 너무 멍청해서 그래요.”

“성녀 태크가 어쩌고.”

“원래도 X신이기는 했지만, 저 정도 상X신은 아니었는데....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비를...”

대체 몇 번을 고개를 숙이는 건지....

이제는 보는 사람이 무안해질 지경이다.

더군다나 정면에서 바라본 인상이 상당히 정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인 터라. 그와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니 더더욱 그렇다.

“저.....릴리님.....”

쭈뼛쭈뼛 조심스럽게 내가 다가오는 시즈네.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내게 다가오는가 싶어 그녀의 뒤를 바라보니, 다들 팔짱을 낀 채 일단 넘어가준단 분위기다.

“뭐, 어떻게? 사과 받아주는 거야?”

“이렇게 진심으로 사죄하시니 안 받을 줄 수가 있나요.”

“특별히 넘어가 주기로 했어. 정신적 피해는 있어도 뭐 입좀 턴 거 말고는 딱히 우리가 피해 입은 건 없으니까.”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가로젓는 예지와 엄마.

그리고 다시금 시즈네에게 한 마디 쏘아붙이는 소라와 유리.

난 우리 여자 측 진형을 보며 헛웃음을 삼겼다.

“다들 양심이 가출해 버렸구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다 한 주제에 용서라니.

내 평생 여자들이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하도 하는 짓이 무서워서 오히려 동정심이 갈 수준이었지.

처음에는 가만두지 않겠다.

딱 20초 뒤에는 지금이라면 봐주겠다나 뭐라나

그리고 30초 뒤에는 자비를.

1분 뒤에는 죽음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다가올 고통보다도 오히려 예지가 걸어주는 힐과 버프에 더욱 발광했던 유이치.

그게 무려 1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나서야 반응이 사라진 유이치에 흥미를 잃고 던져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에휴~~~ 다들 결혼하기 글렀다.”

“제일 잔인했던 둘이 이미 기혼입니다만.”

쓱, 내 옆에 나타난 소라의 말.

틀린 말이 아니다.

딸내미가 고어 19금을 하게 둘 수는 없으니 어머니는 소라를 배제했고, 예지의 경우는 내구성을 높히기 위한 힐과 버프만으로 더 할 것이 없었으니까.

기혼자인 어머니와 유리가 가장 그를 오래 괴롭혔지.

어머니는 자신이 말렸던 소라의 몫까지.

유리는 ‘로리’라는 치욕과 감히 모선을 내놓으라는 언행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위해.

“하~~~ 뭐야. 난 한 것도 없는데.”

“.......꿀꺽”

순식간에 핼숙해진 시즈네의 얼굴.

내가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한 부분에서 시즈네는 마른침까지 삼키며 오돌오돌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딸꾹질까지

다시 강조하는데 보는 사람이 안쓰러워질 지경이다.

“아니, 뭐 나도 개소리 한사발 받기는 했는데....”

“살려주세요. 정말 나쁜 애는 아닙니다. 하도 정부랑 주변에서 오냐오냐 키워서 저렇게 된 거예요. 정말, 정말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 터이니 부디!!”

아예 이제는 머리까지 땅에 박아버린 시즈네.

흔히 일본 드라마에서 가끔 나오는 도게자였다.

다른 예지나 유리, 심지어 우리 어머니까지 무서워하는 걸 봐서는 어느정도 조사는 한 모양인데, 유독 내게는 경우가 더 심하네.

뭐, 저런 X신도 날 알고 있었는데, 얘도 알고 있다는 거겠지.

피식.

장난끼가 돈 난 바닥에 머리를 박은 시즈네의 옆에 슬쩍 다가가 귓가에 입을 가져가 말했다.

“아무래도 내 정체를 알고 있나 보네. 뒷조사를 열심히 했나봐?”

“그......그게. 저희도 정부랑 같이 일을 하다보니.....아니, 변명하는 건 아니고.....저번 장 첸일 때문에...아니 정말 변명이 아니라......잘못했습니다.....살려주세요..”

횡설수설.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이제는 뭐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솔직히 모르는 게 이상한 레벨까지 풀린 정보인데,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는 없을텐데.....

