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3주간의 역사 (完)
* * *
삐!
자~~~영상은 여기까지!
감상평은 어떠신가?
개판이라고?
뭐, 그래도 재밌지 않아?
이런 말이 있잖아.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결국, 삶, 인생, 인간 사이의 모든 일이란 전부 한 편의 극이란 소리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극.
회의 뒤에 이어진 내용은 별거 없어.
세계의 3분지 1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집결한 우리나라가 대놓고 불참을 선언해 버렸는데 다른 나라라고 별수 있을까.
그나마 남은 플레이어들이라도 모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잠깐 돌기는 했는데, 결국 흐지부지되고 회의는 파투났지.
사실 이미 집결지가 될 가능성이 없는 나라들 사이에서 최강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있는 한국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거든.
결코, 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는 유력 후보님들께서 그걸 용납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고 막상 반박하기도 힘들고.
어쩔 수 없는 거지.
사실 어느 나라도 자국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고를 생각이 없었을 테니 예정된 결말일 수도 있겠네.
회의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하자면, 우선 가장 시작 지점인 나랑 가족이 만난 후부터 이야기해야겠지?
일단 국토 내부를 그토록 빠르게 안정화 시킨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 존재하지 않았어.
전체적인 플레이어의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의 밀도 그리고 적극성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지.
한국의 인구는 약 5000만
전 세계 인구수로 따지면 195개의 국가 중에서 28위 위치하는 나라야.
제법 상위권인 것 같지만, 백분율로 따지면 겨우 0.66% 정도에 불과한데. 그에 비해 국토 면적은 약 100,000km2, 전 세계에서 107위에 있어.
웃기지 않아?
28위의 인구수가 면적은 겨우 107위인 나라에 있는 모습이.
살짝 추가 정보를 덧붙이자면 북한의 면적을 포함해 나라 면적이 2배가 넘게 늘어나도 83위에 불과해.
우리가 얼마나 인구 밀도가 높은지 조금은 실감했으려나?
물론 인구 밀도는 각 주요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니 이렇게 단순하게 비교하는 건 좀 문제가 있겠지만, 결코 인구에 비해 나라가 크다고 할 수는 없고 또 절대적인 수치로 봐도 인구나 국토가 큰 축에 드는 건 아니지.
좀 속상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 인도, 미국 등의 나라와 면적과 머릿수에서 비교하면 우리가 소국인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상위 플레이어 수는 그냥 미쳐버린 수준.
여러 번 작중에서 강조했듯, 탑랭커라고 불리는 300위 권 내의 플레이어의 3분의 1이 우리나라에 전부 집중되어 있어.
이런 미친 전투력에 극소수 몇몇을 제외하고 전부 뒤도 보지 않고 일단 나라와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며 밖으로 나와 칼을 뽑고 달려드니 초반은 그야말로 승승장구.
단 하루 만에 수도 서울의 안정화에 성공했지.
물론 여기에는 내가 오벨리스크를 잡은 것도 좀 기여하긴 해.
아니었으면 오벨리스크 레이드를 구축하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을 테니, 하루는 무리였겠지.
뭐, 그래도 결국 시간문제일 뿐.
해냈을 거라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거야.
오벨리스크는 강하지만, 어려운 놈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니까.
체력과 방어력 때문에 솔플이 불가능한 거지, 결코 잡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놈은 아니라고 하니.
아, 물론 랭커 기준이야, 오해하지 말도록.
그 뒤로 우리는 당연히 아래로 내려가며, 대구, 부산 등의 주요 지방 도시들의 수복을 시작했어.
그쪽도 상당히 강력한 길드들이 활동 중이라서 생각보다 적은 피해로 견디고 있었기에 지원군이 오자마자 빠르게 몬스터들을 정리하며 국토 안정화에 착수했지.
나도 나서는 건 싫었지만, 가족 전부가 열심히 일하는데 빠지기는 그래서 소환수로 적당히 활동했었어.
나라가 이 꼴이니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고.
순조로웠지.
타국이야 지옥을 겪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나라는 그렇게 절망적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자부해.
비록 평화로운 과거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전 국토를 수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딱 2주.
이것도 사람들의 보호, 해안선 및 북측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저지하기 위해 병력을 빼면서 속도가 줄어 이 정도로 오래 걸린 거야.
