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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26화 (26/116)

〈 26화 〉 술래잡기 (2)

* * *

미국 중앙 정보국 CIA 소속, 애단 윌리엄.

한국 플레이어 헤드헌팅 에이전트, 미쉘 라이트

한국의 정보 조사와 플레이어 선점을 위해 파견된 두 사람은 렌즈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넋을 놓고 말았다.

─쾅아아앙!!!

부딪치는 검과 도끼

그러나 결과물은 도저히 한낱 냉병기 따위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나무는 무기가 일으키는 충격을 버티지 못해 뿌리 체로 뽑혀 갔으며.

주민들이 사용하기 위해 마련된 벤치,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는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다.

그나마 저 거대한 스켈레톤이 등에 매고 있던 방패를 바닥에 내려찍으면서 결계를 생성해 파괴의 여파를 막고 있는 거지.

아니었다면 이미 아파트 단지 전체가 갈려 나갔으리라.

─쾅!! 쾅!! 콰아앙!!!

치열한 접점을 일으키는 두 존재를 바라보며 애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옆에 있는 미쉘을 향해 물었다.

“보이나? 난 레벨이 낮아서 전혀 보이지 않네만.”

“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잔상은 좀 보이는군요.”

애단에 말에 답한 미쉘은 스스로 답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나름 자신도 1000lv에 도달한 상위 플레이어인데, 저 둘은 대체......

공방을 바라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극한의 속도.

그러면서도 저런 파괴력.

정녕 이게 같은 플레이어란 말인가?

‘나름 이 나라에 오면서 눈이 높아졌다 생각했는데.......’

격이 다르다.

그것도 너무나.

만에 하나라도 자신이 저 공방에 끼어든다면 죽음을 자각하기도 전에 사정없이 찢겨 나가겠지.

애단은 그런 미쉘의 마음을 읽었는지 침음을 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용생구자(??九子), 아니 무검산 플레이어의 전력을 다시 측정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사실 미국은 플레이어에게 우선 순위를 부여했었다.

최고는 이터널.

그다음이 판타지아.

마지막 최하위가 무검산

물론 상위 플레이어라면 최고의 대우를 아끼지 않았지만, 내심 그 안에 차별을 두고 있었던 게 사실.

그야 워싱턴 전선을 유지하며 아멜리아가 이끄는 노아의 방주들의 위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아멜리아는 그래 봐야 크리스 리암이 대정령을 막아주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 스스로를 낮췄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녀와 노아의 길드원이야 말로 진정한 구세주였으니까.

내심 중국계 거주구에서 발생한 무검산 플레이어의 범죄가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제외해도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라 자신했었는데....

─콰아아아아!!!!

서로 부딪쳐 튕가 나가는 검과 도끼가 사방을 초토화 시키고 있으니, 아무래도 생각에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샤오린, 무검산 천하 십대 고수”

애단에 입에서 나온 저 붉은 장포의 여인의 정체

현 당권이 바뀐 중화인민공화국의 실권자 장 첸이 이끄는 최강 무력 부대, 용생구자(??九子)의 제 4석에 위치한 무검산 랭킹 5위의 고수.

전형적인 쾌검에 암검을 녹여낸, 지금은 검림에 흡수된 전 살막(??)의 수장이다.

“중국의 전력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그것도 그렇습니다만......전 오히려 저 소환수 쪽이 더.”

샤오린이 괴물인 거야 당연하다.

랭킹부터 신분까지 전부 스스로 괴물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

그럼 그 샤오린과 저렇게 싸우는 검은 여기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아무래도 정보가 사실인 듯합니다.”

“그런 거 같군. 당연히 허위 정보라 판단했었는데, 저런 규격 외가 존재할 줄이야. 시험해보길 잘했어.”

애단과 미쉘은 한국에서 활동을 벌이면서 랭커들에게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어느 마녀에 관한 이야기를.

용살의 마녀.

북부 전선의 지휘관.

최강의 소환사라며 회자되고 있던 소녀의 존재를.

“처음에는 시간 벌이용 더미 데이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저런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이 나라에 있었다니. 정말 축복받은 나라가 아닐 수 없군,”

솔직히 누가 믿겠는가?

랭커에 이름도 없고, 존재 기록 자체가 없었는데.

당연히 인재 쟁탈전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미끼라 판단하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걸 왠 걸?

성녀가 의도적으로 그 존재의 기록을 지웠다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당연히 모든 조사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서 마녀의 존재를 찾았고, 결국 이렇게 릴리 아스트레아스에게까지 도달했다.

