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다음을 위한 일상 (3)
* * *
파란만장한 첫 번째 일상.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다 와 침략자 여동생이 끝나고 다음 시련이 날 찾아왔다.
문제는 내가 좀 하는 놈인 걸 알았는지, 시련이 복합적으로 찾아왔다는 거.
“결혼식? 알아서 해 이것들아. 뭐? 신랑신부 입장하는데 앞에서 꽃 뿌려 달라고? 그게 어린 애들이 하는 거잖아. 그래서 해달라고? 닌 뒤졌다 씨X넘아”
앙꼬 부부 결혼식이 날이 드디어 잡혔다고 한다.
일단 유리가 소심한 성격이고 둘 다 초대할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조용히 치룰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결정된 결혼식장이 모선이라고 한다.
정신 나간 건가?
어떤 사고 회로를 돌리면 상공에 떠오른 직경 2km짜리 원반형 비행물체가 조용히 치룰 결혼식의 장소가 되는 건데?
크기가 가늠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는 건데 현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이 500m 남짓이다.
그것도 길이가 긴 가로 길이.
모선은 원반형이고.
그러나 나름 이유는 있다고 하니.
“아......너희 졸라 쌨었지?”
“와~~~지 쌔다고 비꼬는 거 보소? 양심 어디 갔냐?”
“안드로메다.”
혹시나 싶어 예지랑 상담을 했었는데, 그게 천운이었고 한다.
우리 성녀님께서 말씀하시길, 초대장 따위 없이 방문하는 사람이 줄을 이을 거라고.
그것도 세계급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유리와 성환의 결혼식이다.
어찌 보면 세계 최강 부부가 탄생하는 현장
둘과 친분을 쌓고 싶은 사람은 물론 그 밖에 기자들이 파도처럼 밀려들 것이 뻔한 상황.
둘도 그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자기들끼리 조용히 하면 될 줄 알았단다.
하지만, 예지는 그게 통할 거 같냐고 반박했고.
큰 행사에는 그만큼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법.
특히 결혼식 같은 건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종류의 축제니까.
“아무리 그래도 모선은 심한 거 아니냐?”
“결혼 자체가 이미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니까. 그럼 차라리 사람을 확실히 거를 수 있는 곳이 좋겠다 싶어서.”
“하긴 모선에 누가 들어갈 수 있겠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성환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모선이면 누가 오든 간에 다 막아주겠지.
기자든 정치인이든 누구든 간에 지상에서 손가락만 쪽쪽 빨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지는 그마저도 부족하다며 식의 진행에 필요한 사람을 자기가 따로 구해 주겠다고 했다.
“예지 일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닌가 몰라.”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던데? 우리 결혼하는 거 엄청 좋아하더라. 발할라 홍보 효과 직빵이라면서. 오히려 자기가 주례를 서주겠다면서 먼저 이야기하던 걸?”
“올~~~ 성녀님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하는 거네.”
“하하! 그러게, 정작 우리 둘 다 교단이랑은 1백 광년쯤 떨어진 사람인데 말이지.”
아예 장르가 다르잖아.
신랑은 무검산
신부는 이터널.
주례는 판타지아 인가.
짬뽕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구나.
그야말로 대통합의 현장이네.
아무튼 그렇게 성환이는 초대장 보낼 테니 씹지 말고 잘 간직하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기를 내렸다.
초대장 없으면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니 특히 주의하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규모는 조금 키울 생각이라 3장을 받았는데, 같이 오고 싶은 사람 있으면 같이 와도 좋다고 했다.
“뭐, 한 장이야.......강소라, 너 갈 거지?”
“우헤헤헤!! 이런 날을 위해 내가 하이엔트 피션 파이브 카메라 모델을!”
“숨지기 싫으면 좌넣어라잉~~”
혹여나 결혼식으로 또 방송하려는 건 아닌가 싶어 주의를 줬는데.
“우이잉~~ 그래도 기념 사진은 필요하지 않을까? 언빠?”
