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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30화 (30/116)

〈 30화 〉 술래 끝! 이제 역할을 바꿔 봅시다!!

* * *

호텔이라는 거대한 빌딩의 허리가 잘리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래도 지면과 맞닿은 아래층은 무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사람이 있을까 해서 설명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건물이란 의외로 튼튼하면서 동시에 의외로 부실하니까.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하지 무너지는 순간은 순식간에, 그리고 동시에 찾아온다.

“꺄아아아악!!!”

“테.....테러다!!!”

“빨리 도망쳐!!! 건물이 무너진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비명.

호텔의 내부는 물론이요, 밖이라고 해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운석처럼 떨어지는 건물의 파편,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 호텔.

종말의 작은 일면을 그려놓으면 이러할까?

“으아아앙~~~ 엄마!!!”

“민지야!!”

벽도 바닥도 모두 금이 가며 무너지기 시작하는 호텔의 내부.

어미의 손을 놓친 아이가 그만 솟아오른 땅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어미는 그런 딸에게 서둘러 달려가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아예 품에 안아 올리고는 다시금 출구를 향해 달린다.

그러면서도 품에서 우는 딸을 향해 끊임없이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절대 괜찮으니까, 엄마만 믿어!!”

그러나 그것이 자기 최면에 불과하다는 걸 그녀도 안다.

당장 1층이라고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한데, 하물며 여긴 23층.

출구를 향해 달리지만, 그곳이 출구라고 할 수도 없다.

건물 전체가 흔들린 여파로 이미 엘리베이터는 맛이 갔으며, 나가는 방법이라고는 계단과 작동이 멈춘 에스컬래이터 밖에 없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1층은 고사하고 20층도 밟아보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지겠지.

─우르르르!!!

“크윽!!”

발을 내딛는 순간 바로 앞 바닥이 모조리 내려앉았다.

가뜩이나 서있기도 힘든 건물이 더더욱 크게 진동하자 딸아이의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빠르게 눈을 굴려 다른 길을 찾지만 전무.

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양세조차 남지 않았다.

일단 뒤로 물러나 방법을 강구하려는 순간.

─툭!

“어?”

거미줄처럼 퍼져나간 금은 결국 그녀의 아랫면까지 침범했고, 잔인한 중력은 두 모녀를 낭떠러지라는 거대한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비디오 재생을 느리게 한 듯 시간이 느려진다.

보이는 건 눈물을 허공에 수놓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딸아이, 민지.

그리고 아래쪽에서는 밖의 풍경마저 훤히 드러나 버린 파괴된 호텔의 모습이 보인다.

드문드문 보이는 잔해에 깔린 사람들과 같이.

그녀는 딸아이를 품에 꼭 감싸 안았다.

부디 신이 있다면 이 죄 없는 아이만이라도 구원해주시길.

자신은 얼마든지 데려가도 좋으니 부디 딸아이만이라도 살려주시길 바라며.

그렇게 서서히 떨어지는 순간

빛이 내려왔다.

* * *

“과연, 이클립스, 성녀라는 칭호에 허명은 없군”

“진천뢰를 직격으로 당했을 텐데 저런 저력.”

“쯧, 분하지만 인정해야겠어, 정면에서 붙었으면 위험할 뻔 했다는 걸.”

도망치는 인파의 물결을 거슬러 오른 수십 명으로 이뤄진 세 무리의 사람들.

각각 그들의 최선두에 선 2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인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고 말았다.

높은 창공에서 호텔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황금빛 마술진.

하물며 한 장이 아닌 무려 3장.

크기만 큰 것도 아니다.

기형적인 문양과 그림

정신을 몽롱하게 할 정도의 성스러운 기운.

고위 신관 따위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극대 신성 마술이 틀림없다.

마술진에서 내려오는 빛은 떨어지는 건물의 잔해도 사람도.

무너지는 호텔마저도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허공에 멈춰 세우고

죽지만 않았다면 팔이 찢어지든 다리가 터졌든 간에 모조리 재생시켰다.

그야말로 기적

천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장관이다.

하지만

“역시 무리하고 있는 건 틀림없나 보군.”

가장 가운데 선 남자, 용생구자의 제 6석 리웨이는 차분히 안구에 내공을 실어 시력을 강화.

