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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27화 (27/116)

〈 27화 〉 술래잡기 (3)

* * *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아니나 다를까 아파트 단지는 상당한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야 당연하지

어제....는 아니네, 자정은 넘겼으니.

아무튼 새벽 시간에 일어났던 참극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났으니 보통 충격이 아닐 것이다.

파괴된 단지 내부는 물론이요 널브러진 시체까지

그러면서도 신기한 게 무슨 벽이라도 만들었던 건지 딱 원형 내부에 모든 현상이 응축되어 있는 듯한 모습.

기묘한 이야기에 나와도 부족함이 없다.

뭐, 우리 스켈레톤 킹, 카녹스님의 작품이지.

공간을 괴리시키는 최강의 방패.

사실 이렇게 무언가를 구속하기 위해 쓰는 건 처음이지만, 동시에 능력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용법 또한 이것이었다.

내가 너무 사람이 꼬인 거려나?

뭐,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후~~~ 시끌시끌하구만,”

평소에는 고요하기만 하던 단지가 이렇게 소란스러우니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흘렀다.

과거였다면 대서특필은 기본에 각종 방송사 뉴스가 하루 종일 시끄럽게 떠들며 인터넷에 뜨겁게 달굴 사건이다.

무려 23명의 사망자와 수십억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힌 것이니 당연하지.

이후 용의선상에 오른 난 조사 끝에 참혹한 사건의 범인으로 확정.

바로 경찰에 이송되고 머리에는 수건을 둘러 얼굴을 가린 채 몰려드는 기사들을 경찰 아저씨와 함께 뚫을 것이고.

이후 재판에서는 사형 확정.

오해를 하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형폐지국이 아닌,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다.

엄연히 제도 자체로는 사형은 남아 있는 것.

아무튼 그렇게 감옥에서 평생을 썩는 게 내 운명이었으리라.

다른 길로는 도망자의 삶을 고르는 것도 있겠지만.

“세상 말세다.”

정말 말세인 세상이다.

방금 전까지 상상하던 일이 일어나야 함이 옳은 것인데, 그럴 수가 없으니.

예지가 도와줘서 문제없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냥 정말 그럴 일이 없다는 것.

그나마 한국이라서 겉으로는 치안과 공권력이 유지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는 다르다.

경찰 따위로는 절대 제압할 수 없는 플레이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는데 무슨 수로 공권력을 유지한단 말인가.

결국, 경찰들은 플레이어 끼리의 다툼으로 사건을 종결짓고 적당히 묻어갈 것이다.

그리고 묻히는 게 꼭 거짓도 아닌 것이, 이런 일. 현재 발에 치이도록 널리고 널렸다.

뒷골목은 물론이요 밤거리에서 플레이어 사이의 전투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이제 뉴스 나올 자리조차 없는 일상.

전쟁이 가져온 혼란의 시기라는 거겠지.

그러나 다시금 말하지만, 그나마 한국이라서 이정도다.

타국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약육강식의 정글이 펼쳐지고 있으니까.

아예 중국은 그걸 신분이란 제도으로 공인해버렸고.

“씁, 이런 상황에 돈이 무슨 소용이냐고.”

난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었다.

봐라.

경찰 조사는 새벽부터 진행되었기에 벌써 10시간 넘게 지났지만, 아침 뉴스는 깔끔 그 자체.

이번 일에 대한 언급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괜히 확인했다 생각하며 다시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키놈들......”

샤오린? 용생구자?

관심도 없다.

복수에 칼을 갈고 다시 찾아온다면 한 번 주었던 기회를 거둘 뿐.

정치적으로 압박한다고 해도 난 애초부터 그 분야에서는 무관한 이.

압박당할 껀덕지 자체가 없다.

언론 플레이로 시끄럽게 떠들 수도 있겠지만, 이하동문,

내 집 앞에서 뭐라 뭐라 떠들면 카녹스의 대검과 플루라의 철퇴 앞에서도 똑같이 지껄일 수 있냐 되물으면 그만이니까.