“아무리 봐도 닉네임인데.”

“모종의 이유로 신분 세탁이 필요했거나, 본인의 취향이겠지. 어느쪽이던 성녀와의 커넥션이 강한 인물이지. 뭐, 저런 전투력이라면 당연한 건가?”

소환수 하나로 샤오린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왜 뒤에 서 있는 거구의 스켈레톤이 움직이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스켈레톤의 위용을 보면 도저히 샤오린을 상대하는 여기사보다 약할 거 같지는 않다.

최소 동격

혹은 그 이상.

즉, 지금 샤오린을 상대로 봐주고 있는 것일 뿐, 언제든지 승부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애단은 방금 집으로 사라진 릴리의 존재에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최우선 영입 대상을 변경하지.”

한국에 있기 너무나 아까운 인재.

미국의 시민이 되어 영광스러운 인류의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인재가 틀림없다.

하지만 동시에 미쉘은 무언가 불안한지 조심스럽게 애단을 향해 물었다.

“저.....이래도 괜찮은 거 맞습니까? 여차하면 적이 될 수도 있는 방식인데.”

“문제없네, 미쉘 에이전트, 어차피 일어날 일어었어.”

샤오린에게 북부 전선의 지휘자인 그녀의 존재를 흘린 게 정녕 옳은 일이였냐는 물음.

애단은 상관없다는 투로 답했다.

말 그대로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으니까.

중국이 미국보다는 못해도 나름의 강력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

늦기는 해도 결국 릴리의 존재에 도달하기는 했을 터.

이 싸움은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자신들은 그저 사소한 목적을 위해 그 시기를 살짝 조정한 것뿐.

덕분에 이렇게 릴리라는 존재의 진정한 힘을 견식할 수 있었고, 저들의 대화를 통해 릴리가 현재 한국의 부산물 중 혼천석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제주도의 부산물뿐.

성녀가 용왕급의 마정석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나머지 용왕급의 소재

그 아래 급의 마정석과 소재를 가진 자들만 찾아내 설득하면 한국이 이번 전쟁에서 얻은 모든 걸 미국이 가져갈 수 있다.

“한국 정부를 적당히 자극한 게 신의 한수였지.”

“덕분에 아직 처분하지도 못하고, 국고로 회수되지도 못한 채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그야 당연하겠지. 그만한 가치를 가진 걸 맡길 정도의 신뢰가 쌓인 자들일 테니까. 하지만 결국 할 수 있다. 우린 미합중국이니까.”

저 릴리라는 소녀도 자신이 있다.

자신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에 분명 화를 내겠지.

불쾌감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정중한 사과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면 될 뿐인 이야기.

상대의 자존심과 이익을 모두 세워준다.

어느 누가 여기에 계속 거부감을 표하겠는가?

계속 거부한다면 사과가 정중하지 못했거나 보상이 부족한 경우 이 두 가지 경우겠지.

“여차하면 내 자리도 내놓을 수 있네. 저런 영웅에게 무례를 범했으니 응당 그래도 상관없어. 그렇게 하여 저 소녀가 미국의 영웅이 되어줄 수만 있다면.”

주먹을 움켜쥐며 말하는 애단의 모습에 미쉘은 작은 한숨을 쉬고 다시금 전투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세 결판이 난 모양.

하긴 쾌검수들은 한순간에 승부가 갈리니까.

배에 큰 상처를 움켜쥐고 있는 샤오린과 이를 무심한 듯 바라보는 죽음의 여기사.

‘결국 이겨버렸구나. 저 스켈레톤은 참전도 안 하고.’

애단은 기뻐하는 듯 한데, 미쉘은 이상하게 묘한 불안감에 계속해서 목덜미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눈이 가는 저 스켈레톤.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만약 렌즈 너머로 푸른 안광이 향하는 곳을 알 수 있었다면 미쉘은 그 답을 알았을 것이다.

* * *

“크으으........”

검을 지지대 삼아 어떻게든 자리에서 버티려는 샤오린.

복부에서는 손 틈 사이로 끊임없이 피가 새어 나오고 중.

그리고 그런 그녀를 푸른 안광으로 바라보는 두 존재, 카녹스와 플루라.

승부는 이미 났다.

결판을 가른 건 재생력과 그로 인한 샤오린의 초조함.

자신의 몸에는 여기저기 도끼 자국과 둔기에 얻어맞은 욱신거림이 싸여가는데 상대는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검은 마력에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있으니 도리가 없었다.

