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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냥이 키운 마녀님-23화 (23/116)

〈 23화 〉 인재를 찾아 동방의 나라로 (3)

* * *

과연 역시 충격적인 소식이었기 때문일까.

수심이 가득해진 내 얼굴을 보며 예지는 작은 미소로 말했다.

“그렇게 걱정해주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예상하던 일이니까.”

“아니, 너 말고 우리 부모님 걱정하는 건데?”

“..........빈말로라도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아니, 내가 널 왜 걱정해?

넌 망해도 3대는 걱정 없는 재벌, 우리는 소시민.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예지는 그런 내 반응에 고개를 돌려 삐죽 입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예상한 거랑 힘들지 않은 거랑은 다르거든요?”

“뭐, 농담이야. 자세히 들어볼까?”

허리에 손을 올리며 피식 웃는 나와 그런 날 보며 한숨을 내쉬는 예지.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던 태블릿을 넘겨받은 후, 그것으로 작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현재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요?”

“마술이랑 이터널 측 기술로 신기술 계발 중이란 거랑, 또 연합이랑 정부랑 알력 다툼 중인 거? 엄마한테 들었는데 우리가 제주도에서 얻은 부산물 가지고 아직까지 시비라매?”

“아예, 귀를 닫고 사는 건 아니네요. 오늘을 주로 후자에 관한 이야기가 될 거에요. 물론 전자에 관한 것도 없지는 않지만.”

완전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는지 예지는 적당히 화면을 넘겨 현재 한국의 플레이어 현황에 관한 그래프를 꺼내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당신도 알 거예요. 우린 전쟁에서 이긴 게 아니라는 거.”

“그렇지. 특히 다른 나라들을 말이 아니었으니까. 러시아는 국토의 9할이 밀렸다고 하니까.”

“9할 중 8할이 시베리아이니.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영토 절반이 밀렸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에요.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피를 봤어요.”

강대한 힘으로 똘똘 뭉쳤던 연합도 이런저런 변명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제주도를 탈환하지 못했다.

물론 한국에서 제주도를 뺀 모든 지역을 지킨 것만으로 위대한 업적이지만, 그래 봐야 한국은 지구상에 작은 나라중 하나일 뿐.

막대한 국토를 가진 국가들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렸지.

당장 다 필요 없이 미국이 뉴욕 전부를 내주고도 모자라 워싱턴까지 빼앗길 뻔했다.

더 말이 필요한가?

“수도를 지킨 나라가 절반이 안 된다고 하니까.”

“지켰어도 셀 수 없는 많은 피를 흘렸죠.”

아직도 추모비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계속했다면 필시 패배.

만에 하나 내가 무적이라고 쳐도 그건 공멸이라는 결과를 부를 뿐, 승리라는 결과를 부를 수 없다.

“과연 이런 전쟁을 겪은 타국들은 무엇을 떠올렸을까요?”

지금 예지가 보여주는 그래프가 그 모든 걸 설명한다.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한 한국의 플레이어 수.

이탈률은 벌써 2할이 넘어가는 중이다.

어두운 그늘이 진 예지는 분함을 삼키듯 눈을 감으며 말했다.

“인재 약탈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돈, 권력, 여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 세계의 플레이어를 한곳에 집결시킨다는, 저번 정상회담에서 무산되었던 인류 최후의 보루 프로젝트.

사실상 자신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놀랍게도 이를 실제로 증명해버리고 말았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그 이론을 증명하고 말았다.

“현재 발표된 전 세계의 사망률은 22.89%. 실제로는 더 높을 거예요.”

한참 더 높을 것이다.

VR기기의 보급률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의 놀이, 발전국의 사치품의 선에 있었다,

아직 보급률이 3할이 안 되는 나라는 넘치고 넘쳤었지.

그런 국가들은 사실상 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는데, 인류의 사망률이 고작 2할이 조금 넘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마, 4할이 넘을 거란 게 예지의 추측이다.

“그럼 저희는 어떨까요?”

한국의 사망률.

타국의 막대기와는 격을 달리할 정도로 낮은, 막대기라 부를 수조차 없는 밑동이가 한국의 그래프에 있으니

그 수치 겨우 5.6%

하물며 이 수치는 몬스터들에게 죽은 사람들의 수에 종말론으로 판을 치는 각종 범죄자들의 피해까지 모두 합한 수치다.

“전 세계에서 수억도 아니고 수십억이 죽어가는 와중에 한국만이 재앙을 피해갔어요. 그리고 다음 전쟁은 사실상 예고된 것과 다름없죠. 자, 과연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물불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거네.”