“아, 기념사진?”
“응? 그럼 뭘 상상한 거야?”
“sorry”
난 손을 들어 오해에 대한 빠른 사죄를 전했다.
그리고는 기념 사진에 대해 고민하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단 보류. 물어보고 가져가자.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네.”
조용히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알려질 건 확정이라고 하니 상황이 애매하게 돌아간다.
이럴 때는 당사자 내지 책임자에게 물어보고 행동하는 게 정석이지.
참고로 나중에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한다.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선별한 기자 몇 명은 원래 방문할 계획이고, 그에 따른 카메라맨, 또 우리가 말한 기념 사진을 위한 사진가도 오니 괜찮다고.
참고로 재미있는 비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저 기자 자리
이걸 두고 전 세계 방송사가 격돌하는 초유의 현장이 벌어졌다고 한다.
나중에 듣기로는 모든 걸 최고급으로 맞췄으면서도 오히려 돈을 한참 벌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명한 것도 썩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 * *
그다음 함께 찾아온 시련.
앙꼬 부부 결혼식으로 바쁠 거 같던 예지가 우리 집에 방문했다.
“저랑 국회 한 번만 같이 갈래요?”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하하!!”
“??”
“!!!”
뭔 일인고 하니, 마정석이랑 부산물 문제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단다.
세상 돈독이 뭔지, 미 정부의 압박이 빠지고도 한국 정부는 마지막 줄다리기를 시전했다.
명분은 군사물자.
일반 마정석은 몰라도 용의 관한 것들은 특급 군사물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정부도 아닌 민간인 손에 있을 수 있냐면서.
“다 죽이면 된다고?”
“참아요.”
“아니, 그 말을 할 거면 진작에 했어야지!! 이것들이 미쳤나? 기다려봐.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멜라티스 시켜 다 조져버리것어.”
“참으라고 이 년아!! 누가 마녀 아니랄까 봐?!! 말투는 또 뭐야?”
“그래 장 첸 한 것처럼 영혼을 쏙 빼서 국회 의사당 앞에 던져두면 알아서 기겠지!”
“아~~~쫌!!! 소라야 너도 말려봐!!”
“포기!”
폭주하는 날 겨우겨우 뜯어말린 예지는 가지고 온 손수건으로 이마를 닦아내며 말했다.
“어차피 마지막 떼쓰기 같은 거에요. 콩꼬물 조금이라도 더 떨어지라고 하는 소리죠. 그것도 슬슬 자리에서 내려오려는 꼰대들이나 그렇고 대부분은 이미 마정석 일부만 세금으로 받고 소재나 기타 부산물은 전부 우리에게 넘기기로 합의했어요.”
“그럼 왜 날?”
“떼쓰기라고 해도 아까 말했죠? 꼰대들이라고. 덩치가 좀 커요. 그리고 슬프게도 군사물자라는 건 사실 부정하기 힘들고.”
뭐, 그렇다고 받아줄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날 써서 마지막 굳히기를 들어가는 거고.
그냥 얼굴 비추는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얼굴 팔리지도 않은 내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니. 예지는 헛웃음을 삼켰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대중 사람들만 모르지, 알 사람은 다 아는데”
“헐~~~”
“그만한 풍파를 불렀으면서 안 알려지길 바라는 당신 양심도 안드로메다로 갔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난 예지 손 잡고 나란히 국회 방문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생의 처음으로 방문한 국회 의사당.
자리만 지키면 된다고 하니 딱히 부담은 없었는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관이 따로 없더라.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뒤가 없으면 오히려 용감하고.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장강에 뒷길로 사라질 정치인들의 발악이란 의외로 질릴 정도였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에 따른 새로운 정치인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예전과 다르게 물러난 이후에도 힘을 쓸 수는 없다는 걸 자각한 것이겠지.
정말 막판 스퍼트를 각오하고 뜯어낼 걸 뜯어내겠단 심보로 보였다.