마술진 한가운데서 황금빛 창을 높은 든 예지를 응시하며 확신했다.

온몸에 남은 그을린 자국들.

가쁘게 그리고 거칠게 내리 쉬는 숨결.

폭포수처럼 흘리는 땀.

이 모든 정황이 증명한다.

성녀는 무리를 하고 있다고.

“대단하긴 하지만, 결국 저런 거지. 성녀 놀음이나 하고 앉았으니.”

리웨이의 옆에서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남자, 제8석 왕위.

그는 손에 쥔 창을 한바퀴 돌려 어깨에 걸치고는 성녀를 향해 비웃음을 쏟아냈다.

자신들을 노린 습격을 받고 살아남았으면 응당 대응을 하는 것이 정석.

비록 소국에 불과하더라도 한 나라의 대표 자리에 앉은 플레이어라면 자기 목숨의 무게를 알고 자리를 피했어야지.

오히려 그랬다면 자신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고, 저들은 훗날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을 터인데.

“위대한 인민이라면 이렇게 죽는 거야 나라를 위한 일임을 알고 겸허히 받아드릴 텐데 말이지.”

“소국이잖아. 나라가 작으니 한 명 한 명 귀하다고 배우며 자랐겠지.”

제7석 메이는 양손의 단검을 든 채 어깨를 으쓱거렸다.

대체 소국 따위에게 뭘 바라는 거냐는 듯이.

왕위는 확실히 그렇다면서 웃음을 터트렸지만, 리웨이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들을 만류했다.

“목숨을 중히 여기는 귀한 마음이지, 너무 그리 말하지 말게.”

순간 왕위와 메이는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저러냐 싶었지만, 금방 이유를 알아챘다.

뒤에 선 자들

이 나라, 한국에서 영입한 이들이 혀를 차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

아마, ‘미친 놈들의 뒤틀린 중화사상이 다 그렇지’ 정도로 욕하고 있지 않을까?

둘은 일단 리웨이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꼴에 대한 비웃음을 여전히 유지했다.

부활할 범죄 이력 때문에 신분 회복도 못하고

그렇다고 미국에서 받는 대우는 부족하다 여겨 이번 일의 참가와 중화로 귀화하는 길을 택했으면서 저런 꼴이라니.

그야말로 박쥐.

아니 박쥐조차 되지 못하는 반푼이 아닌가?

어찌 보면 이제 같은 편이니 배려하고 말에 신경을 써 주어야 할 것 같지만.

중국이란 나라 자체가 근본적으로 배신자에 대한 취급이 나쁘다.

그게 자신의 편이건 남의 편 이건 간에.

그러면서도 동시에 타국의 인재를 원해 배신을 종용하는 꼴이 내로남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훗, 그래요. 뭐, 이해해야죠.”

“어이~~ 미안해. 너무 그런 표정 짓지는 말라고.”

리웨이의 말에 뒤에 선 부하들에게 웃음을 보인 메이와 왕위였지만, 딱히 효과는 없어보였다.

뭐, 리웨이도 그 사실을 알지만, 일단 이만큼 너희를 배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연기니까.

본국으로 귀환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음......얼추 1백은 되는군. 이제 움직이지. 어차피 성녀는 건물을 내려놓을 수 없다.”

겨우 구한 목숨, 성녀는 놓을 수 없다.

지금 그 손을 놓는 건 스스로 죽이는 행위라고 여길 터이니.

그리고 내려놔도 딱히 상관없다.

그걸 대비한 이터널 유저도 있으니까.

오히려 힘빠진 성녀를 잡을 찬스라고 할 수 있지.

리웨이의 손짓과 함께 무리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내고 성스러운 빛이 지탱하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섰다.

* * *

무너지는 탑과 떠오른 부유물들은 마치 게임 속 탑을 연상케 한다.

바닥을 걷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부유물을 밟고 올라서는 길.

그래 봐야 장애물도 없는 코스에 지나지 않기에 이들은 빠르게 상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장애물은 없어도 탑의 상징.

문지기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X이 중에 상또X이 같은 새끼들.”

거환도를 바닥에 새운 체 그들을 맞이하는 청년.

적룡의 비늘을 두른 두정린갑

지휘관의 붉은 깃이 올려진 투구.

무엇보다 저 두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거환도에 새겨진 글귀.