딱히 시즈네가 잘못한 것도 없기에, 무안해진 내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자, 예지가 다가와 바닥의 시즈네를 흘겨보며 말했다.

“쟤가 일본 최강이에요.”

“뭐?”

“저도 이제 생각났네요. 판타지아 8위. 일본에 유일한 한 자릿수 랭킹.”

일본은 판타지아만이 대성한 시장이다.

무검산은 괴멸, 이터널도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닌 소수만이 즐기는 컨텐츠로 전락.

그로인해 판타지아의 인기가 아주 높았다고.

그럼 왜 싱글 랭커가 고작 시즈네 한 명 뿐이냐고 물으면, 답은 오히려 인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름 굴곡은 있어도 고르게 분산된 한국과 다르게 일본은 저 많은 인구의 대부분이 판타지아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VR은 단순한 RPG게임이 아니지,

서버 단위를 국경으로 하는 하나의 세계.

밀집된 인구는 서로 간의 비열한 경쟁을 낳았고 그로인해 랭커의 배출 또한 막혔었다고.

뭐, 이 또한 하나의 묘미기에,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국시대 같은 분위기를 오히려 즐겼다고 했지만, 지금에서 입에 피를 토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어두워도 한 줄기 빛은 있으니.

그 난장판 속에서 유일하게 탄생한 싱글 랭커가 바로 시즈네라고.

난 예지의 설명에 조용히 감탄했다.

“오~~ 그럼 쟤가 무슨 오다 노부나가쯤 돼?”

“오다 노부나가보다는 혼다 타다카츠? 군주보다는 장군이니까.”

“에......”

이미지랑 전혀 안맞는뎁쇼.

그 일본 판타지아 전국시대 최강의 무장이 현재 실시간으로 도게자 중이다.

참고로 시킨 것도 아니라고.

덜덜 떠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다가가 따뜻한 위로로 달래고 싶을 지경인데......

내가 이를 지적하자, 예지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반응이다.

“그거야 당신이 무서워서지. 전국시대 최강이 무서워요. 아니면 만마지존 천마가 무서워요? 그리고 그 천마를 영혼까지 털어먹은 마녀는?”

“쩝”

괜히 싱거워진 난 입맛을 다시셨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어느새 유이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버린 일련의 무리들 중 남은 이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동시에 도게자 중인 시즈네와 나를 번갈보더니 이네 급격히 굳어가는 표정,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하기사, 뭐 당연한 거겠지.”

바로 우리들에게 왔던 시즈네와 다르게 저들은 유이치에게 달려갔으니까.

생각이 다르단 거겠지.

아마 저들은 유이치를 그 꼴로 만든 것에 분개하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장 큰 힘을 가져 기대했던 시즈네가 굴욕적으로 도게자하고 있는 모습까지 보았으니 더더욱 화가 나겠지.

어쩌면 시즈네에게까지 열을 내고 있을지도?

‘뭐, 미개한 조센징에게 굴복하는 년이라고 욕하려나?’

별 수 없이 난 무기를 꺼내 고쳐잡았다.

이예 따라 예지도 소라도 모두 무기를 꺼내니, 더더욱 굳어가는 저들의 표정,

발걸음조차 무거워진다.

그렇게 점점 좁혀지는 거리.

그리고

“저희도 도게자부터 박으면 되나요?”

“그.....살려만 주시면.”

“히흑! 어...언니 무서워....”

“괜찮아. 사....살려는 주실 거야. 아마도.....”

뭐야 이거.

엄마 얘들 이상해.

* * *

졸지에 40명분의 도게자를 받은 우리는 한 호텔로 초대받았다.

식사를 망친 것에 대해 사죄와 보상을 하고 싶다고.

그렇게 방문한 곳은 비록 예지와 함께 찾았던 곳에 비에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서울의 도심에 자리 잡은 호텔 중 하나였다.

단지,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지나치게 잘 장식된 내부 풍경과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손님과 직원.

날 제외한 일행들은 이에 대해 함정이 아닌가 경계했지만, 시즈네는 절대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양손과 고개를 흔들었다.