그렇게 발생한 대혼란
TV 뉴스에서나 봤던 정치판을 실제로 감상하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질근질근 엄지손톱을 물어 뜯는 예지.
끝나고 난 뒤 두고 보자는 얼굴이 흡사 타락한 성녀가 따로 없었다.
마냥 앉아있기 그래서 어깨를 풀고 나도 나설까 했는데. 환경이 좀 걸렸다.
저주나 보이지 않는 마술의 존재가 발혀진 후다 보니 막는 건 아직 무리라도 감지하는 장비는 있었으니까.
‘뚫을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뚫으면 나중에 또 문제가 생기겠지.
결국 내가 한 건 사소한 장난 정도였다.
‘멜라티스’
내 의지에 따라 형제를 갖추지 않고 작은 안개로 모습을 드러낸 멜라티스는 내 말을 저들의 귓가에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과열된 정치판 속에 스며드는 작은 안개.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작은 소리.
게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예지는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그들의 모습에 날 돌아보기는 했으나 우선 빠르게 확인 도장을 찍었고.
돌아가는 길에 내게 물었다.
“뭘 한 거에요? 설마 감지기 뚫은 건 아니죠?”
“뚫을 수 있냐를 물어본 거야. 아니면 뚫으면 안 된다는 의미인 거야?”
“둘 다.”
“전자 가능, 후자 부정.”
“돌았네.....감지기 우리 회사가 만든 건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예지는 아직 멀었다면서 한숨을 쉬고 다시금 내게 물었다.
“그래서 뚫은 게 아니면 뭘 한 건데요?”
“별거 없는데? 멜라티스 보고, 뒷방 늙은이가 좋냐, 하수로를 굴러다니는 변사체가 좋냐라고 물은 정도?”
“에효.......정치는 그렇게 하면 나중에 탈 나요.”
“뭐, 내가 정치할 건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하는 내 모습에 예지는 피식 웃음을 삼키고는 기지개를 켰다.
“아무튼 이걸로 일단락 됬네. 마정석 세금은 좀 나온 게 흠이지만. 소재를 지켰으니 만족해야겠죠.”
“마정석이라.......그거 마녀의 도시에서 만들고 있던데.”
“네?”
“몰랐어? 아직 압축률이 떨어진다고 하고, 효율도 나쁘다고 하기는 하는데, 성공 자체는 했어. 아! 하긴 좀 우연으로 만든 거라 다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었지.”
“와~~ 저희 운 엄청 좋았네요.”
재생산 가능한 자원과 불가능한 것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격차가 있다.
뭐, 아직 수준이 떨어지기는 해도 가능하다는 점 자체에 가치가 있는 거니까.
결국 소재를 지킨 게 답이였단 거지.
“그치들 배 좀 아프겠네.”
“아직 멀었어.”
“그래도 예요. 발표만 해도 마정석 주가 반절은 떨어질 걸요? 뭐, 다시 오르긴 하겠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월등히 많으니 다시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그래도 지금 만큼은 아니겠지만.
기분이 좋아졌는지, 예지는 내게 간단히 밥이나 먹자 권유했지만, 난 거절했다.
싫은 건 아니지만, 국회 같은 곳을 오니, 의외로 좀 지치긴 했는지, 밥보다는 집이 그리웠다.
예지는 조금 아쉬운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첫 방문이라는 것을 이해해줬다.
겸사겸사 해어지면서 그 변사체 언제 발견되냐 묻는데....
하여간, 나만 마녀 소리 들을 게 아니라니까.
“우하!!!”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점프
푹신하게 내 몸을 감싸면서 내려앉은 감각
천국이다.
옷 갈아입고 씻어야 한다는 건 아는데 이상하리 만치 졸음이 쏟아지니 버틸 재간이 없네.
진짜 많이 피곤했나?
조금만.....
조금만 자다가 일어나서......
“안녕? 후배님.”
눈을 뜬 그곳에는 ‘릴리’ 날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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