아니면 뭐?

정말로 중국의 플레이어 대군을 몰고 오면 어쩌냐고?

풋! 유리가 좋아하겠네. 한참 벼르고 있는 중이니. 성대한 모선의 포격으로 환영해 줄 것이다.

오히려 내 관심사는 카녹스가 발견한 그 미국인들에게 있었다.

“애단, 미쉘이라고 그랬나? 하여간 그놈들도 다 거기서 거기야.”

나름 미국은 예의를 지키며 싸움 건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멍청했다.

우리가 마정석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조절하고 있을 줄이야.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네.

“머리를 쓰기는 썼네. 확실히 진짜 좋은 방법이기는 해.”

미국의 목적은 인재 영입 및 한국의 전력을 흡수하는 것.

예지는 몰라도 난 악의가 있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기에 비난할 뜻은 없다.

자국의 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몰라도 결국 그게 경쟁이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작전을 보았을 때 난 상당히 잘 설계된 작전이라고 느꼈다.

미국이 한국에게 바라는 건 2가지, 플레이어, 그리고 전쟁의 부산물,

이상적으로 양쪽 모두 미국의 압도적 자본으로 흡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건 아니지.

아무리 정부에 힘을 가하고 있다고 해도 그걸 다 주는 건 목숨줄을 내어주는 행위.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그걸 허락할 정도는 아니다.

말이 매국노, 매국노 하지.

매국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기에 부산물이 국고로 환수되는 건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

한국과 미국이 우호 관계에 있고, 미국의 영향력이 있으니 가장 많이 가져가겠지만, 결국 그 마저도 일부일 뿐, 한국이 대부분을 쥘 터이고, 또 나머지는 전 세계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뿌리겠지.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가도 문제다.

힘이 지배하는 세상,

새로운 기술, 마술을 익히는 건 먼 일이고, 당장 가까운 것이 손에 쥔 무구이니 각자의 힘을 위해 쓰고 말지, 팔리는 없으니까.

이러나저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지.

그렇기에 이런 수단을 고른 것이다.

정부와 우리 연합 사이를 적절히 조율해서 부산물이 국고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처분될 수도 없는 상황을 조성.

시간을 끄는 사이 부산물을 쥐고 있을 플레이어를 통째로 삼킨다.

어차피 플레이어의 영입도 목적이니 일석이조인 셈.

한국 정부에서 맹렬한 항의를 하겠지만, 이미 배는 지나갔으니.

결국에는 늘상 하던 것처럼 적절한 양보를 보이며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겠지만, 결국 가장 큰 이익은 미국이 쥐는 그림이 될 것이다.

“외교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난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생각했는지 몰라도 짱구를 제법 굴렸어.

외통수의 성격도 가진다.

한국과 미국은 엄연히 동맹.

계획을 안다고 해도 이런 걸로 선빵을 칠 수는 없잖아?

엄연히 영입 과정의 일환이니까.

정치적 압박이나 그런 건 다른 나라도 다 하는 거고, 정치인이 잘할 문제지.

거기에 이미 예지가 용왕급의 마정석을 담당했음을 파악했고. 내가 혼천석을 가진 것도 이번 기회에 알았지.

나머지도 금방 찾아낼 것이다.

어차피 영입리스트에 전원 존재할 터이니 더더욱 공격적으로 영입을 시도할 것이고, 안 되면 저번 예지에게 들었는 것과 같이 다른 방식을 도모해 어떻게든 우리를 손에 넣으려 하겠지.

“뭐 어디까지나 ‘명분이 없다면’ 이지만.”

애단 그 인간이 뭐라고 했지?

설득하면 그만?

정중한 사과와 대가로 안 되는 건 없다?

그럴 거면 들키지나 말 것이지. 왜 들키고 난리야.