굉장하지?
나도 좀 자랑스럽더라.
하지만 2주는 그냥 맛보기였다는 건지, 진짜배기는 그다음에 찾아왔어.
어둠의 정령왕, 간다르바, 사흉 그리고...........용제.
그 밖에 아직 이름 모를 진정한 재앙의 화신들
등장과 함께 기본적으로 도시 하나를 쓸어버리는 괴물들의 존재는 마치 우리들의 승리를 비웃으며 날뛰기 시작했지.
종말론이 번창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쯤일까?
슬프게도 용제가 나타난 날, 제주도는 바로 끝났어.
마지막까지 남아 저항했던 소수 길드의 희생 덕분에 전멸은 면했지만, 아마 제주도 시민 중 7할은 넘게 죽었을 거야.
예지나 아버지는 3할이라도 살린 게 기적이라고 하는데.........
정말.....정말로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렸어.
특히 살아남은 사람, 죽은 사람들의 가족들은 부러질 정도로 이를 갈며 분통을 터트리고 통곡했어.
나도.......도저히 못 참겠더라.
예지를 필두로 판타지아의 세라핌, 아니마가 연합을 공표하고, 수많은 길드와 타 게임의 랭커들이 참여해 연합군을 결성.
제주 수복 작전, 용제 레이드를 위해 힘을 모았어.
나도 당연히 참여했고.
그 사이에 오벨리스크가 있던 자리에 다른 놈이 또 나오긴 했는데, 그 녀석은 운이 나빴지.
한창 열을 올리며 칼을 갈고 있던 우리들의 첫 희생양이 되었으니까.
이름도 몰라.
나오자마자 연합군 정예 전체가 달려들어서 딱 30분 만에 그놈이 끌고 나온 전 병력을 몰살하고 내가 목을 잘라버렸거든.
일단 사람 형상이기는 했는데, 이제는 죽은 놈, 알빠 아니지.
그리고 그때 대장으로 보이는 놈을 죽이면 문이 닫히는 정보를 얻었으니 의미가 없지는 않았네.
거의 수천에 가까운 사람이 모였지만, 아쉽게도 제주 용제 레이드의 입구 컷은 최소 300위 권 랭커, 레벨로 따지면 최소 3000lv 이상
일반 용들도 장난이 아니었거든.
자기 목숨 알아서 챙길 수 있는 최소선이 그 정도라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러갈 수밖에 없었지.
좀 부족한 사람들은 완도에서 예비 보충 병력으로 대기했고.
그렇게 랭커들로 구성된 레이드의 시작
천지를 진동하게 하는 전장이 펼쳐졌어.
내 생에 그런 전투가 다시 있을까 싶을 정도의, 마치 신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전장이.
샨사스, 성유리가 이끄는 모선을 필두로 한 이터널 측의 함대와 전투기들이 큰 역할을 해 줘지.
사실상 300위 권 랭커는 우리나라라고 해도 3개의 게임을 합쳐 300명 정도 밖에 안 되거든.
뭐, ‘밖에’ 가 아니기는 하지만.
아무튼 미친 듯이 쏟아지는 용들을 상대하며 제주를 수복하기에는 수가 좀 부족했어.
눈으로 젠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문의 크기만 무려 5km
사실상 문이라고 보기도 힘든 수준.
그리고 그 안에서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쏟아지는 용들의 군대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관이었으니까.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용의 무리를 뚫어서 나랑 소환수인 시몬, 엘라임 그리고 아직 등장은 안 한 스켈레톤 로드 카녹스 우리 넷만이 용제의 앞에 겨우 도달할 수 있었지.
나머지 소환수들과 최상위 랭커들은 전부 우리 전투에 방해를 막기 위해 적들과 싸워야 했고, 나도 소환수 전체를 지탱하는 마력량 때문에 전력이라고 보긴 힘든 상태.
대가리 수가 얼마나 깡패인지 진짜 절절히 깨달았다니까?
그렇게 본격적인 보스전, 용제 레이드의 시작.
용제라고 하면서 용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데, 실실 쪼개는 면상이 존X 재수 없더라.
근데 그럴만한 것이 진짜 쌔긴 쌔더라고.
바로 아래 용왕급이랑 비교가 안 돼.