“네.”

하지만 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걸 우리 나라 정부가 모를 정도로 무능하다고?”

아무리 무능하다, 한심하다 말해도 그들은 정치인이라는 엘리트이며, 동시에 자기 목숨을 소중히 하는 인간.

이 상태로 다음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터.

예지도 확실히 그 부분은 동의했지만, 솔직히 이미 틀렸다는 반응이다.

“여러 이유가 있죠. 우선 첫 번째. 피해가 적은 게 독이었어요. 저들은 침략자의 무서움 몰라요. 아무리........아무리 말해도”

당시 국회 의사당을 방문했을 때, 예지는 수많은 정부 인사들 앞에서 준비한 자료를 기반으로 목놓아 성토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다음 전쟁이 올 것이다.

연합을 유지하는 것으로 모자라 더더욱 공격적으로 플레이어를 모아야 한다.

마력, 내공, 에테르의 기술을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그 힘으로 우리나라를, 더 나아가 인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의하기는 해요. 하지만”

“적극적이지 않는다?”

“네......... 아마 두 번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 이유.

너무 큰 이익이 나타나 버렸다.

“아까 처음 말 하셨던 마정석. 그게 문제에요.”

마정석 뿐만이 아니다.

연합이 그렇게 피 터지게 싸워가며 쌓은 용의 시체들.

이번에도 예지는 화면을 넘겨 한 자료를 꺼냈는데, 이건 아무래도 직접 보라는 건지 태블릿을 내게 건넸다.

그렇게 그녀에게 태블릿을 건네받은 내가 본 화면에는 한 논문이 실려있었는데 난 그걸 보고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 진짜 이쯤 되면 판타지 소설이 예언서다.”

[고위 화염 마술과 마술진, 그로 인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

복잡할 것도 없이 마정석을 원료로한 새로운 발전기를 뜻한다.

논문에서는 상당히 가능성 높다라는 걸 강조하며, 실험에 의한 이론으로 2급 마정석 하나로 원전을 우라늄을 대신해 원전을 한달 내내 가동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2급은 벌써 미국이 마정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마술진을 활용한 마나 물리저항력을 뚫는 새로운 병기의 계발 및 제작 계열 플레이어들이 만드는 장비의 우수성과 그에 필요한 재료와 마정석 등등.

무수한 이론와 가설들이 마정석과 마나 전도율이 높은 물질의 필요성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용이겠지?”

“그렇죠.”

“하! 게임이랑 소설에 너무 많이 나오는 단골 소재라서 이제는 식상할 수준이야.”

“푸훗! 하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로 마치 현실을 자조하듯 우리는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하긴 용은 판타지의 단골 소재이며 빠지지 않는 필수 아이템이니까.

용의 심장은 드래곤 하트

여기 미국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 1급에서 특급, 하물며 유색 고룡 이상은 어느 수준인지 가늠이 가지도 않는다.

용의 비늘을 그야말로 최고의 소재.

아무런 가공을 거치지 않는 비늘의 마나 전도율이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할 레벨이니 가공 후가 두려워지며,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고대 급부터는 필수라.......”

“뿔과 어금니는 신화급에서도 필요한 재료에요. 물론 허접한 놈이 아니라 유색 고룡, 혹은 그 이상인 용왕급의 것으로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것들도 많이 가지고 있지.”

제주 전투는 총 4번 치러졌다.

초전에 내가 참가하고 용제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가 가장 격렬했고, 그다음부터는 서로 기세가 죽었지만, 기억하기로는 1차전에서 우리가 사냥한 용왕급은 총 16체

2차전에서는 5체

3차전에서는 3체

4차전에서는 4체

총합 28마리의 용왕을 우리는 사냥했다.

저놈들도 바보가 아닌지라 모든 시체를 온전히 취하지는 못했기에 수확은 대략 절반인 15마리 수준이지만, 이만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양.

당장 용왕을 1대1로 상대할 수 있는 건 한국에도 여기 예지, 우리 아버지, 철수, 성환 그리고 나 밖에 없다.

유리도 모선을 사용해 쓰러트린 적이 있었지만, 엄청난 소모전을 강요받은 터라 그 전장이 더더욱 흔들렸었다.

내 소환수조차 북부처럼 나와 떨어져서는 힘든 레벨.

난 자못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잡고 예를 향해 물었다.

“어느 정도 양이야?”