중국 측에 정보를 풀어 나와 그들을 투기장의 투견 취급하다니.....

알아서 때릴 명분을 만들어 준 상황이지.

─똑 똑 똑

“와~~어제 일 벌이고 바로 찾아오냐?”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은 잔뜩 찌푸렸다.

아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당장 일 벌이고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렇게 바로 찾아와?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유분수지

“어디 그 애국심이란 놈 잘 살아 있나 확인 좀 해보자.”

전에 보니 나라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리도 아깝지 않다고 하던데, 뒤지도록 쳐맞을 때도 같은 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주리라.

가볍게 손목부터 시작해서 어깨와 목을 풀며 현관 앞으로 나간 난 주먹을 움켜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정의의 철권으로 뒤져라!!”

─콰앙!!

거침없는 두 바퀴 회전 돌려차기

우그러지는 현관문이 하늘로 비상한다.

수리비?

show me the 한예지's money 썼어.

내 오늘 기필코 어제 일을 빌미로 저들에게 응분을 가해 대한민국을 구하리라.

응? 그런데 저번부터 왜 철권이면서 발차기냐고?

하......뭘 모르네.

정의는 원래 양면성을 지니는 거야.

주먹이 발일 수 있고, 발이 주먹일 수 있지.

저기 TV보면 사랑과 정의를 외치면서 육중한 철퇴를 드는 사람들도 많잖아.

그런 거지.

개소리 아니냐고?

그럴지도?()

하지만 그 순간

“응? 저건.....”

ㄱ자로 꺾인 현관문과 함께 비상하는 인물을 바라보는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녹스가 보았던 양키가 아니다.

금발.....그것도 상당히 익숙한 금발의 소녀.

그리고 돌아본 옆에서는 소녀를 향해 경악하는 익숙한 친우의 모습.

이 두 가지를 종합한 난 깨달았다.

“X됐다.”

* * *

“히흑! 흑! 리...릴리가 나.....나 때렸.......흐흑...”

흐느끼는 금발의 소녀, 유리와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날 노려보는 성환이.

그런 그들의 앞에서 난 석고대죄의 마음으로 정좌를 취한 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설마 딱 그 타이밍에 얘들이 찾아오는 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이런 아싸 집에 아무도 안 온다고!!

나 친구 없단 말이야!!

부모님은 주말에나 오시고.

당연히 어제 카녹스가 봤다던 양키들인 줄 알았지......

그러나 결국 이 모두 뒤늦고, 쓸모없는 변명일 뿐.

성환은 그늘이 진 얼굴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아무리 너라도 내 아내를 때린 건 용서할 수 없다. 무기를 들어라”

그래도 무방비한 친구를 때릴 수 없다는 듯 성환은 내게 무기를 들라고 말했지만, 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럴 수는 없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무기 안 들어도 너 지잖아.”

“..........”

“여기서 내가 무기 들면 너 어떡하라고. 여친 앞에서 패배 플레그 세우면 나중에 그거 NTR 플레그로 이어지는데 내가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냐”

여자친구 앞에서 패배한 근육질 금발 태닝 양아치에게 패배한 남자.

그리고 용서를 구하는 여친

이후 이어지는 NTR 스토리는 이제 교과서 같은 정석이지.

내가 근육질 금방 태닝 양아치가 아니니, 다를 수도 있지만, 요즘은 백합 장르도 잘 나간다고 하니까.

“야 이─!!”

“아.....안 돼!! 성환아!!”

이마에 십자 주름이 잔뜩 돋아난 성환이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 기세를 보였지만, 이를 유리가 달려와 허리를 잡고 저지했다.

그리고는 잔혹한 팩트 폭력.

“실제로 지잖아!!”

“크억!!”

“나 NTR 당하기 싫어!!”

“크어어억!!!”

친구 집에 찾아온 유리는 남친의 정조가 아닌 자신의 정조를 걱정했다고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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