얼추 카이엔, 그러니까 철수가 4200lv 정도 되거든?
예지나 아빠가 4000lv에서 4100lv 인데 딱 이 선까지 솔로로 상대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가뜩이나 적은 랭커들이 뭉쳐야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용왕급이야.
근대 용제 이 시끼는 무기 안 든 나랑 거의 동급?
물론 그녀석은 무기에 장비까지 덕지덕지 착용하고 있었으니 순수 본인 힘은 아니겠지만, 무기 안 든 내가 6000lv이 넘잖아?
용제가 한 6500lv 쯤 됐을 거야.
만약 내게 신화급 장비 2개가 없었다면.
특전 스킬 [흑마술], [혈마술], [융합마술]의 숙련도를 끌어 올리지 않았다면 좀 위험했을 껄?
물론 소환수들도 있었으니 어찌저찌 이길 수는 있을 듯 싶은데 무사할 자신은 없네.
뭐, 말 그대로 ‘없었다면’ 이고, 그렇게 모든 것이 갖춰진 당시 내 레벨은 이미 7698lv을 찍고 있었으니 문제없었지만.
그렇게 순살........이면 좋았을 텐데......
씨X놈이 튀었어.
아니!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용제라며? 황제할 때 ‘제?’ 잖아? 용의 황제잖아? 도망치는 게 말이 되냐?
리얼이니 몬스터가 도망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하~~~ 진짜.
결국, 우리는 의미 없는 빈 깡통인 승리를 쥐었을 뿐.
용들은 물러갔으나 게이트는 닫히지 않았고.
바로 추적하기에는 뒤를 받쳐주던 이터널 측 랭커들의 상태가 도저히 더 전투를 지속하기 힘들 지경이고.
그래서 우리는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했고.
유리가 처음으로 모선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비명을 지르더라.
하는 수 없이 다음이면 된다고
저들도 보통 피해가 아니었으니까. 다음을 노리면 된다고 일단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는데, 그때 중국이 사고를 쳤어.
이 미친 새끼들이 사흉 중 혼돈을 뺀 3마리를 전부 이쪽으로 유도해 버린 거야.
무슨 아이템을 쓴 거 같은데, 그것 때문에 북쪽 전선을 책임지고 있던 진천, 김성환에게 어그로가 잡혀버리고 말았지.
성환이 진짜 땀을 폭포수처럼 흘리면서 죽을 뻔 했다고 하더라.
내가 연락받고 갈 때까지 3일 동안 밤새가며 3마리 전부에게 도망 다니면서 혼자 시간을 벌었어.
그사이에 쏟아지는 사흉의 검은 짐승들 때문에 또 북부 전선이 밀릴 뻔해서 사람들이 죽을 뻔하고.
내가 가서 어렵사리 소환수들이랑 같이 전선 복구하고 사흉들을 썰어버리기는 했는데, 왜 3마리만 온 지 알겠더라.
혼돈.
그 녀석이 본체야.
나머지는 전부 가짜.
거기에 나 때문에 경계 수치가 MAX를 찍었는지 아예 본인은 숨어버리고. 본인 능력으로 만든 검은 짐승의 군대만 초 물량으로 전개하니 돌아버리겠더라.
하루에 오는 수만 족히 1만
용만큼 강한 건 아니라 막기는 막는데..........내가 있어야 해.
혼돈 그 새끼, 내가 빠지자마자 귀신같이 존나 쎈 놈으로, 그니까 내가 죽인 사흉 나머지 있잖아. 궁기, 도철 그런 놈들로 보내서.
연합군이 북부로 오든지 아니면 최소한 내가 북부 전선에 남아야 했어.
혼돈을 잡으면 되는 건 아는데, 아까 말했다시피 그놈은 드넓은 중국 대륙에 숨어버렸으니까.
결국, 내가 북부에 발이 묶이고 그로 인해 제주도 용제 레이드는 고착 상태에 돌입.
여기까지가 우리나라와 내가 겪은 일이야.
전전 편에 내가 북부에서 검은 짐승들과 싸우고 있던 이유고.
하~~~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지?
미안해
그래도 다음 편부터는 드디어 본편으로 진행하니까 좀 봐주라( )
그럼 나중에 봐~~~빠이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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