결국, 급한 마음에 결정타를 노리려 했고, 보기 좋게 카운터를 먹어 이런 꼬라지.

샤오린은 분통함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저 거구의 스켈레톤이 지키는 뒤를 바라보았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습니까? 우리 검림의 힘이, 중화의 힘이 이정도라고 생각해요?”

자신보다 강한 이도 있고

장 첸도 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무수한 중화의 플레이어들이 있다.

이딴 소국 내려와서 밀어버리면 그만.

감히 너희 따위가 거대한 물결에 저항할 수 있겠냔 말이다.

─털썩!

결국, 검을 놓치고 바닥에 주저앉고만 샤오린은 흐릿해지는 시야로 주변의 널브러진 부하들을 훑어보았다.

자신을 포함 46인 중 딱 23명만 사망, 나머지는 생존은 확실하지만, 여기저기 말이 아닌 모습.

샤오린은 다시금 분노가 들끓었다.

“감히......”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카녹스가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서?

자신이 어렵사리 플루라를 막아섰기 때문에?

아니다.

답은 단순

소환수란 소환주의 의지를 행하는 자.

그리고 소환주인 릴리는 떠나기 전 이렇게 말했다.

‘반 죽이고, 반만 죽여라’ 라고.

46명 중 반인 23명을 죽여 ‘반 죽이고’를 행한 것이고.

나머지 이들을 이렇게 빈사 직전으로 몰아붙였기에 ‘반만 죽여라’의 의무가 끝난 것이다.

마치 너희는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양.

“혼돈의 유산은 응당 우리 중화의 물건. 우리는 오늘의 수모를 잊지 않습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헐렁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 삼색 줄무늬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온 난 아파트 난간에 팔을 걸쳐 턱을 괴고는 샤오린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야, 혼돈이 니들 꺼면 왜 우리한테 보내고 지랄인데?”

“전 당권의 실수였을 뿐. 그에 대한 피해는 보상할 수 있으나 혼돈은 엄연히 우리의 것입니다. 거기에 이 나라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을 터. 아닙니까?”

“아닙니까? 아~~닙~~니~~까? 이X이 돌았나. 야, 입을 삐뚤어 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피해를 막은 거지, 어떻게 피해가 없는 거냐?”

“별반 다르지 않을텐데요? 저희가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합니까?”

저게 말이냐 방구냐?

하도 어이가 없어 골이 다 땡기네.

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골치 아프다는 듯 그녀를 향해 물었다.

“아니, 뭐 한국 정부랑 이야기는 돼서 온 거야?”

혹시 그러면 좀 미안하고.

아니 미안할 건 없나?

칼빵 먼저 꺼낸 건 쟤들이니까.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가관이었다.

“응당 당연한 일에 대화는 불요. 저희 물건을 저희가 가져가는데 소국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죠.”

“아......내가 사람이랑 대화를 하는 거냐? 아니면 코미디언이랑 대화를 하는 거냐?”

이쯤 되니까 나도 그 중화사상이란 거 배워보고 싶네.

대체 무슨 교육을 어떻게 하면 저딴 사고방식이 튀어나올 수 있는 거지?

거의 북한에서 배워야 하는 수준 아니냐?

결국 난 두 손 두 발 다 들고 대화를 포기했다.

“꺼져, 너 죽이면 겁나게 귀찮을 거 같아서 보내주는데 다시는 오지 마, 혼천석 받고 싶으면 예지랑 정부 둘 다 설득해서 오라고. 서류 들고!! 공손한 마음가짐으로!! 시간 약속 미리 잡아서!! 방문 선물 들고!! 와. 하나라도 안 지키면 아까 니들 말처럼 개당 팔다리 하나씩 잘라버릴 테니까.”

얼추 민준이 급은 돼 보이고, 거기에 아까 멀리서 소곤거리던 양키들 대화 들어보면 쟤도 천하 십대 고수라는 말이겠지.

딴 놈들이야 저 정도도 안 하면 날 호구로 볼 테니,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지만, 십대 고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저렇게 보여도 결국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의 기둥 중 하나, 죽여버리면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닐 테니까.

뒤돌아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에서 샤오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이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합니까?!! 우리의 보복이 두렵─”

“하세요. 대신 이자는 넉넉히 쳐서 갚아드릴 터이니, 얼마든지 하세요.”

그게 두려웠으면 내가 이짓을 했겠니?

난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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