“어쩔 수 없었던 겁니다. 처음에는 저희도 한 5명 정도로 일행을 꾸려 방문할 계획었는데, 유이치 때문에 인원이 많아져서 호텔을 통째로 빌린 거예요”

“아니 남자 하나 때문에 5명이 여자 40명이 되요?”

“40명이 아니라 96명........거기에 딸려온 요리사, 미용인까지 합하면 이미 100명이.....”

“이런 미친”

무슨 의자왕 2세야 뭐야?

목표는 3천 궁녀냐?

어이없게도 오히려 호텔 측에서 인원을 듣고 전세를 권했다고 한다.

호텔에서는 당연히 직원을 배치할 계획이었고, 더불어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 했지만. 유이치가 어차피 전세 낼 거 그냥 우리가 알아서 하자면서 지랄지랄......

그리고 이를 부축이 던 한 여인.

그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된 거라고.

“하......깨진 돈이 얼마인지.”

마지막 결제를 담당했던 시즈네는 자신이 보았던 0의 계수를 떠올리며 얼굴을 감쌌다.

이에 익숙하다는 듯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는 여인들.

뭔가 우리도 한 마디 위로를 건네할 할 듯한 분위기다.

“아니, 걔가 대체 뭔데?”

“그건 조금 뒤에 설명해 드리─”

말을 하던 시즈네는 옆에서 갑자기 걸려운 전화에 잠시 우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 버튼을 눌렸다.

“응, 유이치는 일어났다고? 몸에 이상은? 하긴, 성녀님이 옆에 계셨는데 문제가 있을리 없지. 뭐? 정신은 아닌 거 같다고? 한국분들 이야기 꺼내면 경기를 일으켜. 넵둬, 걘 좀 데여봐야 정신을 차리니까. 우리들이 못하는 거 대신해주신 거지.”

마치 묵은 스트레스가 쫙 빠졌다는 듯한 말투다.

진짜 상황을 모르겠네.

분명 그녀가 일본 최강이라고 했었는데 왜 유이치란 놈에게 꼼짝도 못 한단 말인가?

완전 X밥이더구만.

그렇게 의문을 띄우는 사이, 시즈네의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졌다.

“이쪽으로 올 생각은 못 할 거야. 씩씩 거리긴 하겠지만 여기 분들 앞에 다시 설 정도로 용감하진 못한 애니까. 뭐? 에리카? 그년은 또 왜? 여기 와서 따지겠다고? 말려!! 오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우리 다 죽으니까 무조건 말려!!”

그후 전화로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시즈네는 이를 부득부득 갈더니 이내 전화를 끊고는 우리들에게 다가와 다시금 양해를 구했다.

“저.....먼저 식사라도 하고 계시면 제가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책임자인 제가 안내해야 하는데. 거듭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우리들은 그저 물음표를 띄운 채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어느새 시즈네는 저 위에서 얼핏 보이는 안경을 쓴 여인을 확인하고는 바로 소리쳤다.

“하루~~! 이분들 안내 좀 해 드려줘.”

시즈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하루라는 여인.

그녀는 부름에 후다닥 우리가 잇는 아랫층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려온 직후 상당히 숨을 골랐는데 아무래도 일반인 선의 레벨 보유자로 보이네.

“왜 그래? 설마 유이치가 여기 오겠데?”

“아니, 에리카 쪽이....”

“아......”

단 한 글자의 답변이지만, 많은 의미가 함축되었었다.

하루라는 여인 역시 머리가 아프다는 듯 앞머리를 매 만지며 시즈네에게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봐. 이분들 안내는 내가 할 게.”

“부탁해, 궁금하신 게 많으시니, 다 말씀드려도 돼.”

“응, 어차피 저분들에게 부탁하러 여기 온 건데.”

그렇게 시즈네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왔던 길로 나갔다.

“시이나 하루라고 합니다. 우선 식사부터 어떠신가요? 고기만찬 중이셨다고 들었는데, 좋은 고기를 준비했으니 이쪽으로 오시지요.”

시즈네의 바톤을 넘겨받은 하루는 당황한 우리들에게 산뜻한 미소를 선보이며 안내를 이어갔다.

오히려 이쪽이 더 안내인 같네.

그렇게 우리는 풀리지 않는 의문과 함께 호텔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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