“신화는 고유 무장의 영역이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 꼭 옳지는 않지만, 대략 4명 정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화로 도배할 수 있어요. 그 아래 고대급으로 수준을 떨어뜨리면 한 참 더 많겠죠?”

“풀 고대급이면 이런저런 거 다 빼고, 스펙으로는 충분히 랭커 중하위권에는 들지?”

“당연하죠. 한 220위에서 240위 정도일 듯하네요.”

“거기에 급이 낮은 것들까지 합하면........미쳤네. 아니 이정도면 특급 군사 물자잖아? 대가리에 뭐가 들었으면?!!”

“알력이 들어오는 거죠. 미국에서 가만히 있을 거 같아요?”

예지는 짜증 난다는 듯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뇌물 수수는 기본 중에 기본,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 다 헐어질 정도로 털어내서 협박에 회유. 거듭해서 말하고 있잖아요. 저들은 지금 완전히 눈이 돌아갔어요.”

당연히 정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인사들을 노리는 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용의 소재와 마정석을 얻기 위함일 뿐, 지정한 주체는 플레이어니까.

아무리 마정성이 많고 용의 재료가 있어도 여기 예지처럼 특수 직업, 수많은 시간 동안 쌓아온 스킬과 조합을 따라올 수는 없으니까.

전에 말했다시피, VR에서의 재능은 지금에 따라왔다.

거기에.

“전장으로 강해진 우리들도 있으니까. 지금 레벨 몇이야?”

“4700lv까지 올랐어요. 사냥이라기보다는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오르는 느낌이에요.”

“나도 그래, 흑마술이라 혈마술 최고 레벨 찍으니까. 300lv정도 올랐거든.”

“그래서 몇?”

“노 코멘트.”

“난 방금 말했는데......치! 그래도 질리네요. 그 수준에 레벨이 300lv이나 오르다니. 보면서 느끼기는 했지만, 그 혈마술, 마술의 격이 달라요.”

당연하지만 레벨을 오르면 오를 수록 올리기 힘들다.

그럼에요 마술 2개의 숙련도를 올린 것만으로 300lv

흑마술이야 나름 귀하기는 해도 드물지는 않은 것지만, 저 혈마술은 아무래도 보통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예지의 추측이다.

그러나 오히려 난 다른 곳에 놀랐었다.

‘상태창’

이름 : 릴리 아스트레아스(강시혁)

국적 : 아리아스타 하트, 대한민국

길드 : 연합(임시)

레벨 : 7824lv

종족 : 초?마녀

직업 : [네메시스] [영혈의 지배자] [타나토스] [트리니티]

└인벤토리

└소환수

└스킬

레벨 부분은 한 번 더 패치가 있었는데, 결국 모든 게 사라지고 진 레벨만이 남았다.

여기에는 고유 무장에 강함을 포함하고 있기에 정말 내 진짜 강함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 아닌 이들은 +로 표시된다고.

그외에 부분에서는 레벨이 오르고 직업 이름이 변한 정도.

직업이 변했을 때도 레벨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소량이었고, 강해졌다기 보다는 다양해지고 편해진 느낌이다.

문제는 바로 스킬에 있으니

스킬 리스트

[사이드 마스터리] Max

[사이드 부스트] Max

[소환수 강화] Max

[뇌전마술] Max

[빙결마술]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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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술] Max

[혈마술] Max

[융합마술] 3lv

이미 레벨이 비정상적이었던 난 장비 빨을 그렇게 많이 받지 못했는데,

사냥으로 1000lv을 맞춘 후 장비로는 약 500이 올라 7000lv이 되었었다.

남들이 보면 겨우 500이냐 할 수 있는데, 오해하지 말자.

1lv에서 500lv이 아니라 6500lv에서 7000lv이다.

신화급 중에서도 내 장비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반증이지.

아무튼 문제는 이게 아니지.

다음

약 7000에서 800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를 올려버린 주범이 누군인가?

흑마술은 의미 없었다.

금방 맥스 숙련치를 찍어버렸고 사실상 레벨은 오르지도 않았으니까.

혈마술이 아까 말한 것처럼 약 300lv을 올린 거지.

이것도 놀라울 일이지만,

‘넌 뭐니?’

[융합 마술]

겨우 2 올랐다.

최고 숙련도는 마술마다 달라서 모르는데, 최소 10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그런데 겨우 2 올랐는데, 레벨을 500이나 더 올려버리고 새로운 직업인 트리니티를 뚫어버린 이건 대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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