일휘소탕 혈염산하

一??? 血?山?

한칼에 쓸어버리니 붉은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하여간 짱깨 새끼들. 예의는 밥 말아 먹었지.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먹을 걸로 장난이나 치고. 개념이 얼마나 나간 거여?”

“이게 누구신가? 판타지아의 최정상 충무공 아니신가?”

리웨이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철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떻게? 우리 선물은 괜찮게 받으셨나?”

“에휴~~~ 그게 선물이냐? 인성 수준하고는, 뭐 화끈하기는 했다.”

리웨이와 철수 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당장 무검사의 최정상 천마, 장 첸과 리웨이 자신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

하지만 지금의 그는 자신만만했다.

그 이유에는 수의 차이도 물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금 충무공의 상태에 있으니.

리웨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철수에게 말했다.

“확실히 화끈하기는 했나 보군.”

애써 가리고 있지만, 천하 십대에 이름을 올린 그에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입가에 옅게 남은 핏자국이 말하고 있으니까.

지금 충무공은 성녀보다도 더 무리를 하고 있다.

“아니지, 그대가 진천뢰의 폭발을 누른 건가?”

“오~~~ 니들 같은 개X끼라도 사람 노력 알아주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답례로 어떻게? 반갈죽 정도면 되려나?”

“허허, 그대가 얼마나 괴물인지 다시금 깨달았군.”

어쩐지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설마 단신으로 진천뢰를 누르다니.

거기에 그러고도 지금 자신들의 앞에서 몸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리웨이는 경외심 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

“생각이 바뀌었네.”

“뭐가?”

“사실 만신창이일 그대들을 제압하여 본국으로 이송하는 게 목적이었네만......”

무기를 고쳐잡는 리웨이.

그리고 그의 뒤에서 기세를 흩뿌리기 시작하는 무리들.

“죽여야겠어. 아무래도 그대에게는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될 거 같아서 말일세.”

진천뢰를 누르고도 홀로 설 수 있는 강자.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나마 이렇게 기습으로 터트려 최대한 방심하고 있을 때 피해를 주어서 저 정도.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같은 수에 두 번 당할리는 없으니 사실상 그를 죽일 마지막 찬스일 지도 모른다.

그런 리웨이와 부하들의 모습을 보며 철수는 애써 참아온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인성 터진 새끼들. 말하는 본새하고는, 왜? 내가 가진 용의 소재를 원했냐?”

“그렇지. 뭐, 성녀와 그대가 무엇이든 간에 하나씩 쥐고 있을 건 확실하니.”

“지X 염병하고는,”

“충무공, 인류를 생각한다면 용의 유산을 내려놓고 죽는 게 어떠한가? 그건 인류의 보물이자 무기. 다가올 전쟁에 반드시 필요해. 죽을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남기고 가는 게 인류를 위한 길 아니겠나?”

“니들한테 주는 게 인류를 위한 길이냐? 이딴 짓을 하는 놈들한테?”

“엄연히 인류지. 우리 중화가 인류야. 비록 그대는 납득하지 못할지라도. 그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기 아깝다는 건 사실 아닌가?”

“하~~~~미치겠네.”

철수는 바닥에 꽂힌 검을 뽑아내 바닥에 끌면서 그들의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변해가는 그의 표정과 눈빛

방금까지 보였던 웃음기는 일절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저들을 내려보며 경멸하는 차가운 시선만이 자리를 잡는다.

“뭘, 단단히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철수는 다시금 바닥에 검을 내리꽂았다.

그 순간

쾅─!! 쾅─!! 콰앙─!!

“이건?!!”

“물?”

그가 선 바닥을 포함 여기저기 부유물조차 가리지 않고 솟구치기 시작하는 물 줄기들.

수맥 따위 존재할 리가 없는 이곳에 나타나기 시작한 물들은 빠른 속도로 철수와 철수가 든 검을 주위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순간 당황이 깃든 리웨이의 눈이 철수를 응시하자, 철수는 그에게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왜? 뭔가 생각하던 거랑 다르냐?”

“이 능력.......해상전에서만 쓸 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 그렇지. 근데......”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하듯 회전하는 물줄기들은 어느새 용의 형상으로 변해간다.

12마리의 용의 형상으로

“그걸 믿었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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